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블루홀 피닉스 ⊙장르: 스포츠,아케이드 ⊙플랫폼: 안드로이드,iOS ⊙발매일: 2016년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4년 만에 돌아온 세계인의 축제,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지난 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기 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구 정반대 편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응원을 하려면 밤을 꼬박 지새워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되는 것은 여전한 것 같네요.

4년 만에 돌아온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IOC로부터 정식 라이센스를 취득한 공식 올림픽 모바일게임 또한 돌아왔습니다. '명랑스포츠', '무한상사' 등의 쉽고 가벼운 아케이드 게임을 개발해온 블루홀 피닉스가 개발을 맡은 공식 이번 올림픽 게임은 아기자기함이 돋보이는 간편한 미니게임들이 특징입니다.

4년마다 돌아오는 세계인의 스포츠, 올림픽의 공식 게임을 만든 소감은 어땠을까요? 블루홀 피닉스의 이정헌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블루홀 피닉스 이정헌 이사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개발사 '블루홀 피닉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블루홀 피닉스의 전신은 2012년 창립한 피닉스게임즈입니다. 작년 4월 블루홀에 인수되었고, 블루홀의 연합군으로서의 성격을 좀 더 확고히 하기 위해 올해 6월에 사명을 '블루홀 피닉스'로 변경했습니다.

모바일 전문 개발사로 그동안 '명랑 스포츠', '하이파이브', '무한상사' 등의 게임을 개발해왔고, '볼링킹' 같은 글로벌 게임도 출시했어요. 최근에는 네오위즈게임즈와 함께 리우올림픽 공식 모바일게임을 출시하게 됐습니다.

▲ 연합군으로서 성격을 공고히 하기 위해 '블루홀 피닉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명랑스포츠 등의 캐주얼 스포츠 게임을 개발하면서 생긴 노하우가 도움이 됐나요?

회사(블루홀 피닉스)가 지향하는 방향 자체가 'RPG는 만들지 말자'예요. 그동안 아케이드성이 짙은 게임을 많이 만들어 왔는데, 특히 한판 한판을 오락실 게임 하듯 할 수 있는 느낌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추는 편입니다. 또, 유저분들이 진행 도중 즐거울 수 있도록 유머 코드 삽입에도 신경을 쓰고 있고, 각 종목 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도 많이 노력하고 있고요.

볼링킹, 명랑 스포츠를 만든 경험이 아무래도 이번 작업에 도움이 많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공식 올림픽 게임'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유저들을 대상으로 가장 고민했던 것이 있다면?

올림픽은 전 세계 남녀노소 모두가 집중하는 기간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게임도 역시 누구나 쉽게 즐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명랑 스포츠 때도 그랬지만 쉽고 간단한 룰을 지향했죠. 한 손 만으로도 조작이 가능하도록 하고, 튜토리얼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 문구 대신 애니메이션을 이용하고요. 다시 말하면, 게임을 많이 안 하는 분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을 만드는 것이 1차적인 목표였습니다.

게임 내적으로 고민했던 것은 그랬지만, 게임 외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진 게임이었어요. 실제 올림픽 경기장에 가깝게 표현하는 부분부터 다양한 인종을 표현하는 일, 그리고 각 국가별로 애국가를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일 등이 고민이 되더라고요. 애국가를 전부 삽입하면 용량이 커지고, 그렇다고 일부만 넣으면 형평성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결국 200여 개 국가의 국기와 애국가를 전부 삽입하는 쪽으로 결정했고, 사운드를 담당하시는 분이 일일일이 검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랍어를 포함해 15개국의 언어를 지원하는 등 외적인 부분을 갖추는 데 자원을 많이 활용했어요.


리우 올림픽 스포츠 종목으로 총 28개의 종목이 채택됐는데, 게임에는 여섯 가지 종목이 있어요. 특별히 여섯 종목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과거 '명랑 스포츠'의 종목과 콘셉트를 재구현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유저분들이 과거 명랑스포츠를 사랑해주시기도 했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이전부터 해왔던 것을 발전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는데요, 양보다는 하나하나에 더욱 신경 쓰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올림픽의 틀 안에서 명랑스포츠가 추구했던 아케이드성을 많이 담고자 했죠.


