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T1의 주장을 맡았던 도재욱, 은퇴를 선언한 뒤 병역의무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이제 그가 오랜 프로게이머 생활을 정리하고 26일 자로 논산 훈련소로 입소합니다. 그가 은퇴를 선언한 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도재욱의 뒤를 이어 많은 선수들이 은퇴했고, 프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소울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다시 클럽팀이 되었지요.

도재욱은 2006년에 SK텔레콤 T1에 자리를 잡은 베테랑 프로게이머였습니다. 2008년 에버 스타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이렇다 할 커리어는 쌓지 못했지만, 팀의 최전방에서 묵묵히 마우스를 잡았죠. 유난히 긴 그의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크로 생산력 덕에 '도물량'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꼼꼼하지 못한 유닛 컨트롤 탓에 '도세어', '도셔틀'과 같은 멍에도 뒤따랐죠.

그래도 그는 프로리그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하는 명실상부한 주전이었습니다. 김택용과 함께 T1의 프로토스 라인을 담당했고, 스타크래프트2로 옮겨서도 팀의 주장을 맡아 후배들을 다독였고, T1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습니다. 그의 프로게이머 생활은 과연 좋은 경험이었을까요? 입대를 앞둔 도재욱의 생각을 들어봅니다.



■ 26일 논산 훈련소 입대 도재욱 - 손목 부상이 입대 결심 결정적 원인


Q. 인벤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지금은 은퇴한 전 프로게이머 도재욱입니다. 인벤은 제가 자주 방문하는 사이트 중에 하나지만 인터뷰는 처음인 것 같네요.

SK텔레콤 T1에서 프로토스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활동했고요. 스타2에서는 스타1만큼 많은 활약을 하지는 못했지만 스타1에서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던 프로게이머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Q. 프로게이머를 은퇴한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숙소에서 나온 이후 스타행쇼에 출연한 적이 있었고요. 매체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어요. 숙소에 제 짐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짐 정리를 하고 방 정리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Q. 입대를 마음먹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목 디스크 때문에 손목이 좋지 않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오른쪽 손목이 아팠는데 이제는 왼쪽 손이 정말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는데 깁스를 했고요. 의사선생님이 쉬는 게 좋겠다고 하셔셔 1~2주일 게임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게임을 하니 또 아프길래 손목이 많이 상했음을 느꼈어요.

건강 문제로 출전 기회도 줄어들다 보니 입대에 관한 본격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죠.


Q. 군 생활을 하게 되면 게이머 인생을 지속하기엔 아무래도 어려워요. 마음을 굳히신 건가요?

연습량에 있어서 현재 게이머들을 지금 따라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같이 연습을 해도 따라가긴 힘들다보니 숙소로 출퇴근형태로 연습을 한다고 해도 게이머 복귀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전역 이후 복귀를) 염두에 두지는 않고 있고요. 만약에 복귀하게 된다면 코칭스테프나 관계자로 올 수도 있겠지만, 제가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복귀는 제가 생각해도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Q. 훈련소 생활이 두렵지는 않나요? 주위에서 어떤 조언을 받은 게 있나요?

일단은 현역은 아니잖아요. 그런 점에서 현역에 비하면 어려움이 덜하니까 큰 걱정은 없고 열심히만 하면 남들만큼 훈련은 다 소화할 것으로 생각해서 걱정은 없어요. 진짜 걱정인 점은 2년간의 긴 시간을 어떻게 잘 보낼까, 병역 의무를 마친 뒤 다시 사회인이 되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어떤 점을 준비해나가야 할지 그런 점이 걱정이죠.


Q. 공익 근무 요원을 배정받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어릴 때 제가 험하게 놀아서 사고를 많이 당했어요. 신체검사를 갔더니 병무청에서 4급이라고 하더군요. 제 몸이 건강해서 당연히 현역이라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들고간 서류 없이 4급 판정을 받았어요. 공익 근무 요원으로 배정받기 위해 특별히 무언가를 준비했거나 부정한 방법을 쓴 게 아닌데도요. 내심 아쉽기도 했어요.


