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의외의 정보를 접했습니다. 총상금 100만불(한화 약 11억원)이 걸린 '콜오브듀티: 블랙옵스2(이하 블랙옵스2)' 챔피언십 아시아 예선에서 우승, 준우승이 모두 한국 팀이라는 소식이었는데요. FPS 실력만큼은 아직 해외팀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게 깨끗하게 지워지던 순간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서든어택'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나, '블랙옵스2'는 말 그대로 PC, 콘솔 게임입니다. 세계적인 명성의 게임인 것은 사실이나 국내에서만큼은 주류로 꼽기 어려운 작품이죠. 그래서일까요? 매우 적은 유저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과를 거둔 그들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한번쯤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을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눈치챘는지, 금일(3일), 두 팀을 섭외해 단체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국내에서 그리 많은 주목을 받지 않았던 그들입니다. 하지만 오로지 열정만으로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그들을 기사로 알려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고 싶었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자랑스런 두 팀, 'Team Raven'(이하 레이븐)과 'Team Infidream'(이하 인피드림)의 인터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 '콜오브듀티: 블랙옵스2' 아시아예선 우승, 준우승을 차지한 레이븐과 인피드림 ]



각 팀별로 결승전에 진출한 소감 한마디씩 부탁한다.

인피드림 -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많이 없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올라와 헐리우드로 가게되어 일단 기쁘다.
레이븐 - 우리도 마찬가지다. 연습을 많이 못했는데 의외로 성적이 잘 나왔다. 솔직히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다.


아시아 예선을 통과하면서 가장 상대하기 힘들었던 팀이 어디였나?

인피드림 - 결승에서 만난 레이븐이 가장 힘들었다.
레이븐 - 한국이 아시아에서 실력이 좋은 편이다. 우리도 인피드림과의 승부가 가장 힘겨운 경기였던 것 같다.


만약 국제대회에서 우승한다면 그 상금을 어떻게 쓸 계획인가?

인피드림 -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레이븐 - 만약 우리 팀이 우승한다면, 해당 상금을 정확히 4등분해서 팀원들끼리 나누어 가질 생각이다.


이번 아시아 예선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

인피드림 - 사실 대회가 시작한다는 사실을 3일전에 알았다. 인피드림은 두 클랜이 합쳐 만들어졌는데, 시간상 인원구성이 촉박해 이렇게 뭉쳐진거다. 다행히 팀플레이가 잘 맞아 여기까지 왔다.
레이븐 - 우린 대회 시작 한달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정보를 얻기 하루 전에 내가 XBOX360을 중고로 팔아버렸다. 어쩔수 없이 다른 클랜원의 본체를 빌려 연습했다.(웃음) 인피드림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100% 같은 클랜원은 아니다. 한명이 나이가 어려 출전할 수 없다더라. 그래서 타 클랜의 유명 선수를 영입해 출전했다.


한국 외 다른 아시아 국가의 '콜오브듀티' 실력은 어떤가?

레이븐 - 음... '콜오브듀티'는 솔직히 일본 외에 그리 잘하는 나라가 없다고 본다. 우리보다 유저 풀도 적고, 게임 자체의 인지도도 낮다. 그래서 리그 활성화도 거의 안되어 있는 상태다.
인피드림 - 우리도 일본 이외의 팀들은 그다지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굳이 어려운 국가를 꼽자면 아까도 말했듯 같은 한국이다. 다행이 이번 예선에 일본 팀들이 참가하지 않았다.

[ ▲ 아시아예선 우승팀 '레이븐' ]


곧 세계 무대에 서게 된다. 주로 어떻게 연습했나?

레이븐 -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도 연습환경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연습실이 따로 있는것도 아니니까. 우리 팀은 직접 플레이하기보다는 해외 유명 팀의 VOD를 많이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SK게이밍을 비롯한 해외 유명 팀들의 영상을 보니 역시 잘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도 그걸 보고 정말 많이 배웠다.
인피드림 - 우린 선수들 나이가 많은 편이다. 각자 직장도 있고 해서 따로 모일 시간이 별로 없었다. 연습 노하우도 없었고. 우리는 지금 옆에있는 팀인 레이븐에게 많이 배웠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하루에 몇 시간정도 연습했나?

