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도타2 유저들의 축제인 도타 2 세계 챔피언십 대회인 The International 2013(이하 TI3)가 지난 8월 12일 얼라이언스의 우승으로 그 성대한 막을 내렸다.


특히 얼라이언스는 이번 TI3에서 예선전을 14전 전승이라는 엄청난 대기록을 세우며 본선전에 진출했고, 결승전을 제외하면 본선전에서도 단 1패를 기록하는 막강함을 보였지만, 결승전에서 만난 나투스 빈체레와 막상막하의 경기를 벌이며 3승 2패로 힘겹게 우승 트로피인 아이기스를 들어 올렸다.


특히 5세트에서는 이오-혼돈 기사라는 최강의 듀오 조합을 구성했지만, 나투스 빈체레의 스타 플레이어인 Dendi에게 휘말리며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자연의 예언자와 혼돈기사 그리고 이오가 보여준 혼신의 백도어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인벤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모습을 보여준 이번 TI3 결승전인 얼라이언스와 나투스 빈체레(이하 나비)의 경기를 분석해 보았다.



결승전 1경기 - 밴/픽의 우위를 가져간 얼라이언스




▲ 결승전 1경기 픽/밴 상황


결승전 1경기에서 나비는 얼라이언스를 상대로 평소와는 다른 픽, 밴 전략을 꺼내 들었다. 나비는 상대에게 이오를 내주는 위험을 부담하면서 박쥐 기수를 선택했고, 이런 박쥐 기수의 카운터인 복수 혼령을 같이 선택해 박쥐 기수가 활약을 보일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이후 나비는 현상금 사냥꾼을 꺼내 들었고, 이는 박쥐기수와 현상금 사냥꾼 등이 궁극기를 찍은 이후 전 맵을 대상으로 로밍을 다니며 경기를 풀어나가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라이언스는 이런 나비의 전략을 파악하고 사망 시에도 빠르게 백업이 가능하고 맵 전역으로 갱킹이 가능한 자연의 예언자와 이오를 픽했고, 이오의 지원으로 선취점을 기록한 얼라이언스가 15분 만에 승리를 쟁취했다.



▲ 이오 + 자이로콥터 콤비가 현상금 사냥꾼을 잡으며 선취점을 기록했다.



▲ 결승전 1경기 스코어 : 얼라이언스 승리



▲ 결승전 1경기 영상



결승전 2경기 - 연금술사의 무한 성장




▲ 결승전 2경기 픽/밴 상황


결승전 2경기에는 양 팀이 1경기와는 약간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나비는 1세트 얼라가 선점했던 이오를 선택했고, 얼라이언스는 나비가 선택했던 비사지를 가져갔다. 그뿐만 아니라 얼라이언스는 전 경기에서 나비가 선택했던 맹독사를 픽했는데, 이는 나비를 도발하기 위한 의미보다는 하드 캐리 중에서도 높은 골드 파밍을 요구하는 악령을 키울 시간을 벌기 위해 맹독사의 역병충을 이용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하지만 1세트에서 별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Dendi의 박쥐기수가 선취점을 올리며 큰 활약을 보였고, 이후 이오의 도움을 받아 추가 킬을 기록하며 얼라이언스와 골드 차이를 벌리기 시작했다.


또한, 도타2 내에서도 손꼽히는 골드 파밍력을 자랑하는 Na`Vi XBOCT의 연금술사가 얼라이언스 Lod[A]의 악령과 두 배 이상의 골드 차이를 보이며 빠르게 성장했고, 연금술사는 이런 골드를 바탕으로 돌격 흉갑, 타라스크의 심장, 어둠의 검 등 고급 아이템을 척척 뽑아내며 경기를 주도했다.



▲ 두 배 이상의 골드 차이를 보여준 악령과 연금술사



▲ 결승전 2경기 스코어 : 나비 승리



▲ 결승전 2경기 영상



결승전 3경기 - Dendi의 미드 이오?




▲ 결승전 3경기 픽/밴 상황


결승전 3경기에서 나비의 픽은 약간은 재미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은 바로 미드 플레이어인 Dendi가 이오를 선택한 것! 이는 보통 서포트로 많이 쓰이는 이오로 연금술사를 서포팅 하는 것이 아니라 미드 솔로를 통해 빠른 궁극기를 배워 전 라인으로 갱킹을 다니기 위한 전략으로 보였다.


하지만 얼라이언스의 AdmiralBulldog이 자신의 주력 영웅인 고독한 드루이드를 선택하고, 게임 초반 미드에서 Dendi를 상대로 솔로킬을 선보이며 이득을 취했지만, 이오가 6레벨이 되자마자 봇 지역으로 궁극기를 이용한 갱킹을 시도해 2킬을 가져가며 손해를 만회했다.



▲ 이오가 궁극기를 이용해 봇라인으로 갱킹을 해왔다.


