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음악 듣는 데나 사용한 이어폰, 게이밍으로 적합할까?

게임의 소리가 주는 정보는 상당히 중요하다. 시야엔 보이지 않는 적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거나 어떤 상황이 발생 중인지, 어떤 상대가 있는지 등 미리 파악하면 게임을 이롭게 끌고 갈 수 있는 정보가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 시각적 정보나 피지컬만큼, 청각을 통한 정보 습득 및 대처 등의 판단도 게임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친다.

오래전 현실적이고 풍부한 청취를 위해 공간감 오디오가 구현되었으나 게임에도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출시되는 헤드셋은 아무리 못하더라도 가상 7.1채널 정도는 탑재된다. 덕분에 훨씬 입체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자연스레 사운드 플레이가 중요한 배틀로얄, FPS, RTS 등의 장르를 주로 즐기는 게이머는 헤드셋을 구비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헤드셋은 일부 문제가 있다. 바로 귀 주위를 빈틈없이 감싸는 이어 캡이다. 겨울과 같을 땐 상관없으나 무더운 여름에 사용한다면 머리 옆에 감싸진 이어 캡 안은 통풍이 되지 않아 답답함은 물론, 땀까지 흐를 정도로 답답해진다. 머리 위에 닿는 밴드나 너무 꽉 조이는 장력은 일부 제품의 문제라곤 할 수 있으나, 이어 캡 같은 문제는 근본적인 구조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라 답답함을 조금 완화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최근에는 쿨링 젤이 삽입된 이어 캡을 사용해서 쾌적함을 높인 제품이 있는데 확실히 이거라도 쓰면 그나마 괜찮은 편이긴 하나, 결국 상쾌한 공기가 직접적으로 순환되는 것은 아니기에 묘한 답답함은 남게 된다. 둔감한 편이라 몰랐으나 헤드셋을 죽어도 안 쓰는 친구한테 물어보니 그 점이 싫어 헤드셋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게임을 하냐고 물어보니 평소에는 스피커로 플레이하고, 소리가 중요한 게임이면 집중이 필요하니 이어폰을 낀다고 한다. 이어폰으로 사운드 플레이가 될까 의심스러웠지만 이내 표정이 읽은 듯 못할 정도는 아니고 대충 방향 구별은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얘기를 들어도, 썩 믿음직하지 못한 느낌이다. 음향 관련 지식이 전무한 편이긴 하지만 겨우 저 쪼그마한 스피커가 섬세한 음향 효과까지 구현해 낸다는 걸 믿기는 어렵다. 최소 헤드셋 정도는 되어야 들을 만하지 귀에 쏙 들어갈 정도의 작은 스피커라면 물리적인 한계가 분명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시대에 뒤떨어진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걸까? 확실히 물리적인 한계가 있긴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소프트웨어를 통해 품질을 높이는 기술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또 안 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간단하게 테스트를 해보았다.


헤드셋과 이어폰의 차이
근본적인 차이


이어폰으로 사운드 플레이를 하기 전, 헤드셋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짝 짚어보자. 헤드셋은 귀 바로 옆에 스피커를 가져다 대지만 이어폰은 귀 안에 작은 스피커를 넣는 방식이다. 이런 물리적인 구조 차이로 인해 스피커 크기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헤드셋은 더욱 고품질의, 현실적인 음질을 감상할 수 있지만 이어폰은 그 한계가 있다. 고급 이어폰을 사용해 보질 않아 모르겠으나 이전에 20만 원 대의 이어폰과 헤드셋을 사용했을 때 그 차이는 명확했다.

가장 큰 차이가 느껴졌던 것은 역시 음질이다. 영화 시청 기준 헤드셋이 이어폰보다 더욱 풍부하게 표현해 줘 웅장한 BGM이나 사람의 대화는 물론 사이사이 작은 숨소리마저 명확하게 들려 배우의 감정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이어폰이 엄청나게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소리의 표현력은 다소 떨어져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마 이어폰으로 게임을 할 거란 생각을 못 했나 보다.

