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소감요? 음… 트로피가 너무 무거워서 아직까지 팔이 아파요!'

여기 최연소 로열로더의 기록을 꺾은 어린 소년이 등장했습니다. 상대는 바로 전 시즌 스타리그 디펜딩 챔피언. 우연찮게도 상대 역시 우승한 그 시즌에 로열로더의 길을 걸었죠.

오늘 특별한 만남의 주인공은 바로 로열로더를 꺾은 로열로더, '작은 거인' 조성주 선수입니다. 이번 WCS 코리아 시즌2 옥션 올킬 스타리그 대망의 결승전을 우승하면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이 선수는 나이는 어리지만, 사실 데뷔한 지 3년이나 된 중견 게이머랍니다.

경기 안에서 보여줬던 매서운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직접 만난 조성주 선수는 17살 소년의 풋풋함이 가득했는데요. 그야말로 로열로더의 느낌과 너무 잘 어울리는 선수였습니다. 우승 소감을 물으니 '트로피가 너무 무거워서 근육통으로 고생했다'고 말하는 솔직함까지!

최연소 로열로더의 우승 후 뒷 이야기, 그리고 결승까지 올라오면서 있었던 일들이 궁금하시죠? 지금부터 '마루프라임' 조성주 선수와의 특별했던 순간으로 바로 떠나보겠습니다.



'로열로더를 꺾고 로열로더가 될 수 있어서 더 특별했어요' 프라임 조성주 선수 인터뷰


안녕하세요, 조성주 선수! 우승을 축하합니다. 우선 결승 우승 소감을 다시 한 번 들어보고 싶네요.

안녕하세요, 마루프라임 조성주입니다. 인벤에 뭔가 자주 인사드리게 되는 것 같아서 신기해요.

우선 두 경기를 연속으로 져서 많이 힘들줄 알았는데, 그 뒤 4경기를 연속으로 따내게 되어서 기뻤어요. 끝났는데도 떨렸을 정도예요. 제가 우승한게 실감이 안나더라고요. 결승에 올라온 것도 안믿겨지고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신기했는데 우승까지 하게 돼서 기뻐요.


이번 우승으로 '최연소 로열로더'에 등극하기도 하셨는데, 평생 한 번 뿐인 기회를 잡았잖아요. 어땠어요?

사실 우승 못 할 줄 알았어요. 힘든 상대도 많이 만나고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하게 되어 기뻐요. 정말 그냥 좋아요. 우승자 배지도 신기하고요(웃음). 아직도 제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진짜 내가 우승했나 싶더라고요.

우승 트로피가 정말 무거웠어요. 끝나고 엔딩 장면이랑 기자 분들 사진 찍으실 때 트로피를 계속 높이 들고 있었더니, 그 다음날 근육통 걸려서 온몸이 아팠어요. 지금도 아파요(웃음).


상대인 정윤종 선수도 로열로더 출신인데 꺾었어요. 기분이 어땠나요?

아, 그랬어요? 상대가 로열로더인지 몰랐어요. 이렇게 말을 들으니까 정말 신기하네요. 지금 알았는데, 로열로더를 꺾고 로열로더가 됐다니 더 신기하고 기쁘네요.



이런 큰 무대는 처음이었을텐데, 떨리지 않았어요?

오프닝 인터뷰가 끝나고 부스 안에 들어가자마자 긴장이 정말 많이 되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어요.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왜 많이 왔지?'라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인기가 없어서요(웃음). 다 프라임 클랜 분들이거나 정윤종 선수 팬 분들이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경기를 보러 와주셔서 고맙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지고 있을 때 역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2:0으로 지고 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4:0으로 지는 줄 알았어요. 3경기 때는 한 판만 이기자는 생각으로 준비했고요. 사실 메이크업을 받을 때 뒤에서 해설자 분들이 말씀하시는 걸 살짝 들었는데, 왜 제가 2세트에 '아나콘다' 맵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시던게 생각나더라고요. 정말 제가 잘못 선택했나 싶기도 하고.

경기 전에 손이 너무 안 풀려서 그게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빨리 한 판이라도 이겨야겠다는 생각으로 계속했어요. 그리고 팀원 형들이 많이 도와줘서 이기게 된 것 같아요. 경기 지고 나서 부스에 들어와서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해줬어요. (이)정훈이 형이랑 (장)현우 형이 빌드 추천도 해줬고요.




4강에서의 모습도 그렇고, 판짜기가 굉장히 인상적인데 이번 결승은 어떻게 판짜기를 했나요?

솔직히 정말로 준비를 안했어요. 원래 준비를 많이 안하는 스타일이라 걱정을 안하고 갔는데 2판 연속 지니까 걱정이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평소 다른 경기 때까지 뭘 할지 빌드를 안 정하고 가는 건 아닌데, 이번엔 정말 뭐할지 가서 생각하려고 했어요. 왜냐면 막상 준비하더라도 가면 긴장해서 다 까먹을 것 같더라고요. 맵도 현장에서 결정되다 보니 그냥 빌드는 미리 생각해오지 않았어요.