하지만 얼라이언스가 이후 로샨을 시도하는 나비를 상대로 박쥐기수가 연금술사를 낚았고, 연금술사를 빠르게 제거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오를 잡아내는 데 성공하면서 연이어 킬을 획득했다. 상대를 모두 잡은 얼라이언스는 빠르게 로션을 잡았고 이후 고독한 드루이드의 활약에 힘입어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로샨까지 가져가며 승기를 잡아가는 듯한 얼라이언스, 하지만 얼라이언스의 이니시에이터 박쥐기수가 잡히면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박쥐기수를 잘라내는 데 성공한 나비는 모든 병영을 파괴하는 데 성공한다.


모든 병영이 파괴되어 상급 크립이 생성되기 시작하자 얼라이언스는 고독한 드루이드가 신의 양날검을 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고, 박쥐기수가 레이저를 끌어내면서 최후의 한타를 좋게 시작했다.


하지만 돌격 흉갑과 타라스크의 심장, 칠흑왕의 지팡이를 마련한 연금술사를 잡아내기는 쉽지 않았고, 오히려 얼라이언스의 미라나와 함께 영혼 곰이 잡히며 신의 양날검을 나비에게 헌납하며 패배를 맞이했다.



▲ 레이저가 고독한 드루이드의 영혼 곰이 드랍한 신의 양날검을 획득했다.



▲ 결승전 3경기 스코어 : 나비 승리



▲ 결승전 3경기 영상



결승전 4경기 - 밤은 나를 위한 시간이지! 진정한 밤의 황제, 밤의 추격자




▲ 결승전 4경기 픽/밴 상황


4경기 얼라이언스의 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얼라이언스는 4경기에서 미드 플레이어인 [A]s4가 밤의 추격자를 선택했는데, 이는 TI3 158경기를 치르며 처음으로 밤의 추격자를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다.


밤의 추격자는 밤에 특화된 영웅으로 게임 시간으로 밤이 되면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상승하며, 스킬의 위력이 상승하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첫날밤부터 썩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게임 시간으로 6분에서 12분까지 찾아오는 첫 밤에 활약을 보이지 못한다면 무력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프로 선수들이 모여있는 TI3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 선취점을 내준 s4의 밤의 추격자


이런 밤의 추격자의 속설을 반영이라도 하는 것처럼 밤이 다가오기 전에 밤의 추격자를 잡아낸 나비, 이대로 경기의 주도권은 나비에게 흘러가는 듯 했다.


하지만 봇 타워를 압박하던 도중 이오에게 3킬을 내주고, 이어 밤의 추격자가 첫 밤에 무려 6킬을 기록하며, 주도권이 얼라이언스에게 넘어갔고, 11킬을 기록한 밤의 추격자의 활약을 바탕으로 4세트는 얼라이언스가 승리하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 밤의 추격자의 성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로샨에 성공한 얼라이언스



▲ 결승전 4경기 스코어 : 얼라이언스 승리



▲ 결승전 4경기 영상



결승전 5경기 - 16억 짜리 꿈의 고리? 글쎄...




▲ 결승전 5경기 픽/밴 상황


한화로 16억이라는 엄청난 상금의 향방을 가로지을 마지막 5세트. 지난 승자조 결선에서 나비를 상대로 2:0이라는 스코어로 손쉬운 승리를 쟁취했던 얼라이언스였지만 다시 만난 나비와의 결승전은 절대 쉽지 않았다.


박쥐기수와 루빅, 에니그마 등 궁극기를 이용해 상대편을 손쉽게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영웅을 택한 나비는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캐리 영웅으로 연금술사를 선택했으며, 지난 경기 내내 박쥐기수를 선택했던 Dendi가 박쥐기수를 Fuun1k에게 넘겨주고 암살기사를 택했다.


이에 반해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예언자와 이오를 선택하며 글로벌 순간 이동 조합을 선택한 얼라이언스는 현존 최강 듀오로 군림하는 혼돈 기사 - 이오 카드를 꺼내 들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불태웠다.



▲ 혼돈기사 - 이오 카드를 꺼내들은 얼라이언스


자연의 예언자와 혼돈 기사 모두 건물 철거에는 탁월한 모습을 보이는 영웅이기에 얼라이언스의 전략은 글로벌 순간이동을 바탕으로 한 스플릿 푸쉬로 예상됐다.


지난 경기 내내 XBOCT의 연금술사에게 많은 괴롭힘을 당했던 얼라이언스는 5세트 초반 이오, 혼돈기사, 자연의 예언자, 수정의 여인이 봇 레인으로 내려와 연금술사 갱킹을 시도했다.


하지만 XBOCT가 주킹(나무 등 지형지물을 이용해 적의 시야에서 사라져 공격을 피하는 행위)을 하며 얼라이언스의 혼돈기사를 타워를 이용해 잡아내며 선취점을 기록했고, 이후 자연의 예언자마저 잡아내면 2연속 처치를 달성했다.



▲ 4인 갱킹을 당하면서도 2킬을 올린 연금술사


4인 갱킹이었기 때문에 결국 죽기는 했지만, 선취점으로 큰 이득을 취했고, 레인 복귀 후 이어진 두번째 갱킹에서도 이오를 잡아내는 쾌거를 보이며 초반 활약이 두드러졌다.