Q. 입대가 내일인데 머리를 안 자르셨네요. 머리는 언제 자르실 거에요?

오늘 저녁에 자를 예정이에요(웃음).



■ 아마추어 시절의 도재욱 - 빨간 T1 키보드 가방은 아마추어의 '로망'


Q. 게이머 생활을 정리하는 시기죠. 지금은 스타1 시절을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당시 이야기를 하자면?

당시가 아마 고등학교 1학년이니 17살 때 이야기네요. 2005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아마추어 사이에도 유명한 사람들이 있어요. 당시에는 게이머를 할 마음이 없었지만 그런 분들과 몇 번 게임을 하게 됐죠. 그런데 그 리플레이가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요. 사설 서버에서 게임을 하다가 프로게이머를 만나고 이기면서 아마추어들 사이에서는 유명해졌어요.

그 이후 SK텔레콤 연습생 선발전이 있었어요. 1,024강으로 진행되는 경기였는데 제가 2등을 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WCG에서 전 대회 우승자였던 이재훈 선수를 꺾으면서 정말 많이 유명해졌고요.


Q. SK텔레콤 T1에 입단하게 된 계기가 기억나나요?

제가 입단한 게 2005년 말이고, 정식으로 프로게이머가 된 것은 2006년 8월이네요. 그 전에 온라인 연습생일 때 키보드 가방을 준다고 당시 감독이셨던 주훈 감독님이 경기장으로 오라고 하셨어요. 빨간 T1 키보드 가방이었는데 그게 아마추어들 사이에서는 우상의 상징이었어요.

그걸 메고 경기장에 서 있으면 못 이길 것 같은 포스가 나와요. 처음 숙소 갔을 때는 태민이형이 문을 열어줬는데 그때는 신기했죠. 하지만 몇개월 생활해보니 다 똑같은 사람이더군요(웃음). 당시 최고참은 임요환 감독님이었고, 임 감독님은 2개월 만에 입대를 하셨어요. 이후 최 코치님과 용욱이 형, 성제 형이 있었죠. 정말 옛날 얘기네요.


Q. 숙소생활 참 오래했는데 7년간의 시간이었어요. 많은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은데요?

프로게이머들이 많이 살다 보니까 이런 저런 얘기가 많잖아요? 여러 가지가 기억에 남지만, 특히 형들이랑 야식을 자주 먹으러 다녔던 게 기억에 남네요. 자유시간도 별로 없지만 새벽에 잠을 덜 자더라도 야식을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음식을 먹으면서 풀었죠.

주로 치킨도 먹고 삼계탕, 곰국도 먹었고요. 술 한잔 할때는 대창도 먹고요. 참 많이 먹었죠. 먹으면서 연습생 때는 게임 이야기를 가장 많이 이야기했지만, 팀에서 경력이 쌓이니까 선수들 이야기, "얘는 잘 할 것 같다. 얘는 정신을 좀 차려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나눴죠. 제가 돌려 말하는 성격은 못되서 해당 선수에게 직접 얘기를 했어요. 연습생들은 야식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어려운 친구들이라 제가 많이 사주기도 했죠.


Q. 주장으로써 후배들의 행동에 고충을 겪지는 않았나요?

저도 처음 들어왔을 때는 형들 말을 진짜 안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 동생들은 말을 안 듣지는 않아요(웃음). 안 들었다가는 자기들한테 좋아질게 없으니 대체로 어려움은 없지만 아쉬울 때가 종종 있죠. 동생들이 인생을 걸고 프로게이머가 됐는데도 더 잘할 수 있는데 조금 느슨하게 하다가 성적을 못 내고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부분은 정말 아쉽지만, 이건 자기가 깨닫는 방법밖에 없어요. 마음을 고치지 않으면 남들이 볼때만 열심히 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이 눈에 띄면 형으로서 조언을 해주는 편이죠.


