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명 : 발더스게이트 인핸스드 에디션 (Baldur's Gate Enhanced Edition)

제작사 : 바이오웨어

장르 : RPG

추천이유 : 추억

총 평점 ★★★★ (★: 1점, ☆: 0.5점)

추억의 고전 명작 RPG를 모바일기기로 즐기는 감동, 하지만 PC도 아닌데 더블클릭은 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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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임은 영문판 버전으로, 현재 한글화가 진행중이며 추후 업데이트되어 설정에서 언어선택이 가능해질 예정입니다.







▷ RPG 팬들, 준비되셨습니까? 외쳐! EE!


발표되자마자 팬들을 설레이게 만들었던 모바일 발더스게이트가 드디어 '발더스 게이트 인핸스드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앱스토어에 출시되었습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세계관, 잘 짜여진 디테일로 블랙아일 스튜디오와 바이오웨어를 일약 RPG의 명가로 만들었던 게임인 만큼, 모바일로 출시된 발더스게이트는 코어 게이머를 위한 모바일 게임들을 기다려왔던 팬들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일입니다.

디아블로의 인기에 치여 서서히 사그라들던 정통 TRPG를 단 한방에 인기 장르로 부흥시킨 발더스게이트는 1998년 출시된 해 세계 '올해의 게임상'을 모두 휩쓸면서 인기와 완성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로잡은 명작으로 남아 있고, 98년 이후 아이스윈드 데일이나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등 TRPG 게임들의 시초가 된 기념비적인 게임입니다.

위력은 확실합니다. 9.99달러, 모바일 게임 기준으로는 다소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된 첫날 바로 차트의 순위권을 차지했습니다. 게다가 1편과 확장팩을 더한 기존의 콘텐츠에 더해 새로운 시나리오와 던전, 신규 캐릭터 3종 등 모바일만의 콘텐츠가 추가된다는 점도 발더스 게이트: 인핸스드 에디션(Baldur's Gate Enhanced Edition, 이하 발더스 게이트 EE)만의 장점입니다.

과거에 한번 즐겨봤던 팬들에게는 새로운 콘텐츠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모바일로 처음 발더스게이트를 접하는 게이머들에게는 TRPG 규칙에 입각한 완성도높은 정통 대작 RPG의 재미를 모바일로도 맛볼 수 있는 기회!

언제나 그렇듯이 시작은 주사위와 함께합니다. 수치를 정하고 직업을 고르고.... 양부 고라이언의 후견 하에 캔들키프에서 20년을 자라온 주인공이 갑작스러운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죠. 수많은 RPG 팬들을 매료시켰던 장대한 서사시가 시작되는 순간이지만, 발더스게이트를 즐겼던 팬들에게는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일테고 처음 접해본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테니 이만!

세월을 뛰어넘는 추억의 명작게임 발더스게이트, 아이패드에서 다시 만나보실 준비 되셨나요?


▲ 이얏호, 주사위를 굴렸더니 이렇게 높은 수치의 스텟이! 완전 강한 캐릭터로 키울테닷!


▲ 하지만 초보자가 쓰기 쉽다는 뭔가 보석 좀 쓸 것 같은 핑크빛 팔라딘을 선택 (영롱하군요)





▷ 귤이 강을 건너면 탱자가 된다? 모바일에서 바라본 발더스게이트 EE


귤화위지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맛있는 귤이 강을 건넌 땅에 재배되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그만큼 사람의 성장에는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으로 건너온 발더스게이트 EE를 바라보는 제 심정이 딱 이렇습니다.

흥행으로도 입증되었고 RPG의 완성도 역시 부인할 수 없습니다. 발더스 게이트의 재미는 해본 사람은 누구나 인정하며, 그 자체로도 명작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습니다. 그러나 맛있는 귤의 씨앗이 환경이 바뀌면 탱자가 되는 것처럼 모바일에서 바라본 발더스게이트는 게임 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 세밀한 조작이 필요하거나 캐릭터가 겹쳐있을 경우 마우스와 달리 터치로는 선택이 쉽지 않으며, PC에서는 쉽게 사용하던 더블클릭 역시 매끄럽지 못합니다. 키보드의 단축키나 마우스의 범위 지정으로 쉽게 해결되었던 전략적인 재미의 전투는 아이패드에서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적과 가까워진 전사를 범위 바깥으로 물리면 마법사는 화염구를 적진 한 가운데로 날리고 사제로는 다시 뛰어들어가는 파티원에게 회복을 걸고... 전투가 복잡해지고 기술이 늘어나는 게임 중반을 넘어가면 전투 자체가 힘들 정도로 손가락이 바빠지게 되니 마우스의 범위 지정과 키보드의 단축키가 정말 간절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고전 게임 스타일의 난해함 역시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는 시작부터 난관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한글이 지원된다면 이런 문제들 중 상당수가 해소가 되겠지만 어려운 TRPG 규칙부터 고전적인 턴 기반의 전투 스타일, 실마리를 스스로 찾아야하는 퀘스트 등이 모두 난관입니다.

마지막으로 범위마법을 사용할 경우 살짝 랙이 생기거나 게임 진행중에 패드가 슬립모드로 들어갈 경우 화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등의 자잘한 오류들도 모바일로 태어난 발더스게이트의 평가를 재조정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이런 오류들이 게임 자체에 방해를 받을 수준은 아니지만 쾌적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 아이패드의 마우스 기능 지원이 절실하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아이템 루팅의 순간이지

▲ 깨알같은 글씨, 길고 긴 글, 거기다가 영어까지 난독의 3박자를 다 갖췄다

▲ 어려운 조작은 결국 사망으로 이어진다




▷ 기다리던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 그러나 최신게임들과 경쟁한다면?


PC에서나 가능했던 대작 게임이 드디어 모바일 기기로 구현되었다는 점이 놀랍지만, 최신 모바일 게임에 어울리는 사용자 경험(UX) 디자인까지는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옥의 티.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도 있지만, 평소 입던 편안한 양복 대신 치수가 맞지않는 캐쥬얼을 억지로 입은 느낌이라 아쉽습니다.

고전 명작 게임들이 보여주었던 놀라운 재미들은 지나가는 세월과 함께 희석되지만 추억이라는 보정을 받으면서 더욱 뚜렷한 모습으로 기억됩니다. 사실 요즘 게이머들에게 20년 전의 울티마나 위저드리를 들이대봐야 좋은 평가를 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더스게이트 EE는 여전히 멋진 게임입니다. 고전 게임이 갖고 있던 오리지널리티를 그대로 살리면서 모바일 기기의 특성을 받아들여 '같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게임이 되는 편을 택했고, 말 그대로 아이패드만 있다면 어디에서나 그때의 그 '발더스 게이트'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전은 고전만의 가치가 있습니다. 세월을 떠나 수많은 게이머들을 매혹시켜온 명작 RPG를 모바일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반갑고 고맙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수준높은 모바일 RPG를 원한다면 언제라도 기꺼이 추천해줄 수 있는, 세월을 뛰어넘는 명작에 걸맞는 발더스게이트 EE는 가볍고 빠른 게임들이 주류를 이루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수준높은 RPG를 기다린 팬들에게 딱 들어맞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