두 번째는 편의성이다. 편의성이란 이어폰이 우월한데 뭔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싶지만, 개인적으로 이어폰이 더 사용하기 불편하다 느꼈다. 유선 이어폰은 사용하기 편하지만 선이 자꾸 걸리적거리는 게 신경 쓰였고, 무선 이어폰은 배터리가 짧아 장시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불편했다. 무선처럼 사용할 수 있으면서, 충전 케이블이 그렇게 쉽게 꼬이지도 않고, 한 번 완충 시 몇십 시간은 거뜬히 사용할 수 있는 헤드셋이 편의성이 좋다고 느껴 자연스레 헤드셋을 고집하게 되었다.

▲ 근본적인 차이로 인해 보통 선호도, 사용처에 따라 다르게 사용한다


무선? 유선!
무선도 좋아졌지만...


평소 기기는 고장 났을 때만 새로 사는 편이라 헤드셋, 이어폰 모두 연식이 몇 년 된 제품이다. 그나마 최근에 산 이어폰은 업무 때 사용하려고 다이소에서 구입한 5천 원짜리 제품이며, 주로 사용하고 있는 제품은 갤럭시 버즈 프로와 VJJB K4S 이어폰이다. 두 제품은 휴대전화나 노트북으로 간단한 작업을 하거나 장거리 이동 중일 때 노래를 듣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헤드셋은 무선/유선 연결 방법에 따라 음질 차이가 상당한데 과연 이어폰도 그럴까 싶었는데, 확실히 그런 것 같다. 갤럭시 버즈 프로의 음질이 좋은 것은 확실하나, 버즈 프로는 정가 기준 20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판매된 제품이다.

그에 비해 VJJB K4S는 2만 원이 살짝 넘는 저가 이어폰인데 생각보다 들을 만했으며 둘의 가격의 차이를 고려했을 때, 그만한 차이는 못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이를 고려하면 유선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거나, 귀가 문제 있는 것인데 귀 때문에 병원에 간 적은 없었으니 아마 유선이 유리하다 확신한다.

▲ 동일 가격대의 제품을 체험해 보면 무선과 유선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유선은 다이소의 아이리버 제품과 VJJB K4S라는 제품을,

▲ 무선은 갤럭시 버즈 프로 제품을 사용했다. 연식이 좀 되었지만 아직 쓸만하다


테스트 실험
돈을 쓰는 이유가 있다


대략적인 음질 차이는 알았으니, 직접 테스트를 진행해 볼 차례다. 테스트는 다이소에서 산 5천 원짜리 이어폰, VJJB K4S, 갤럭시 버즈 프로 순으로 진행했다. 가격대에 따른 유선 제품의 차이에 이어 무선과 유선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함이다.

우선 다이소에서 구매한 5천 원짜리 이어폰으로 유튜브에 있는 공간감 오디오 영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정면과 좌우 구별은 잘 되었다. 다만 프론트/리어 R/L과 Y축 오디오는 구별하기 상당히 힘들었다. 집중하면 살짝 구별되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해 게임에서는 쓰기 어려울 것이다.

VJJB K4S는 어떨까. 사실 이 제품을 구매한 이유는 음질이 뛰어나다거나 성능이 좋아서가 아니라 단순 나무 이어폰 감성이 끌려서다. 그래서 기능에 대해서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부족한 느낌이 강하긴 했으나 다이소 이어폰보다는 프론트/리어 R, L 구별이 잘 되었다. 아무래도 가격이 5배나 더 비싼 제품이니 그만큼 기본적인 성능 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버즈 프로는 연식이 조금 된 제품이긴 하지만, 출시 당시 고성능인 제품이라 그런지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줬다. 테스트 제품 중 가장 방향을 구별하기 쉬웠으며 게임을 하기에도 문제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헤드셋에 비하면 아쉬운 편이긴 하나 이 정도면 충분했다. 여러 공간감 오디오 테스트를 진행했으나 충분히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아채기 쉬웠으며, 소리가 주는 정보를 가장 명확하게 표현해 주는 제품이었다.

