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또, 시즌3를 시작하면서부터 챔피언들의 조합과 상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양상 속에서 재미있는 점은 그런 요소들이 서로 맞물린다는 것이다.


어떤 챔피언 조합은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특정 컨셉 조합에 높은 확률로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든가. 어떤 조합은 특정 챔피언만 잘 다룰 수 있다면 다른 조합들의 강점을 완벽하게 상쇄해 버린다든가 하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최근처럼 프로 팀들이 대부분의 전략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된 후부터는 더더욱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최근 올림푸스 챔피언스 스프링과 LCS 등에서 있었던 몇몇 경기들에서도 그런 장면들이 곧잘 연출되고 있다.


흡사 우리가 흔히 아는 절대 밸런스의 상성 심리 게임. 가위바위보처럼 말이다.




가위바위보란 무엇인가?





밴픽 단계부터 챔피언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상대 조합의 약점을 파고들며 아군의 부족함을 채워넣는 것은 흡사 가위바위보와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선수들은 밴픽을 시작으로 "어떤 조합을 구성할 것인가? 또 상대방에게 어떤 요소를 빼거나 강제하게 할 것인가?" 를 선택하고 아군의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거나 상대방의 조합에 맞춰서 모자란 부분을 채우며 카운터를 노리는 조합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조합을 완성하다 보면 일반적으로 하나의 주요한 컨셉을 지니게 된다. 예를 들면 주요 진형붕괴와 빠른 돌입, 암살이 가능한 챔피언들을 선택한다면 돌진 조합, 강력한 원거리 공격형 챔피언들이 주가되는 포킹 조합, 혹은 넓은 범위에 대미지와 CC기를 함께 집어넣을 수 있는 장판 조합 등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돌진, 포킹, 장판 등의 기능을 가진 챔피언들을 조합한다




라인전에서 완벽하게 상대를 압살할 것이 아니라면 확실한 컨셉이 있는 조합이 승률이 높은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이런 컨셉 조합 간에는 서로 간의 약점을 파고드는 상성이 존재한다.



◈ 컨셉 조합간의 상성 관계 = 포킹 조합 < 돌진 조합 < 장판 조합 < 포킹 조합




돌진형 조합은 빠르게 거리를 좁힐 수 있기 때문에 원거리에서 포격이 필요한 포킹형 조합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포킹형 조합은 근접해서 싸워야하는 장판형 조합에 막대한 피해를 강요하며 장판형 조합은 상대방의 돌진을 저지하고 반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돌진형 조합에 강세를 보인다.


따라서 위에 설명했듯이 선수들은 자신들의 조합에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반대 상성의 챔피언들을 조금씩 섞으며 밴픽에서의 우위를 가져가려고 노력한다.


이전 챔피언스 리그부터 프로 선수들과 해설들은 밴픽이 게임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언급하곤 했는데 그런 이야기 바탕에는 바로 이런 상성 개념이 있었던 것이다.


시즌 3가 시작되며 이런 조합 상성 요소는 더욱 복잡한 구조를 띠게 되었지만 대신 더 명확해졌기에 이제는 게이머들도 이런 개념을 쉽게 이해하게 되었고 일반 게임에서도 이렇게 조합의 상성을 보완하거나 이용하는 움직임이 많이 보이게 되었다.







기존의 틀을 확 깨는 특이한 메타가 유행하고 있는 시기가 아니라면 밴픽 단계부터 시작되는 가위바위보에서 먼저 승리한 팀이 경기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


그리고 주도권을 확실히 살렸다면 가위바위보의 승리가 그대로 경기의 승리로 이어진다.




상대 가위를 내면 주먹을 내라, 근데 뭐가 주먹이지?





게임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조합 싸움.


이 가위바위보에서 승리하면 경기 전반을 책임지는 조합의 힘 자체를 틀어버릴 수 있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고 초반에 조금 힘든 상황이 되었어도 결국에는 승리하게 되는 필승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최근 경기 중에서 가위바위보에서의 승리가 어떻게 게임을 이끌게 되는지는 이번 챔피언스 스프링 12강 A조 SK텔레콤 T1 2팀과 CJ 엔투스 블레이즈의 경기에서 찾을 수 있다.



▲ 조합의 양상을 제대로 보여준 CJ 엔투스 블레이즈와 SK텔레콤 T1 2팀의 경기




1세트 럼블, 룰루, 카직스, 바루스, 나서스를 기용한 CJ 엔투스 블레이즈를 상대로 SK텔레콤 T1 2팀이 선택한 조합은 제이스와 니달리를 기용한 포킹 조합. 거기에 상대방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피들스틱 서포터와 포킹으로 피해를 입힌 후 바로 한타를 열 수 있는 자르반 4세로 맞섰다.



