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6년, 사무실을 연 기간만 따져봐도 4년.

패기있게 도전했다 1년 만에 두손 두발 다 들고 사라진 스타트업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게 모바일 게임 업계다. 이런 업계상황 속에서 중견 개발사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긴 시간을 버텼다.

이 기간 동안 나온 게임만 해도 20여 종에 이른다. 하지만 특정 장르에 특화된 개발사는 아니다. 그렇다고 흔히 말해 잘나가는 RPG 하나 없다. '좀비쇼크', '루팡' 같은 액션 게임부터 퀴즈 게임 '낮말맞추기', 심지어는 게임이라고 간단하게 정의하기 힘든 '나이측정기' 시리즈까지. 특정 장르에 특화됐다기 보다는 다양함에 특화된 개발사라고 표현하는 게 적합할 정도다.

그렇다고 성공한 게임이 없는 건 아니다. 잘나가는 장르도, 전문화된 장르도 아닌데 '모바일 으뜸앱'과 '힘내라 게임인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은 물론, 해외 다양한 앱마켓의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한 게임이 한둘이 아니다.

흔히 성공의 맛을 보기 시작한 기업이 기존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회사의 안정화를 꾀하는 경우가 많다. 블루윈드도 기존의 성공을 바탕으로 그러리라 생각했다. 흔히 말해 돈잘버는 대세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회사의 규모를 불려나갈 법 하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도전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 것일까? 20여 명의 본사 인원 중 4명을 선출하고 2명의 추가 인력을 영입, 6명으로 구성된 파일럿팀을 꾸려 강남에 새 둥지를 틀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장르, 새로운 형식, 참신한 시도'를 모토로 출발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전문 개발사 '블루윈드'의 파일럿팀 이야기다.




■ 도전 의식으로 똘똘 뭉쳤다. 소수 정예 블루윈드 파일럿팀


파일럿 팀의 임준만 개발 팀장은 인터뷰 시작과 함께 '아직 하고 싶은 새로운 것이 많다'고 말했다. 비슷하게 만들어 낸 게임, 돈이 되는 게임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그들에게 기존 장르의 게임 개발은 성에 차지 않았다.

"게임을 개발할 때는 매출에 대한 목표나 성공을 위한 고민 노력보다는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개발에 임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장르에 제한을 두기보다는 기존에 없는 장르를 생각해보거나 다양한 장르를 접목해보죠. 하지만 단순히 만들때 재미있는 게임은 의미가 없어요. 직접 유저의 입장으로 생각해보고 플레이했을 때 재미있겠다 싶은 경우 개발하게 되는거죠."

파일럿팀의 처녀작 '코마' 역시 그들의 도전의식이 담긴 작품이다. 첫작품으로 선택한 '코마'의 장르는 공포 방탈출. 모바일 게임내에서 공포라는 장르는 성공 사례는 커녕 출시된 게임 숫자도 손에 꼽을 정도로 보기 드문 장르다. 임준만 팀장도 이점에 대해 공감했다. 하지만 단순히 어렵다는 대답 대신,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표했다.

"모바일 공포게임은 성공은 물론이고 후속작 개발을 위한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장르가 맞아요. 하지만 이런 게임을 개발할 때 개발자로서 가장 큰 재미를 느끼죠. 또 공포 같은 장르로 성공한다면 성취감도 더 크겠죠. (웃음) 이 부분은 개발자라면 대부분 공감할 거에요. 다만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 도전하지 못하는 부분이 클테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도 본사를 나와 이렇게 시도하는 고 있는 것이고요."

▲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가 잘 나타난 '나이 측정기' 시리즈



■ 손바닥 안 모바일에 최적의 공포를 담아내다. '코마'


"코마는 스토리텔링에 강점을 둔 공포 방탈출 게임이에요. 기본적인 이야기의 골자는 주인공이 야영 도중 사라진 여자친구를 찾는 과정에서 겪는 단순한 스토리로 시작하지만, 다양한 진행방향과 선택지로 이야기의 결말이 달라지는 멀티 엔딩형식을 취하고 있죠. 우선 이점이 기존의 방탈출 게임과는 다른 부분이에요. 특히, 후레쉬를 이용해 어둠을 밝히고, 퍼즐을 풀어나가는 색다른 공포에 많은 신경을 썼어요."

'코마'의 탐색은 기본적으로 손전등을 이용한다. 어둡고 폐쇠된 공간 안에서 손전등을 손가락으로 드래그해서 밝혀나가고 퍼즐을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정된 시야안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게임 곳곳에서 유저를 놀라게 하는 공포 요소가 등장한다. 이는 단순히 유저를 놀라게 하는것 뿐만 아니라 게임 플레이 자체에도 긴장감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유령이 접근하게 되면 플레이어의 체력인 심장게이지가 급속하게 떨어지게 되어 급박하게 퍼즐을 풀어야 한다. 이를 통해 시간만 주어지면 간단하게 풀수 잇는 퍼즐도 긴장감있게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었다.

