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펀컴의 신작 MMORPG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


GDC 출장을 며칠 남겨둔 시점, 펀컴으로부터 초대 메일을 하나 받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GDC 현장에서 펀컴의 신작 MMORPG의 간담회를 개최한다는 내용.

메일을 읽는 순간 ‘ 독점 공개’(Exclusive)라는 단어를 발견했고 기자 센서 발동과 함께 머릿속에 ‘윙윙~’하는 사이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이지오브코난, 시크릿월드 등 펀컴의 최근 게임들을 떠올려 볼때 기대감이 덜한 것도 사실이었다. 중요한 GDC 강연 하나를 포기하면서까지 펀컴 간담회에 참석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인가.

그러나 바로 뒤에 나오는 게임 제목이 나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켰다. 이름 하여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 “헤이~ 맨~ 우리 펀컴이 레고 세계관으로 MMORPG를 개발했음. 이번에 최초로 실제 플레이까지 공개함.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음.” 이 상황에서 기자에게 저항할 수 있는 의지력은 더는 남아 있지 않았고 거의 반사적으로 ‘반드시 참석’이라는 답장을 전송하고야 말았다.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은 펀컴이 레고 사와 정식으로 라이센스를 체결하고 개발 중인 MMORPG다. 유저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하고 저마다 독특한 스킬과 쓰임새가 있는 레고 캐릭터를 수집하게 된다. 파티전투, 인던 탐험 등 전통적인 MMORPG에서의 플레이는 물론, 레고를 연상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대규모 건설작업을 수많은 전 세계 유저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실제 장난감 가게에서 레고 미니피규어를 구입한 후 함께 얻을 수 있는 코드를 게임에 입력하면 게임 속에서도 똑같은 레고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는 수집시스템이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의 특징이다. 그리고 MMORPG지만 PC뿐 아니라 웹 브라우저, 안드로이드, iOS 플랫폼을 동시에 지원한다. ‘언제 어디서나 레고플레이’가 펀컴의 목표.

▲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의 총괄 프로듀서 Lawrence Poe


GDC 강연이 한창 진행 중이던 3월 20일(목) 오후.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의 실제 모습을 보기 위해 전 세계 게임매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벽면부터 탁자, 스크린, 테이블까지 모든 소품이 레고틱한 인테리어로 꾸며진 간담회장에서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의 총괄 프로듀서 Lawrence Poe와 수석 개발자 Oscar Lopez Lacalle가 플레이 데모를 시연했다.

실제 플레이 모습을 본 기자의 첫인상은 ‘레고답다’였다. 배경 그래픽부터 캐릭터, 그리고 모든 오브젝트가 레고 느낌 그대로였다. 레고의 깔끔한 색상, 플라스틱의 질감이 스크린에 그대로 구현됐으며 쿼터뷰의 넓고 쾌적한 화면 구성도 주목할 만했다. 특히 상당한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의 간결한 UI는 ‘레고’와 ‘현실 세계’간의 이질감을 최소화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펀컴 측이 강조한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집중됐다. 첫 번째는 레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개성이다. 캐릭터에 따라 전투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며 탱커, 대미지 딜러, 서포터의 역할로 나뉘게 된다.

특히, 게임 플레이 중에 Q, W, E 키를 통해 원하는 레고 캐릭터로 실시간 전환할 수 있는데, 어떤 순서로 전환하며 스킬 콤보를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색다른 플레이가 펼쳐진다.

