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에 개최된 '도쿄게임쇼(TGS2012)'에서 일본게임대상을 수상한 '그라비티 러쉬'. 어떠한 과정을 통해 기획되고 제작했을까?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게임컨퍼런스(KGC2012)'에서 그라비티 러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토야마 케이치로'가 무대에 올라 '그라비티 러쉬'의 게임 컨셉 소개부터 제작과정 되돌아보기, 팀을 잘 구성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발표했다.

1999년에 사일런트 힐을 제작하고 이후 SCE에서 '사이렌'시리즈를 만든 '토야마 케이치로', 그가 '그라비티 러쉬'를 제작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과 생각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들여다보았다.




■ 프렌치 코믹에 기반한 '그라비티 러쉬'의 컨셉

'그라비티 러쉬'는 2008년부터 제작을 시작하였고, 2012년 6월에 출시됐다. 기획단계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컨셉이 2가지였다. 첫 번째로 프렌치 코믹의 아트 스타일과 분위기를 중점으로 두는 것. 두 번째가 중력 방향을 자유로이 정의할 수 있다는 컨셉이었다. 두 가지 생각을 기반으로 살을 붙여서 게임을 기획했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도 컨셉을 저해하는 것은 철저히 배제했다.



'토야마 케이치로'는 신규 IP를 계획하는 일이 많았고, 그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3가지를 항상 염두해두고 게임을 제작했다. 우선 게임의 룰과 시스템 매커닉, 두 번째로 시나리오를 포함한 아트 워크, 마지막으로 흥행성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게임을 사고 싶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게임을 만들 때는 세계적인 이슈와 연계하는 것이 일정 수준의 흥행성을 보장해준다. 이에 대해 2012년의 경우 마야의 예언이나 런던 올림픽과 연관 짓는 식으로 컨셉을 잡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그라비티 데이즈'를 PS3용으로 만들 때 게임 흥행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PS VITA로 플랫폼이 변경되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고, 새로운 플랫폼과 더불어 출시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기대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프렌치 코믹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코믹 스타일이다. 프랑스는 일본처럼 잡지 연재 중심이 아닌 아트성을 중심으로 하며 철학적 내용이 많다. 그는 학창시절 '장 지로드(Jean Giraud)'의 그림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프렌치 코믹은 다소 난해한 것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고민했다.

그래서 그는 프랑스 작가 '방드 데시네(bande dessinee)'의 그림과 일본의 캐릭터 문화를 접목시켜 '그라비티 러쉬'를 제작하게 된다. 그는 두 가지 컨셉을 접목함으로써 일본을 넘어 유럽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해외에서 게임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인기 여주인공 '라라 크로프트'가 있긴 하다. 그녀의 특성을 보면 이국적인 이미지에 아주 강한 여성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강한 여주인공 컨셉을 '그라비티 러쉬'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는 평상시에는 귀여운 이미지와 더불어 미국 만화 속 히로인과 같이 초능력을 가지는 것, 두 가지의 상이한 컨셉을 한 캐릭터에 적용했다. '외형은 작고 갸냘퍼 보여도 실상은 강하다'라는 이미지를 부여하면 해외 유저들에게도 좋게 어필될 것이라 생각했고, 주인공의 의상을 흰 색에서 검은 색으로 바꾼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고 밝혔다.



나아가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사용되는 '평범하지만 알고보면 비범한 주인공' 컨셉을 '그라비티 러쉬'에 도입하고자 했다. 평범한 주인공을 통해 마치 플레이어가 자신의 일인 것처럼 느끼고 함께 기뻐할 수 있도록 스토리 역시 신경썼다고 한다. 평범하고 마치 친구같은 느낌과는 상반되게 괴물을 쓰러트리고 중력을 무너트리는 그녀에게는 큰 모순이 있다. 그래서 파트터로 등장하는 고양이가 사실은 진정한 힘의 원천이라는 컨셉으로 유저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그라비티 러쉬'의 최종 캐릭터 설정 및 컨셉이 결정됐다.


■ '그라비티 러쉬'의 제작과정 돌아보기

게임 프로그래밍 부문에서의 과제는 '오픈월드'의 원활한 구현이었다. 어떻게 볼륨을 대량화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래서 그는 기존에 출시되었던 오픈월드 게임을 참고하여 신규성이 높고 독특하며 역동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 아래 영상에 등장하는 액션을 게임 내에서 실제 플레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 ▲ '그라비티 러쉬'개발 초기단계의 개념 영화 ]


PS3용 타이틀로 제작하던 초기와는 달리 PS Vita로 타이틀이 변경되면서 불안함과 동시에 최첨단 기술과 연관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 그는 많은 기대를 했다. 당시 비타의 스펙이 미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새로운 플랫폼을 취급한다는 것은 많은 불안 요소를 동반할 수 밖에 없다. 듀얼스틱, 전면터치 및 후면 터치, 자이로, 카메라 기능 등 새로운 기술이 포함된 기기에서 게임을 어떻게 제작할 것인가와 더불어 어떤 조작법이 유저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줄 것인가를 생각했다.

나아가 PS3용 '그라비티 러쉬'가 포터블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되는지의 이미지가 요구되었다. 그래서 PS3용으로 개발했던 게임을 포터블에서 원활히 구동시킬 수 있을 것인가, PS3 수준의 게임을 기대했던 유저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퀄리티가 나올 것인가 등에 대해 구상했다.



