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설립된 스타트업, 센티언스는 게임 개발보다는 AI 솔루션으로 친숙한 회사다. 지난 2020년 정식으로 출시한 '텐투플레이'가 대표적인 솔루션으로, 심리학적, 사회적, 인지적, 감정적 요소를 연구해 유저 행동의 원인을 모델링하고 데이터로 학습하는 ‘행동경제학 AI’를 기반으로 라이브 서비스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게임 개발자 및 운영자들을 위한 솔루션을 주로 선보인 만큼, 주로 B2B 혹은 컨퍼런스에서 만날 수 있던 '센티언스'가 이번에는 자신들의 게임 '사우스 폴 비밥'으로 플레이엑스포 B2C에 참가했다. 그간 여러 개발사들을 돕던 솔루션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에 턴제 전략과 PVPVE의 묘미를 어떻게 다듬어가고자 했는지, 권혜연 대표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센티언스 권혜연 대표


Q. AI 전문 스타트업인데, 게임을 직접 개발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 고객 입장에서 우리의 솔루션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실제로 솔루션을 개발해서 공급하다 보면, 우리가 개발하는 것과 고객사에 적용하는 것은 사실 또다른 문제다. 우리가 제안을 해도 고객사에서 그것을 운영에 어떻게 활용할지, 솔루션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지는 고객사의 결정이니까. 우리가 그간 선보였던 텐투플레이 외에도 PVP 봇이나 밸런싱 이런 에이전트 같은 솔루션도 있는데, 그 솔루션을 우리가 먼저 써서 고객의 입장에서 적용해보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Q. 그렇다고 하기엔 국내에서 흔하지 않은 장르를 선택했는데, 이 장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 개인적으로 '인투 더 브리치'를 플레이해보고 정말 빠져들었다. 나뿐만 아니고 CTO도 그 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같이 무얼 만들지 고민할 때 바로 그런 장르를 만들어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물론 그냥 단순히 그런 게임을 만들자로 끝나면 아류작에 그치지 않나. 그래서 어떻게 차별화를 꾀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 '인투 더 브리치'는 싱글플레이니 우리는 멀티플레이로 유저끼리 서로 전략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다.



Q. 언제부터 개발을 시작했나?

= 2022년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2022년에 한 번 우리가 어떤 느낌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또 유저들이 과연 그것을 어떻게 생각할지 검증하는 차원에서 지스타에 참가했었다. 그리고 이제 어느 정도 다듬어져서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자 플레이엑스포에 B2C로 왔다.


Q. '인투 더 브리치'가 다양한 기후의 지역을 오가면서 그때그때 다른 전략적 묘미를 보여주는 게임인데, '사우스 폴 비밥'은 남극만 한정한 것이 눈에 띄더라. 그렇게 한정한 이유가 있을까?

= 여러 이유가 있긴 한데, 가장 큰 이유라고 하면 인투 더 브리치에서 빙하 지역을 플레이할 때 뭔가 느낌이 꽂혀서였다. 실제로 그 게임을 플레이하면 파도나 번개가 치면 그 구역에 있는 캐릭터가 죽는데, 빙하맵을 보고 그런 요소를 남극으로 치환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갑자기 얼음이 깨져서 캐릭터가 물에 빠져서 아웃되거나, 펭귄이나 물개를 범고래가 튀어나와서 낚아채는 기믹을 넣는다거나 등등. 그 아이디어가 꽂혀서 남극을 배경으로 삼았고, 그 다음에 차근차근 플레이를 다듬어갔다.


Q. AI 솔루션 기업에서 갑자기 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됐는데,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 기술적으로는 크게 어려웠던 것은 없었다. 고객사에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 우수한 서버 개발자들과 그외 다른 분야의 개발자들이 확보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발력'과 게임의 콘텐츠가 재미있게 잘 만들어지는 건 다르더라. 일단 아이디어를 그렇게 한 번 내던졌는데, 그 다음에는 아이디어가 막 요동쳐서 갈피가 안 잡혔다. 솔루션을 제공할 때는 딱딱 그 제안에 맞추면 되는데, 우리가 무언가 재미있는 걸 직접 만들고자 하니까 조절을 할 수가 없었다. 이것도 재미있어 보이고, 저것도 재미있어 보여서 다 하고 싶은 욕심이 그득그득 쌓였다. 그래서 핵심 재미를 남겨두고 쳐내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다.