봇 레인에서 연금술사가 4인 갱킹을 당하면서도 활약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안, 미드 레이너인 Dendi는 [A]s4의 퍽을 상대로 레벨링 우위를 보이며 미드 레인을 압박하고 있었고, s4의 퍽은 암살기사의 굴절의 보호막 때문에 약간은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혼돈 기사와 이오의 콤보 갱킹과 미드 레인에서의 한타에서 얼라이언스가 유리한 모습을 보이며 초반의 손해를 만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24분 즈음 미드 지역 정글에서 펼쳐진 교전에서 암살기사가 3연속 처지를 기록하며 게임이 나비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 Dendi의 암살기사가 3연속 처치에 성공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추를 바로잡고자 얼라이언스는 28분에 로샨을 시도하지만 이미 암살기사의 사이오닉 덫을 통해 로샨 시도를 감지한 나비가 로샨 지역으로 이동했고, 나비의 이동을 감지한 얼라이언스는 일단 진영을 후방으로 후퇴했다.


얼라이언스의 후퇴로 로샨 지역을 차지한 나비는 얼라이언스에 이어 로샨을 시도했지만 얼라이언스의 공격으로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고, 혼돈기사의 이니시에이팅을 시작으로 한타에 돌입합니다.


로샨 앞에서 벌어진 한타에서 3연속 처치와 연속해서 이오를 잡아내는 데 성공한 Dendi의 암살기사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넘친 것이었는지 AdmiralBulldog의 나무 정령이 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로샨을 시도하다가 사망하며 불멸의 아이기스와 로샨 처치까지 모두 얼라이언스에게 넘겨주며 역전의 빌미를 제공하고 만다.



▲ 방심인 것일까? 자연의 예언자의 나무 정령이 있음에도 홀로 로샨을 시도한 Dendi


이후 두 번째 로샨을 시도하는 나비는 박쥐기수가 퍽을 잘라내며 손쉽게 로샨을 가져갔지만 여기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Dendi가 불멸의 아이기스를 획득하기 위해 인벤토리에 있던 순간 이동 주문서를 내려놓은 것!


불멸의 아이기스를 획득한 나비는 곧바로 미드 2차 타워를 파괴하고 미드 배럭을 공격했고, 나비가 로샨을 잡는 사이 나비의 본진에 근접한 혼돈기사와 이오가 배럭을 공격했다.


혼돈 기사는 분신을 소환하는 궁극기인 환상을 사용해 빠른 속도로 배럭을 철거하기 시작했고, 자연의 예언자 또한 탑 2차 타워와 본진 타워를 공격하며 양동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 두 번째 로샨을 시도할 때만 해도 인벤토리에 주문서가 있었지만,




▲ 불멸의 아이기스를 획득하기 위해 주문서를 내려 놓았다.


이를 감지한 나비가 배럭 1개를 깨고 돌아가려는 와중 꿈의 고리를 사용해 순간 이동이 끊기기는 했지만, 에니그마만 시전이 끊긴 터라 큰 손해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순간 이동 주문서가 없던 Dendi의 암살기사는 본진으로 걸어서 이동할 수밖에 없었고, 이또한 [A]s4를 잡기 위해 중간에 시간을 소비하며 배럭 4개를 모두 내주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배럭 4개를 파괴하며 순식간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얼라이언스! 나비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미드를 압박하지만, 그 사이 봇 레인에서 래디언트 본진으로 이동하며 백도어를 시도한다. 사실 이때 바로 광역공격이 가능한 박쥐기수나 연금술사가 본진으로 복귀했어야 했다.


하지만 박쥐기수는 순간 이동 주문서가 없어 마을로 돌아갈 수 없었고, 연금술사는 암살기사와 함께 적 영웅을 잡는 데 정신이 팔려 귀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요새 앞 타워 2개를 파괴당하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 상대편 본진에서 너무 오랜시간 머무른 암살기사와 연금술사


결국 1. 첫 번째 로샨에서의 방심, 2. 두 번째 로샨 후 Dendi가 포탈을 버린 것, 3. 본진 타워가 공격받는 동안에도 적 영웅을 잡는 것에 치중한 것, 단 세 번의 상황 판단 미스가 유리했던 경기를 급격히 기울게 했고, 나비가 준우승에 머무르게 하고 말았다.



▲ 결승전 5경기 스코어 : 얼라이언스 승리



▲ 결승전 5경기 영상






마지막 경기에서 볼 수 있듯이 도타2는 롤과는 달리 배럭이 재생성되지 않아 백도어(한타를 피해 건물만을 파괴하는 행위)를 통해 역전이 가능하고, 순간적인 실수로도 순식간에 역전이 자주 나오기도 한다.


결국 이번 결승전 또한 얼라이언스의 판단이 좋기도 했지만, 마지막에 나비의 순간적인 상황 판단 미스로 인해 다잡은 경기를 놓쳤고, 이로 인해 준우승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것.


비록 준우승과 우승으로 두팀의 명암이 갈리기는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를 보여준 이번 TI3, 과연 앞으로 계속해 펼쳐질 도타2 대회에서는 어떤 명경기가 또 나올지 기대하는 유저들의 기대는 아직도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