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 프릭스 2023년 로스터
(TOP) '두두' 이동주
(JUG) '영재' 고영재
(MID) '불독' 이태영
(BOT) '태윤' 김태윤
(SUP) '준' 윤세준, '모함' 정재훈

광동 프릭스는 게임단의 방향성을 완전히 바꿨다. 2018 시즌 롤드컵 진출이 최고 성적인 광동은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도 해보고 여러 가지를 시도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시즌은 거의 없었다. 작년도 그랬다. '기인’ 김기인, ‘엘림’ 최엘림, ‘페이트’ 유수혁, ‘테디’ 박진성, ‘호잇’ 류호성으로 나쁘지 않은 라인업을 구성했다는 평이 많았는데, 말 그대로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최선이 아닌 차선책의 느낌이 강했다는 이야기다.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면 광동 프릭스가 2022년 적은 투자를 했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지만, 그 투자가 납득할만했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다. '페이트' 유수혁의 영입은 당시 폼이 좋았던 선수라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지만, 나머지 세 선수는 솔직히 T1에서 1픽이 아닌 선수들을 영입한 것이다.

실패를 경험한 광동 프릭스는 2023 시즌을 맞이해 육성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동안 육성을 강조했던 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 광동에겐 '육성'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육성이라는 분야에서 인정을 받은 '씨맥' 김대호를 사령탑에 앉혔고, 주영달 전 감독이 사무국장으로 오면서 전혀 다른 팀이 되었다.

​육성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팀이 몇 더 있다. 그리고 작년에는 한화생명이 그랬다. 대부분을 신예급으로 구성해 장기적인 미래를 그렸다. 물론 현재는 모두 떠나보내고 우승권을 노리는 A급 선수들로 구성했지만 말이다. 광동 프릭스를 포함한 올해 육성을 선택한 팀들은 한화생명의 실패를 교훈 삼으려 할 것이다.


외부에서 봐도 가장 큰 문제는 팀의 조화였다. 경기를 지켜보면 하나가 된 팀의 느낌이 부족했다.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선수들의 문제인지, 코칭 스태프의 리더십 부재인지, 정확한 이유는 당사자들만 알 수 있지만, 확실한 건 팀워크가 썩 좋지 않았다는 거였다.

이런 부분에서 오히려 '씨맥' 감독의 영입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단순히 1년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광동의 계획은 최소 2년 이상이다. '씨맥' 김대호 감독은 물론 대부분 선수들의 계약이 2년이다. '씨맥' 김대호 감독은 지난 광동 프릭스 라이브 방송 당시 "2년을 교체 없이 이어졌을 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선수들로 구성하고, 잘한다면 2년이 아니라 더 길게 갈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 또한, LCK에 새로운 세대교체를 희망한다"고 말하며 그게 자신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채정원 대표도 육성을 선택한 이유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제법 시원하게 말했다. 채 대표는 "프릭스의 최근 2~3년을 생각해보면 정말 잘해보려고 많이 노력했다. 특히 2022년은 정말 많은 투자를 했고, 초반에는 호평도 꽤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실패라고 생각한다. 실제 선수들과 면담에서도 팀호흡이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선순환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패하더라도 남는 실패를 하기 위해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현재 광동의 전력을 강하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게 당연하다.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신예 위주로 구성된 팀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동기부여와 초반 스퍼트가 굉장히 중요한데, 광동 프릭스는 긴 호흡으로 조급함을 억누르며 미래를 보고 있다.


그리고 ‘영재’ 고영재와 ‘준’ 윤세준의 경우 LCK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준 건 아니어도 내부적인 평가는 항상 괜찮았던 선수들이다. 걸출한 선수들과 경쟁을 해야 했던 신예 선수들인데, 같은 팀에서 이들을 제치고 본 무대에 출전하기란 정말 압도적인 기량 차이가 아닌 이상 어렵다. 하지만, 잠재력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현재는 그들에 비해 평가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실전 경험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타입도 있기 마련이다.

'불독' 이태영은 CL에서 활동한 선수다. 미드 라이너로 이제는 CL이 아닌 LCK에서 최고의 미드를 다투는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중요하지 않은 라인이 어디있겠느냐만 '불독'의 성장세 여부에 따라 광동 프릭스가 그리는 그림이 얼마나 빠르게 완성되는지가 결정되는 데 결정적이다.

그리고 '두두' 이동주는 한화생명 시절 정말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았다. 심지어 경기력이 좋지 않을 때에도 계속 출전하며 실전 감각을 길렀고, 22 시즌 팀의 성적은 좋지 못해도 '두두' 이동주의 폼은 좋았다. 인상적인 모습도 꽤 많았고, 이제는 광동에서 그 분위기를 이어가 다른 선수들이 제 궤도에 올라올 때까지 잘 버텨주는 역할을 해야 될 '두두'다.

아무래도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초반 흐름을 어떻게 가져가는지도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광동의 대진은 썩 좋지 못하다. 19일 첫 경기가 한화생명e스포츠, 그리고 브리온을 만난 뒤 다시 T1과 DRX로 이어진다. 반대로 말하면 1라운드 1월에 펼쳐질 이 경기들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는다면 이후 광동의 성장세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