Q. 방금 말했던 대로 더 열심히 하면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있었나요?

저는 정경두 선수가 아쉽고요. 연습생 중에 (김)지성 선수도 아쉽고, 개인적으로 잘됬으면 하는 선수는 김동규 선수도 있어요. 경두는 팀에 들어온지 꽤 오래됐어요. 팀 내부에서는 잘했는데 기회를 많이 받지도 못했고, 팀에 프로토스 라인이 탄탄하다보니 출전기회가 더 없었죠. 경기에 나서면 경기력이 안 좋게 지는 경우도 많았어요. 래더 순위도 굉장히 높고요. 잘했으면 좋겠어요.

지성이는 목표가 정말 높아요. 그 목표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말했고, 윤문수 같은 선수는 게임은 많이 하는데 실력이 생각보다 안 늘어요(웃음). 열심히 하는 만큼 성과가 있으면 좋겠어요. 김동균 선수는 우리와 스타일이 달라요. 많이 변칙적인 스타일인데 안상원, 이영호를 예선에서 이기기도 하는 가능성 있는 선수죠. 앞으로도 잘했으면 좋겠어요.


Q. 도재욱 선수는 정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챙겨주고 싶은 선수들이 많은데 숙소를 나와서 아쉽겠어요.

같이 있을 때는 그런 부분이 많이 와 닿지는 않았어요. '내가 나와도 큰 차이가 없겠지.' 했는데 막상 집에 오니까 선수들과 함께 한 시간이 굉장히 소중했어요. 뭔가 같이 먹고 싶다면 먹을 수 있고. 영화 보고 가자고 하면 같이 볼 수 있고, 지금도 많이 생각나요. 여태까지 거쳐 갔던 선수들도 생각나고 기회가 된다면 다들 한번 보고 싶어요(웃음).


Q. 프로게이머로서의 업적도 좀 이루고 싶었을 텐데 2008 에버 스타리그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에요. 아쉽지 않아요?

그때는 제가 제 실력을 너무 믿었어요. 가장 후회되는 게 연습을 게을리했던 거에요. 2007년쯤에는 연습을 진짜 많이 해서 2008년에 효과가 나타난건데 당시 경기에서 다 이기니까 제가 자만에 빠졌어요. 연습을 하루에 3~5판만 했죠. 그때 더 열심히 했으면 거기서 하락세가 오지 않고 더 잘했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아쉽죠.


Q. 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슬럼프가 온 적이 있었다면 언제인가요?

가장 힘들었던 건 10-11 프로리그 결승전 무대에서 제가 2패를 기록했을때가 기억에 남죠. 정말 슬펐던 게 1년 동안 팀원들과 코칭스태프, 프론트가 한데 뭉쳐서 열심히 한 결과로 결승에 올랐죠. 그런데 제가 그 1년 동안의 결실을 수확 못 한 것과 다름이 없어요.

제가 져서 분한 것보다 팀원들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제가 이겼다면 팀원들 모두 더 좋은 조건에서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게 되었죠. 그때 한 일주일 정도는 멍했어요. 내가 나가지 않았으면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에이스결정전 앞 경기에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제가 너무 많이 긴장한 게 결정적이었죠. 실수로 마인을 밟아서 드라군이 다 죽어버렸어요. 에이스결정전 보다 그 경기가 훨씬 생각이 많이 나요. 그 경기를 잡았으면 깔끔하게 이기는 상황이었거든요. 더 열심히 해서 다음 시즌에 못한 만큼 보답하자는 생각뿐이었죠. 지금은 그런 실수 다시는 안 할 것 같아요.



