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시작을 알린 챔피언스 리그 스프링 시즌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 시즌 강팀들이 잠시 주춤하는 틈을 타 새롭게 팀을 구성한 신예 팀들이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제 막 출발선을 지났기에 앞으로 팀 간의 순위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팀들의 순위 만큼이나 변화가 심한 역할이 바로 정글러이다. MOBA에서 정글러는 상당히 중요한 포지션이다. 특정한 라인에 서지 않고, 전 맵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팀원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돕는가 하면, 위험한 라인을 맡아 잠시 숨을 틔워주기도 한다. 축구로 치면 미드필더와도 같다. 그래서 정글을 지배하는 팀은 소환사의 협곡 전체를 지배한다. 정글러의 역량이 뛰어난 팀은 라인 운영에서 적극적이게 되고, 이는 상대를 제압하거나 혹은 상대의 성장을 더디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런 정글러들에게는 고충이 따른다. 몸은 하나인데 신경 써야 할 것은 많다. 3개의 라인부터 상대 정글러의 움직임, 용과 바론부터 각 버프의 재생성 시간, 와드의 위치 및 소멸 시간 등등. 더군다나 시즌3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정글러의 라인 위협력이 대폭 줄어들면서 아군 라이너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자연스레 정글러를 선택하는 플레이어들은 활로를 찾아야했다. 초기 정글러들이 갱킹과 카운터 정글에만 주로 신경 썼다면 이제는 '어떻게 진입할 것인가?', '도망치는 상대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역으로 우리가 손해를 보진 않을까?' 등 많은 부분에서 손익을 따져야 한다. 그 뿐이랴? 라인전이 아닌 용 싸움 및 한타에서의 이니시에이팅 혹은 진영 파괴의 역할 또한 정글러들의 몫이다.



다시 떠오르는 정글의 왕자, 자르반 4세!

정글러들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상대의 사각지대를 찾는 것이다. 각 라인마다 설치된 와드는 정글러의 위협을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이다. 따라서 정글러는 아군 라이너의 도움을 받아 와드의 위치와 소멸시간을 파악한 후, 빈틈을 노려 접근해야한다. 혹은, 상대가 와드를 설치하고 안심한 틈을 역으로 이용하거나 와드의 시야 밖에서 순식간에 접근해야 한다.


전자는 팀원과의 호흡이 중요한 것이지만, 후자는 정글러들의 개인 역량에 달린다. 또한, 이는 정글 플레이어들이 선호하는 챔피언이 변화하는 주원인 중 하나이다. 얼마 전 있었던 스카너를 둘러싼 해프닝은 이를 잘 드러낸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스카너는 정글러라면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주요 챔피언 중 하나였지만 시즌3로 넘어오면서 잊힌 챔피언이 됐다. 이 외에도 비슷한 이유로 우디르, 워윅, 트런들 등의 챔피언들도 외면받고 있다.


▲ 스킬까지 너프되면서 보기 힘들어진 스카너.


위 챔피언들이 소외당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순간 접근기의 부재이다. 이는 와드의 시야권 밖에서 라인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표적이 된 플레이어가 스킬이나 아이템의 도움을 받아 거리를 벌릴 시 재공격이 쉽지 않다. 간혹, 허를 찔러 점멸 이후 CC기를 건다 해도 위 챔피언들은 핵심 CC기가 궁극기이거나 혹은 단일 대상에게는 일정 시간이 지나야 재적용 되는 탓에 정화나 수은 장식띠 등으로 빠져나갈시 후속 공격을 넣기가 어렵다.


최근 주목받는 챔피언 중 하나인 자르반을 살펴 보자. 자르반은 E-Q로 이어지는 스킬 연계를 통해 순간적인 접근과 동시에 적중 시 에어본이라는 CC기까지 가지고 있다. 만약 이를 점멸로 회피한다 하더라도 이어지는 궁극기는 대부분의 상대 챔피언을 묶어 놓기 쉽다. 특히, 이 자르반의 스킬 연계는 탑과 봇 지역에서 사각지대를 노리기에도 쉽다.


▲ 일반적으로 삼거리나 길목에 와드를 박기에 이러한 접근은 상대 시야에 노출되지 않는다.


챔피언스 스프링 시즌에서 지금까지 정글 자르반의 밴픽율은 80%에 달한다. 지난 10일 펼쳐진 LG-IM과 SK텔레콤 T1 1팀간의 경기에서 '라일락' 전호진 선수는 자신의 주특기인 자르반 정글을 선택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1경기 20여분, 용 앞 한타에서 펼쳐진 한타는 자르반의 장점을 잘 보여줬다. 전호진 선수는 E-Q로 상대 진영 앞 라인을 견제한 뒤 후방에 빠져있는 소나와 엘리스를 궁극기로 가둬버리면서 자이라의 궁극기가 연계될 수 있게 하였다. 이 한타에서 큰 이득을 거둔 LG-IM은 경기를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 후방에 위치한 딜러들에게 순식간에 접근한 후 이동을 제한시키는 것은 자르반의 특기!


