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아트는 유통기간이 긴 빵을 만드는 것과 같고, 앞으로는 새로운 자극으로 진화해야만 한다."



NDC2011 3일차 강연회에서 엔씨소프트의 김형준 상무는 게임 아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화와 같이 게임 아트 역시 대중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형준 상무는 게임 아트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규모가 커지는 만큼 실패했을 때의 위험도 늘어나고 있지만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라며, 게임 아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 게임 아트를 위해 고전 회화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아트는 완성도와 감성으로 나뉘며 미적 정보와 의미 정보의 이중 구조를 가졌다. 완성도란 대상에 대한 묘사가 얼마나 정확하고 정보를 많이 줄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단어이며, 감성은 대상을 감각화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식 능력을 의미한다.





반대되는 입장의 두 개념이 하나로 합쳐진 아트는 오랜 시간을 거쳐 회화와 함께 발전했고, 게임 아트의 완성도와 감성은 3D 기술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는 것. 즉 3D와 회화의 조형 요소는 유사하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고전 명화를 살펴봐야 한다.





▶ 3D 기술과 인상주의


인상주의는 처음으로 빛을 이해하여 풍부한 빛과 색채를 묘사한 화풍으로, 모네를 대표로 들 수 있다. 인상주의가 등장하던 당시 화가들은 실내에서 의뢰를 받아 그림을 그리는 일이 많고 창작의 숫자는 적었다. 그러나 기차라는 운송수단과 휴대용 물감의 발달로 자유를 얻어 창작이 시작되었다.





김형준 상무는 게임 아트에서는 3D 기술의 발달이 기차와 물감 역할을 한다. 3D 기술은 빛의 원리로 제작된 기술로, 풍부한 빛은 게임 아트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이므로 세상의 표정을 담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앞으로 3D 기술은 빛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나 3D 표현기법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형식주의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며, 기술을 이해하는 것 외에도 빛을 쫓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 미니멀리즘을 캐릭터 디자인에 접목


미니멀리즘은 추상파의 반대 개념으로 등장한 화풍으로, 특이한 제목과 심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미니멀리즘은 애플의 디자인 등 현대 산업 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었다. 미니멀리즘이라고 해서 무조건 단순함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고 사물의 본질적 완성도를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니멀리즘이 게임 아트에 접목된다면 캐릭터의 복장 디자인을 들 수 있다. 김형준 상무는 자신이 참가했던 아이온의 의상 디자인을 예로 들어, 이것저것 많이 붙인다고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디자인을 좋은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특히 게임 아트의 무기나 방어구에 너무 많은 묘사와 장식물을 붙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최근의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디자인에 일침을 놓았다.





▶ 상상력을 자극하는 초현실주의


르네 마그리트를 대표로 든 초현실주의는 화가가 아무리 그림을 그려도 그것은 그림이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대상이 가진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의미있는 것으로 바꾸는 화풍이다. 현대 일러스트나 영화 포스터에 많은 영향을 준 초현실주의는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에 매력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게임 아트에 적용시킬 때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너무나 초현실적인 독창성은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것. 초현실적인 작품을 만들어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시각 언어를 사용해야 참신함과 안정감을 줄 수 있다.





▶ 르네상스 화풍의 양식화된 묘사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예로 들어 설명한 르네상스 화풍은 양식화된 묘사로 시적 세계를 표현하는 기법을 이용한다. 바람의 신이 부는 바람으로 흔들리는 비너스나 나무나 바다의 표현 등이 여기에 해당되며, 양식화란 대상의 본질적 특징을 강하게 하기 위해 이상화한 것이다.





게임 아트에서의 양식화는 캐릭터에 이용된다. 리니지에서 출발한 한국 게임 복식의 양식화라던가 캐릭터의 체형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이나 특징을 설명할 수도 있다. 양식화된 캐릭터는 시대를 초월하여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자칫 도가 지나칠 경우 전달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감성 전달을 위한 표현주의


대상의 객관적인 표현을 일단 버려두고 감성 전달을 중점으로 삼는 표현주의는 뭉크의 절규를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유럽인들의 세계 멸망에 대한 공포를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받았고, 현대인 역시 멋지고 화려한 것보다는 감성을 원한다.





일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 역시 감성 전달면에서 탁월하다. 1인 제작방식을 통해 정교한 연출이나 특수효과 등 불필요한 요소를 다 빼고 감성을 끌어내서 인기를 얻었다.



게임 아트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감성 충돌에 주의해야 한다. 인간은 사물을 표상으로 이해하여 심적 표상을 만들기 때문에 베네통과 같이 지나치게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또한 캐릭터의 복식 등에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감성적으로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 게임 아트가 명화처럼 사랑받기 위해서


명화는 클래식 음악과 같이 제작 당시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요소를 이용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사랑받는 것이다. 김형준 상무는 게임 아트 역시 마찬가지로 대중적인 요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바타와 같은 영화도 훌륭하다고는 하나 10번 이상 보기 어려울 정도인데, 게임에서 만렙을 찍기 위해서는 수백 수천번 같은 것을 봐야 하기 때문에 지루함을 줄여야 한다. 게임 아트는 유통기간이 긴 빵을 만드는 것과 같기 때문에 게임과 아트의 요소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





특히 시간의 경계를 넘는 게임 아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을 이해/게임의 요소와 결합/실제로 작동되는 물체/꾸준한 변화/대중적 요소가 필요하다. 게임 아티스트는 모니터 속의 자신만의 창조물에 심취하지 말고 옆 사람과 대화를 하며 대중성을 찾아야 한다.



김형준 상무는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명화는 팔기 위해 그렸고 대중성을 위해 많은 사람과 대화했다. 우리 개발자도 세상의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질 때가 왔고 게임 아트 역시 개로운 자극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