■ 스타2의 등장과 격동의 병행시즌 - 주위 선수와 함께 어려움 풀어나갔다


Q. 스타2가 출시되고 난 이후 병행시즌이 시작되었죠.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처음 스타2를 했을 때 '이건 이름만 같은 게임이고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스타1에서 정립된 내용이 스타2에서는 적용이 안 돼요. 그래서 아예 다른 게임이라고 봤죠. 프로토스전에서 테란은 바이오닉이 정석이고 반대로 프로토스는 테란전에 광전사를 주축으로 삼고, 저그전에는 추적자를 모으죠. 조합을 스타1처럼 해보니까 안돼서 너무 어려웠어요.

그리고 유닛 뭉침 현상이 심해서 게이머가 알아보기 힘들어요. 저는 제가 프로게이머인데도 제 유닛이 어떤건지도 잘 모르고 일단 싸워보는 식이에요. 그런 점이 정말 어려웠고, 처음에 피해를 많이 줬어도 지게 로봇이 있다 보니까 제가 상대에게 피해를 얼마나 줬나를 알 수가 없어요. 유불리 판단이 어렵더라고요. 예를 들어 건설 로봇을 정말 많이 잡았는데 상대가 저보다 유닛이 훨씬 많은 상황이면 난감해요. 이런 부분이 어려워요.


Q. 그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스타2를 해봤을 때 처음에는 정말 하기 싫었어요. 스타1으로 프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던 터라 제겐 안 좋았어요. 하지만 협회에서 결정한 것이고 프로게이머 생활을 지속하려면 스타2를 해야 하니까요. 적응은 (정)윤종이가 정말 빨리해서 여러 가지 많이 물어보면서 배웠고요. 슬레이어스 게임단에 T1출신들이 많아서 물어보면서 게임을 했죠. 팀이 다른데도 숨김없이 많이 알려줘서 많은 도움이 되었죠.


Q. 이런 극단적인 변화를 겪어야 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처음에는 그랬어요. 저는 스타1이 하고 싶어서 프로게이머가 된 건데 스타2를 해야 하니까요. 스타1이 평생 갈 수 없는 게임인 건 맞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바뀌었고 가장 큰 불만은 병행시즌이었어요. 넘어갈 거면 한 번에 넘어가거나 아니면 스타1을 한 시즌 더 해야 했는데 두 가지 게임을 동시에 하면 하는 선수도 헷갈리거든요.

문제는 또 있어요. 스타1과 스타2를 번갈아가면서 플레이해야 하는데 스타1은 연습을 거의 안 했어요. 끝난 게임이니까 시간 손해란 생각밖에 안 들죠. 스타1 엔트리에 이름이 올라도 스타1은 기본기로만 대충 때우고 연습을 안 하는 풍조였어요. 스타2는 계속 갈 게임이고 스타1은 이제 끝이니 당연한 결과죠. 게다가 연맹 선수들은 스타2 올인이라 따라잡기에도 바쁜 상황이었죠.


Q. 연맹 선수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당시에 경쟁의식이 강했나요?

그때는 연맹을 따라잡아야 하는 입장인 건 맞고요. 저희가 연맹 팀보다 지원이 훨씬 좋으니까 뒤처지면 안된다는 생각이었죠. 저희가 연맹 선수보다 못하면 회사도 저희를 지원해 줄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경쟁의식이 심했죠.

저는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했어요. 아무래도 연맹보단 협회 선수들이 동기부여에 유리했다고 생각해요. 연맹 쪽은 대기업 스폰이 많지 않아서 개인 상금을 통해 어떻게든 벌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점에서는 협회팀이 유리한 부분이 약간 더 있었을 것으로 생각해요. 지금은 협회나 연맹이나 잘하는 선수가 이기는 것 같지만, 당시엔 경쟁의식이 정말 심했죠.


