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한 게임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게임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인디 개발팀 검귤단이 개발 중인 미스터리 추리 어드벤처 '킬라'가 그 주인공이다. '킬라'는 종이인형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비주얼이 눈길을 끄는 게임이다. 물론 비주얼이 전부인 게임인 건 아니다. 비주얼이 눈길을 끌었다면 다음은 탄탄한 스토리의 차례다. '킬라'는 기묘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와 예측하기 어려운 스토리,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선보이며, 게임에 빠져들게 만든다.

'킬라'는 주인공 발할라가 가족과도 같았던 스승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시작된다. 숨을 거두기 직전 스승은 "...라를 죽여라(KILL THE LA, KILLA)"라는 유언을 남기고 이를 들은 발할라는 유언을 단서 삼아 라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범인을 찾아 복수를 결심한다. 하지만 아는 거라곤 이름이 라로 끝난다는 것 외에는 없는 막막한 상황. 그러던 중 발할라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섬으로의 초대장이 오게 되고 초대를 수락하면서 라를 찾기 위한 본격적인 여정에 나선다.


▲ 섬에 도착한 발할라는 이내 섬에 있는 모두의 이름이 라로 끝난다는 걸 알게 된다

섬에 도착한 발할라는 이내 자신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섬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소원을 들어주는 섬인 만큼, 자신 외에도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 정도는 특이한 것도 없지만, 이내 참가자들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름 끝이 라로 끝난다는 것. 그렇게 발할라는 그들 가운데 스승을 죽인 범인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 중 스승을 죽인 범인이 있다 한들 당장 발할라가 뭔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누가 범인인지 증거는커녕 스승이 죽은 이유조차, 도대체 무슨 방법을 썼길래 스승이 그렇게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가고 있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발할라는 상대의 마음속을 파헤칠 수 있는 '공명' 능력을 깨우치게 되고 이를 무기로 본격적인 추리를 시작한다.


▲ 페널티 요소가 도입된다면 여러모로 추리하는 맛이 더욱 살지 않을까?

공명은 상대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을 활용해서 발할라는 참가자들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볼 수 있다. 플레이엑스포 출품 버전에서는 라라의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대화를 통해 라라가 숨긴 비밀이 뭔지 맞힘으로써 심층 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심연'에 들어갈 수 있는 기억의 방 열쇠를 얻을 수 있었다.

기억의 방은 심연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관문으로 기억의 재연에 성공해야 한다. 기억의 재연이라고 하니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생각처럼 복잡하거나 한 건 아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기억의 방에 있는 단서들을 모으고 추론을 통해 특정 상황을 재연하는 게 전부다.

라라의 경우 전직 고위 약제사였던 아빠가 몰락한 사건에 대해서 감추고 있는데 이를 재연함으로써 발할라는 라라가 감추고 있는 비밀, 심층 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심연에 접근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라라의 비밀만이 아니라 자신이 알지 못했던 스승의 과거를 알게 된다.

▲ 심연에서는 참가자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파헤칠 수 있다


이러한 추리 과정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으나 아쉬움이 없던 건 아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을 하나 꼽자면 이 과정에서 어떠한 페널티도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범인을 찾는 이런 류의 추리 게임에서 무언가를 선택하는 순간만큼 중요한 순간도 없다. 그렇기에 보통은 실패할 경우 페널티를 부여하는 식으로 해서 몇 회 이상 실패하면 그대로 게임오버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킬라'에서는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없었다.

초반부이기에 아직 페널티에 대한 부분이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출품 버전이기에 추리에 대한 페널티를 일부러 뺐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추리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이를 활용한 시스템을 마련했음에도 추리에 대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없었다는 건 못내 아쉽게 느껴졌다.


다만, 이러한 약간의 아쉬움을 제외하면 플레이엑스포에서 만난 '킬라'의 첫인상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독창적인 비주얼, 그리고 발할라를 비롯해 섬에 있는 모두의 이름이 라로 끝나는 점, 여기에 더해 추리 장르에서는 치트키나 마찬가지인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공명 능력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과연 발할라의 스승을 죽인 범인 '라'는 누구일까. 그리고 참가자들의 비밀에 파헤치는 과정에서 발할라는 스승이 숨겼던 어떤 비밀들을 마주하게 될까. 앞으로가 기대되는 신작 추리 어드벤처 '킬라'는 내년 출시가 목표다. 출시에 앞서 올해 플레이엑스포를 비롯해 게임쇼를 통해 유저들을 만나 피드백을 받는 기회를 꾸준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관심이 있다면 이번 플레이엑스포에서 '킬라'와 검귤단을 만나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