Q. 플레이엑스포에 앞서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 체험판을 공개했는데, 반응이 어땠나?

= 아무래도 이 장르, 그리고 레퍼가 된 게임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서 그런지 해외쪽에서 더 반응이 많았다. 특히 위시리스트의 절반은 북미와 유럽권에서 나왔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규모로 선보인 적도 있는데, 그때도 반응이 좋았다. 이미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인투 더 브리치 같다, 이렇게 말하면서 관심을 보이더라. 서구권 유저들에게도 친숙한 귀여운 동물 캐릭터도 어필을 한 것 같고, 또 멀티플레이로 서로 전략을 겨룬다는 점에서 굉장히 반가워하더라.

▲ 최근 GDC 기간에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다양한 행사에 참가, 해외 유저 및 관계자들에게 어필했다


Q. 아무래도 AI 솔루션 기업이다 보니, 게임 개발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했을지 궁금하다.

= 사람들이 요즘에 AI하면 대다수가 생성형 AI를 떠올린다. 그것도 AI지만, 우리는 그보다는 라이브 서비스 과정에서 필요한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 주력해왔다. 라이브 서비스를 이어오면서 누적된 유저들의 플레이 데이터나 패턴 데이터, 캐릭터 데이터 등등을 AI로 학습해서 시뮬레이션한 뒤 분석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 그런 것이라고 할까.

그래서 각 캐릭터나 스킬 카드를 시뮬레이션하고 밸런스를 맞출 때 AI 시뮬레이션을 많이 활용했다. 또 유저들이 플레이어 외에도 봇과 매칭을 통해서 게임이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에서도 AI 시뮬레이션으로 난이도와 플레이 방식을 조율했다.


Q. 생성형 AI 외에도 AI를 활용해서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NPC를 만드는 등 다양한 기술이 최근 나오고 있지 않나. 그런 분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 AI는 신기한 마술상자가 아니라 유용한 도구라는 생각이고, 그 관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활용처가 생각나더라. 개발하는 동안 줄곧 e스포츠화되면 어떨까 상상해오기도 했고. 그래서 게임을 하는 동안 마치 실제 e스포츠 중계에서 캐스터나 해설이 얘기하는 것처럼 코멘트를 하는 AI가 있으면 어떤가 싶더라. 혹은 어떤 캐릭터를 움직이려고 할 때 그 캐릭터가 어떤 공격을 하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스킬을 바르면 어떤 효과가 붙는지 이런 것들도 그렇게 풀이해주면 좀 더 이해하기도 쉽고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게임 개발을 직접 하니까 기술을 보여주는 것도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재미'를 위한 차원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생각하게 되더라. 유저들에게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여러 가지로 준비하고 있다.


Q. 시연해보니 UI/UX는 다소 부족했지만 핵심 게임 메카니즘은 완성된 느낌이었다. 출시 일정은 어떻게 잡고 있나?

= 목표는 게임스컴에 나가기 이전에 출시하는 것인데, 말한 것처럼 폴리싱을 좀 더 거쳐야하기 때문에 불확실하다. 개발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UI/UX는 생각보다 고려할 게 많더라. 게이머, 혹은 솔루션 제공자로서 그간 게임 개발자들이 당연하게 구축해왔던 것을 보다가 우리가 직접 하려니까 다듬을 부분이 많다.

