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인벤 독자분들은 일부 게시물들에서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로 시작하는 리플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으실 것 같습니다. 바로 클래지콰이의 'SHE IS...'라는 노래의 가사인데요,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에 사용되었던 배경음악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OST보다는, '특정 장면'에서 자주 사용되는 음악으로 더욱 유명하죠. 때문에 '마성의 알렉스', '귀신같은 알렉스' 등의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 ▲ '이.. 이니에스타?' 이런 느낌의 사진 밑에 달아야 할 것 같은 리플 ]


이 쯤 되면, 왜 이런 이야기로 기사가 시작되었나 하고 궁금증을 가지실 것 같습니다. 사실 오늘 전해드릴 이야기가 바로 이 스토리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격렬한 스포츠 사진에도, 모니터 너머로도 느낄 수 있는 진지한 분위기의 사진이라 하더라도 '숨겨왔던 나의~' 배경음악을 곁들인다면? 모두 미묘한 분위기로 바뀌어 버리고 마는 마법의 순간! 바로 '배경음악'의 신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국제게임컨퍼런스(이하 KGC) 2012' 2일차인 10월 9일 늦은 오후, 코엑스 그랜드블룸 208호에서는 스튜디오EIM의 신동혁 대표가 '진화하는 게임음악 - 인게임 음악의 연출 기법과 최근 동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습니다.

[ ▲ 강연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스튜디오EIM의 신동혁 대표 ]


이 날 강연에서는 주로 음악, 영상 등의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설명이 주된 골자였는데요. 사실 주제가 주제이다보니 말보다 확실하게 전달받을 수 있어, 청중들의 좋은 반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은 바로 '감정 레벨'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감정 레벨이란, 한마디로 '감정의 크기'입니다. 클라이막스와 잔잔한 느낌 등의 상황 별 높낮이를 맞이하며 느끼는 감정의 크기 차이에 따라 음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볼 때 '음악이 어울리지 않아'라는 생각을 하신 적이 다들 있으실 것 같은데요. 상황의 감정 레벨이 굉장히 높은데, 음악이 감정 레벨이 높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음악이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말하게 된다고 합니다. 배경음악이 기능적으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때는 음악과 상황의 감정 레벨이 일치했을 때라고 하네요.

[ ▲ '음악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이럴 때,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


[ ▲ 반대로, 유저의 감정 고조를 최고로 도와주는 상황 ! ]


그렇다면 게임 음악의 경우에도, 유저가 게임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상황 별로 다른 배경 음악을 제공해줘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런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을 느끼기라도 하셨는지, 신 대표는 실제 상황에서 배경음악이 어떻게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지 예시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 ▲ 고전게임 '보글보글', 알고보니 감정레벨을 고려한 배경음악의 선택이었다! ]


[ ▲ 레벨업이 얼마 안 남았어! 감정레벨이 최고조가 될 즈음, 배경음악도 함께 긴장해주고 있다 ]


위에서 보여드린 것처럼, 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음악의 레벨 역시 함께 올라가게 되니 느낌이 배가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런 상황을 연출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논인터렉티브(Non-interactive)'방식, 다른 하나는 '인터렉티브(interactive)'방식입니다.

논인터렉티브 방식은 제작된 배경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재생하는 방식입니다. 영상 흐름을 무시하고 분위기만 맞춘다거나, 단순 어떤 필드의 컨셉에 맞춰 제작된 음악이 재생된다면 논인터렉티브 방식을 채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신 대표에 따르면, 거의 모든 게임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하네요.

논인터렉티브 방식에서는 '우연히' 음악의 클라이막스와 상황의 고조가 맞아떨어지길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온라인 게임을 할 때, 잔잔한 분위기의 산맥에서 탐험을 하다가 다른 유저와 전투가 일어나더라도 배경음악은 잔잔한 음악 그대로인 것 처럼요.

두 번째 영상에서 보여드린 '스카이림'의 레벨업 영상도 논인터렉티브 방식입니다. 레벨업 순간과 배경음악의 고조가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순간을 보여드리기 위해 제작된 영상으로, 이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레벨업을 8번이나 하셨다고 하네요. 경험치 바가 98%를 가르킬 때 즈음, 유저가 알아채기 전에 배경음악이 고조되면서 알려준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반면 인터렉티브 방식은 유저의 반응에 따라 배경음악이 바뀌는 방식입니다. 방금 예시를 든 것을 조금 달리 말해보면, 잔잔한 분위기의 산맥에서 탐험을 하다 유저와 마주쳐 전투를 준비하게 됐을 때! 음악 역시 고조되는 것이죠. 역시 영상을 통해 설명하겠습니다.


[ ▲ 교전 시작 전, 도중, 후 유저 반응에 따라 전부 다른 음악을 선보인다 ]


[ ▲ 적군의 기지와 아군의 기지를 클릭할 때 서로 다른 음악이 나온다니 ! ]


개발하는 입장에서 설명하자면, 준비된 여러 감정레벨의 음악을 상황의 감정레벨에 맞게 재생하게 하는 것이 인터렉티브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컷 음악과 전투 음악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그렇지만 음악이 끊길 경우엔 단절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하니 개발 시 유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버블파이터'의 경우는 유저들의 패턴을 분석하여 배경음악을 활용한 경우인데요, 게임 시작 후 9초나 10초가 되면 음악이 고조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첫 전투가 일어나는 시점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카운트가 끝나자마자 유저들이 센터로 달려가는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죠.

센터를 차지하고 싸워야만 유리해지기 때문에, 버블파이터의 유저들은 카운트가 시작하면 바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전진 키를 연달아 누르곤 합니다. 그래서 게임이 시작한 후 10초 가량이 흐르면 센터에 도착하고 교전을 시작하기 때문에 음악 레벨을 고조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 ▲ 카운트가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버블파이터의 유저 패턴 분석 ]


신 대표의 말에 따르면, 게임 배경음악의 경우 유저들이 알아차리기 힘든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작업이 들어가고 있다고 하니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즐기는 게임의 세심한 부분까지도 개발팀에서 배려해서 작업해줬다는 것을 찾아낸다면 무척 기분이 좋아질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신 대표는 실제 배경음악 작업 과정을 보여주며 청중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는데요. 신동혁 대표의 가장 최근 작품은 최근에 CBT를 끝냈던 '던전 스트라이커'로, 인터렉티브 방식을 사용해 클라이언트의 뜨거운 호응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 ▲ 배경음악만으로 보스가 화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무서운 동영상 ]


가상현실게임을 기반으로 한 게임 판타지 소설들도 많이 출간되고 있는 요즘, 유저의 반응과 함께 호흡하는 인터렉티브 방식의 배경음악은 더욱 몰입감 있는 게임을 위해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 같습니다. 국내 게임 음악의 대부분은 논인터렉티브 방식이라고 하니 다소 아쉬울 따름이지만, 앞으로 출시될 더 많은 게임에서 인터렉티브 방식의 배경음악을 만나볼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