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코엑스에서 진행된 NDC2011 행사장에서 오로라 게임즈 전략기획실의 서광록 팀장은 강연이 아니라 경험담을 공유(Share)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공유하고 싶다는 경험담은 어떠한 내용일까? 일단 제목부터 매우 자극적이다.


'1시간짜리 버프가 1200원이라고?'





물론 진짜 제목은 부제로 붙은 '온라인 게임 부분유료화 모델과 가격 정책'이지만, 강연에 대한 흥미를 끌기 위해 제목을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보고들은 서광록 팀장의 강연은 그의 경력에 어울리게 재미있는 화법으로 풀어낸 믹스마스터 부분 유료화의 성공 비법이 담겨있었다.


서 팀장은 오로라 게임즈가 온라인 게임 '믹스마스터'의 개발 및 퍼블리싱 권리를 인수해 서비스하면서 겪은 판매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부분 유료화 모델의 가격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 팀장은 자사의 게임인 믹스 마스터를 "열라 단순한 초딩게임'이라고 언급했다. 농담이 섞인 이야기지만, 플레이가 단순한 루프(Loop)라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게임을 기대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믹스마스터의 플레이는 보통 이러한 순서로 진행된다.


1. 필드에 나가 사냥을 하고, 처치한 몬스터에게서 몬스터의 정수와 같은 '코어'를 획득한다.
2. 획득한 코어를 마을로 가져온 후 부활시키면 펫과 같은 개념의 같은 '헨치'가 된다.
3. 헨치와 함께 다시 필드로 나가 사냥을 한다.
4. 종종 코어와 코어를 교배(믹스)해 새로운 코어를 조합하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저연령층을 노린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8년이나 서비스하다보니 초등학생이던 고객들은 대학생이 되었고, 중고등학생이던 고객들은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고 한다. 어릴적부터 꾸준히 해온 게임에 대한 구매력이 생겼다는 뜻이다.





구매력이 있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사익을 증진시키는 것이 업무인 서 팀장은, 믹스마스터를 처음 담당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의문이 "도대체 사람들이 이 게임을 왜 할까?" 였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 몬스터를 처치하고 코어를 획득해 그것을 펫으로 부리는 것. 그리고 코어와 코어를 교배해 새로운 코어를 만드는 것이 믹스마스터의 게임 목적이기 때문에 게임은 매우 지루하고 단순하다. 믹스마스터의 재미는 사냥하다 얻는 코어와 코어를 믹스하는 것 정도에 불과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에 꾸준히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드랍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고레벨 사냥터에서 몬스터에게서 코어를 얻는 것은 엄청난 '득템'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렇게 엄청난 득템인 코어는 플레이어간 거래가 가능하다. 게임내에서 뿐 아니라 외부적인 거래도 활발한 편이다.


이런 믹스마스터를 담당한 서 팀장이 유료 모델을 처음 점검했을때 가장 놀란 점은, 캐시 아이템인 '저주받은 프리미엄 마크'라고 한다. 이것은 일종의 버프 아이템으로 1시간동안 경험치를 2.5배, 아이템 드랍율을 4배, 코어 드랍율을 6배로 높여주는 아이템인데, 판매량도 많을 뿐더러 겨우 1시간짜리 버프가 1200원이라는 높은 가격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아이템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코어 드랍율인데, 피시방 한 시간 이용료보다 비싸고 방학, 연휴 등 기간 한정으로만 판매하는 이 아이템이 많이 팔리는 이유는 코어를 득템했을 때 이것을 팔면(아이템 중개 사이트를 통해) 투자한 돈 이상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년 12월에 이뤄진 업데이트로 레벨업 테이블이 변경되면서 고레벨 사냥터에서 좋은 코어를 얻기 위해 고레벨이 되고 싶어하던 중저렙 플레이어들의 수요도 증가했다.