아울러 내부에서는 이미 레퍼로 삼은 작품을 다들 플레이하고 좋아하지만, 우리 게임이 그 유저들에게만 선보일 건 아니지 않나. 이 장르와 스타일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는 유저들이 과연 적응할 수 있을지 검증이 더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 차원에서 플레이엑스포를 온 것이기도 하고. 일단 목표는 7, 8월에 얼리액세스로 출시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PC 버전을 먼저 얼리액세스로 낸 뒤, 안정화되면 모바일로도 출시해서 유저 풀을 넓히고자 한다. 이를 대비해서 포팅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




▲ 플레이엑스포 시연 외에도 스팀에 데모 버전을 공개, 유저 피드백을 받고 얼리액세스를 준비 중이다


Q. 턴제 전략 게임, 머리싸움을 주로 하는 게임에서 판을 뒤집는 '묘수'의 재미를 기대하지 않나. 그 재미를 사우스 폴 비밥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해서 어떤 점을 주로 보고 있나?

= 게임 플레이 방식도 방식이지만, 앞서 말했던 AI 해설이나 캐스터 코멘터리 같은 게 그런 차원에서 준비하고자 하는 것도 있다. 그냥 서로 착수하는 것보다, 누가 그 수를 알아보고 이야기하는 게 흥이 나지 않겠나. 우리가 e스포츠를 보는 이유, 그리고 바둑이나 체스 중계가 있는 이유가 그런 것이 아닐까 싶고.

더 나아가서 정말 판을 뒤집는 수를 릴스나 숏츠 같이 짧게 보여주고 그걸 저장할 수 있는 기능까지 도입되면 뽐내기도 쉽지 않을까 싶다.


Q. 오버워치의 POTG 같은 느낌인가?

= 그런 셈이다. 궁극적으로는 판이 커져서 e스포츠화되면 어떨까, 실제 중계까지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고는 한다. 그러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관전 모드 같은 것도 내부에서 테스트 중이다. 실제로 사내에서 신라호텔 뷔페를 걸고 사내 리그전을 하면서 관전 모드를 체크해봤다. 그 외에도 e스포츠나 여러 이벤트를 위해서 어떤 모드가 필요하고 어떤 것이 필요할지 내부에서 검토하고 기능을 추가하고자 한다.


Q.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좀 생소한 장르다 보니, 플레이엑스포 전후로도 국내에 어떻게 '사우스 폴 비밥'을 알리고자 하나?

= 아무래도 '인투 더 브리치'를 알고 있는 유저층에 더 빠르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대학 게임 동아리들을 방문해서 여러 이벤트를 진행했다. 우선 모교인 카이스트의 게임 제작 동아리부터 시작했고, 성균관대학교 게임 제작 동아리 등등을 돌아다니면서 테스트 피드백도 받고 이벤트전도 하고 그랬다. 아예 출시 시기에 대학 동아리 대항전 토너먼트 이런 게 열린다면 좀 더 확실하게 사람들에게 그 전략의 재미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러기 위한 포석이라고 할까.


Q. 그간 B2B 위주로 참가했는데, 이번에 B2C로 오게 된 소감이 어떤가?

= 생소하다(웃음). 그동안 AI 회사, 솔루션 회사라는 타이틀로 계속 참가했는데 이번에 인디 오락실 부스로 오면서 개발사로서 인정 받은 느낌이다. 그간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입장이었는데, 우리가 직접 콘텐츠 제작자로서 홍보도 하고 어필하는 경험이 새롭다. 그리고 고객사들이 이런 느낌이었구나, 하는 걸 체감하고 있다.


Q. AI 솔루션 회사에서 개발사로까지 그 행보를 넓히고 있는데, 앞으로의 센티언스의 목표는 무엇인가?

= 우리의 AI 솔루션 기술을 더 개선하고 여기에 게임 개발 역량을 더해서, 궁극적으로 AI로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솔루션과 엔진을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롤모델로 설명하자면, 에픽게임즈가 그 이상에 가장 가까울 거다. 언리얼 토너먼트나 포트나이트 같은 걸출한 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것은 물론, 거기에 사용되는 언리얼 엔진을 상용 엔진으로 모두에게 제공하고 있지 않나. 그런 솔루션 및 엔진 제공 업체이자 콘텐츠 제작자로서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Q. 유저들에게도 한 마디 부탁한다.

=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장르일지 모르겠지만, 턴제 전략이라는 그 장르의 매력을 한 번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장르의 가능성, 그리고 수를 짜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꼭 플레이해주시고 많은 피드백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