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프리시즌 패치가 적용된 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프리시즌 변경점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먼저 프리시즌 패치가 적용되면서 프리시즌 변경점에 대해 미리 많은 정보가 알려지기는 했지만, 무엇이 효율적인지 아직 자세히 알려진 바가 적기 때문입니다.


특히 프리시즌 패치에서 새롭게 등장한 장신구 아이템은 많은 이들이 생소해하는 편입니다.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장신구를 깜박하고 미처 구매하지 않은 채 전장에 나서는 경우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모인 롤챔스 경기에서도 장신구를 구매하지 않고 기지 밖으로 나섰다가 다시 귀환하는 해프닝이 일어나서 소위 천상계 유저들도 아직 프리시즌 적응 중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12월 4일 롤챔스 윈터 대회에서는 KT 불리츠와 나진 소드의 프리시즌 프로팀간의 첫 번째 대결이 펼쳐졌는데요. 아직 적응 단계이기는 하지만 프로 선수들이 장신구 아이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확인해볼 좋은 기회였습니다.

▲ 곰인형만 챙기고, 장신구는 깜박한 애니




■ 장신구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프로 선수들의 장신구 선택을 알아보기 앞서 새롭게 등장한 장신구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장신구는 3종류로 나뉘며, 게임 시작과 동시에 그 중 하나를 무료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신구의 기능 사용은 게임 시작 90초 후부터 가능합니다.


챔피언이 9레벨이 되면, 자동으로 장신구의 성능이 향상됩니다. 여기에 475골드를 지불하면 더욱 좋은 성능의 장신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료 아이템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판매하고, 다른 장신구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단, 475골드를 지불하고 장신구를 업그레이드 했다가 다시 팔았을 경우에는 333골드만 되찾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신구 교체 시에는 180초 동안 재사용 대기 시간이 생깁니다.


참고로 와드 토템의 투명 와드를 사용한 후 기지로 돌아와 장신구를 교체하더라도 설치한 와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 이미지 상단 왼쪽부터 와드 토템, 탐지용 렌즈, 수정 구슬 (출처 : 롤 공식 홈페이지)


와드 토템

와드 토템은 60초 지속 시간을 갖고 있는 투명 와드 하나를 사용할 수 있는 장신구입니다. 9레벨이 되면, 120초 지속 시간의 투명 와드를 사용할 수 있는 상급 토템으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또한, 475골드를 지급하면 투명 와드 지속시간이 180초로 늘어난 상급 투명 토템이나 투명 감지 와드를 사용할 수 있는 상급 투명 감지 토템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 1레벨 인베이드에서 와드 토템을 이용한 시야 싸움이 치열했습니다.



탐지용 렌즈

탐지용 렌즈는 4초 동안 작은 반경 내의 투명한 덫과 투명 와드를 드러내서 차단할 수 있습니다. 9레벨이 되면 성능이 향상된 상급 렌즈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475 골드를 투자하면, 상급 렌즈를 예언자의 렌즈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예언자의 렌즈는 6초 동안 근처 덫, 장치, 와드를 차단해주며, 시즌3의 예언자의 영약과 동일한 기능을 10초 동안 제공해줍니다.

▲ 타릭 머리 위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핑크빛 눈빛이 바로 예언자 렌즈의 스킬 이펙트!



수정 구슬

수정 구슬은 1초 동안 일정 지역의 시야를 보여줍니다. 9레벨이 되면, 조금 더 먼 거리의 시야를 확인할 수 있는 상급 구슬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475골드를 내면 훨씬 먼 거리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망원 구슬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소환사 주문 천리안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퍼플팀 레드 부쉬에서 바론 지역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망원 구슬




■ 그렇다면 프로 선수들의 장신구 선택은?

KT 불리츠와 나진 소드 선수들이 사용한 장신구는 와드 하나를 제공해주는 와드 토템과 투명 와드를 감지할 수 있는 탐지용 렌즈, 이렇게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주변 지역의 시야를 밝혀주는 수정 구슬을 선택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게임 초반, 수정 구슬은 사용 범위도 좁고 시야를 밝혀주는 시간도 1초에 불과해 유용성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적의 인베이드를 확인하거나 초반 시야 싸움을 벌이기에는 수정 구슬보다는 와드 토템과 탐지용 렌즈가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실제 게임 내에서 플레이해 본 결과, 수정 구슬은 상급 구슬로 업그레이드 되기 전에는 사거리가 너무 짧아 원하는 지역에 사용하기 너무 힘들었습니다.


▲ 장신구는 세 종류라고 왜 말을 못해....





가장 인기 있는 장신구는 와드 토템

프로 선수들이 가장 애용한 장신구는 와드 토템이었습니다. 라이너 대부분이 와드 토템을 선택해 시야 확보에 힘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는 서포터들이 골드 획득 아이템을 첫 번째 아이템으로 구매하면서 시즌3와 달리 게임 초반 탑과 미드에 와딩을 할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와드 토템은 지속 시간을 제외하면 리글의 랜턴으로 투명 와드를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프리시즌 장신구 사용에 익숙지 않은 유저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장신구를 선택할지 모르겠다면 와드 토템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와드 토템은 시야 확보뿐만 아니라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는데요. 잭스의 도약 공격이나 리 신의 방호 같은 스킬이 있다면, 게임 초반부터 와드 토템을 이용해 돌진이나 도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와드를 이용하는 스킬이 있는 챔피언이라면 와드 토템 때문에 간접 상향을 받은 셈입니다.