▲ 스토리에도 많은 신경을 쓴 '코마'

'코마'가 완성되기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게임이 있다. 바로 '심령사진 귀신찾기'다. '심령사진 귀신찾기'는 사진속에 등장하는 귀신을 찾아 없애는 게임으로 손전등을 비춘 곳에만 빛이 밝혀지고, 한정된 시야 속에서 순간적으로 등장하는 귀신을 잡아야하는 게임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공포요소를 전달하기 쉬웠지만 그림찾기 같이 게임으로서의 요소는 부족했다. 임준만 팀장역시 이부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심령사진 귀신찾기'라는 공포게임을 출시한 적이 있어요. 공포게임 본연의 공포요소는 매우 충실했죠. 하지만 당시 개발 디자이너가 공포에 대한 내성이 약해서 무서운 사진을 더 추가하지 못했어요. 콘텐츠 소모가 빠른 장르의 게임인데도 업데이트가 되질 않으니 게임 자체의 준수한 공포감에 비해 반짝 이슈를 만들고 사라져버렸죠.

공포에 적합한 시스템을 가지고도 콘텐츠 양 때문에 실패한 '심령사진 귀신찾기'를 내부적으로는 아쉬운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이를 활용할 방법으로 체계가 잡힌 원작의 시스템에 콘텐츠만 늘리는 업데이트를 실시할까 생각했죠. 하지만, 단순한 콘텐츠 추가보다는 유저들에게 새로운 게임으로 공포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심령사진 귀신찾기'의 '공포감을 그대로 전달하되 유저들이 좀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까'라는 내용으로 팀원들과 함께 고민했죠.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중 선별된 것이 방탈출 장르를 접목하자는 것이었죠. '코마'는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 '심령사진 귀신찾기'. 공포는 효과적으로 전달했지만 5분 내외에 끝나는 볼륨이 아쉬웠다.

처음으로 만드는 공포 퍼즐게임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단순히 방탈출 요소를 넣는 것 외에도 적당한 난이도와 공포 수준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정된 시야와 시스템은 공포와 난이도의 개인차이를 벌려 놓았다. 하지만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공포요소의 추가로 이러한 약점들을 보완해나가 콘텐츠 소모 시간도, 게임의 공포감도 적당해졌다.

"퍼즐이라는 장르 자체가 사람마다 느끼는 난이도가 달라요. 저희는 쉽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어렵게 느끼시는 경우도 있었고, 저희가 고심해서 어렵게 만든 퍼즐을 쉽게 푸는 경우도 있었죠. 이같은 퍼즐 난이도를 조절하는게 가장 어려웠어요.

실제로 챕터 2의 초반 스테이지는 무척이나 어려워 유저들이 쉽게 플레이할 수 없게 되어있었죠. 보통 단계를 거쳐가며 조금씩 허들을 만나야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데 초반부터 어려우니 바로 그만두는 경우가 생겨버린 거에요. 차기 업데이트에서는 이부분이 바로 조절될거에요.

공포 요소도 새롭게 추가됐어요. 기존까지는 흔히 '갑툭튀'라고 불리는 순간적인 공포요소를 통한 공포상황을 만들어 냈다면, 챕터 2에는 은은한 공포분위기나 뒤늦게 무서움을 느끼게 되는 색다른 공포요소를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챕터 1의 공포에 만족하셨던 분들이라면 더 큰 공포를 느낄 수 있을 거에요."


▲ '코마'의 다양한 퍼즐은 개발자들의 오랜 고민이 있기에 가능했다.



■ 개발자들의 의욕이 좋은 게임, 좋은 업데이트를 만든다.


세계적인 스태디셀러 모바일게임 '앵그리버드'의 개발자들은 게임이 인기를 끌기 위한 요소로 '처음부터 게임을 완성하려 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는 게임을 대충 만들고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하겠다는 것이 아닌 시스템적인 게임의 틀을 완성, 하나의 게임을 만든 후 추가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을 완성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훌륭한 게임 재원을 가지고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겪은 임준만 팀장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유저에게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끊기지 않아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챕터 2 대형 업데이트'라는 식으로 한꺼번에 추가하기보다는 공포게임 특유의 긴장감을 잊지 않을 정도의 기간인 1주일 간격으로 정기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챕터 2의 새로운 내용도 매주 업데이트를 통해 조금씩 공개할 예정이고요.

사실 지속적인 업데이트는 공포게임 뿐만 아니라 모든 게임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기존에 출시한 '가로세로 낱말맞추기'의 경우 업데이트를 매주 했어요. 특히, 앱스토어의 업데이트 검수기간이 굉장히 길어 검수를 통과하자마자 올리고 또 다른 업데이트 내용을 만드는 빠듯한 일정의 연속이었죠.