서 팀장은 이 경험에서 '현금화가 가능한 아이템 코어, 비싼 코어는 고렙 존에서만 나오고, 드랍율이 낮다.' 라는 게임의 특징이 캐시 아이템의 수요를 창출했고, 인정하긴 싫지만 현실에선 어쨌든 현금거래의 시세가 캐시템 판매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 꺼낸 이야기는 '프리미엄 존 입장권' 이라는 캐시 상품에 대한 이야기이다.
프리미엄 존 입장권은 30일동안 프리미엄 존이라는 좋은 사냥터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프리미엄 존 입장권은 7000원, 그리고 프리미엄 존 기간이 남아있을 때 사용하면 30일을 충전시켜주는 '시간 충전 아이템' 은 5000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7천원짜리 프리미엄 존 입장권보다 5000원짜리 시간 충전 아이템의 판매량이 높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시간 충전 아이템에 비해 프리미엄 존 입장권이 10배 이상 판매된다고 한다.


이유는 주 고객층인 '그들'의 결제 절차에 있었다. 주 고객층인 청소년은 캐시 아이템을 구매할 때 대부분 현금으로 결제한다.


구매 과정을 살펴보면, 확보한 현금(그것도 비 정기적으로 확보되는 현금)으로 틴캐시나 문화상품권을 구매하고 이것으로 게임 머니를 충전해 아이템을 구매하는 과정을 거친다.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식으로는 원하는 때에 결제할 수도 없을 뿐더러 후불이 아닌 선불 개념이기 때문에 항상 원하는 액수를 구매할 수도 없다.





때문에 서 팀장은 기존 프리미엄 존 입장권 30일 이용권을 일주일 단위로 쪼개 2000원에 출시했다. 그리고 이 정책은 유효했다고 한다.


고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결제 과정을 추적하고 구매 의도를 파악하는 것.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더 작은 단위로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이야기는 이미 무너진 게임 밸런스가 캐시템의 수요를 가져온 내용이다.


믹스마스터의 코어는 드랍 시 랜덤하게 네 가지 속성 중 하나가 부여된다. 코어의 속성은 네 종류이지만, '날쌘' 속성이 무조건 좋다고 한다.





네 가지 속성이 존재하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밸런스는 완전히 무너진 상태이지만, 속성은 랜덤하게 드랍되기 때문에 결국에는 누구나 현금화도 잘 되고, 플레이시에도 강력한 날쌘 속성을 원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상황 때문에 날쌘 코어 컨버져의 가격이 14000원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수요가 발생한다.






마지막 이야기는 서 팀장이 '유료 모델의 꽃'이라고 표현한 랜덤박스에 관한 내용이다.


랜덤박스는 말 그대로 랜덤한 아이템이 나오는 패키지 형태의 캐시 아이템을 의미한다. 현실로 보면 로또나 다를 바 없는 이 아이템은 믹스마스터는 일부 해외 버전에만 구현되어있다고 한다. 국내에선 심의 등급 문제와 함께 오랫동안 함께 플레이해 온 유저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어 적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서 팀장은 유명 FPS게임인 서든어택의 랜덤박스 '보급 창고' 아이템을 예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서든어택의 보급 창고 아이템은 가격이 1700원으로 책정되어있다. 마치 소주 한 병이 7잔 반으로 떨어져 계속 여분이 남거나 한 잔이 모자라 한 병을 더 시키게 되는 것처럼, 서든어택의 캐시 아이템도 절묘한 가격으로 잔여 금액 때문에 계속해서 캐시를 충전하게 만든다.





또 다른 이유로 랜덤하게 등장하는 레어 아이템이 랜덤박스를 구매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레어한 아이템이라는 것은 반드시 성능이 좋을 필요는 없다. 그저 한정판 등의 이름으로 희소성을 높여주기만 해도 수집 욕구를 자극해 수요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끝으로 서 팀장은 랜덤 박스를 만들 때에 지켜야 할 점으로 네 가지를 언급했다.
'가격대별로 분리가 가능하도록 저렴한 상품을 많이 출시할 것', '랜덤박스 전용 레어 아이템을 제공할 것',
'충전 잔액이 남지 않는 가격을 설정할 것', '신규 혹은 판매 부진 캐시 상품을 판촉용으로 제공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
이 그것이다.





서 팀장의 강연은 재미있는 화법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강연 도중 자주 폭소가 터지기도 했지만, 강연을 마친 후에는 진행자의 멘트가 나오기도 전에 많은 박수를 받았다. 강연에 참석한 개발자들이 서 팀장이 겪었던 에피소드에 공감했고, 좋은 경험을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