▲ 와드 토템을 이용해 벽을 넘는 KT 불리츠 '인섹'의 리 신




와드 토템으로 시작한 후, 탐지용 렌즈로 교체

KT 불리츠 '류' 류상욱 선수는 나진 소드와의 경기에서 초반에는 와드 토템으로 적 정글러의 갱킹을 방지하고, 그 후에는 탐지용 렌즈로 장신구를 교체해 적의 시야를 차단하며 강하게 압박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이처럼 골드에 여유가 없는 초반에는 와드 토템을 사용하다 후에는 탐지용 렌즈로 적의 시야를 차단하고 투명 와드로 본인의 시야를 확보하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탐지용 렌즈는 게임 시작시 프로 선수들이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한 장신구이기도 합니다. 값 비싼 투명 감지 와드나 예언자의 영약 없이도 탐지용 렌즈를 정확한 위치에 사용하면 쉽게 와드를 제거할 수 있어 시야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리시즌에 들어서는 와딩 위치를 적에게 노출하지 않는 일이 더욱 중요해 졌습니다.


롤챔스 경기에서 경기 시간이 흐르면서 게임 초반 와드 토템으로 시작했던 선수들이 경기 중반 탐지용 렌즈로 교체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는데요. 이는 현재 은신을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이 예전에 비해 제한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예언자의 영약이 사라지고 투명 감지 와드 방식이 바뀌면서 투명 와드를 제거할 수 있는 탐지용 렌즈가 주요 시야 장악 수단으로 떠올랐습니다.


▲ 탐지용 렌즈를 이용해 초반부터 적극적인 시야 싸움이 가능합니다.




포지션별 선호 장신구 뚜렷, 장신구 업그레이드보다는 아이템이 우선

이처럼 와드 토템과 탐지용 렌즈가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요. 그렇다면 포지션별로 선호하는 장신구는 무엇이었을까요.


우선 탑, 미드, AD 등 라이너들은 와드 토템을 선호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게임 초반 서포터들이 다수의 와드를 구매할 여유가 없어지면서 라이너들이 와드 토템으로 스스로 시야를 확보하려 한 것입니다.


봇 듀오는 AD가 와드 토템을 서포터가 탐지용 렌즈를 가져가며 시야 확보와 시야 장악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프리시즌에서 서포터는 게임 초반 비싼 투명 감지 와드를 구매하지 않는 대신 탐지용 렌즈를 사용해 시야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글러는 상황에 따라 탐지용 렌즈와 와드 토템을 유동적으로 구매했습니다. 탐지용 렌즈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갱킹 루트를 확보하고 카운터 정글을 노려보거나 와드 토템을 이용해 적의 위치 파악에 힘쓰는 경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장신구가 매우 유용한 아이템이기는 하지만 골드를 지불하여 장신구를 업그레이드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선수들은 장신구 업그레이드보다 아이템 구매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였는데요. 이는 시야석과 달리 장신구는 어떠한 챔피언 능력치도 향상시켜주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KT 불리츠와 나진 소드의 대결에서는 1, 2경기 모두 각각 한 명의 선수만이 장신구 업그레이드에 골드를 사용했으며, 두 경기 모두 탐지용 렌즈를 예언자의 렌즈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었습니다. 은신 탐지 기능을 제외하면, 프로 선수들은 딱히 장신구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 혼자서도 잘해요! 와드 토템과 함께라면 라이너 혼자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프리시즌 시야 싸움 어떻게 변했나

▲ 블루팀이 극도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곳곳에 박혀 있는 블루팀의 와드


시즌3에서는 서포터들이 첫 아이템으로 다수의 와드를 구매해 게임 초반 시야 확보에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프리시즌에서는 투명 와드 단 한 개로 게임을 시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게임 초반 정글러들의 운신 폭이 예전에 비해 넓어졌습니다.


장신구인 와드 토템은 게임 시작 1분 30초 후부터 사용할 수 있으므로 그 이전까지 안전하게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는데요. 그래서 게임 시작과 동시에 챔피언들이 넓게 흩어져서 직접 시야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초반 와딩이 줄어든 만큼 다양한 인베이드 전략이 가능해 보입니다.


그리고 투명 감지 와드의 은신 효과가 사라지고, 탐지용 렌즈가 투명 감지 와드의 역할을 일부 대체하면서, 투명 감지 와드의 쓰임이 제한적으로 변했습니다. 시즌3에서는 서포터가 투명 감지 와드로 시작했을 정도지만, 이번 롤챔스 경기에서는 투명 감지 와드가 경기 시작 8분 후에야 처음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예언자의 영약이 사라지고, 투명 감지 와드도 개수에 제한이 생겼기 때문에 팀원 전원의 유기적으로 시야 장악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시즌3 때처럼 예언자의 영약을 먹은 정글러나 서포터 등 챔피언 한두 명이 시야를 장악하는 일은 이제 힘들어 보입니다.


앞으로 시야 싸움은 장신구의 도입, 투명 감지 와드 변경 및 예언자의 영약 삭제로 인해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특히 서포터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하던 시야 싸움이 팀 전체로 그 부담이 분산되면서 앞으로 장신구와 와드를 활용한 다양한 전략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실현 가능 여부는 미지수지만,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는 수정 구슬을 탐지용 렌즈와 연계해 차례로 시야를 밝히며 공격 경로를 뚫는 식의 전략도 앞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무료로 구매할 수 있지만, 승패를 가르는 시야 싸움에 결정적 역할을 맡은 장신구. 얼핏 보기에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장신구란 아이템이 리그오브레전드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