일단 첫 판은 맵 나왔을 때 뭐할지 결정했고요, 나머지는 시작하기 직전에 하고 싶은 빌드를 했어요. 일꾼 나누면서 정할 때도 있는데 이번 결승 때는 다행히 경기 시작 전에 정할 수 있었어요(웃음).

그래서 결국 판짜기는 잘 안 하는 편이고요, 빌드는 제가 이기면 하고 싶은 빌드를 하고 지면 안전한 걸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엔 1, 2세트를 너무 못했잖아요. 그래서 어차피 운영해도 안되겠다 싶어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 11-11을 했죠. 원래는 전진 병영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다행히 잘 풀렸어요.


그럼 정윤종 선수를 대비한 빌드 연습은 하나도 안 한건가요?

네. 저는 평소에도 주로 래더 위주로 연습해요. 대회 맵은 래더가 안 되니까 (장)현우 형이랑 아나콘다와 광안리 연습을 하긴 했어요. 현우 형이 VOD를 보고 정윤종 선수처럼 따라해줘서 그렇게 몇 판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거 솔직히 말해도 돼요? 솔직히 도움 안 됐어요(웃음). 연습했던 걸 경기장 가서 다 까먹어버렸거든요. 아나콘다에선 원래 메카닉을 준비했는데 망했잖아요. 내 화염차가 이렇게 약했나 싶어서 슬펐어요(웃음).

아킬론 황무지는 사실 반 포기 상태로 임하긴 했는데, 첫 판을 그렇게 학살당하고 나니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싶더라고요. 난 왜 이렇게 못할까 하는 생각에 슬펐는데, 한 판 이기니까 긴장도 풀리고 그 뒤부턴 잘 됐던 것 같네요.




예전부터 항상 래더 위주의 연습을 하고 VOD는 안 본다고 말하는데, 이유가 뭔가요?

VOD를 봐도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저는 경기장에 가서 생각나는대로 하는게 제일 좋아요. 솔직히 아예 안 보는 건 아니고 한 두개는 보거든요? 다들 보니까 봐야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보면 도움이 하나도 안 돼요. 저는 경기하면서 상대방이 어떻게 할 지 생각을 하면서 하면 경기가 잘 안 되거든요. 제 것만 생각해요. 하고 싶은 걸 해서 이길 때가 기분이 제일 좋고요.

그리고 VOD를 보고 상대방을 분석했는데 상대방이 그렇게 안 해주면 더 꼬이는 것 같아요. 제 것도 꼬이고 상대방한테 말리기도 하고요. 우리 팀원 형들도 상대 분석을 다 하고 경기에 임하는데 사실 저만 안 하긴 해요. 저한테 그냥 안 맞는 것 같아요. 상대방이 VOD 본 것처럼 안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되면 전 생각이 많아지면서 패배하게 되더라고요.



'프로게이머로써의 목표요? …가장 잘하는 선수로 남고 싶어요'


스타리그 본선을 뒤돌아봤을 때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32강때요. 어윤수 선수에게 첫 판을 진 후 패자전에 내려가게 돼서 이번에도 떨어질 줄 알았어요. 사실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임했는데 져서 기분도 안 좋았고 '멘붕'이 왔거든요.

그 이후 잘 풀렸던 것 같아요. 패자조에서부터 올라가서 16강에 진출했죠. (변)현우 형이 매 판마다 빌드를 이것저것 추천해줬어요. 그 때 (변)현우 형이 같이 가주지 않았으면 아마 떨어졌을 거예요.


이번 본선에서 총 두 번 패했는데, 둘 다 저그전이에요. 방금 말한 어윤수 선수도 그렇고, 황강호 선수에게도 패했잖아요. 강동현 선수에게 이기긴 했지만, 혹시 이런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회에서 이상하게 저그전이 잘 안 풀리는 것 같아요. 제 뜻대로 경기가 잘 안 돼요. 많이 꼬이고, 상대방이 제가 생각한대로 안 움직이기도 하고요. 그럼 저라도 잘 풀려야 되는데 저도 제 생각대로 잘 안 돼요. 저그전이 딱히 약하다고 평소에 생각하진 않는데 이상하게 경기 땐 저도 그런걸 느끼게 되네요.


그럼 본선을 뒤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요?

결승 포함이에요? 결승을 포함하면 결승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지고 있었는데 역전할 수 있어서요. 그 다음은 4강, 이신형 선수 전이 기억에 남네요. 너무 잘 풀렸거든요. 대회하면서 그렇게 잘 됐던 적이 없어요.



