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PC 전문잡지 객원기자, 2006년 인터넷 방송 게임 해설, 캐스터 이후 MBC게임에서 워크래프트3, 각종 오프라인 대회에서 카트라이더, 테일즈 러너, 서든 어택 등 다양한 게임 해설 및 캐스터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리던 방송인 이인철.

그러던 2012년 2월 22일 창단한 제닉스 스톰의 팀 매니저로서 활동을 시작으로 LOL 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제닉스 스톰 매니저로 활동하며 이제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많은 팀을 거느리고 있는 가레나(Garena)팀의 E스포츠 인스트럭터로 해외 팀을 지도하게 되었습니다.

선수들의 해외 팀 이적은 잦았지만 코칭 스태프의 해외 진출은 처음이라 부담감도 느끼고 있다고 말합니다. 2~3년 동안 해외 생활로 인해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 자신이 잊혀질까봐 걱정되기도 한다는 이인철씨의 해외 진출 소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 가레나 e스포츠 인스트럭터 이인철


Q. 안녕하세요. 인벤에 처음 인사드리게 됐는데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LOL 쪽에 오랜 애정을 품고 있는 전 제닉스 스톰 매니저 이인철입니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 해외로 수출되었습니다(웃음). 평소에도 롤인벤에서 좋은 정보와 분석글을 자주 봤는데 이렇게 직접 인사드릴 수 있어서 기쁘네요.


Q. LOL에서 최초로 해외 팀에 지도자로서 가게 됐어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제가 일단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가레나 측에서 개인 통역사까지 영입해준 것에 감사드리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처음 가는 선구자 역할이라 좀 부담감도 있습니다.


Q. 평소에도 가레나 소속 동남아시아 팀(사이공조커스, 사이공 판타스틱파이브,(말레) 쿠알라룸프 헌터스, (싱가폴)싱가포르 센티널 파이브, 필리핀1팀 등)에 대해 잘 알고 계셨나요?

이전에는 동남아시아에 '어떤 어떤 팀들이 있다' 정도만 알고 있었죠. 다른 한국 팀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제닉스 시절부터 해외 팀들과 친목을 유지해온 편이에요. 그래서 선수들과 친해지는데도 좀 더 수월할 것 같습니다.


Q. 가레나라는 회사를 처음 들어보시는 독자분들도 많을 텐데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가레나는 싱가폴에 자리 잡고 있는 회사입니다. 싱가폴을 필두로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6개국에 지분을 가지고 있죠. 주로 하는 일은 게임 퍼블리셔와 방송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넥슨과 온게임넷을 합쳐놓은 회사에서 게임단을 운영한다고 보시면 이해가 될 거에요.

워크래프트3를 플레이해보신 분들이라면 가레나라는 프로그램을 아실 거에요. 초창기엔 워크래프트3에 많은 투자를 해서 워3유저들을 많이 알고 계시죠. 최근엔 우리나라의 용산 e스포츠 경기장처럼 국가별 e스포츠 경기장을 꿈꾸고 있다고 들었어요.


Q. 가레나에게 정확히 어떤 일을 제안 받으신 건가요?

대만 팀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팀들의 실력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 구축하는 역할을 원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e스포츠 인스트럭터 라는 명칭이죠.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지만 해외 팀 같은 경우는 감독, 코치 개념보다는 매니저 같은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선수 영입까지도 관여하고요. 가레나 소속 팀의 총감독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Q. 한 달 전쯤 말레이시아에 견학 차원으로 잠시 다녀왔다고 들었습니다. 가서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이틀밖에 있지 않았지만 처음 선수들을 봤을 때 제가 고쳐야 할 점들을 주문했는데 다음날 다시 보니 원래 잘하던 것을 포기하면서 제가 말했던 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더라고요. 솔직히 이틀 만에 돌아가는 상황이고 아직 투입된 것도 아닌데 제 말을 잘 새겨듣고, 자신들이 해오던 스타일을 바꾼다는 게 쉬운 것이 아닌데 그것을 해줘서 고마웠죠. 특히 게이머에게 습관은 곧 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해오던 스타일을 버린다는 것은 정말 큰 결심을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Q. 현재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 지역팀들의 격차 및 시스템의 차이는?

