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라우드코퍼레이션은 e스포츠 에이전시 '슈퍼전트'를 출범했다. 인벤은 슈퍼전트에서 법률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윤길현 변호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지냈다는 윤 변호사는 대회란 대회는 모두 챙겨보는 e스포츠 '찐팬'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도 북미 서버부터 시작했다고. 그렇게 팬심으로 처음 e스포츠 업계에 발을 디뎠고, 약 10년이 흐른 지금 에이전시의 일원이 됐다.

윤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에이전트의 필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전문가인 프로 선수는 전문이 아닌 분야에 대해서는 당연히 잘 모를 수밖에 없고, 때문에 에이전트를 통해 일상 전반에 대한 케어를 받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좋은 에이전트를 만나는 게 선수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윤 변호사가 생각하는 좋은 에이전트란 무엇일까.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그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Q.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름은 윤길현이고, 올해로 14년 차 변호사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술을 거의 안 먹고 공부랑 게임밖에 안 했거든요. 스타크래프트를 엄청 좋아했죠. 99년도에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부터 해서 2000년대 초반까지 스타 대회는 거의 안 빼놓고 다 봤어요. 거기서 시작된 인연으로 지금 라우드코퍼레이션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e스포츠 업계에 발을 딛게 되셨나요?

제가 임요환 선수 팬이었거든요. 근데, 임요환 선수를 좋아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홍진호 선수도 좋아지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홍진호 선수가 콩두 컴퍼니를 설립했다는 기사를 본 거예요. 그때 저는 변호사가 되어 있었고, 그래서 회사로 메일을 보냈습니다. 홍진호 선수 정말 많이 응원했다. 같이 일하고 싶다. 비용은 얼마 안 받아도 된다. 이렇게요. 그래서 같이 일하게 됐죠. 그때는 제가 로펌 소속이라, 공짜로는 못하고 아마 로펌이 한 달에 20만 원 정도 받았을 거예요. 그게 벌써 9~10년 전이네요.


Q. 콩두 컴퍼니에서의 인연이 라우드코퍼레이션으로 이어진 거네요.

그렇죠. 서경종 대표님이 당시 콩두 컴퍼니 창립 멤버였으니까요. 콩두 컴퍼니와 일을 하다가 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자문하는 로펌이 바뀌게 됐어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계속 연락하고, 경기 하면 구경도 가고 그러면서 지냈죠. 그러다가 지금 다시 기회가 돼서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Q. 회사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e스포츠 전문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사실 프로게이머 관련 계약서를 대한민국에서 저만큼 많이 검토한 변호사는 없을 거예요. 9년 전부터 해왔으니까요. 그래서 선수들의 니즈가 무엇인지, 이 계약에서 어떤 게 불안한 지, 꼭 챙겨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축적된 경험을 통해 어쩌면 선수보다 먼저 파악할 수 있어요. 계약서에 없던 부분까지 챙겨주는 것. 선수분들은 그런 걸 되게 좋아하죠.

선수는 일종의 걸어 다니는 기업이에요. 선수를 둘러싼 모든 게 사실 계약이거든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단순히 게임단과의 계약 뿐만 아니라 모든 계약을 다루는 거에요. 비슷하게는 광고 계약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생활적인 부분에서 이사를 해야 할 수도 있고, 운전하다 접촉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거고. 선수를 둘러싼 모든 계약을 관리, 검토하는 그런 일을 맡아 합니다.


Q. 일종의 토탈 케어네요?

슈퍼전트의 개념이 약간 그런 거에요. 회사에서는 원웨이 서비스라고 표현하는데, 게임단을 구해주고, 계약 조건을 협상하는 걸 넘어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혹은 궁금증이 생겼을 때 언제나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되어주고 싶은 거죠. 당신이 선수로서든, 사회인으로서든, 일상 생활에서든 필요한 게 생겨서 우리에게 물어보고 확인하면, 우리는 그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률이라는 분야도 필요하니까 제가 합류해 있는 거고요.

그래서 에이전시라는 표현보다는 e스포츠 엔터테인먼트라는 표현을 선호합니다. 일종의 종합 매니지먼트라고 보시면 돼요. 사실 프로 선수면 종목을 불문하고, 그런 서비스가 진짜 필요하거든요.