확실히 이신형 선수와의 경기는 모두를 놀라게 했는데요. 사실 이신형 선수는 현존 최강 테란으로 손꼽히는데, 어떻게 4:0으로 격파할 수 있었던 건가요?

경기를 제가 한 게 아닌 것 같아요(웃음). 정말 제가 원하는 대로 딱딱 맞아떨어졌어요. 운이 좀 좋았던 거죠. 제 실력은 정말 하나도 없어요.

원래 첫 판을 이기면 나머지 다 올인을 할 생각이었어요. 첫 판을 이겨서 심리전에서 이긴 것 같아요. 그리고 솔직히 맵도 너무 좋았고요. 제가 좋아하는 맵만 나왔거든요. 순서도 원하는 대로였고… 뭐, 이신형 선수가 하고 싶은 맵을 고르신거라 이신형 선수에게도 좋았겠지만요.

그리고 네 판 다 빌드 싸움에서 제가 이기고 시작해서 경기를 이길 수 밖에 없었어요. 첫 판에서 제가 선가스 은폐 밴시를 했잖아요. 그런데 두 번째 판에 이신형 선수가 제가 그 빌드를 다시 할 줄 알았는지 맞춤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전 그 빌드에 맞춤을 했었거든요. 그렇게 하실 거라고 약간 예상을 하긴 했는데 그렇게 대놓고 맞춤을 하실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거기서도 제가 이기고 들어갔고…. 세 번째는 그냥 2:0으로 이기고 있길래 11-11을 했어요. 그 때 이신형 선수가 생더블을 하셨고요.

마지막 네 번째 세트는 서로 같은 빌드로 출발했는데 이신형 선수가 너무 압박을 많이 오셨어요. 밀리고 계셔서 좀 더 공격적이 되신 것 같아요. 제 기지 앞에서 농성을 하셔서 제가 수비하는 입장이다 보니 유리하게 싸움을 가져갔고, 거기서 가져간 이득을 굴려서 후반까지 갈 수 있었던 거죠. 그냥 다 운이 좋았어요.



이야기를 들으니 운이 아니라 심리전 싸움에서 이긴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결승에선 그럼 어떤 심리전을 건 거예요?

1, 2세트에서 맵이 안 좋았는데 제가 운영을 했잖아요. 맵이 안 좋으니 찌르기를 할 거란 생각을 할 것 같아서요. 사실 아킬론은 포기 상태로 했고, 아나콘다에서는 메카닉을 하려고 했는데 화염차 드랍도 꼬이고 그래서 망한 것 같아요.

그리고 너무 첫 세트부터 찌르기를 하면 상대방이 뒤 세트들의 찌르기를 예측할 것 같았어요. 그게 심리전이었어요. 3경기에서 제가 11-11을 한 이후 다음 세트부터 정찰을 굉장히 꼼꼼히 하시더라고요. 만약에 첫 판부터 제가 찌르기를 들어갔으면 아마 지지 않았을까요? 3세트에 분위기 전환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5세트인 뉴커크재개발지구를 이긴 후에는 제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남은 맵이 테란이 좋은 거라서, 둘 중에 하나는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이기고 있었으니까 이미 기세를 탄 상황이라, 6세트인 돌개바람 역시 제가 잡을 자신이 있었고요.


정말 어린데도 대단하네요. 사실 이번 우승이 연맹 선수로는 최초 우승이기도 한데,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직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생각을 느낄 단계가 아닌 것 같아요. 연맹 선수들이 참가한 대회가 많이 열리지도 않았고, 더 많이 풀리면 연맹 선수들도 우승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제가 자부심을 느낀다거나 하진 않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 해볼까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좀 들려주세요.

저는 프로게이머니 더 많은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목표예요. 그래서 제일 잘하는 선수로 남고 싶어요. 아직 17살이라 그렇게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오랜 기간동안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오늘 인터뷰 정말 즐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벤 독자 분들과 팬 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계속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이 응원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대회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그리고 이번에 옵티머스 프라임 아이디 탐나지 않냐는 질문이 많았는데, 전 마루 프라임이 더 좋으니 아이디를 바꿀 일은 없을 것 같아요(웃음).

또 (변)현우 형이 아니었으면 32강에서 탈락했을 것 같은데 현우 형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부모님께도 감사해요. 상금으로 뭘 할까 아직 생각 안해봤는데, 어머니께서 여행을 가고 싶으시다고 하시는 것 같아서 말씀하시면 보내드리려고 해요. 그런데 아직 말이 없으시네요(웃음).

그리고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인벤에 자주 인사드렸던 것 같은데 앞으로도 자주 찾아뵐 수 있도록 할게요. 계속 잘하면 또 인터뷰할 수 있겠죠? 항상 감사합니다. 인벤이랑 저 앞으로도 응원 많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