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바일게임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소수 인력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팀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에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인디 게임' 도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인디게임 개발은 인력도 적고 한 사람이 해야 할 작업이 과도하게 많아 여러 문제가 일어난다. 결국 프로젝트는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의 원인은 무엇인가? 무엇을 몰랐던 것인가?

10월 10일 KGC2012의 마지막 날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관에서 Dev Arc의 허민구 팀장이 그동안 인디게임 개발 및 기획을 하며 겪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자신과 주변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경험 및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했다.


▲ 강연을 진행했던 Dev arc의 허민구 팀장




■ 인디게임 개발, 소수 인력의 장점을 적극 내세우자


허민구 팀장이 말하는 인디게임의 특징은 소수의 인력으로 개발된다는 점이다. 보통 두세 명이 각각의 업무를 분담해 개발해나가기 때문에 비록 호칭이 기획자, 프로그래머라도 자신의 분야를 넘어서 다방면으로 작업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허민구 팀장은 자신도 그래픽, 사운드, 마케팅, 매출 분석, QA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고 한다.

소수의 인력이 주는 장점은 유연성과 속도. 많은 인원이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각각의 작은 의견들이 게임에 반영되지도 못할 뿐더러, 게임이 말하고자 하는 바 역시 쉽게 전달되지 못한다. 반면, 인디게임은 보통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개발 도중 어떤 변경점이 있더라도 보완 및 추가가 쉽다. 개발에 대한 서로 상반된 의견이라도 참여 인원이 적기 때문에 서로 절충안을 내기도 용이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디게임에 있어서 '대화'는 중요한 수단이다. 보통의 기획자라면 게임 기획을 모두 문서화해서 각 분야를 담당하는 부서에 전달한다. 그러나 문서는 빠른 정보를 전달하기 쉽지 않다. 작성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며, 문서 내용의 오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화는 쌍방향의 소통으로, 매우 빠른 정보전달력과 함께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가능하다.

물론 문서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서 혹은, 개발자들에게 더 구체화되고 정형화된 내용을 보여주고자 할 때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그럴 때도 대화는 필수 요소다. 무엇이 왜 필요한지 충분히 말하고 들은 뒤, 필요한 부분만 문서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허민구 팀장도 게임 개발 당시 프로그래머가 스테이지 시스템을 구체화된 문서로 작성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그 부분을 표와 도표로 문서화시켰다. 게임의 모든 내용을 문서화 시킨 것도 아니었기에 정보전달에서도 효과적이었고 시간도 아낄 수 있었다. 이 대목에서 허민구 팀장은, 필요한 기획서를 작성할 때는 최대한 내용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표나 그림을 적극 활용해야 함을 강조했다.






■ 인디게임의 개발은 시간이 생명이다



소수인력으로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그 장점을 적극 살려 인디게임 개발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켜야 한다. 시간이 오래 드는 과정을 밟거나, 결정이 늦춰지게 된다면 인디게임의 장점을 결코 살릴 수는 없다는 것이 허민구 팀장의 조언이다.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으로 허민구 팀장은 '가져다 쓸 수 있는 것은 전부 가져다 써라' 라고 충고했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부분을 구태여 직접 만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긴 시간만 소모하는 작업일 뿐이다. 사운드, 그래픽, 프로그램, 엔진 전반에 걸쳐 직접 만들기 보다는 있는 것을 가져와 쓰는 것이 최종 목적인 '게임 완성'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게임 기획자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빠른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기획부터 결정이 더디게 되면 그 다음 과정 역시 늦춰지기 십상이다. 허민구 팀장은 일정한 주제로 한정된 시간안에 게임을 개발하는 행사인 '게임 잼(Game Jam)' 에서의 경험을 말하며, 빠르게 결정해서 빠르게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확실히 초기부터 완벽한 계획보다는, 결과물을 수정 및 보완하는 것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 개발에 필요한 작업은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빠른 게임 완성의 지름길이다. 허민구 팀장은 과거 같은 팀 프로그래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전문분야는 아니었지만 개발작업의 상당부분을 맡아서 처리하려 했다. 그러나 많은 양의 작업은 엄청난 짐이 되었고, 결국 전체적으로 게임 개발이 늦춰지고 말았다고 한다. 과정에 집중하기보다는 게임 개발을 장기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 초기 기획부터 잘못되면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시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허민구 팀장은, 게임의 컨셉을 잡는 초기 기획역시 아주 중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기획이 잘못되면 그 후 나오는 결과들도 분명 문제가 있으며, 그 문제를 처리하려해도 초기에 잘못을 잡는 것 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민구 팀장은 게임 개발을 갓 시작했을 때를 회상했다. 그는 당시,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장애물이 더 많이 나오며 한층 불리해지는 레이싱게임을 생각해내며 '역발상' 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레이싱'의 핵심은 '속도'가 아닌가. 결과는 당연히 대 참사.

그 후 게임을 고쳐보려해도, 기초 컨셉부터 잘못됐기 때문에 게임 전체를 모두 수정해야하는 난관에 부딪혔다. 처음 컨셉 기획만 잘 잡았어도 될 문제였는데, 게임 전부를 몽땅 고쳐야하는 사태가 되고 만 것이다. 인디게임의 규모는 작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초기 컨셉은 유저의 눈에 반드시 띄게 된다.

그 대책으로 반복 개발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게임을 전체적으로 완성한 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 목표를 잡고 각 목표 달성이 끝날 때마다 테스트를 해보라는 것이다. 일정한 짧은 기간을 잡고 단계적으로 점차 개발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인 게임 개발에 도움이 된다.



■ 욕심을 버려야 한다. 만들고자 하는 부분만 충실하자






허민구 팀장은 '인디 게임 스케일은 작다' 라며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게임의 스케일이 어느 정도인지를 꼭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들고자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더 나은 다음 게임을 위해 멈출 시점을 알아야 한다.

허민구 팀장은 또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가 참여했던 한 게임잼 행사에서의 팀원은 무려 11명. 기획자는 그 반절 정도였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라고도 하지 않는가. 허민구 팀장은 끝도 없이 이어진 회의와 결국 완성도 못한 프로젝트로 얼룩진 뼈아픈 기억을 회상했다.

어떠한 요소를 추가하고자 할 때, 예를 들면 '상점' 과 같은 인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일 경우, 추가 단계 혹은 게임 개발 초반에 확실히 게임의 전체적 구도를 먼저 생각한 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소수의 인원들로 팀을 구성해 효율적인 의견 수렴 및 정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이 만들고 싶어하는 부분의 규모를 초반에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초반부터 대규모 게임 제작을 진행하다보면 상당히 많은 시간동안 시스템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난다. 허민구 팀장은 '스카이림'과 같은 대규모 게임은 100여 명의 인원이라면 개발할 수 있겠지만, 3명이서 개발한다면 몇 년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초반엔 비록 작은 규모로 시작했을지라도 욕심 때문에 점점 더 규모가 확대되는 경우도 있다. 보통 기획자들은 자신이 만드는 게임에 애정 및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무리한 작업인 줄 알면서도 구태여 다른 요소를 더 추가하고자 하는 성향을 보인다. 자신이 만들고자 한 부분을 완벽히 제작했다면, 무리한 욕심은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허민구 팀장의 조언을 끝으로 강의는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