자르반 외에도 거리를 좀 더 넓히면 녹턴이 떠오른다. 녹턴의 피해망상은 1레벨 2000의 시전 거리를 가지고 있어, 굳이 정글을 통하지 않더라도 순식간에 상대에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점멸과 같은 사거리의 '말할 수 없는 공포'는 상대가 점멸을 쓰더라도 '황혼의 인도자'의 이동 속도 상승효과로 인해 대부분 확정적으로 공포를 걸 수 있게 해준다.


이 외에도 리 신, 제드 또한 탁월한 이동기와 함께 강력한 데미지를 겸비하고 있기에 대회에서 자주 사용되는 정글러들이다.



볼리베어와 나서스, 그들이 달려온다.

꼼꼼한 와딩과 라이너들의 빠른 반응속도는 정글러들의 갱킹 성공률을 급격히 하락시킨다. 라이너들은 더는 정직한 갱킹에 순순히 당해주지 않는다. 자신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라이너는 라인으로 통하는 길목마다 와드를 설치, 정글러의 움직임이 파악되자마자 안전지대로 이동한다. 반대로 자신이 불리하다면 타워 근처에서 위험 부담을 최소화시키려고 한다.


정글러들은 이에 제3의 길을 물색해야 했다. 정면 돌파와 측면 돌파가 아닌 상대의 진영에서부터 시작되는 갱킹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을 시즌3 공식대회에서 가장 먼저 제시한 팀이 바로 갬빗 게이밍이다. 이들이 생각한 새로운 갱킹 방법은 지금까지는 금기시되었던 초반 타워 다이브.


이런 방식에 정글 플레이어들에게 유행처럼 번진 것이 강철의 솔라리 펜던트, 그리고 볼리베어와 나서스이다. 특히, 볼리베어나 나서스 류의 정글러들은 탁월한 이동기 혹은 둔화기를 가지고 있기에 라이너가 점멸을 사용하더라도 갱킹을 성공할 확률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


▲ 솔라리 펜던트, 룬방패, 거인의 벨트는 이제 정글러의 Hot! 아이템


정글러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초반, 가장 부담되는 데미지는 물리 기반 공격이다. 특히, 타워의 공격력은 역으로 상대가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타워 깊숙이 파고드는 갱킹에서 필요한 것은 방어력과 함께 타워의 공격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몸 두 가지 요소다.


볼리베어의 효용성은 무엇보다도 6초간 최대 체력의 30%를 채워주는 패시브에 있다. 이 때문에 소규모 전투에서 볼리베어는 그 어느 챔피언보다 튼튼한 탱커 구실을 하며, 특히 초반 타워 다이브에서 필요 스킬만 쓰고 빠질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여기에 천둥 몰아치기는 챔피언에게 이동할 때 이동속도를 대폭 상승시킨다. 따라서 라이너가 점멸로 거리를 벌리더라도 볼리베어의 발을 묶어놓지 못한다면 무의미해진다.


SWL에 참가한 WE의 정글러 ClearLove는 볼리베어를 자주 선택하면서 팀 승리에 많은 기여를 했다. 특히, 라인 스왑을 통해 혼자 2명을 상대해야 하는 불리한 라인 갱킹에 성공하면서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2:1라인은 정글러가 개입하더라도 2:2의 동률 상황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역으로 당할 수 있지만, 아군 라이너의 도움을 받은 ClearLove는 볼리베어의 빠른 이동속도와 둔화를 이용, 안전하게 킬을 만들어냈다.


▲ 상당히 긴 거리의 갱킹 시도를 볼리베어의 천둥 몰아치기로 성공시켰다.


나서스는 지난 2월 20일 진행된 패치를 통해 흡수의 일격과 궁극기 사막의 분노가 상향됐다. 사막의 분노에 새로 추가된 스킬 사정거리 100 증가 옵션은 나서스로 하여금 한타 때 더 많은 구실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사정거리 700의 쇠약은 5레벨 기준 95%까지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를 감소시키는 단일 대상으로 한 최강의 둔화 스킬이다.