▣ 1세트의 가위바위보

1.밴픽 단계에서 한순간 돌입할 수 있는 챔피언이 적은 것을 확인
- 제이스, 니달리같은 강력한 원거리 화력 챔피언을 기용

2.룰루의 궁극기와 함께 돌입할 수 있는 럼블, 나서스 등의 챔피언
- 피들스틱의 장시간 공포로 무력화

3.모자란 돌격, 이니시에이팅 능력은 자르반 4세로 보충
- 방어적인 상황에는 상대방의 돌격을 무력화


- 대치 상황마다 원거리 화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이어진 2세트에서도 SK텔레콤 T1 2팀은 다이애나와 카직스, 자르반 4세, 룰루를 기용한 돌진 조합을 상대로 케넨, 카서스, 피들스틱을 기용하며 장판 조합을 완성, 장판 안으로 돌진할 수밖에 없는 CJ엔투스 블레이즈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며 승리를 거뒀다.



▣ 2세트의 가위바위보

1.CJ엔투스 블레이즈의 다이애나, 자르반 4세 등의 돌격형 챔피언 구성
- 케넨, 카서스 등 강력한 장판 화력형 챔피언 기용

2.돌격조합에 맞서 원거리 딜러를 보호
-리 신의 궁극기, 카서스의 벽, 피들스틱의 공포 등으로 원거리 딜러의 거리 확보


-접근을 할 수밖에 없는 돌진 조합 vs 근접 거리에서 가장 화력이 집중되는 조합
-고정된 위치에서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상황 -> 아군의 과감한 돌진도 가능
-아군의 최대 화력을 내고 적의 화력은 최소화시키는 상황 연출








예시로 든 두 경기에서 SK텔레콤 T1 2팀은 모든 선수가 성격이 전혀 다른 챔피언들을 상성에 맞게 운용했고 또 그런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운영에 압도당하지 않았다.


물론 초반부 선수들의 활약으로 조합의 힘을 더욱 일찍 극대화 시켰다는 점은 있지만 두 경기 모두 매번 벌어진 전투에서 SK텔레콤 T1 2팀이 계속 주도권을 잡아왔다는 것은 경기를 시청했던 시청자들도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 완벽한 상성 조합 운영을 보여준 SK텔레콤 T1 2팀




언뜻 간단해 보이는 상성 맞추기. 하지만 일반적인 가위바위보와 리그오브레전드의 가위바위보는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일반 가위바위보는 게이머가 마음대로 가위를 낼지 바위를 낼지 선택할 수 있지만 리그오브레전드에서의 가위바위보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내 마음대로 가위바위보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준비가 없다면 가위를 낼 때 바위를 못 낸다.





위에 설명했듯 일반적인 가위바위보와 다르게 리그오브레전드의 가위바위보에서 승리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상대의 조합 컨셉을 완벽하게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조합 우위 - 가위바위보 승리가 어려운 이유


1. 100명이 넘는 다양한 챔피언과 연습 정도 -

밴 되는 챔피언을 제외하고 팀원 전부가 거의 모든 챔피언을 대회급으로 다룰 수 있는가?

2. 상대 선수 & 챔피언과의 라인전 상성 -

라인전 단계에서 상대 스타일에 압도당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가?

3. 초반부터 상성을 뒤집는 다양한 전략 요소들 -

상대방이 라인 스왑, 인베이드 등의 변칙 전술을 사용할 경우 곧바로 대처할 수 있는가?





첫 번째 문제는 바로 챔피언의 숙련도. 상대방의 조합의 약점을 파고 들고 또 아군의 약점을 매우려면 밴으로 봉인되는 6명의 챔피언을 제외하고 상대와 비교해서 가장 필요한 챔피언을 경기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챔피언은 이미 100명을 넘어선지 오래. 프로게이머라고 할지라도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상대방과 같은 라인을 섰을 때 우위에 서진 못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운영이 가능한지, 상대방이 라인 스왑 전술을 사용한다면 어떤 식으로 반응할 것인지 등의 변수가 추가된다. 심지어 몇몇 선수들은 상성을 무시한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위의 이유를 모두 고려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가위를 내는데 바위가 숙련되지 않아 낼 수 없는 상황이 찾아오게 된다는 점이 바로 이 가위바위보의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설명한 모든 어려운 점들을 극복해낸다면 그 팀은 어떤 팀을 상대로 하더라도 경기 전반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치며...








2013년, 봄의 절정을 장식할 선수들이 앞으로 어떤 대결을 펼치게 될지. 기자는 다음 챔피언스 리그 경기들을 기대하며 주위의 리그오브레전드 팬들을 만날 때마다 한 마디를 건내려고 한다.


누가 가장 가위바위보를 잘할 것인가?


싸우기도 전에 이기기 위한 상성의 승부, 이 치열한 수 싸움은 선수들의 실력과 연습 정도, 전략을 준비하는 코치진의 역량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올림푸스 챔피언스 스프링 2013에는 팀 대부분이 선수 영입 및 식스맨 체제 도입 등으로 리빌딩으로 팀을 강화하고 추가로 기존 강팀들의 아성에 도전할 새로운 프로팀들이 리그에 합류했다.


수많은 e스포츠 관계자들과 선수들은 이번 챔피언스 스프링이 지금까지 진행된 대회중 가장 치열한 대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트롤 실력 뿐만 아니라 경기 전부터 시작되는 수준 높은 수 싸움에 집중해 보는 것도 분명 리그를 즐기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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