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키에이지의 3차 클로즈베타를 마무리하며, 본격적인 서비스가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한 XL게임즈의 송재경 대표가 5월 30일부터 열리고 있는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둘째 날, "MMORPG 개발의 경험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을 개발하며 MMORPG 시대를 열었던 1세대 개발자이자 최신의 차세대 MMORPG를 만들고 있는 현세대 개발자이기도 한 송재경 대표는 이번 강연에서 송재경 대표의 삶, MMORPG에 대한 생각 그리고 아키에이지를 통한 새로운 도전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스스로가 말하는 송재경 대표의 생애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를 좋아했다는 송재경 대표가 게임을 본격적으로 만들게 된 것은 카이스트 재학 시절. 대전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그는 '공부 너무 열심히 하면 바보 된다'는 지도교수님의 가르침과 함께 '넷핵'을 48시간 연속으로 즐기면서 MMORPG에 대한 아이디어를 키워나가게 된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여러 명이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이후 텍스트머드 게임을 하면서 2차원 그래픽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송재경 대표는, 그래픽 머드 개발을 박사과정 논문으로 삼으려다 아예 박사과정을 그만두고 김정주 회장과 함께 넥슨을 창업, 바람의 나라를 만들게 된다.



▲ 카이스트 시절 넷핵을 48시간 연속으로 하기도 했다. 그를 지켜보고 있는 넥슨 김정주 회장



이후 넥슨을 떠나 엔씨소프트로 간 그는 리니지를 개발하고, 2000년에는 미국 지사를 설립, 리차드 게리엇이라는 걸출한 개발자를 영입할 정도로 성공하게 된다. 미국 개발사에 대한 환상으로 1996년 울티마 온라인 개발팀에 입사지원을 하기도 했던 그가 4년 후, 거꾸로 회사를 인수하는 위치에 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엔씨소프트를 떠난 그는 본격적인 와우저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힐 그렇게밖에 못해요? 멘탱만 힐 하는 게 힘든가요" 같은 20살 공대장의 구박을 들으며 빠져든 와우는 'MMORPG의 끝을 본 것'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고. 하지만 하면 할수록 아쉬운 점이 느껴졌단다.


'이대로 이 장르가 끝나서는 안된다.'


MMORPG 장르의 시작을 열었던 송재경 대표는 이렇게 다시 MMORPG를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 열혈 와우저의 시간은 그를 다시 MMORPG 개발로 이끌었다




※ MMORPG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울티마 온라인이나 리니지 같은 1세대 MMORPG는 즐겁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지만 문제점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은 10여년 동안 장르의 발전과 함께 보강되었다.


현금거래를 귀속시스템으로 차단하거나 무분별한 PVP는 같은 진영을 공격할 수 없게 한다거나, 사냥터 독점은 인스턴스 던전을 통해, 스토리상 죽은 NPC가 내일 가면 또 있다는 문제는 비논리적인 상황을 무시하는 형식으로 MMORPG가 변화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편안하고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MMORPG가 만난 장애물을 피하기 위한 방편들이 어쩌면 MMORPG의 방향 자체를 틀어버린 것은 아닌지 송재경 대표는 지적했다. MMORPG가 점점 패키지 게임이나 콘솔 게임이 되는 느낌을 줬던 것이다.



▲ 곁가지에 집중하느라 MMORPG의 방향성이 바뀐 것은 아닌가.



송재경 대표는 MMORPG를 MMORPG 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Massive 라며, 이를 위해 강요된 파티플레이가 아니라 '어쩌다보니 같이 하게 되는' 파티플레이, 현실 세계의 모습을 반영하는 '예측할 수 없는' 요소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아키에이지를 통한 새로운 도전


아키에이지를 만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개발자가 이미 결말을 지어놓은 콘텐츠가 아니라 유저들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콘텐츠'. 집 짓기나 나무 심기, 해상전, 공성전과 같은 콘텐츠는 그렇게 아키에이지의 핵심이 되었다.


물론 이런 콘텐츠만 던져줬을 때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거나 '너무 어렵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것. 따라서 이런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유도해 줄 수 있는 퀘스트나 스토리, 아름다운 캐릭터와 같은 단위 콘텐츠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단위 콘텐츠만으로는 게임이 장수할 수 없다는 것이 송재경 대표의 생각.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콘텐츠를 모두 소비한 후에 할 무언가가 남아있느냐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아키에이지는 엔드콘텐츠 개발을 다른 것보다 우선시 했다고 송재경 대표는 말했다.


최근 3차 클로즈베타 이후에 올라온 유저들의 반응을 소개한 송재경 대표는, 코스요리에 해당하는 가이드 된 콘텐츠와 뷔페에 해당되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콘텐츠 사이의 적절한 밸런스가 중요하다며, 그 부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 커뮤니티 반응도 꼼꼼하게 살피는 듯




아래는 강연이 끝나고 오간 질문과 답변 내용.



= 길드 이상의 사용자 인터랙션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


원정대라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원대륙에 가서 땅을 점령하고 성을 짓는 주체가 원정대가 될 것이다. 그 외 소셜형 플레이를 위주로 하는 유저들은 게임 내에서 가족 관계를 형성하거나 길드를 형성하는 기능을 생각하고 있다.


= 공성전은 리니지 부터 있었던 콘텐츠다. 아키에이지의 공성전은 무엇이 다른가.


리니지2는 몰라도 리니지는 내가 만들었으니 비슷한 느낌이 날 것이다. 다른 점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딱히 이게 다르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작은 다름이 많이 모여 전체적인 플레이 스타일이나 내용이 다르게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 아키에이지의 콘텐츠를 잘 전달하기 위한 장치들이 있나.


울티마에 대한 향수가 있다고 그 때의 울티마 그대로 지금 서비스하면 불편하게 느낄 것이다. 그래서 앞부분에서 유저들을 끌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퀘스트와 같은 것들이다.


=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원인 중 하나가 현금거래나 작업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아이템의 렙제를 꼭 없애달라는 이야기를 하신 분도 있다. 현금거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허용하는 것이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더 주느냐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적절한 제어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작업장도 실제 플레이하는 다른 유저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능하면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 게임의 본질과 즐거움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운영이나 개발 노력을 통해 억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리니지는 넷핵을 많이 참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넷핵의 요소가 아키에이지에도 영향을 준 부분이 있는지.


리니지 때는 철이 없어서 넷핵도 많이 베꼈다. 아키에이지는 아니다. 딱히 뭔가 베끼지는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