즉, 특정 상황에 맞는 강력한 스킬 조합을 짜기 위해서는 다양한 레고 캐릭터를 수집해야 한다. 게임플레이뿐 아니라 실제 레고 구입을 통해 획득하도록 한 것은 레고 매니아에게든 단순 게이머에게든 ‘악마적인’ 수집욕을 자극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두 번째는 단순히 레고라는 브랜드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 MMORPG의 깊이 있는 파티플레이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인스턴트 던전에 다양한 공략 패턴을 가진 보스가 구성돼 있어 ‘닥치는 대로 클릭질’만 해서는 웬만해선 보스를 쓰러트릴 수 없다. 각 캐릭터 고유 스킬의 적절한 활용과 직업별 (탱커, 딜러, 서포터) 역할 분담이 ‘팀웍’이라는 결과로 이뤄져야만 원활한 공략과 함께 원하는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비행기 조종석 계기판을 연상시키는 복잡한 조작 방식에 적응하거나 대학 논문 수준에 육박하는 공략 기사를 탐독할 필요는 없다. 캐릭터와 게임플레이, UI가 ‘직관성’이라는 배에 함께 올라타 대중성과 MMORPG 게임플레이 사이의 균형을 잡아 주기 때문이다.

ㅁ 인벤이 직접 촬영한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의 파티 플레이 영상.



세 번째는 역시나 레고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건설' 콘텐츠다. 유저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다양한 재료를 모으고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건축물을 세울 수 있다. "실제 집에 있는 레고와 똑같은 모형을 게임 속에서도 그대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레고 좀 만져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설레는 말인가. 캐릭터 스탯을 힘, 방어, 창의력, 세 가지로 구분해 '건설' 능력에 집중된 캐릭터를 제공하는 점도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이 '건설' 콘텐츠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시연이 끝나고 수석 개발자와 직접 팀을 이뤄 플레이하면서 내 머릿속에는 이런 그림이 그려졌다. ‘리그오브레전드 + 마인크래프트 + MMORPG’.

고유의 특성을 가진 수많은 캐릭터를 수집, 육성해서 각 상황에 따라 적절한 캐릭터를 선택해 플레이하는 점은 리그오브레전드를, 깊이 있는 파티플레이와 던전 공략은 MMORPG를, 전 세계 친구들과 함께 거대한 성, 기지, 만리장성, 타이타닉, 에펠탑 등 상상하는 모든 것을 건설하는 것은 마인크래프트를 닮아 있었다. 여기에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익숙한 브랜드 '레고'가 함께 한다.

대부분의 MMORPG가 이른 콘텐츠 고갈로 수명을 다하는 것을 볼 때,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의 <수집, 전투, 건설>이라는 강력한 순환고리는 각 부분의 완성도만 일정 수준을 넘긴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펀컴이 절치부심해서 개발 중인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은 올여름 오픈베타를 진행 한 후 가을에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아래에 간담회 현장 사진과 인스턴스 던전 '해적 세계'의 영상을 담았다.

▲ 게임 메뉴얼까지 레고 풍으로 디자인됐다. 좌측의 포장지를 뜯으면 실제 레고 미니피규어 모형과 온라인에서 등록할 수 있는 코드가 나온다.


▲ 어떤 레고가 나올지는 완전히 랜덤이다. 수집욕을 자극하는 요소


▲ 간담회장으로 사용한 호텔방 전부를 레고로 꾸몄다.


▲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의 게임 특징을 간단히 담은 메뉴얼.


▲ 수석 개발자 Oscar Lopez Lacalle, 펀컴에서 수년 간 근무한 MMORPG 베테랑 개발자다.




▲ 이날 간담회에서 레고 미니피규어 온라인의 안드로이드 태블릿 버전도 공개됐다. 아직 최적화가 덜 되어 버벅거림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꽤 괜찮았다. PC부터 안드로이드, iOS 유저가 하나의 서버에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고.


▲ 개발자와 파티를 맺고 던전 플레이를 체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 실제 플레이 화면. 간결한 화면구성이 돋보인다.


▲ 게임 상에서 새로운 레고를 획득했을 때도 실제 레고를 구입해 포장지를 뜯는 순간의 찰진 느낌이 나도록 구현했다.


▲ "축하합니다. 새로운 미니피규어를 획득하셨습니다!"


인스턴스 던전 '해적 세계' 트레일러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