▲ 다이소 이어폰은 대체로 세심한 방향을 못 잡아줬다

▲ VJJB K4S는 그나마 조금 더 나았지만, 여전히 빠르게 위치를 특정하거나 앞뒤 구별이 어려웠다


그럼 게임을 해봐야겠지?
역시 테스트와 실전은 다르구나


생각보다 괜찮은 테스트 결과에 기대감을 안고 게임으로 실전 테스트를 이어봤다. 테스트는 PUBG로 진행했으며, 게임에서도 괜찮은 결과를 보여준다면 값비싼 헤드셋 대신 이어폰으로 갈아타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으나, 그 생각이 확신이 서기까지는 조금 오래 걸렸다.

우선 다이소 이어폰은 말할 것도 없이 기본적인 좌우 구분만 되고, 자세한 판별은 하기 어려워 게임이 어려웠다. 테스트에서도 R/L의 구분만 될 뿐 특정 위치의 소리를 구현하는 성능은 뒤떨어졌는데 역시 게임에서 써먹긴 어려웠다. VJJB K4S는 그나마 괜찮았으나, Y축은 없는 2D 세계의 소리 같았다. 다이소 제품보다는 낫다고 하나, 여전히 부족한 공간감 표현력 때문에 언덕 위와 아래 중 어디서 소리가 발생하는 건지 빠르게 알아채긴 어려웠다. 또한 앞뒤도 구별하기 어려웠다.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버즈 프로는 내심 기대하며 사용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를 보였다. 음질이 약간 아쉬웠을 뿐, 이전에 테스트했던 유선 이어폰에 비하면 훨씬 빠르고 명확하게 위치를 특정해 낼 수 있었으며 실제 헤드셋을 사용했을 때만큼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내친김에 요즘 많이 하는 헬다이버즈 2로 테스트를 진행해 봤는데, 큰 이질감 없이 만족스럽게 사운드 플레이가 가능했다. 적이 건물 뒤에 있어도 금방 위치를 찾을 수 있었으며, 멀리서 오는 거대한 적의 위치도 빠르게 특정해 대응할 수 있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을 고르자면 배터리뿐이었으며, 공간감 오디오나 음질에 대해서는 큰 불만이 없었다.

▲ 역시 비싼 게 짱인 걸까. 출시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상당히 쓸만하다


마무리
최근 제품은 저가여도 사플이 된다!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어폰으로도 사운드 플레이가 가능한지 체험해 보았다. 처음에는 영 미심쩍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를 보여 놀라웠다. 왜 이걸 사용하는 내내 게임용으로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멍청하다고 느낄 정도로 말이다.

고가의 유선 이어폰을 테스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인터넷을 뒤적거렸는데, 무조건 고가의 제품이라고 해서 게임에 적합한 이어폰이라는 것은 아니라는 내용을 찾았다. 당연하게도 게이밍에 적합한 소리는 고주파와 저주파의 강조, 공간감의 조합이 중요하다. 이는 일반적인 음악 감상용이 아닌 게이밍에 맞게 개조된 이어폰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단순 비싼 이어폰보다는 게임에 적합한 음질을 제공하는 제품을 사는 게 적합하다.

물론 가격이 높을수록 기본적인 품질은 더욱 높아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비싼 제품을 사면 과 지출을 하거나, 사용처에 비해 너무 좋은 제품을 살 확률이 높다. 게다가 요즘은 상향평준화가 이뤄지면서 엄청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아도 충분히 쓸만한 성능을 맛볼 수 있으니 실사용 후기를 보고 자신의 지갑 사정에 적합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게이밍 이어폰 중 많이 쓰이고 있는 제품은 1만 원대부터 10만 원대까지 다양하게 있으며, 특히 5만 원 미만의 저렴한 제품이 많으니 잘 찾아보길 권장한다.

또한 이왕이면 유선 제품을 권장한다. 음질은 물론, 리듬이나 배틀로얄과 같은 장르는 약간의 소리 밀림이 큰 결과를 낳는다. 해당 장르의 게임을 주로 즐긴다면 딜레이가 생기거나 끊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무선보다는 유선이 좋을 것이다. 선이 걸리적거리는 게 정말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여름철에 헤드셋이 답답하다면 적당한 가격의 이어폰을 한 번 구매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번 여름은 더욱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이어폰의 발전에 감탄할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