'리우 2016 올림픽 게임' 개발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작년 10월부터 프로토타입과 콘셉트를 정했어요. 처음 기획은 기존 '명랑스포츠'의 완성도를 높여서 개그 요소와 의외성, 다양한 모드들을 준비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또, 다양한 인종을 표현하기 어려운 면이 없지 않아서 캐릭터들은 동물형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등 이런저런 기획을 하는 시간이었죠. 이런저런 아이디들로 시작해서 작년 12월까지 프로토타입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12월 말에 IOC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는데, 처음 기획했던 것과 IOC가 추구했던 요소들이 많이 충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결국 다시 백지부터 시작해서 올해 2월 중순경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개발하는 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피드백을 많이 받은 편인가요?

그렇다기보다는 아무래도 공식 올림픽 게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검수를 통과해야 하는 곳이 여러 군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IOC는 물론 리우 올림픽 준비 위원회에게도 디자인이나 게임 플레이 등의 검수를 받아야 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처음에는 게임에 콤보 시스템도 넣고 여러가지 유머러스한 요소들도 많이 넣는 방향으로 기획했습니다. 하지만 IOC가 지향하는 공정성과 정확한 규정, 소위 말하는 '올림픽 정신'과 충돌해서 개발 중간에 완전히 방향을 틀어야 했죠. "UFO가 등장하는 게 재미는 있지만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검수를 받는 동안 게임에 UFO가 나오면 안 되고, 농구 골대도 이리저리 움직이면 안 되고 하는 내용들을 자체적으로 알아가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무협지에 나오는 말로 하면 올림픽은 '정파'고, 명랑스포츠는 약간 '사파' 쪽인 거죠.(웃음) 지향하는 콘셉트나 스타일이 상충하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 명랑스포츠와 달리 현실적인 스포츠에 중점을 뒀다.
위 스크린샷은 명랑스포츠에서 등장했던 UFO의 모습

그렇다면, 과금 요소같은 부분도 IOC와의 협의를 필요로 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많은 협의가 필요했다기보다는, IOC에서 과금 요소에 관해 요구했던 것 중에 하나가 "개인의 재화나, 국가 간 빈부의 차이가 게임에는 반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국가 랭킹도 게임 속에 구현하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네트워크 속도 같은 기반 인프라가 좋고, 인구 수가 많은 국가들이 무조건 이기는 현상이 우려되더라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에는 개개인이 즐기고, 또 서로 경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랭킹을 설정했습니다. 특정 국가 유저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향은 있지만, 그렇다고 랭킹을 장악하거나 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페이 투 윈'을 지양해달라는 IOC의 의견에 맞춰서, 과금 요소도 대부분 없앴어요. '페블'을 이용해서 경기 종목마다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거나 할 수 있는데, 굳이 결제를 하지 않아도 열심히 플레이하면 다 얻을 수 있는 수준으로 해두었습니다.

▲ 랭킹은 국가별이 아니라 개인별로 정해진다

상대방과 실시간으로 대결하는 요소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첫 기획 단계에서는 이미 실시간 대결을 계획하고 있었고, 거의 구현이 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출시된 150개 국가 중에는 3GS가 가장 빠른 네트워크인 나라도 있어서, 국가별로 네트워크 속도 차이가 너무 심해 정상적인 플레이를 구현하는 데는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실시간 대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또, IOC의 피드백 중 하나가 '오프라인으로도 플레이가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이 잘 안되는 국가에서도 똑같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이런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서 실시간 대결은 넣지 않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공식 올림픽 게임'에 대한 글로벌 유저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단순한 게임인데, 그래도 "쉬워서 좋다"는 반응들을 보여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개최지인 브라질 분들도 열심히 즐기고 계신데요, 디바이스 지원 같은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 간혹 플레이가 어렵다는 분들이 있어서 원인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건, 국가별로 유저들이 많이 플레이하는 종목이 상대적으로 뚜렷하다는 것인데요. 중국, 한국 분들은 대체적으로 양궁을 많이 즐기시는 것 같고, 축구 종목은 영국 유저들이 정말 많이 하시더라고요.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재밌게 즐긴 게임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좋을 거 같습니다.


만일 2020년에도 다시 공식 올림픽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 모르겠지만 그때는 아마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이번에는 IOC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으니, 더 많은 종목을 담아서 더 빨리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