Q. WCS 체제로 통합된 이후 협회 선수들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말씀하신 부분이 영향이 있었을까요?

그런 부분도 있고, 저희는 프로리그를 위주로 한 반강제적인 연습을 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연맹 선수들은 저희처럼 딱 짜진 스케줄을 소화하진 않잖아요. 저희는 새벽 1시, 2시까지 연습을 해야 하고요. 연맹 선수분들은 해외대회에도 나가다 보니 연습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협회 선수들이 연습시간에서는 훨씬 앞설 수밖에 없죠. 그런 점들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해요.


Q. WCS 통합 이후 GSL과 스타리그가 번갈아서 열리는데 이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하면 판이 더 줄어들 것이란 생각밖에 안 들어요. 이게 슈퍼스타 한 명을 배출하려는 방식이죠. 그랜드 파이널 우승자가 진짜 우승자라는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보는데요. 프로게이머 입장에서 1년에 세 번의 대회보다는 여섯 번의 대회가 훨씬 좋죠.

왜냐면 프로리그나 GSTL에 나가는 선수들은 출전권이 보장되어 있어 큰 상관이 없지만, 그런 수준이 아닌 선수들은 3~4개월에 한 번씩 돌아오는 개인리그 예선에서 떨어지면 할 게 없어요. 그런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통합은 좋지 않고, 프로게이머 모든 선수들은 단체전 리그를 우승하고 싶어서 게임하는 선수는 없을거에요.

전부 개인리그 우승을 위해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죠. 개인리그 우승은 프로게이머의 꿈이고요. 이런 기회가 줄어든 부분은 아쉽고, WCS 포인트도 쌓을 수 있는 사람만 모을 수 있어요. 이렇게 되면 연습생부터 비주전의 선수들은 그만두는 선수들이 많아질 것이고, 신인 유입도 없으니까 판은 작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잘하는 선수들도 나이가 차면 계속 빠져나가게 되고 판은 결국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죠. 나오는 선수만 출전하고 팬들이 아무리 좋아한다 해도 똑같은 대진에 똑같은 선수가 똑같은 경기를 하면 있던 인기도 사라질 수밖에 없죠.


Q. 신인을 늘리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스타2를 접할 기회를 늘려야 하죠. 스타2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대중의 관심이 많았지만, 중요한 평가는 게임을 직접 해보고 판단을 하고 싶거든요. "이 게임이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일까?"를 알고 싶은데 처음부터 계정 가격을 너무 높게 잡은 것 같아요. 약간만 작게 잡았어도 확장팩이 있으니까 돈은 충분히 벌 것이라 보거든요.

한 번도 안 해본 게임에 그만큼의 돈을 투자할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LoL에서 스킨을 파는 것처럼 차라리 스타2의 초상화를 돈 주고 산다던가, 그런식으로 과금 모델을 정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지금으로선 아쉬운 부분이죠.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마추어들을 위한 대회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수가 많이 없으니까 아마추어들이 자리를 잡아야 선수 수급도 원할할 텐데 그렇지 않아요. 아마추어에게 보다 신경을 쓰셨으면 해요.


Q. 포스트 시즌이 입대를 앞두고 가장 큰 행사였는데 결실을 보지 못했어요. 본인의 생각은?

그때는 이미 마음을 굳히고 경기에 나섰어요. 지고 그만두고 싶진 않았죠. 최대한 팀을 위해서 도움이 되기를 바랐는데 결과는 4강 탈락이지만, 저는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었어요.

팀이 우승을 못 해 아쉽긴 하지만 이번 시즌을 통해서 선수들이 다시 동기부여가 됐다고 생각해요. 아직 부족한 점은 있지만, 다음 시즌에는 더 잘할 수 있어요. 저는 저 나름대로 지금 가장 잘 나가는 선수를 이겨서 기뻐요.


Q. 최근 아프리카 방송을 조금씩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는 프로리그 끝나고 1주일간 휴가를 받았는데 집에서 할 게 너무 없었어요. (박)재혁이 형한테 집에서 할게 없다고 하니까 방송을 해보라고 했어요. 당시 도재욱이란 건 안밝히고 '스타 개인화면'이라는 방제를 적었는데 임홍규가 오면서 시청자들이 몰려들었죠.