인피드림 - '콜오브듀티'가 팀 위주의 게임이다보니, 일단 각 멤버들의 여유시간대가 맞아야 한다. 이걸 최대한 감안하고 플레이하니 하루 평균 3~4시간 정도 연습할 수 있었다.
레이븐 - 우리도 멤버가 모두 학생이기에 연습할만한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인피드림과 연습했던 시간을 포함해 하루에 3~4시간정도 연습했다. 솔직히 연습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된다. 쾌적하게 연습하려면 아시아 유저가 많아야 하는데, '콜오브듀티'의 아시아 유저풀이 너무 작다. 그리고 해외 서버에서 연습하려면 서버 지연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그게 VOD 시청 위주의 연습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함께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 상대팀에게 어떤 부분을 배웠나?

인피드림 - 한국에 '콜오브듀티' 유저가 많이 없긴 하나, 옆의 레이븐 팀은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잘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센스나 감각이 뛰어나더라. 또 워낙 멤버들 기본기가 뛰어나다보니 연습을 잘 안해도 팀플레이가 잘 되는게 놀라웠다. 한국 클랜들이 대체로 팀워크가 약한 편이라 이 부분을 집중해서 배웠다.
레이븐 - 우리는 인피드림에게 기본적인 포지셔닝 노하우를 배웠다. 그것도 하나의 기본기라 놓칠수 없는 요소라 생각한다.

[ ▲ 아시아예선 준우승을 차지한 '인피드림' ]


두 팀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인피드림 - 원래 시작은 '인피니티' 클랜이었다. 연습 도중 사회생활 문제로 빠진 두 멤버를 보충하기 위해 '인투드림' 클랜과 손을 잡았다.
레이븐 - 우린 원래 '임마' 클랜이었지만, 불화설로 인해 팀명이 바뀌었다. 작년에도 유명 대회에 참가해 우승한 경력도 있는 실력있는 클랜이다. 스스로도 레이븐 클랜 소속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콜오브듀티' 클랜이 우리나라에 몇 개정도 있나?

인피드림 - '콜오브듀티' 시리즈가 늘어남과 대조적으로 클랜 숫자는 감소하고 있다.
레이븐 - 매니아층만 남다보니 그런 것 같다. 한국은 온라인 게임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다른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돈주고 왜 게임 사?' 이런 마인드를 가진 게이머들이 아직도 많다. 실제로 '콜오브 듀티'를 하는 한국 유저들을 보면 대부분이 라이트 유저다. 이러니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힘들다. 국내에 클랜은 한 8~10개 정도 있는것 같고, 이것도 약간 과장해서 말한거다.


두 팀이 꼽는 '콜오브듀티'의 매력은 무엇인가?

인피드림 - 그래픽이다. 일단 국내 온라인게임과 비교해 그래픽이나 연출이 훨씬 뛰어나다. 그 그래픽에 반한게 첫번째다. 또 게임 진행이 빠른 점도 마음에 든다. '콜오브듀티'를 즐기다가 온라인 슈팅게임을 하면 뭔가 답답한 느낌이 많이 들더라. '콜오브듀티'만의 시원시원한 진행이 마음에 든다.
레이븐 - '콜오브듀티4: 모던워페어'부터 시리즈 몸뚱이가 엄청나게 커졌다. 하지만 이후 출시되는 작품들이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발전한게 별로 없었으니까. 그런 이미지가 '콜오브듀티4: 블랙옵스2'에 들어 많이 사라졌다. 전 시리즈에 비해 새로운 요소가 많이 추가되고 유저 편의성도 강화됐다. 이렇게 꾸준히 성장하는 부분이 '콜오브듀티'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팀의 목표나 각오가 듣고 싶다.

레이븐 - 입상을 싫어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큰 목표가 있다. '레이븐'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무대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는 것이다. 해외 유저들에게 '한국에도 저런 멋진 팀이 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인피드림 - 한국은 곧 '스타크래프트'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걸 깨고 싶다. '한국이 콜오브듀티도 잘 하네?' 이런 말을 듣고 싶다. 레이븐과 마찬가지로 우승보다는 해외에 한국의 실력을 알리는게 목적이다.

*인피드림 팀의 선수 한명이 인터뷰 진행 도중 참석하여 단체사진에만 노출된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