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의 '루피'처럼, 동료들 덕에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로 숨가쁘게 달려온 2년 반, 어느덧 그 마지막 결승이 찾아왔습니다. 개인리그에서 막혀 있던 벽을 스스로 넘어선 두 선수, 강동현과 신노열이 우승 트로피를 놓고 대결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개를 펼칠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인벤에서는 결전을 앞둔 두 선수와 직접 대화를 가지면서 그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출사표를 읽어봤습니다.

먼저 만나게 된 주인공은 아주부의 '네팔렘 저그' 강동현입니다. GSTL에서 사상 초유의 9전제 역올킬을 달성하고, 그 마지막에는 '재덕신'을 잡아내면서 네팔렘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는데요. GSL에서는 매번 8강의 벽을 넘지 못하곤 했지만, 이번 시즌에 그야말로 기량이 만개하며 결승 무대에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해체한 TSL의 소속이기도 했던 강동현은 이전 팀 선수들에 대해 강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TSL 저그가 최강임을 증명하겠다"는 포부는 결승에서 어떻게 발휘될까요? 의리 있는 사나이 저그, 강동현 선수의 각오를 서면 인터뷰로 들어보았습니다.




우선 결승 진출을 축하합니다! 결승까지 올라온 과정을 살펴보면, 특히 처절한 혈투와 명승부가 난무한 것 같은데요.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꼽자면 언제일까요?

감사합니다! 이번 시즌엔 어려웠던 게임이 한두 개가 아니여서 꼽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두 게임이 생각나네요. 하나는 32강 장현우 선수와 했던 아킬론 평원 경기, 또 하나는 이신형 선수와의 8강전 경기인 것 같아요.

장현우 선수와 할 때는 빌드가 너무 불리해서 못 막는 상황이었지만 장현우 선수가 살짝 방심을 하셔서 운 좋게 막고 아슬아슬하게 이겨서 기억에 남고요. 이신형 선수와의 8강전은 모든 경기가 힘들었고 제가 8강이란 벽을 넘었다는 점에서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유의 날개로 진행하는 마지막 시즌 결승인데, 어떤 느낌인가요?

자유의 날개 마지막 시즌이라 의미가 굉장히 큰 것 같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마지막 자유의 날개 결승 무대와 우승을 함께 하고 싶었을 텐데, 그런 영광의 자리에 제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남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하네요. 자유의 날개로 우승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정말 절실해요. 예전에 우승하는 선수들을 보며 나는 언제 저런 무대에서 게임을 해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까 많이 생각했는데, 그래서 이번 결승이 더 절실한 것 같습니다.


결승 자리에 오기까지 가장 도움을 많이 준 고마운 선수들로는 누가 있나요?

연습을 도와준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전 TSL 저그 선수들의 도움이 가장 컸죠. 저번 인터뷰에서 말했듯 저는 재능이 부족한 선수라 머리가 그렇게 좋진 못해요. 그 부족한 부분을 TSL 저그 선수들을 통해 많이 채웠기 때문에 지금에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TSL 선수들에게는 언제든지 맛있는 것을 사줄 생각입니다!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부정할 수 없이 (고)석현 형이죠. 제가 게임 안의 아주 사소한 것부터 모르고 게임을 했는데 그런 것을 석현이 형이 서스럼없이 저에게 알려주고 챙겨주셨어요. 제가 게이머 생활을 오래해봐서 알지만, 그런 게임적인 부분을 게이머들끼리 잘 알려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 마음속 스승님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족전인데, 맵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요? 혹시 연습하면서 편한 맵과 꺼려지는 맵이 있다면?

동족전에 있어서 맵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같은 종족 같은 유닛으로 플레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요. 하지만 맵을 잘 연구하고 이점을 더 살릴 수 있는 사람이 게임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꺼려지는 맵은 있어도 있다고 말하면 안 되죠(웃음). 4강에서 이원표 선수와의 저저전 연습을 준비해봤기 때문에 모든 맵을 다 연습하고 이해하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칩니다.