PS Vita는 현대적인 PC의 축소판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무리해서 SPU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쿼드코어 CPU에 쉐이더를 사용할 수 있는 GPU가 장착되어 게임을 제작하는데 하드문제가 적었다. 비타 기기와 PC는 성능이 유사했기 때문에 두 가지 버전을 동시에 개발하고자 했으나 많은 차이점이 발생하였으며 출력되는 그래픽 수준이 낮아 사용이 불가했다.

'그라비티 러쉬'에 대해 조작이 난해하다는 리뷰가 많았다. 또한, 프레임 레이트가 적정 수준이 나오지 않았고 로딩 속도가 느려서 오픈월드 컨셉을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리뷰를 반영하여 조작을 보다 쉽게 구현하고자 했으며, 튜닝 최적화를 지속적으로 실시함과 동시에 로드 속도는 100그라운드로 가져가 대처했다. 시스템 불안정에 대해서는 선행테스트를 하고 디버그 보고를 가능한 많이 실시했다. 초창기 컨셉을 최대한 살리는 한도 내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마침내 '그라비티 러쉬'는 빌드시스템을 자동화하게 된다. 자동 프로세서로 빌드 집중관리가 가능해지면서 품질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토야마 케이치로'는 빌드시스템 자동화에 대해서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구현하여 적용해볼 것을 권유했다. 또한, 로딩 속도가 다소 개선되었으며, 쉐이더를 최적화할 수 있었다.

그는 '그라비티 러쉬' 제작 감독으로써 개발이외의 현장에서 비타 기기의 보급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라비티 데이즈'와 '그라비티 러쉬'로 타이틀 이름이 분리되어 있던 것도 하나의 고민거리였으며, 타이틀의 대응언어를 구현하는 것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이상적인 언어 대책으로 타지역 언어판 개발을 착수하는 시점부터 영어와 중국어, 한글은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내세웠다.




이어서 '그라비티 러쉬'의 묘화에 대해 설명했다. 묘화는 요코가와와 야마구치가 중심이 되어 구축했다. 컨셉비디오가 잘되어있었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가 되었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그라비티 러쉬'의 최적화 작업을 했다. 캐릭터가 공중에서 360도 회전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스테이지 자유도와 생산성 향상, 오픈월드 구축에 비중을 두었다. PS3용 타이틀로 처음부터 개발을 시작했기 때문에 비타에서도 이만한 퀄리티가 구현된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1. 렌더링도 오픈월드도 PSP에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PS 비타에서는 PS3 레벨의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


2. 윈도우 개발은 '그라비티 데이즈'의 개발에서 유용했다. 지금의 PS 비타의 개발환경이 최적화되어 있다.


3. 단념하지 않고 좋은 제품을 세상에 내놓겠다는 크리에이터 정신으로 마지막까지 해내야 한다.





■ 그가 제시하는 효율적인 팀 구성 및 운영 방법

그는 마지막으로 '그라비티 러쉬' 제작팀을 어떻게 구성했고,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했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그라비티 러쉬' 제작팀에는 높은 전문성과 센스를 가진 사람이 많다. 그래서 각자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나아가 능동성, 커뮤니케이션, 유연한 대응능력을 중시했다. 축구팀을 예로 들면 역할 분담은 있지만 상하관계는 없다. 또한, 선수들이 감독의 눈치를 보고 일일히 신경쓰면 유연성이 떨어지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 그는 이러한 점을 제작팀 운영에 반영하고자 했다.

각 파트별로 역할과 책임을 분담했으며 각자의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게임을 만들어 나갔다. 시나리오에서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직접 손을 대기 보다는 시나리오 작가에게 직접 고치게 하고 이를 확인하는 절차로 진행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시 했던 부분은 '플레이어들의 만족'이었으며, 고객만족주의를 제일로 생각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스텝 모두에게 책임의식을 싹트게 함으로써 각자 맡은 업무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루어졌다. 나아가 요구사항에 대해 조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토론장을 마련했다. 구속력은 없으나 객관적으로 판단할 근거자료가 되서 '그라비티 러쉬' 퀄리티가 향상됐다.

그가 말한 팀 운영 방식은 시스템으로써 정해진 부분은 아니며, 과업을 수행하면서 하나의 문화로써 형성됐다. 서로 간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를 통해 각 파트가 위축되지 않고 잠재적인 능력을 끌어내는데 성공적이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상상하지 못했던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 일본게임대상 수상...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하는 '토야마 케이치로'

'그라비티 러쉬'는 일본을 포함한 해외 여러 곳에서 호평을 받았다. 한 해외 매체에서는 ''그라비티 러쉬'는 오랜만에 등장한 일본색 짙은 재밌는 타이틀'이라고 평가했다. '그라비티 러쉬'는 E3 인투더픽셀에서 상을 받았으며, SEDEC 어워드에서도 2개의 상을 수상, 이번 TGS2012에서는 일본게임대상을 수상했다. 발매된지 얼마 되지 않은 플랫폼 타이틀이 이런 큰 상을 받은 것은 큰 영광이라고 '토야마 케이치로'는 언급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라비티 러쉬'의 새로운 형식과 조작법 등이 유저들에게 잘 어필한 것 같다고 밝혔다. 지금도 많은 유저들이 날카로운 감수성으로 '그라비티 러쉬'를 바라보며 신선한 자극을 추구하고 있어, 개발자 입장으로써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