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펼쳐진 KT롤스터 A와 CJ엔투스 블레이즈간의 경기는 비록 무승부로 끝이 났지만, 각 팀의 기량을 팬들에게 뽐내며 접전을 펼쳤다.

이 경기에서 양 팀은 봇 듀오를 포함한 3개의 챔피언을 1, 2세트 모두 동일하게 가져갔다. 이는 사전에 조합을 준비했다는 것이며, 이를 완성하기 위해 양 팀은 밴픽에서부터 분주했다. 그렇다 보니 1세트에서 경고 누적으로 밴 카드 하나를 박탈당한 KT롤스터 A로서는 부담스러운 시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선 픽인 CJ엔투스 블레이즈가 케이틀린을 가져가자 KT롤스터 A는 우선 나서스를 가져갔다. 2세트에서도 나서스를 최우선으로 가져간 것을 고려한다면 KT롤스터 A에게 나서스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였다. 그리고 KT롤스터 A는 남은 픽 하나를 카직스로 선택했다. 준비한 조합이라기보단 상대적으로 부족한 밴을 상대 픽을 뺏으면서 만회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실제로 "앰비션" 강찬용 선수는 2세트에서 카직스를 우선 선택하면서 1세트의 아쉬움을 달랬다.

CJ엔투스 블레이즈는 초반부터 상대를 압박하면서 라인 운영에서 이득을 취하려 했다. 탑을 맡은 "플레임" 이호종 선수는 케넨으로 불굴의 영약을 시작 아이템으로 사면서 상대를 타워 안으로 몰아넣었고, 다른 라인에서도 라인 푸쉬의 우위를 살려 CS차이를 벌려 놓았다.

자칫 상대의 의도에 말려 어려운 경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KT롤스터 A는 묘책으로 이 상황을 타개했다. 우선 KT롤스터 A는 게임 시작 직후 순간이동을 든 엘리스가 초반 CS를 포기하면서까지 봇에서 대기, 봇 라인에게 퍼스트 블러드를 안겼다.

▲ 초반부터 3개의 와드를 투자할 만큼 KT롤스터 A에겐 꼭 필요한 킬이었다.


또한, KT롤스터 A는 룰루가 첫 귀환 후 2개의 와드를 사 온 것에 이어, 이를 봇 라인 근처에 설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위쪽 정글부터 시작한 나서스는 상대적으로 리 신의 위치가 자신과 대칭되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제드가 블루를 챙기려 빠지는 것까지 확인한 나서스는 과감하게 궁극기를 이용해 용을 가져가면서 뒤처진 글로벌 골드를 뒤집었다.

▲ 2개의 와드를 용 근처에 설치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KT롤스터 A


▲ 제드가 블루를 챙기러 빠지는 것을 본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제 양 팀은 모두 승리를 위한 결정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CJ엔투스 블레이즈는 압도적인 CS 차이로 라인전에서 사실상 승리를 가져가고 있었지만, 용을 뺏기면서 글로벌 골드에서는 오히려 뒤처지고 있었다. 반면, KT롤스터 A는 전 라인이 압박당하면서 자칫 타워 하나를 잃게 된다면 연쇄적으로 다른 라인들 마저 무너지게 되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이 두 팀에게 필요한 것은 격차를 벌리기 위한 글로벌 골드, 즉 두 번째 용이었다.


Check Point! 승리의 열쇠는 용, 이를 둘러싼 혈투와 카직스의 활약

먼저 승부수를 띄운 건 CJ엔투스 블레이즈였다. 케넨까지 합류하면서 먼저 용을 치기 시작한 CJ엔투스 블레이즈를 상대로 KT롤스터 A는 일찌감치 정글 쪽에 진을 치면서 기회를 노렸다. 곧이어 케이틀린의 덫을 제거한 쓰레쉬가 엘리스의 합류를 위해 와드를 설치함과 동시에 사형 선고로 한타를 시작했다.

▲ 궁극기를 켠 나서스와 장판으로 케이틀린과 케넨의 합류를 방해한 KT롤스터 A


▲ 한타 시작 전, 가장 분주했던 쓰레쉬


사전에 나서스와 미스 포츈의 장판으로 CJ엔투스의 진형을 갈라놓은 KT롤스터 A는 최선책인 케이틀린을 당기는 데는 실패했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쓰레쉬의 궁극기로 미스 포츈으로의 접근을 차단했다. 또한, 미스 포츈을 암살해야 하는 제드 역시 카직스에게 공허의 가시를 맞으면서 이동 속도가 감소된 상태였다. 이 때문에 룰루의 궁극기와 리 신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케넨은 미스 포츈을 노려 들어가지 못하고,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 쓰레쉬의 궁극기가 완벽하게 진입로를 막은 덕분에 안전 지대에 위치한 미스 포츈


그럼에도 파밍을 원활히 한 케넨과 13레벨의 제드는 엄청난 화력을 뿜었다. 순식간에 나서스를 처치한 이들은 미스 포츈과 쓰레쉬에 이어 엘리스까지 처치했다. 흐름대로라면 용까지 차지한 CJ엔투스 블레이즈가 주도권을 가져가게 되는 상황. 그러나 "제로" 윤경섭 선수의 카직스는 한타에서부터 영리하게 움직이면서 일방적인 손해로 끝날 수 있었던 한타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만들어냈다.

한타 시작전부터 공허의 가시로 상대를 견제해 준 카직스는 케넨의 궁극기가 사용되자 도약으로 이 범위를 뛰어넘으면서 리 신의 체력을 크게 깎아 놓았다. 이후 따로 있던 케이틀린에게 붙어 일찌감치 전장에서 이탈시키는 데 성공했다. 케이틀린은 궁극기조차 쓰지 못한 채 귀환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CJ엔투스 블레이즈가 상대를 잡는 시간을 늦어지면서 카직스에게 시간을 제공하게 됐다.

▲ 도약을 이용해 완벽하게 케넨의 궁극기의 영향권 밖에 위치한 카직스


▲ 뒤이어 케이틀린에게 접근, 전장에서 이탈시키는데 성공


케이틀린을 쫓아낸 카직스는 이후 본진에 합류, 미스 포츈을 잡고 빠지는 제드를 추격 끝에 잡아냈다. 연이어 판단 실수를 한 케넨까지 잡아낸 카직스는 일방적인 손해로 끝날 수 있었던 한타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다. 이후, 미드에서 제드를 혼자 잡아낸 성과를 이룬 카직스는 KT롤스터 A의 1세트 승리를 견인했다.

▲ 제드를 잡아낸 카직스. 이 때만 하더라도 CJ엔투스 블레이즈의 압도적인 한타 승리


▲ 케넨을 잡아내면서 추가 킬 획득. 이와 함께 탑 1차 타워가 파괴되면서 균형을 맞췄다.


아이러니하게도 2세트에서 CJ엔투스 블레이즈는 카직스를 선택, 펜타킬을 띄우면서 양 팀의 경기는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한타에서 카직스의 결정적인 역할이 없었다면, KT롤스터 A로서는 승점 확보조차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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