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처음 악역으로 등장한 '녹서스'. 녹서스 출신 챔피언들은 어쩐지 난폭하고, 계략을 꾸밀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죠. 이와 반대로 선한 이미지가 강한 데마시아와 대비되면서 녹서스의 악당 같은 이미지는 오랫동안 유지 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데마시아가 마법 차별, 귀족 사회와 같은 면모가 드러난 것처럼, 녹서스도 최근엔 그저 악역이 아닌 다른 모습들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힘을 숭상하면서 동시에 타고난 신분보다 능력을 중요시 하는 사회 분위기와 다양한 문화에 대한 관용은 그저 악이라고만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분명 다른 모습을 그리고 있죠.


▲ 룬테라 이야기: 녹서스 | '승리 그 이후'


침략과 관용이 공존하는 녹서스 제국

녹서스는 강력한 확장주의 제국입니다. 녹서스가 악역으로 기억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지역을 침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녹서스는 본래 메마르고 자원이 부족한 척박한 지역에 위치했습니다. 비옥한 농경지대에 자리잡아 자급자족이 가능한 데마시아와는 사정이 달랐죠. 이러한 지리적 특성이 녹서스가 확장주의를 지향하게된 기초적인 원인인 셈입니다.

수도 불멸의 요새는 먼 옛날 강력한 강령술을 사용하던 폭군 모데카이저가 지배했던 장소입니다. 모데카이저는 이곳에서 죽음과 영혼, 세계에 너머를 끔찍한 방법으로 탐구했다고합니다. 그의 측근 중 하나였던 르블랑은 검은 장미단을 조직, 모데카이저에게 고통받던 녹시이 부족과 연합했습니다. 이들이 불멸의 요새를 함락 시키고 모데카이저를 추방해낸 것이 녹서스 제국의 시초입니다.

녹서스 제국은 전쟁광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여러 지역에서 정복 전쟁을 펼쳤습니다. 북쪽으로는 프렐요드 지역으로, 남쪽으로는 슈리마와 충돌해 실제로 슈리마 북부의 많은 도시를 점령했습니다. 동쪽에선 아이오니아를 공략하려 했죠. 그야말로 녹서스의 발이 닿는 곳 어디든 전쟁이 벌어지고 있죠. 필트오버&자운은 발달한 기술력과 무역 거점으로 중립 세력으로 교류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영원히 유지될거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 먼 옛날 잔혹한 폭군 모데카이저를 몰아낸 것이 녹서스의 시작이었다

▲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하고 있는 듯한 녹서스의 국경


침략과 전쟁이 일상인 녹서스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능력을 포용하는 관용적인 사회상도 동시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민족이나 문화를 차별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마법이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유연한 사회를 이루고 있습니다.

때문에 오히려 녹서스의 지배를 원하는 도시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녹서스는 슈리마 북부의 어떤 항구를 기항지로 삼아 녹서스인을 거주하게 했고, 지역 주민과 함께 지낼뿐만 아니라 관습까지 받아들였습니다. 녹서스 출신인 항구의 총독은 슈리마 의복을 직접 입고 다녀 주민들의 환심을 샀다고 하죠. 지역 주민들 역시 녹서스에 합류하면 강력한 녹서스 군대에 의한 안보 보장이나 능력 중시 사회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 스스로 녹서스 제국에 동화된 슈리마 북부 항구 도시들


황제 없는 제국, 녹서스의 트리파릭스(삼두정치)

어쩐지 강력한 독재자가 어울릴 것 같은 녹서스 제국은 의외로 '트리파릭스'라는 삼두정치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 녹서스는 실제로 황제가 통치하는 전제 군주제였지만, 스웨인을 중심으로 한 반란이 성공하면서 현재의 트리파릭스 체제가 성립한 것입니다.

먼 옛날, 모데카이저를 배신하고 녹서스의 기반을 닦았던 르블랑은 검은 장미단과 함께 막후 세력으로 암약했습니다. 녹서스 최후의 황제 보람 다크윌을 꼬드겨 무리한 전쟁을 여럿 일으킨 것도 르블랑이었죠. 이 과정에서 아이오니아 침공에 참가했던 스웨인은 큰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 오랜 세월 동안 녹서스에서 암약하고 있는 르블랑, 검은 장미단


쿠데타에 성공한 스웨인은 절대 권력을 손에 넣을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 권력을 트리파릭스라는 삼두정의 형태로 나누었습니다. 황제의 실정을 지켜본 스웨인은 권력이 오직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위험성을 잘 알았고, 진정으로 녹서스를 위하는 인물이었기에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이죠.

트리파릭스는 녹서스의 힘을 상징하는 예지, 무력, 책략 셋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예지는 스웨인이, 무력은 다리우스가, 책략은 얼굴 없는 자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스웨인과 다리우스는 인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챔피언으로 친숙하지만, 얼굴 없는 자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입니다.


▲ 새로운 황제가 되는 대신, 트리파릭스(삼두정) 체재를 세운 스웨인


미천한 신분에서 트리파릭스의 무력을 담당하는 자리까지 올라선 다리우스는 녹서스의 능력주의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고아로 자란 다리우스와 그의 동생 드레이븐은 본래 녹서스 본토에서 태어난 사람도 아니죠. 녹서스에 점령 당한 도시 출신인 둘은 처음 반항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실력을 인정 받았습니다. 다리우스는 출신, 배경, 살아온 환경에 상관 없이 능력에 따라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녹서스의 이상을 열렬히 받아들인 사내가 되었습니다.

이는 귀족 중심의 신분제가 명확한 데마시아와는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녹서스 역시 유력 귀족 가문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능력만 입증한다면 하층민 역시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습니다. 다리우스, 드레이븐은 물론 탈론 역시 뒷골목 출신의 고아로 능력을 인정 받아 뒤 쿠토 가문에 합류한 인물입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챔피언 역시 대부분 유력 귀족 가문 태생인 데마시아와 다르게 녹서스에선 하층민이나 이주민 출신 챔피언들을 여럿 확인할 수 있죠.

이처럼 녹서스는 의외로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세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서스가 여전히 악역으로 꼽히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역을 힘으로 침략하는 확장주의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또 개방적이나 능력을 우대하는 한편, 개인 보다 녹서스 전체를 위한 전체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것도 녹서스를 경계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 점령지 고아 출신에서 최고의 지위에 오른 다리우스는 녹서스의 능력주의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 연인의 생존을 위해서가 아닌, 녹서스를 섬기기 위해 팔을 자르라는 다리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