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전략 게임에서 전투가 지루하지 않은 게임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단순히 유닛을 출진시키기만 하고 지켜보는 건 답답한 행위임이 틀림없다. 내 마음대로 지휘할 수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전략게임이지만, 병력 전개 장소를 선택하는 것 말고는 전략적 요소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보내듯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유닛의 조합도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상위 티어의 유닛이 압도적으로 강력하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시절 끝도 없이 밀려오는 히드라리스크를 훨씬 적은 수의 하이템플러로 저지하는 쾌감 따위는 찾기 힘들다. 기껏 해봐야 방어 탑이 조금 부실한 곳을 찾고, 가장 많은 자원을 약탈할 최적의 장소가 어딘지 찾는 게 고작이다.

기자가 모바일 전략 게임을 플레이할 때 가장 큰 불만이 전투였다. 어째서! 왜! 도대체! 뭐 땀시! 지휘관이란 타이틀을 붙여줬으면서 지휘를 하지 못하는가 의문을 늘 품게 하였다. 전략이라며! 지휘관이라며! 왜 전략적 지휘를 할 수 없는 거냐는 말을 수없이 외쳤다.

그런 점에서 '히어로 스카이'는 기존의 모바일 전략게임과 조금 다르다. 전투에 게이머가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웅의 액티브 스킬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전투의 몰입감을 몇 배로 올렸다. 쏟아져 나오는 적 유닛을 영웅의 스킬을 통해 한 방에 날려버리는 쾌감은 스타크래프트의 그것과 비슷하다.

▲ 당신이라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구해드리리다.


모바일 전략 게임의 중요 요소인 '전투'. 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있는 동종 장르에서 고유한 개성을 가장 잘 표출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투다. 전장을 감각적이고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유저로 하여금 경쟁적 발전을 이끄는 경험의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많은 모바일 전략 게임 개발사가 독창적 전투 시스템 구성에 신경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히어로 스카이' 역시 전투에 많은 신경을 썼다. 앞서 말했듯 기존의 모바일 전략게임은 전투가 너무나 지루했다. 아무리 플레이해도 지루함을 이겨낼 수가 없었고 나중에는 "난 건물 업그레이드시켜놓고 시간 되면 들어가서 수확하는 임대업자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흥미는 점점 사라졌고, 업그레이드나 병력 생산이 완료되었다는 메세지가 귀찮아져 결국엔 게임을 지우게 됐다.

반면 '히어로 스카이는' 기존에 익숙한 전략의 문법 위에 영웅의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유닛의 공격목표를 지정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지만(게다가 유닛은 멍청하기까지 하다.) 영웅의 스킬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불리한 전황을 한 번에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멍하니 쳐다보는 것을 싫어하는 기자에게 이렇게 흥미로운 요소는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자동전투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란 사실은 분명하지만, 전투 지휘관의 역할을 원하는 게이머에게 여러 전략게임 중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점이다.

▲우워워워 퍼벙퍼벙 펑펑펑 진짜 마음에 든다.

▲ 방어탑이 공격을 하고 있지만 AI는 가볍게 무시한다. 이 뭐...


영웅도 영웅이지만, 트로이 목마 시스템 역시 참신하다. 영토 외곽에서 침공하는 것이 아닌 비공정으로 적의 심장부를 단숨에 타격할 수가 있다. 적진의 중심부터 공략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새로운 전략 요소로 게임머들의 게이머들의 전략 구성 욕구를 자극한다.

'히어로 스카이'가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영웅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토르', '서큐버스', '클레오파트라' 등 시공을 초월한 다양한 능력을 보유한 70여 종의 영웅들이 등장하기 때문인데, 사실 종류만 많고 그다지 개성을 자랑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많은 종류의 영웅과 그들의 강화, 합성이 끌리는 요소라고 보기 힘들다. 다만, 그들이 보유한 스킬을 게이머가 직접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또한 '히어로 스카이'는 기존 전략 게임 진행 시 소요되는 5분 이상 병력 생산 시간을 줄이는 등 전략 게임의 핵심인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속 전투가 가능하며, 3연승 시 발동되는 피버 모드를 통해 반복적인 전투 플레이에 대한 재미를 더 했다.

▲ 트로이 목마로 적군의 심장에 비수를!

▲ 강화, 합성이다. 익숙하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지만 진입 장벽은 높지 않다. 처음 모바일 전략 게임을 접하는 유저를 배제하지 않은 모습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게임 전반을 관통하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레 게임을 배워나갈 수 있다. 50개가 넘는 분량으로 준비된 '하데스의 던전'을 통해 병력의 생산부터 방어 등 게임의 전반적인 플레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 매우 신선했던 디펜스 모드는 익숙한 디펜스 게임을 단순히 미니 스테이지로 구성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략 게임이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다른 특성을 가진 방어 건물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이것이 방어 시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기에 전략적인 배치에 대해 직관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게 했다. 전투 장면 리플레이를 길드에 올려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몽환적 섹시함을 자랑하는 서큐버스부터 세워야지. 방어탑은 겁쟁이나 세우는거다.

▲ 서큐버스님이 보우하사 악당 따윈 쉽게 물리칠 수 있을거야


단순한 유저간의 전투뿐만 아니라, 액티브 디펜스, 무한의 탑 등 풍부한 콘텐츠 구성은 '히어로 스카이'를 '클래시 오브 클랜' 짝퉁이라고 평가절하하기 힘든 근거가 된다.

시장 미래가 불투명하고 많은 경쟁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때문에 '잘 뽑아 먹힐' 만한 게임을 목표로 세우다 보니 새로움보다는 익숙함, 신선함보다는 모방이라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곤 한다. 표절 논란이 비일비재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저들은 이제 진보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히어로 스카이'는 '클래시 오브 클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클래시 오브 클랜'이 모바일 전략 시장에 토대를 만들었고 '히어로 스카이'는 파이를 더 키우기 위한 원대한 청사진을 보여준다. 양산형 게임이 넘쳐나는 시대에 시장 확대를 위해 기존의 익숙함을 유지하되 자신만의 참신함을 더 한 것이 이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치맥 같은 작품이다. 영웅과 유닛이 한데 어울려져 치킨과 맥주 같은 환상의 맛을 내길 기대한다."


이노스파크의 신재찬 공동대표이사가 인터뷰 당시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멋진 비유지만, 그에 걸맞은 작품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애초에 치맥느님과 비교했을 때 이길 수 있는 것들이 삼겹살과 소주, 파전과 막걸리 말고 몇 개의 조합이나 있는가?

하지만 '히어로 스카이'는 패기를 뿜어내며 치맥에 비유를 했다. 상당한 기간 연마하고 다듬은 작품인 만큼 자신들만의 구상과 개발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모바일 전략 게임의 파이를 키울 가능성을 보여줬다. 모바일 전략의 기본적인 문법 위에 참신한 요소를 다수 추가했다. 제로 베이스에서 쌓아올린 개성만이 참신함이 아니다. 기자는 이런 시도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 다양한 순위로 보상을 지급한다.

▲ 무엇이 있을지 기대하게 만드는 신전

▲ 다양한 카테고리가 준비되어 있다.

▲ 영혼을 담은 남자들의 싸움.

▲ 나의 클레오파트라는... 어.. 음...

▲영웅 장비에 따라 변화하는 외형.

▲ 영웅이 한번 스킬을 똭! 끝.

▲ 비공정을 타고 갑시다.

▲ 스피디한 전투를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