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X 2023년 로스터
(TOP) '라스칼' 김광희
(JUG) '크로코' 김동범, '주한' 이주한
(MID) '페이트' 유수혁
(BOT) '덕담' 서대길
(SUP) '베릴' 조건희

DRX는 분명히 좋은 선수를 데려다가 시즌이 끝날 때 더 좋은 선수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신인 뿐만이 아니라, 베테랑들을 갈고 닦는 실력이 탁월하며, 이는 DRX의 전신에서도 입증한 바 있다.

그들의 겨울은 매우 추웠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선수들과 모두 재계약하는 것이 리핏으로 가는 답안지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서포터 '베릴' 조건희를 제외한 네 명의 주전 선수가 다른 팀으로 떠났다. DRX에 입단하기 전부터 대단한 평가를 받았던 '데프트' 김혁규는 논외로 치고, 나머지 선수 모두 1년만에 더 좋은 선수 평가를 받았다. 팀만 덩그러니 남았다.


수준급 선수가 한꺼번에 나가는 공백에도 DRX는 대체 선수를 빠르게 찾았다. 탑은 '라스칼' 김광희가 복귀했다. '라스칼' 김광희는 이미 완성된 선수다. 그 어떤 메타가 찾아와도 탑 라인에서 기대보다 항상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탑에 칼챔 메타가 오든, 탱챔 메타가 오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선수라는 것을 2017년부터 증명해왔다. 보통 이런 선수를 국밥형 선수라고 하는데, LCK 팬들은 '라스칼' 김광희가 국밥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운 맛을 내는 선수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라스칼' 김광희는 DRX와 2024년까지 계약했다.

리브 샌드박스의 엔진이었던 정글러 '크로코' 김동범이 DRX에 왔다. '크로코' 김동범은 2021년 LCK 섬머 서드팀, 신인왕, 2022년 섬머 서드팀의 수상 기록이 있는 뛰어난 선수다. 경기 초반 플레이메이킹에 큰 강점이 있다. 캐리 라인의 밸런스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 DRX이기에, 조금 더 플레이에 자율성을 부여받은 '크로코' 김동범의 스프링 시즌이 매우 기대되는 바이다.


DRX의 새로운 미드 라이너 '페이트' 유수혁의 높은 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현재 LCK의 미드 라이너들의 수준을 감안했을 때, 그들과 얼마나 경쟁할 수 있냐가 관건이다. 2023년 LCK의 미드 라인은 역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1의 '페이커' 이상혁, 젠지의 '쵸비' 정지훈, 디플러스 기아의 '쇼메이커' 허 수, 전 시즌 DRX의 최전선에서 팀을 이끌었던 한화생명e스포츠의 '제카' 김건우, 리브 샌드박스의 '클로저' 이주현, kt 롤스터의 '비디디' 곽보성까지. 정말 쉽지 않다.

디펜딩 챔피언 팀의 새 미드 라이너라는 첫 번째 압박, 상대들은 초절정 고수라는 두 번째 압박. 여러가지 중압감들이 '페이트' 유수혁의 어깨를 짓누르겠지만, 미드 라이너는 원래 그런 포지션이다. 팀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가 반드시 되어야만 하는 그런 곳에서, '페이트' 유수혁은 좋은 미드 라이너에서 LCK를 대표하는 미드 라이너로 반드시 스탭업 해야하는 피할 수 없는 과제를 마주했다.

부담감은 원거리 딜러 '덕담' 서대길도 마찬가지다. '덕담' 서대길이 디플러스 기아에서 DRX로 갔고, '데프트' 김혁규가 DRX에서 디플러스 기아로 갔으니 시즌 중 비교를 피할 수 없는 모양새다. '덕담' 서대길은 작년 섬머 시즌부터 폼을 끌어올리더니, 언제나 상체가 강했던 팀 플레이 스타일을 바텀 게임에 강한 팀으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활약했다. 그러나 시즌 내내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스프링 시작부터 섬머 중반까지는 확실히 2021년 섬머 퍼스트 원딜답지 않았다. 팀은 일년 내내 꾸준하게 기대만큼 해주는 선수가 좋고, 강팀의 캐리 라인은 당연히 그런 선수가 있어야 한다.


긍정적인 부분은, 호흡을 맞추는 서포터가 롤도사 '베릴' 조건희라는 것이다. '베릴' 조건희만큼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을 잘아는 서포터는 없다. 단순히 경기 수도 DRX에서 가장 많고, '고스트' 장용준, '데프트' 김혁규라는 대단한 원거리 딜러와 함께했다. '베릴' 조건희는 '덕담' 서대길을 한 차원 높은 곳으로 올려줄 수 있는 몇 안되는 파트너임이 확실하고, '베릴' 조건희 역시 지금까지 같이 플레이한 캐리들과 결이 다른 원거리 딜러를 만나 새로운 경지로 올라가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정리해보면, 우승팀 스쿼드가 완전히 조각나 버린 것은 사실이지만, 자유 계약 선수 중에 가장 좋은 선수들로 채웠다고 봐야 한다. 팀 게임에 익숙하고, 맞춰줄 수도 있고, 자기가 에이스로 활약해본 경험도 있는 중견급 선수들로 2023년을 준비한다. DRX의 꺾이지 않는 마음은 선수에게도 중요하지만, 팀에게도 중요하게 작용한 듯하다. DRX의 첫 경기는 개막전이다. 1월 18일 17시에 디플러스 기아와 상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