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는 자주 도전 정신, 극기 정신을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무언가를 해내려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혹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이죠. 이는 사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하죠. "굳이 게임에서도 그래야 하나?"라고 말이죠.

물론 멀티플레이 게임이라면 도중에 탈퇴하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중도에 포기한 유저에게 페널티를 주고는 하죠. 하지만 싱글플레이 게임은 그렇게 강제할 수 없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렵다 싶으면 그냥 포기해버려도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싱글플레이, 패키지 게임이 안 그래도 비중이 적은 국내에서는 고난도 게임, 특히나 자신이 쌓아올린 것이 한 순간에 백지가 되어버릴 수 있는 로그라이크 RPG 장르가 굉장히 드물었습니다. 장르 특유의 아슬아슬한 맛이 있지만, 자칫해서 너무 어려워지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중간에 그만두거나 아예 접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미스트오버'가 처음 공개됐을 때, 눈길이 자연히 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게임사도 이런 시도를 하다니!"라고 말이죠. 여기에 개인적으로 흔히 말하는 '덕후' 쪽에 가까운 유저인 터라, 다크한 로그라이크 RPG에 덕스러운 감성의 캐릭터가 가미된 '미스트오버'가 더 기대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 그래서 시연회를 한다고 했을 때 바로 달려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예약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PC 버전과 닌텐도 스위치 버전 두 개를 구매하고, 타임트라이얼판과 데모판을 플레이하면서 10월 10일을 기다려왔습니다. 정식 출시가 되자마자 바로 엔딩을 보겠다고 성급하게 달렸다가 조사단이 1지역 보스에게 한 번 당하고, 2지역에서도 조급하게 가다가 배드 엔딩을 두 번 정도 보고 난 뒤에는 잠시 시무룩해지긴 했지만요. 그러다가 요령을 알게 되면서 조사단이 전멸하는 일은 없지만, 한 땀 한 땀씩 더디게 진도가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스트오버가 그 기대감을 저버린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이 짙게 남았기 때문이죠. 더 정확히 말하자면 느리게나마 진도를 빼면서 나름의 재미를 느끼고 있지만, 그럴수록 아쉬운 점이 자꾸 눈에 밟힌다고 해야 할까요? 그럼 대체 어떻기에 이런 말을 하는지, 좀 더 자세히 풀어볼까 합니다.


로그라이크 RPG의 기본기에, 자신만의 전략성을 가미하다
시스템을 활용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기본기는 충실하다


몇 년 전만 해도 로그라이크라는 말이 일반적이지 않았지만, 이제는 게임을 조금 해본 사람이라면 으레 들어봤을 단어가 됐습니다. 그 수준을 넘어서 여러 가지 장르, 혹은 게임에 변주되고 있기까지 하죠. 핵심 요소를 짚자면 '무작위성'과 '페널티'입니다.

RPG를 예로 들자면 던전의 구조는 항상 매번 갈 때마다 변하고, 한 번 캐릭터가 죽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 게임오버가 되고 나면 그 전의 데이터는 소멸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다시 시작할 때마다 조건이 다르다는 것 등입니다. 이런 예는 마치 로그라이크 RPG의 공식처럼 굳어진 것이기도 하죠.

미스트오버는 그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무작위성과 페널티에서 변수를 좀 더 집어넣고, 자신만의 요소를 가미했습니다. 일단 로그라이크의 기본기인 무작위성, 거기에서 오는 재미도 확실합니다. 던전의 구조나 몬스터의 빈도 등은 매번 갈 때마다 변하기 때문에 한 번 클리어한 곳도 긴장을 늦출 수 없죠. 적의 공격이 빗나갔을 때나 아군이 치명타를 날렸을 때 희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플레이 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난이도가 어렵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간 이곳저곳에서 접하면서 익숙해진 게임들의 요소가 스며들어있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말이었죠. 다소 다르긴 하지만 캐릭터의 진형 배치 문제나 스킬 활용, 공복 및 빛 관리라는 개념은 '미스트오버'가 새롭게 내세우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죠. 유저는 플레이하면서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는 건 비슷하지만, 그와 달리 캐릭터는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고 던전에 나올 때 랜덤하게 징크스가 생기는 건 좀 달랐습니다.