Q. 법률 서비스를 위해 자문 변호사를 두는 형태가 대부분인데,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저는 자문 변호사가 아니라 슈퍼전트의 멤버 중 한 명이라는 개념입니다. 이번이 공인 에이전트가 도입된 첫 해였는데, 다음 해에는 저도 에이전트로 등록을 할 생각이고요. 율강이라는 제 회사가 있으니 매일 여기로 출근을 할 수는 없지만, 요새는 세상이 좋아져서 온라인으로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거든요.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계속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모든 상황을 파악한 채로 즉각적인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어요. 변호사로서는 율강의 대표 변호사고, e스포츠 쪽에서는 슈퍼전트 소속 에이전트 겸 변호사인 거죠.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고, 게임도 워낙 좋아해서 일에 애정이 깊어요. LoL도 좋아하거든요. 예전처럼 대회를 자주 볼 수는 없지만, 북미 때부터 했어요. 응원하고 좋아하는 선수들, 물론 서류상으로만 보지만, 그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는 게 만족감이 큽니다.


Q. 인터뷰에 앞서 약력을 보니까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자문을 해주셨던 걸로 봤어요. e스포츠 분야만의 차별점이 있다면요?

e스포츠는 다른 분야에 비해 산업화된 지 오랜 시간이 되지 않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법적으로 챙겨야 할 것들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지는 않아요. 표준 계약서가 나온 지도 사실 얼마 안 됐고. 저희 슈퍼전트가 채워주려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선수가 게임단과 계약할 때, 광고주와 계약할 때, 아니면 이벤트 같은 걸 참여해서 계약할 때 기성 스포츠는 선수들이 많이 해보기도 했고,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으니 보편적인 틀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e스포츠는 선례가 많지 않다 보니까 쉽지 않죠.

또, 선수 연령대가 낮은 편이잖아요. 미성년자도 많고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학부형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선수 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이해하고 납득하실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기성 스포츠와 학원이 섞인 느낌이에요. 학원이 학생만 잘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학부모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어야죠. e스포츠도 그런 게 있어요.


Q. 계약을 앞둔, 혹은 당장은 아니어도 계약을 하게 될 선수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을까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일단, 선수는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잖아요. 전문가가 되면 필연적으로 내가 전문이 아닌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밖에 없어요. 내 인생의 대부분을 여기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는 모르는 게 당연한 거예요. 또, 어떻게 보면 선수들은 선택을 한 거거든요. 보통 사람은 취직해서 수익이 올라가다 노년이 되면 끊기지만, 선수들은 극단적으로 올라갔다 떨어지는 구조에요. 평생의 수입 대부분을 2~30대에 다 벌어야 하는 직업이에요. 그렇다면, 이 시기 동안 어떻게 벌고, 어떻게 관리할 건지 매우 중요한데, 그걸 본인이 다 한다는 건 진짜 어려운 일이죠.

그런 부분에서 에이전트라는 존재는 꼭 필요해요. 기성 스포츠 같은 경우에는 에이전트가 거의 다 있거든요. 근데, 그게 그냥 폼으로 있는 게 아니에요. 단순히 계약을 대리해주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나를 전반적으로 챙겨줄 수 있는, 또 내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확인하고 물어볼 수 있는 그런 울타리 같은 개념입니다. 좋은 에이전트를 찾는 건 아마도 선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일 거에요. 그 기준은 본인이 제공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와 수준이겠죠. 저는 당연히 슈퍼전트가 그 분야의 최고라고 생각하고요.


Q. 인터뷰를 통해 슈퍼전트가 추구하는 바를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슈퍼전트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국내 제일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e스포츠 매니지먼트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LoL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 e스포츠는 커나갈 거고, 리그 간의 교류도 더 활발해질 거에요. 당연히 선수 공급은 언제나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일 거고요. 우리나라에 접촉 할 때는 슈퍼전트를 찾으면 된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e스포츠의 팬이자 업계 종사자로서, 변호사님이 가진 비전에 대해 들어보면서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저희와 선수는 비즈니스 관계잖아요. 우리의 고객이 잘 되는 게 결국 우리의 이익이죠. 하지만, 저는 비즈니스가 꼭 돈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마음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두 가지가 함께 어우러져야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능력과 마음으로 선수들은 뒷받침해드리는 동반자가 되고 싶어요. 선수들이 믿을 수 있는 e스포츠 종합 매니지먼트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