현재 우리나라 아마추어 고수 팀들 정도 보단 조금 나은 정도죠. 대부분은 가레나 소속 팀들은 우리나라처럼 합숙이 아닌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출퇴근 방식이에요. 하지만 이제 한국 스타일로 합숙할 계획입니다.



Q. 가레나 소속 팀 중 대만 팀인 TPA, TPS는 관리를 안 하신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TPA나 TPS 같은 경우엔 이미 동남아시아 팀들과 수준 차이가 있는 편이에요. 확실히 잘해요. 그리고 가레나가 저를 영입한 큰 계기 중 하나가 작년 롤드컵에서 TPA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 '동남아시아 팀들도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느껴서 투자한 거죠. 동남아시아 팀에 집중하기 위함도 있고, 대만 팀들과 격차가 있는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겠네요. 국가 간 팀들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가장 크죠.


Q. 대만 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대만에서 LOL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요?

대만에서 e스포츠 인기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한국 이상에요. 일단 선수들도 한국 이상의 대우를 받고. 거의 연예인급의 관심을 받고 있죠. 그리고 대만은 한국 이상으로 승패에 민감한 편인 것 같아요. TPA와 TPS도 이번 롤드컵 진출이 좌절되면서 문제점을 찾다가 한국 스타일로 접근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Q. 가레나 소속의 많은 팀 중 가장 먼저 베트남에 머물면서 사이공 조커스와 사이공 판타스틱 파이브를 지도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점을 지도할 계획이신가요?

선수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하는 걸 목표로 해야겠죠. 그리고 일단 제가 해외 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적응기도 필요하고 한 시즌 정도만 베트남에서 머물 생각에요. 게이밍 하우스도 베트남 팀을 먼저 만들었고요. 그리고 동남아시아 리그인 GPL(가레나 프리미어 리그)도 원래는 가레나 소속 팀들끼리만 참여했는데 이제는 오픈 예선을 통해 더 많은 팀의 참여할 수 있도록 바뀌었어요.


Q. 가레나 소속 선수 중 기대되는 선수가 있나요?

솔직히 선수 개개인 능력을 아직 잘 알지는 못해요. 그래서 게임 내적인 능력보단 말레이시아에 갔을 때 저의 말을 잘 들어줬던 것처럼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는 선수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프로게이머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게 성적을 잘 내는 선수이던가, 프로게이머로서 자세가 돼있던가 둘 중 하나인데 저는 자세가 되어있는 선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Q. 가레나 팀들의 지도자로서의 목표가 있다면요?

최종 목표는 롤드컵에서 동남아시아 팀을 우승시켜보고 싶지만 잘 모르겠네요(웃음). 당장 가능한 목표는 동남아시아에도 LOL을 좋아하고 한국 못지않은 열정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현재 한국 리그가 가장 이슈 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 리그도 볼만하구나' 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팀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머니볼' 이라는 영화를 보면 가난한 팀에 영입된 감독이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선수를 구성해서 우승하거든요. 저도 '머니볼'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전 소속 팀인 제닉스 스톰


Q. 제닉스 팀에 하고 싶으신 말도 있을 것 같아요.

일단 김갑용 감독이나 이우석 코치 모두 능력 있고 잘할 거라고 믿어요. 제닉스 스톰을 만든 사람 중 한명으로서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그리고'ManyReason' (김)승민이가 초창기부터 같이 해왔는데 앞으로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Q. 오늘 인터뷰 감사드려요. 마지막으로 인벤 독자 여러분들께 끝인사 부탁드립니다.

인벤과 인터뷰하게 되어 정말 기뻤고, 나중에 한국 팀들과 경기하게 될 때 저를 기억만 해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제닉스 스톰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