그런 만큼 전투 중간중간에 특별히 리액션을 유발할 만한 연출이나 사운드가 있진 않았습니다. 대신 마나 시스템 등 코스트를 활용하는 전투 시스템을 도입해서 다른 쪽에서 긴장감을 유발하도록 했죠. 그림리퍼와 로닌을 제외하면 마나를 쓰는데, 마나는 전투 중에 회복할 방법이 방어 외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대다수의 경우 전투가 계속되면 유저가 굉장히 불리해지는 양상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래서 가면 갈수록 크리티컬로 전투를 얼마나 줄이느냐, 힐이 더 들어오느냐에 따라 소모되는 마나 코스트도 달라지고, 전세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게 체감이 됩니다. 1지역인 안개의 숲의 두 번째 퀘스트를 할 때까지는 다소 쉬운 편이지만, 세 번째 퀘스트 이후부터는 무작위라고 해도 몹의 출현 빈도가 생각보다 높고 가면 갈수록 자주 전투가 벌어지기 때문에 더욱 더 긴장하면서 플레이하게 되죠. 부득이하게 길어질 것 같을 때에는 MP 충전과 주변 몬스터 상황까지 고려해서 적절히 방어로 턴을 넘기는 등의 요령도 필요했고요.

▲ 심지어 1지역 첫 퀘스트에서도 가끔은 이렇게 몹들이 몰려오곤 합니다

필드를 보면 던전크롤러 방식에 턴제 RPG를 도입했는데, 이 또한 긴장감을 더하는 시너지가 있었습니다. 실시간으로 모든 행동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한 번 움직일 때마다 턴으로 계산하는 식이거든요. 다른 요소들과 달리 한 번 걸을 때마다 만복도나 광휘도가 저하되는 수치는 확실히 정해져있었습니다. 모든 게 불확실한 와중에도 이를 카운팅하면서 최대한 안전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한 셈이죠.

뿐만 아니라 동선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몬스터에게 선공을 당할 수도 있고, 기습을 당할 수도 있게끔 했습니다. 몹들도 멀뚱멀뚱히 있는 게 아니라 일부 개체들은 주변의 몹들을 호출하는 식이라서 자칫 잘못하면 던전크롤러 게임에서 포위당하듯이 몹들에게 둘러싸이는 구도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좀 더 효율적으로 던전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필드 턴에 대한 이해, 그리고 오브젝트 활용 등을 요구했죠. 클래스별 리더 스킬과 합동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 전멸 위기일 때는 섀도 블레이드의 리더 스킬이나 위치의 리더 스킬이 유용합니다

특히 조사단이 다 전멸하거나 하지 않아도, 던전에서 일정치 이하로만 클리어하게 되면 바로 배드 엔딩을 보게 되는 멸망의 시계 시스템은 던전 한 번 한 번 돌 때마다 긴장감을 더해주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물론 한두 번 조사단이 전멸한다고 바로 멸망하는 건 아니지만, 카운트다운이 주는 시각적인 압박감이 긴장감을 배가시켜주는 요소였죠.

이런 긴장감은 너무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되고는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너무 어려워서 답이 보이지 않으면 그냥 포기해버리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미스트오버는 만복도가 0이 아니면 던전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마나와 체력이 회복되는 등, 긴장감을 완화해주는 시스템을 추가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포기하지 않고 아슬아슬함을 즐기게끔 줄타기를 해나가고 있었죠.

▲ 이동하면서 자동적으로 치료가 되기 때문에 부담감은 덜합니다


다크판타지와 캐주얼한 캐릭터의 시너지
그러나 불협화음은 존재한다


종말을 다루는 다크판타지나 코스믹 호러는 그 특유의 기괴하면서 어두운 매력이 있는 장르들입니다. 일상적으로 잘 다루지 않지만 기저에 숨어있던 불안감을 자극하기 때문에 때로는 불쾌함을 느끼면서도, 그 메시지를 어느 새 받아들이거나 해석해보게 되죠.

다만 그렇게 내면을 자극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디자인적으로 보면 꽤나 호불호가 갈리고는 합니다. 그 불안감을 증폭시키기 위해 대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이고 때에 따라서는 기괴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장르에 충실한 디자인의 게임은 평가가 좋더라도 의외로 접근을 어려워하는 유저층도 있습니다.