특히, 타게팅 스킬이라는 강점 덕분에 라이너들이 나서스를 보고 빠르게 점멸 혹은 스킬로 도망을 치더라도 이미 쇠약이 시전되기 일쑤다. 방어를 감소시켜 아군의 데미지를 상승시키는 영혼의 불길 역시 최근 나서스 정글이 대두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갬빗 게이밍의 정글러 다이아몬드 프록스는 지난 IEM 7을 기점으로 나서스 정글을 유행시켰다. 이런 나서스의 정글 기용은 아군의 조합이 AD 쪽으로 무게가 실렸을 때 특히 빛을 발한다.


▲ 쇠약 이후 이어진 영혼의 불길로 카직스의 킬을 만들어 준 나서스



지는 별, 그리고 새롭게 떠오르는 별

최근 추세에서 정글러의 선택 기준은 크게 3가지 요소를 따질 수 있다. 먼저, 상대에게 접근이 쉬운가. 둘째, 타워에 숨어 이득을 챙기는 적을 처치할 수 있는가. 셋째, 한타에서 충분한 구실을 할 수 있는 cc기가 있는가.


샤코, 마스터 이, 트린다미어 등 캐리형 정글러의 경우 라인전에서의 역할은 강력하지만 한타 구도로 넘어가거나 상대가 타워에 숨어 막타만을 노리면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기에 부담이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무난히 성장하자니 한타시 일점사나 CC를 버티기가 쉽지 않다.


반면, 비슷한 캐리형 챔피언인 제드의 경우 한타에서도 궁극기를 통해 적 딜러에게 접근하여 피해를 입힐 수 있을 뿐더러 상대의 타게팅에서 순간적으로 벗어날 수 있기에 대회에서 종종 사용되고 있다.


▲ 암살의 성공률을 크게 올려주는 제드의 궁극기


스카너, 우디르, 트런들, 람머스, 쉬바나 등은 스킬을 활용해 비교적 부담 없이 타워에 뛰어들 수 있을 뿐더러 후반 한타에서 탱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상대에게 걸어서 접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 특히, 딜러가 정화나 수은 장식띠를 가지고 있다면 한타에서 제 역할을 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 볼리베어나서스는 뛰어난 이동속도와 패시브와 함께 상대가 해제할 수 없는 뒤집기 스킬을 통해 진형을 파괴할 수 있어 최근 사랑받는 정글러 중 하나이다.


마오카이, 노틸러스의 경우에는 걸출한 CC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력 데미지인 스킬들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며 화력을 버티기엔 몸이 튼튼하지 않아 외면받고 있다. 이와 비슷한 정글러인 아무무피들스틱의 경우에는 각각 붕대 던지기와 까마귀 폭풍을 통해 순간적으로 상대에게 접근, 진영을 파괴할 수 있다. 게다가 같은 광역 궁극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발동이 늦어 비교적 피하기 쉬운 마오카이나 노틸러스와 비교하면 아무무와 피들스틱의 궁극기는 순간적으로 영향을 주어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키기에도 쉽다.


▲ 어느 곳에서는 신화로 불리기도 하는 아무무와 피들스틱


한편, 위의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기본적인 정글 속도가 느려서 외면받는 정글 챔피언들도 있으니 쉔, 말파이트가 그 대표격이다. 이런 챔피언들은 탑 라인에 세워 궁극기나 순간이동으로 상황 역전을 도모하기도 한다.


얼마 전 라이엇 게임즈는 챔피언을 대상으로 한 타워의 공격력 향상 폭을 늘리는가 하면 최근 패치에서 볼리베어의 천둥 몰아치기 이동 속도 상승폭을 낮춰 타워 다이브에 대한 부담감을 상승시키고 있다. 더군다나 나서스의 쇠약 역시 곧 너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틸러스의 기본 방어력을 상승시킴과 동시에 주력 스킬인 타이탄의 분노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낮춰 정글러 간의 밸런스를 본격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이렇듯 정글러에 대한 여러 요소가 변경되는 가운데 최근 추가된 자크 역시 그 역할이 기대된다. 최대 사정거리 1100의 새총 발사는 와드 사정권 밖에서 갱킹을 시도할 수 있으며, 거리가 벌어진 상대에게 재접근하기에도 쉬운 스킬이다. 또한, 궁극기 바운스!는 에어본과 둔화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한타시 진영을 파괴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으며, 패시브를 활용한다면 타워 다이브에 대한 부담감 역시 최소화 시킬 수 있다.


▲ 앞으로 대회에서 활약상이 기대되는 자크


이제 정글러들에게는 복합적인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팀원들과 상대를 아우르는 시야와 함께 철저한 캐릭터와 아이템 분석이 뒷받침되어야지만 '1인분'이 가능하다.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정글러. 그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승리하는 팀이야말로 시즌3 최강에 가장 가까운 팀일 것이다.


리그오브레전드 인벤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