하지만 매주 꾸준히 업데이트를 진행한 결과 업데이트 기간마다 매출순위가 크게 올랐고, 마켓 다운로드 순위도 1년 내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어요. 이처럼 개발자와 유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질의 게임을 완성하고 출시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걸로는 완성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을 완벽하게 만들어 나가는 거죠."


▲ 업데이트 때마다 매출 순위가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 앱애니)

매출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 게임들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지속적으로 놀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미 시장에서 증명된 것처럼 업데이트는 게임의 장기 흥행에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임준만 팀장은 이러한 이유를 개발자들의 열정이 저하하고 피로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게임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데에 가장 큰 요소는 개발자들이 지치지 않고 개발을 마무리하는거에요. 이게 단순히 육체적인 피로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이 유지하냐 마느냐 하는 문제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 회사 입장에서는 개발자들의 열정을 지속적으로 제고하려고 해요.

그러기 위해 개발자들에게 꼭 지키는 약속이 하나 있어요. 바로 '개발한 게임은 무조건 출시한다'에요.

개인 개발자의 가장 큰 즐거움은 자신이 만든 게임을 출시하고 그 반응을 지켜보는 거에요. 하지만 여기 모인 많은 개발자들이 다른 기업에서 그 간단한 즐거움조차 즐기지 못하고 좌절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회사의 이윤추구를 위해 개발중인 게임이 중도에 개발취소가 되는 경우가 많죠. 여러 자금원이 엮인 대기업으로 갈수록 이러한 현상은 많아지잖아요?

결국 경제논리에 급급하다 보면 개발자의 의욕이 떨어져 업데이트도, 개발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는 그런 기업논리에 개발자의 최소한의 행복을 뺏고싶지는 않아요."



개발한 게임을 무조건 출시한다는 말이 일견 쉽게 들릴 수 있지만, 생각처럼 간단한 일은 아니다. 특히 회사 입장에서 효율적인 운영과 이윤을 위해 업무의 수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모두 출시할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게 돌아왔다.

"최대한 빠르고 다양한 게임을 만들면 되요. 이를 통해 개발자들 스스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새로운 게임상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개발자 스스로는 물론 유저가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가 완성되어야 하고요.

'가로세로 낱말맞추기'는 제가 해외에 있을 때, 1주일만에 만든 게임이에요. 하지만 성공했다고 말할 정도로 좋은 수익을 거둬들였죠. '코마'도 긴 시간 개발에 들어간 작품이 아니고요. 게임에 따라 다르겠지만 게임의 주요 부분을 완성하는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아요.

하지만 게임 외적의 소셜기능이나 초대 기능등 다른 업체의 API가 들어가게 되면 개발기간은 몇 배씩 늘어나게 되죠. 저희는 그런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게임 본연의 기능으로 승부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만들고 어려분들께 선보일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적은 시간동안 빠르게 게임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어진 거에요."


▲ '가로세로 낱말맞추기'는 1주일 여만에 만들었지만 오랜 시간 인기를 끌었다.





▲ 임준만 개발팀장(좌)과 전승표 이사(우)

독특한 게임으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고 말할 수있는 그들은 인터뷰 중 성공하는 게임에 대한 자신들만의 색다른 견해를 먼저 밝혔다.

"최근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성공하는 것은 로또와 같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어요. 그렇게 따진다면 우리가 만드는 게임은 6개의 숫자가 아닌 3개의 숫자를 맞히는 로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당첨금이 적지만 그만큼 당첨확률도 높죠. 일반적인 대세 장르의 경우 유저폭이 넓기 때문에 성공한다면 큰 수익을 벌겠지만 실패의 확률도 크니까요."

단순히 성공했던 게임의 뒤를 밟는 것 대신, 성공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개발을 목표로 삼는 블루윈드.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앞으로 출시될 게임의 방향성에 대해 묻자 전승표 이사는 게임에 대한 블루윈드 만의 해석을 무기로 자신들의 목표를 이야기했다.

"파일럿 팀에서는 기존의 퍼즐과는 다른 새로움과 블루윈드만의 해석이 잘 묻어난 퍼즐 게임이 9월 중 출시될 예정이에요. 또,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루팡'의 후속작 '루팡 : 전설의 보물'의 글로벌 출시도 준비하고 있고요.

이 외에도 앞으로 출시할 게임들은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거에요. 하지만 기존의 주류와는 다른, 블루윈드만의 색을 입힌 게임으로 말이죠. 비주류 게임이 주류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테니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더불어 블루윈드는 게임 개발 간격을 최대한 짧게 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안정궤도에 오른 게임의 경우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위해 신작 개발 외에도 추가인력을 고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가해 유저들에게 긴시간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