미스트오버에서는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서 서브컬쳐 게임의 SD 캐릭터 느낌을 일부 가미했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이런 어두운 느낌의 작품에서는 컬러 톤도 어두운데, 캐릭터 디자인에 사용되는 톤은 다소 세피아의 느낌이 섞이긴 했지만 원색의 느낌이 느껴질 정도로 명도와 채도가 꽤 높은 톤을 사용했죠.

캐릭터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캐릭터들은 어느 정도 덕심을 자극하는 디자인에 설정이나 구성도 그 판타지를 자극하는 요소들은 충분하긴 했습니다. 공작가의 어린 후계자에 미녀 보좌관 같은 설정이나, 발랄하고 활기찬 소녀 같은 선배 조사단원, 귀여운 잡화점원 등 캐릭터를 보면 그런 느낌이 물씬 났거든요. 그렇다고 캐릭터의 비중이 높은 건 아니고, "어 그냥 괜찮네?"라는 수준으로 넘어갈 정도로만 비중을 둔 편이었습니다. 다크판타지의 느낌과 다소 이질적이긴 해도,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죠.




다만 일본, 혹은 캐릭터 게임에 익숙한 유저를 의식한 듯 일본어 더빙이 되어있었는데 이 더빙의 연기톤이 캐릭터 디자인과 섞이면서 다소 항마력이 필요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어 더빙 특유의 과장되고 살짝 하이한 톤은 가면 갈수록 선이 굵은 그래픽이나, 다크판타지의 느낌과는 분위기가 약간 겉돌았습니다.

게임 자체가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이것저것 조사하는 조사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캐릭터들도 레나나 마리 등 극히 일부 케이스를 제외하면 다들 진중합니다. 그런데 들려오는 말의 톤이 외국어라서 그러기 이전에 하이한 느낌만 있기 때문에 가면 갈수록 조금씩 이질감이 커져갔죠. 특히 미스트오버의 던전은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고, 캐릭터들이 죽어나가고 각종 징크스들이 쌓여갑니다. 그와 상관없이 대사톤은 일정해서 몰입감이 다소 떨어지지 않나 싶었습니다. 잡화점의 BGM도 좀 엉뚱한 느낌이 들었고요.

▲ 잡화점에서만 BGM이 확 바뀌기 때문에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사실 이런 요소들은 그냥 라이트하게 플레이한다면 굳이 신경을 쓰지 않는 요소들입니다. 그렇지만 로그라이크 RPG라는 장르 자체가 마니아층이 주로 즐기는 장르인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었죠. 일본어 더빙만 되어있는 것도 다소 아쉽긴 하지만, 추후에 한국어 더빙을 지원한다고 하니 이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거 피맛이 좀 많이 나는데요?"
무너진 디버프 밸런스, 가면 갈수록 드러나는 부족한 설계


출시가 2주가 지난 지금, '미스트오버'의 업적 달성도를 살펴보면 어려움 난이도로 클리어한 유저가 0.3%, 쉬운 난이도가 1.1%, 보통 난이도가 1.3%입니다. 그만큼 난이도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또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사실 로그라이크라는 장르는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어렵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장르입니다. 기본적으로 무작위성, 불확실성, 페널티를 밑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어떤 정형화된 공식, 공략만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참고는 하되, 그 상황에 맞춘 임기응변 등을 요구하게 되죠. 그러다가 정 안 되면 처음부터 다시한다, 그런 마인드로 플레이하는 패턴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기 때문에 자연히 어려움의 한계치도 높게 디자인할 수 있기도 하고요.