저희 팀 선수들은 아프리카를 원래 조금씩 해요. 방송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일부 소수 BJ처럼 방송하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웃음). 프로게이머의 위신을 망가뜨리는 건 안 될 일이지만, 프로게이머들은 게임에 인생을 걸었기 때문에 게임이 주특기잖아요? 개인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과 직접 접근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일부 BJ들이 너무 심하게 방송하는 게 문제가 되기도 하죠. 앞으로도 방송을 조금씩 더 하게 될지도 몰라요. 좋아하는 게임이 스타1밖에 없어요. 스타2도 좋아하지만 스타1만큼 좋아하진 않아요. 스타1에는 추억이 정말 많아요. 단순한 게임 그 이상이죠. 게임을 하면 재밌어요.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참 즐거워요.



■ 프로게이머는 인생을 걸어 볼 만한 직업 - 프로게이머 생활 잊지 못할 것


Q. 도재욱이란 사람이 프로게이머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대학교는 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제대하고 나서 회사에 입사했을 것 같네요. 평범한 회사에 다니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하고 있을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일반인이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안 좋은 인생을 살았을 것 같아요. 제가 게이머를 하면서 많이 얻은 게 있었거든요. 당시엔 철없었지만 지금은 철도 꽤 들었고요.

SK텔레콤 T1에 와서 회사생활 하시는 분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 많은 경험을 했죠. 참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Q. 프로게이머란 직업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 직업인데 후회는 없나요?

물론 게이머를 하면서 학교도 포기하고, 친구도 별로 없어서 아쉽긴 해요. 그 점을 포기할 수 있을 만큼의 소중한 것을 많이 얻었어요. 제가 일반인이라면 해외여행도 이렇게 많이는 못 했을 테고요. 팬들도 없었을 것이고, 방송에 출연할 일도 없었겠죠.

숙소 생활을 하면서 프로게이머 생활이 소중했던 점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까 원래 제 나이 때는 취직 걱정을 할 때인데 그런 부분은 많이 해결했으니까요.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을 걸어볼 만 한 직업이죠.


Q. 병역의무를 마친 도재욱은 뭘 하고 있을까요?

저는 제 가게를 차리고 싶어요. 원래는 PC방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금연법 때문에 장사가 안된대요(웃음). 그래서 PC방이 1순위었지만 지금은 접어뒀고, 편의점이나 치킨집을 해보고 싶어요. 배운 게 많이 없어서 회사에 입사하긴 힘들 것 같고, 몸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볼 것 같아요.

제 가게를 직접 꾸려 나가면서 운영하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어요. 노력에 따라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참 뿌듯할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응원했던 팬들께 마지막으로 인사말을 남긴다면?

전 그렇게까지 최정상 게이머는 아니었어요. 부족한 점도 많았고요. 제가 성적을 낸 것에 비해 팬들이 정말 많았다고 생각해요. 과분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영광스러웠고, TV에서나 보던 일을 제가 직접 겪은 게 신기해요. 정든 게임단을 떠나게 됐지만, 앞으로도 T1 많이 응원해주세요.

그간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아요. 절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죠. 제가 게이머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인생을 살지 못했을 거에요. 회사에도 고맙고, 기자분들이나 방송사 관계자들, 모두 감사해요. 제가 주연이 되서 무대에 올랐던 것도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지금까지 7년간의 세월 정말 잊지 못할 거에요. 프로게이머란 직업을 택한 것이 제가 살면서 가장 잘했던 일 중 하나가 될 거에요. 지금까지 팬 여러분들이 제게 주신 사랑만큼 여러분 모두가 앞으로도 건강하고 모든 일이 무사히 잘 되기를 제가 평생 기원할 겁니다. 훈련소 잘 다녀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