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진행된 LPL 대표 선발전 최종전을 마지막으로 2021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 참가하는 22개 팀이 모두 확정됐다. LCK에선 담원 기아-젠지-T1과 함께 한화생명e스포츠가 롤드컵 무대를 밟게 됐는데, 4번 시드인 한화생명e스포츠는 다른 팀들과 달리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경기를 치른다.

올해 한화생명e스포츠가 출중한 경기력을 선보인 것은 아니나, LCK와 군소 지역 리그의 기본 체급 차이로 인해 그룹 스테이지 진출은 따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결과와는 별개로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기엔 그 무엇보다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쵸비' 정지훈이 군소 지역의 대표 미드 라이너들을 상대로 어떠한 벽을 느끼게 해줄지다.


'LoL은 상체 게임인가, 하체 게임인가'라는 질문 대해선 견해가 크게 갈리지만, 'LoL에서 가장 중요한 라인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답은 미드다. 그 이유는 미드 라이너는 가장 많은 변수를 창출할 수 있으며, 그들의 주도권이 다른 모든 포지션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지역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거나 최상위권에 오른 모든 팀은 강한 미드 라이너를 보유하고 있으며, LCK에서는 '쇼메이커-비디디-페이커'가 지난 커리어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쵸비'는 보다 특별하다. 그는 올해 한화생명e스포츠가 거둔 거의 모든 승리의 주역이었고, 2021 롤드컵 진출이라는 결과도 본인의 손으로 일궈냈다. 다른 어떤 미드 라이너도 해내지 못했을 기적의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쵸비'의 피지컬이나 순간 판단력 등은 당연히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가장 큰 강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라인전 기본기와 CS 수급 능력이다. 챔피언 상성을 무시하는 그의 압도적인 라인전 능력은 모든 경기에서 발휘되어 상대 미드 라이너의 많은 부분을 봉쇄하고 본인의 성장을 앞당긴다. '쵸비'의 커리어 전체 기준 15분 CS 리드 확률은 80%에 육박하며, 지난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와 LCK 대표 선발전에선 총 20세트의 경기를 치르는 내내 상대보다 많은 CS를 챙기는 기염을 토했다.

챔피언 폭도 '쵸비'의 가치를 높인다. 신드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AP 챔피언들을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독보적인 AD 챔피언 활용 능력이다. 미드 라이너마다 숙련도 차이를 보이는 이렐리아-루시안-아트록스-레넥톤-요네-야스오 등의 챔피언들을 '쵸비'는 언제든 마음대로 꺼낼 수 있다. 그의 무한한 챔피언 폭은 밴 카드를 무의미하게 만들며, 팀 내 챔피언 스왑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점입가경인 점은 이제 경험까지 충분히 쌓였다는 것이다. 지난 LCK 결승이나 롤드컵 등 주요 무대의 다전제 경기에서 '쵸비'는 분명 어느 정도의 기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 환경이나 세트 수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매 경기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덧 세 번째 참가하게 된 롤드컵에서도 '쵸비'의 플레이는 평상시와 똑같을 것이 분명하다.

'마오안-노만즈-코디-보루루-그레비사르-아리아-탈리'. '쵸비'가 2021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만날 군소 지역의 미드 라이너들이다. 여기엔 국내 팬들에게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선수도 있고, 각 지역 리그에서 로열 로더를 달성한 신인 선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선수도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쵸비'를 깔아뭉개고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승리를 따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국내 팬들은 그저 '쵸비'가 상대 미드 라이너에게 진정한 월드 클래스의 품격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것을 즐겁게 감상하면 되겠다.


한편, '쵸비'가 펼칠 활약 외에도 한화생명e스포츠가 치를 플레이-인 스테이지 경기에 관심이 모이는 부분이 있다. 바로 탑 라이너 '모건' 박기태의 행보다. 지난 LCK 대표 선발전에서 선보인 기묘한 카밀 플레이가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라인전 최약체로 꼽히는 '모건'은 선발전에서도 어김없이 라인전 약세를 보였는데, 탑에서 버티고 또 버티며 한화생명e스포츠의 승리와 롤드컵 진출에 일조했다.

약 4주 후 개막하는 2021 롤드컵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는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최종 결과는 결코 알 수 없지만, '쵸비'와 '모건'의 존재로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만큼은 재미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