여기에 RPG가 가미된 로그라이크 RPG는 추가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RPG 자체가 캐릭터의 이야기, 혹은 역할을 다루고 있는 장르인 만큼 호흡이 상당히 길다는 것이죠. 또 대부분이 이야기가 진행하면서 캐릭터가 성장하게 되는데, 그에 맞춰서 레벨 디자인도 다르게 적용을 해야 합니다. 그냥 단순한 슈팅, 덱 빌딩 게임 정도라면 플레이타임이 길지 않고 성장과 레벨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RPG는 그 격차가 꽤 큰 장르다보니 신경을 많이 써야 하죠. 그런데 미스트오버는 계속 하면 할수록, 어딘가 삐끗한 요소들이 자꾸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 안개의 숲을 넘고 나서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가장 많이 들리는 이야기가 바로 메즈 및 디버프의 밸런스입니다. 이게 단순히 로그라이크 요소가 섞인 것 때문에 "나는 안 맞는데 왜 너만" 이런 내로남불식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런 건 로그라이크 RPG를 하는 유저라면 응당 감수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출혈의 데미지가 너무 크다는 것과, 그게 중첩이 될뿐만 아니라 이 스킬을 쓰는 몬스터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죠.

사실 이런 디버프의 밸런스는 턴제 RPG라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긴 합니다. 한 턴에 하나의 동작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턴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종류의 기술들은 그만큼의 메리트를 갖게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주는 스킬은 일반 공격에 비해 데미지를 낮추거나, 혹은 조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중첩에 제한을 두고는 하죠.

그렇지만 미스트오버는 그런 제약이 없다보니 문제가 꽤 큽니다. 실제로 출혈 디버프 중첩은 체감 난이도가 급상승하는 요소죠. 1지역을 벗어난 뒤에 2지역부터 그 압박이 상당합니다. 출혈 자체가 한 번에 최소 50에서 60 정도로 꽤 큰 데다가, 이게 중첩이 되면 아차 하는 사이에 캐릭터가 생사의 갈림길을 가게 됩니다. 붕대로 치유한다거나 음양사, 시스터의 스킬로 해제하면 되겠지만 몬스터들은 스킬을 쓰는 데 제약이 없어서 조금만 전투가 길어져도 난이도가 확 높아집니다.

거기다가 출혈 기술을 들고 있는 몬스터의 비중이 꽤 높습니다. 2지역부터는 과장되게 말하자면 거의 매번 마주치게 되고, 한 번 전투할 때도 거의 두세 개체가 출혈을 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골치가 꽤 아픕니다. 대처를 제대로 못하면 한 번 던전을 오갈 때마다 한두 명씩은 꼭 죽을 정도로 말이죠.



▲ 출혈은 정말 골치가 아픕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출혈에 대한 대응만 하면 좀 스무스하게 지나가는 편입니다. 일반 공격도 꽤 데미지가 세긴 하지만 그 턴에서 끝나기 때문에 대처가 쉽기 때문이죠. 아마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서 출혈에 대해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설정했는데, 이게 역으로 출혈만 대응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무난히 대처할 수 있어서 플레이 루틴이 단조로워지는 느낌입니다.

뿐만 아니라 던전을 클리어한 뒤에 소모성 아이템이 100% 오염되는 것은 로그라이크와는 사뭇 다른 방향이었습니다. 로그라이크의 원류인 로그가 중간 세이브도 없는 무자비한 게임이긴 하지만, 얻은 아이템까지 무조건 상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거든요.

어쨌든 RPG인 만큼 유저들은 아이템을 어려운 와중에도 어찌저찌 보충하면서 플레이하는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차피 소모성 아이템들은 전부 다 오염되는 게 확정이라서 기대를 저버리게 되는 거죠. 물론 소모성 아이템 말고 캐릭터들의 능력치를 높여주는 아이템이나 시설 개편, 훈련에 필요한 아이템을 얻으러 던전을 돌기는 하지만 허전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죠.

▲ 다이스갓도 관여 못하는 확정 오염

여기에 아이템을 획득해서 보충할 수도 없는데, 굳이 던전의 달성도가 일정 수치까지 도달해서 클리어해야만 한다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한 층 더 심해집니다. 물론 멸망의 시계가 던전에서 한두 번 실패했다고 금방 카운트다운이 가는 건 아니라지만, 카운트다운 그 자체가 주는 심리적 부담감이 꽤 크니까요.