연맹 대 협회 구도로 펼쳐지는 첫 결승인데요. 이것에 대해 의식을 하고 있나요?

사실 의식하진 않아요. 협회 선수든 연맹 선수든 이제 모두가 다 잘 한다고 생각해요. 그저 잘 하는 선수들의 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다들 그렇게 협회 대 연맹 대결을 바라본다면 연맹의 자존심을 걸고 승리하겠습니다.


일각에서는 협회 선수들의 동족전 연습량이 상당해서 저저전만큼은 기량이 최고급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연습량은 중요하죠. 스타크래프트1은 확실히 연습량이 많아야 잘하는 게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는 다른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연습량은 필요하겠지만 연습량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를 누가 더 잘 쓰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인 신노열 선수에 대해 평가하자면?

굉장히 잘 하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프로리그나 GSL에서의 경기를 보면 꼼꼼하면서도 핵심을 알고 플레이하는 것 같아 VOD도 많이 챙겨봤죠. 그래서 예전에 이 선수와 꼭 한번 경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가 지난 시즌 GSL 32강에서 만난 적이 있었어요. 그때 굉장히 기대도 하고 설레었는데 제가 생각한 것만큼의 플레이는 아니시더라고요.

물론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겠지만 그건 저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이번 결승에서 자만하거나 방심하지 않고, 단 자신감을 갖고 할 생각입니다.


신노열 선수는 4강전에서 마지막 순간에 댄스 명령과 부화장 러시 등의 세리머니를 펼쳤거든요. 거기에 대응할 세리머니를 혹시 준비했는지 궁금하네요.

저도 상대가 프로토스나 테란이었다면 그런 세리머니를 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저전은 그런 섣부른 행동을 하다간 역전을 당하기 십상이죠. 그래서 저는 백 퍼센트 확실한 승리라고 생각되는 경우에만 세리머니를 할생각입니다.



▲ '사부님'으로 대하는 고석현 선수가 4강 현장에 함께 오기도 했습니다


이번 결승에 임하는 각오를 간단히 말하자면?

자유의 날개로 진행되는 마지막 GSL인만큼 꼭 제가 우승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전에도 말했듯 TSL 저그가 최강임을 증명할 마지막 기회이기도 한 만큼 죽도록 연습해서 증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군단의 심장은 많이 해보지 못했을 것 같은데, 어떤 느낌과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실제로 플레이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우리 팀 선수들의 플레이나 스트림으로 게임을 많이 지켜봤는데, 아직 저그가 적응을 못해서인지 게임 밸런스가 안 맞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저그가 조금 불리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의료선 부스터나 모선핵의 스킬에 좀 패치를 해주시면 저그가 굉장히 할 만해 질 것이라 생각되네요.

군단의 심장을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재미있어 보여서 저도 하고 싶더라고요. 그만큼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 같고 자유의 날개보다 더 흥행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강동현'이라는 선수를 스스로 표현한다면?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오그라들지만(웃음) 왠지 저는 원피스의 루피 같은 이미지 같아요. 루피는 굉장히 강하기는 하지만 동료들이 없었다면 그렇게 강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제 부족한 부분을 TSL의 이전 동료들이 많이 채워줬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릴게요.

제가 한창 잘하던 작년 무슈제이 GSL 시절에 비해 많은 패배를 하면서 팬 분들이 실망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게시판 글을 보면 저를 응원해주시는 글보다 부정적인 글들이 많았어요. 좀 아쉽고 씁쓸했지만 그런 것도 좋게 받아들이고 연습 열심히 해서 결승전까지 올라왔는데, 여전히 제 경기력에 의심을 가진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더 독기를 품게 하는 것 같아서 감사드리고, 결승전에 꼭 오셔서 확인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날은 정말 '미친 경기력'이 나올 정도로 연습할 생각이기 때문에 꼭 직접 확인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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