거기다가 앞서 언급했듯이 2지역부터는 자칫 잘못하면 캐릭터들이 죽어나가는 건 일도 아니라서 계속 인원을 충원하게 됩니다. 지금 키우고 있는 캐릭터와 레벨이 비슷한 캐릭터가 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나쳐온 던전을 돌아야 하는데 멸망의 시계는 동일하게 돌아가니까 부담감이 심할 수밖에 없죠. 게다가 던전을 갔다오면 무조건 징크스가 생기고, 이 징크스는 없애는 개념이 아니라 무조건 다른 징크스와 교환되는 것이다보니 플레이하면 할수록 어떻게 감당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 초반엔 신선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과도한 스트레스 요소가 되어버린 멸망의 시계

그리고 던전 한 번 한 번 일정 수준 이상의 달성도를 기록하면서 나아가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출혈 중첩을 제외하면 데미지가 그렇게 높이 들어가는 경우도 적어서 전투 한 번이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몬스터가 부활하기 때문에 경로를 우회해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죠. 그나마 전투 중의 연출은 빠르게 넘어가기 기능을 추가해서 줄였지만, 이것만으로는 전투가 늘어진다는 느낌을 지우기엔 다소 역부족이었습니다. PC 버전 한정이지만, 콘솔 기반으로 해서인지 마우스도 지원 안 한다는 게 묘하게 불편한 것도 느껴졌고요.

▲ 맵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중간에 나왔는데도 한 판 플레이타임이 꽤 깁니다


어려운 과제에 도전장을 내민 '미스트오버', 난관을 마주하다
앞으로의 업데이트를 발판으로 벽을 넘어야 한다


"좀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다시 해봐야지."

개인적으로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게임은,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저마다 성향이 다르긴 하지만, 정말로 답이 안 보인다고 생각하는 게임을 다시 하는 유저는 아마 없을 테니까요.

이런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단순히 어려운 것뿐만 아니라, 이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요소들까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그 어려움이 어떤 종류의 어려움인지, 또 다른 요소와 섞였을 때 어떻게 작용할지도 고려해야 하죠. 하나하나의 요소만 놓고 봤을 땐 극복 가능해보이는 문제도, 여러 개가 엮이면 처치 곤란해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미스트오버를 살펴보면 전자의 문제는 상당히 훌륭하게 해결한 모양새입니다. 리더 스킬, 합동기, 턴, 자동 회복 시스템을 활용해서 일반적으로 힘든 전투들을 피해가거나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후자의 문제가 가면 갈수록 발목을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멸망의 시계나 몬스터 부활, 출혈 디버프 중첩 문제 등은 그냥 시연장에서 봤을 때, 데모로만 단편적으로 봤을 때는 몰랐지만 스테이지가 가면 갈수록 문제가 느껴졌거든요.

이는 업적 달성도 지표를 봐도 어느 정도 체감이 됩니다. 1지역을 클리어한 유저는 42.3%이지만 2지역을 클리어한 유저는 13.2% 정도로 낮아지기 때문이죠. 물론 난이도가 그만큼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클리어하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2지역부터 점차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불거지는 만큼, 이 지표의 의미는 꽤 크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스트오버가 그냥 무작정 어렵게만 만들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출시 후에도 패치를 통해서 밸런스를 조절하고 있고, 유저의 피드백을 받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죠. 일례로 멸망의 시계의 조건에 대해서 출시 초에는 명확하지 않다고 유저들이 피드백했는데, 패치 후에는 달성도가 수치 및 그래프로 표기가 되면서 이 문제가 해결이 되기도 했죠. MP 회복량이나 캐릭터 영입 비용 등도 밸런스 패치를 거치면서 조율되고 있기도 하고요.

▲ 아직 업데이트가 적용되지 않은 닌텐도 스위치 버전과

▲ 패치가 적용된 PC 버전

개인적으로 미스트오버가 단순히 국내 게임사들이 어렵고 재미있는 콘솔 패키지 게임에 도전했다는 것 이상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아마 콘솔 게임을 즐겼던 유저라면 국내에도 번듯한 콘솔 게임이 나오길 바랐을 테고, 저 역시도 비슷한 마음이거든요.

뿐만 아니라 미스트오버는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출시일이 언제 나오나 기다려왔던 작품이라서,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사뭇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기대를 충족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런 점을 보완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부분이 계속 눈에 밟혔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자잘한 패치만으로는 조금 부족해보입니다. 다만 우리말 더빙 등 큰 업데이트가 남아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어려움을 극복하는 재미는 있는 만큼, 앞으로도 더 발전해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