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을 찾아서'란 기획이 계획되었을 때 솔직히 좀 겁이 났다. 같은 음식도 어떤 이의 입에는 달달한가 하면, 다른 이의 입에는 씁쓸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단내라도 살살 난다 싶은 챔피언들은 이미 수십만 롤유저의 손에 나노단위로 분석되었다. 이와중에 어디서 꿀을 찾아 딴다는 말인가. 섣불리 꿀이라 단정짓는 행위는 수많은 악플로 인한 수명연장 외 효과는 없다. 벌집에는 꿀이 가득하지만 벌들도 가득하다는 사실을 기자는 익히 알고 있었다.

앞서 올라간 AD 말자하 기사의 여파는 놀라웠다. 사무실 옆 자리에 앉은 모 기자는 말자하의 장인이다. 브론즈 시절부터 말자하를 시작해 아직도 브론즈에 있는 몸이지만, 말자하를 잡을때만큼은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같이 노멀 게임을 돌린 어제는 왠지 그 자신감이 더 강하더라. 그리고 영겁의 고통을 받고 말았다.

사무실에 앉아 고민했다. 무엇이 진짜 꿀챔피언인가. 업무시간에 게임한다는 눈초리를 참으며 온갖 챔피언으로 실험을 거듭했다. 그냥 폭격이 아닌 핵폭탄 폭격을 날리는 메테오 갱플랭크부터 양패구상의 대가 극딜가렌, 탱티모, 애쉬정글 등등 하루의 실험 과정에서 수명이 족히 3년은 늘었고 지난 삼년간 받은 리폿보다 더 많은 수의 리폿을 먹었다. 그러던 중 찾아냈다. 아니 이건 확실하다. 깜짝 놀랄 발견은 아니다. 이전부터 존재해왔고, 강력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잘 고르지 않는 챔피언. 그러나 솔로 랭크에서는 우리팀을 캐리할 수 있는 챔피언을 드디어 찾아냈다.

▲ 너무 말라서 좀 그랬다.


롤 서비스 초기. 17명의 챔피언이 소환사의 협곡에 나타났다. 몸을 도화지 취급하며 문신을 그려넣은 비전마법 아저씨부터, 고글을 낀 칼벌레. 중년 카드캡쳐와 소 인간, 늑대 인간등이 날뛰는 그 현장에 그녀는 있었다. 사실 처음엔 그놈인줄 알았지만 그녀였다. 등짝에 날개를 달고 중2병스러운 칼과 깡통같은 하이바를 보유한 케일의 모습은 강력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래서 한동안 멀리했다. 강해보이는 챔피언을 좋아하는 기자의 취향 상, 마음속 케일의 위치는 저 멀리 아득한 우주 심연에서 자신을 선택해 줄 소환사를 기다리는 사이온보다도 낮았다.(별로 안 좋아한다 뿐이지 전혀 다룰 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실험을 위해 몇 달 만에 다시 꺼내든 케일. 나약해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케일은 무지막지하게 강력했다.

케일의 강력함은 라인전 견제에 이은 무자비한 왕귀력에 있다. E 스킬인 정의로운 분노를 이용해 빠르게 라인을 푸시할 수 있고, 파밍 역시 강력하다. Q 스킬인 징벌의 경우 추가 공격력, 주문력 모두 1.0이라는 괴랄한 계수를 가진데다 55%의 슬로우까지 갖추고 있어, 초중반 라인전에 큰 힘이 된다. 케일의 꽃인 궁극기 중재는 짧은 시간동안 모든 공격을 무시하는 아름다운 스킬이다. 하지만 기자가 백날 떠들어봐야 동네 약장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스킨 출시당시 케일의 픽률은 하늘을 뚫었었다. 아주 잠깐동안


동료 기자의 힘을 빌려 케일 장인을 찾아냈다. '손영은'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장인. 이번 시즌들어 케일로만 220번에 가까운 게임을 치렀고, 시즌 3 챌린저까지 입성했던 그와 짧은 대화를 나눠보았다.



■ 케일의 대가. '손영은'

※ 기사 형식상 인터뷰 형태가 반말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만나서 반갑다. 짧은 소개 부탁한다.

'손영은' 박도영 : 반갑다 '손영은'이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는 박도영이라고 한다. 나이는 올해로 21살이 된다.


언제부터 케일을 플레이했는가?

'손영은' 박도영 : 시즌 3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시즌 3에 랭크 게임만 1200번 정도 했다.


요즘 케일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손영은' 박도영 : 케일이 약한 타이밍이 명확해졌다. 직스, 그라가스 등 포킹 챔피언에 약하고, 코어 아이템인 내셔의 이빨 가격이 올라가면서 중간 딜로스가 커졌다. 그 시점에 상대가 블루 버프를 먹고 오면 케일이 취약한 타이밍이 형성된다. 그 시점에 상대한테 스노우볼링 당하면 후반까지 포킹만 맞다가 끝난다.


그럼 케일의 장점은 무엇인가?

'손영은' 박도영 : 누킹형 원딜러라는 점이다. 요즘 떠오르는 레넥톤이나 쉬바나, 문도 등 하드한 탱커들도 패시브와 롤 최고 수준의 DPS로 순삭이 가능하다. 또한 아군 원딜을 지키는 역할도 훌륭히 수행이 가능하다.


한타 지향형 미드 챔피언이란 말인가?

'손영은' 박도영 : 그렇다. 중재를 통한 변수 발생 역시 매력적인 부분이다. 지고 있던 판이라도 중재 한방으로 역전이 가능하다.

▲ 한타를 뒤집어엎을 수 있는 S급 스킬인 중재


▶ 케일 전문가에게 들어보는 케일의 운영법과 템트리

케일의 운영법을 간단히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손영은' 박도영 : 케일은 1레벨부터 라인 푸시력이 어마어마하게 좋다. 초반부터 상대를 포탑쪽으로 밀어넣어 CS손실을 유발해야 한다. 이어 3번째 대포미니언 타이밍이 상대 정글러가 쌍버프를 달고 어디를 가야 할지 결정하는 타이밍인데, 이 때 와드토템을 잘 활용해 갱킹을 회피해야 한다. 케일은 갱킹에 무척 취약하므로 충분한 와드를 항상 보유해야 한다. 이후 푸시와 더티파밍, 그리고 W 스킬인 신성한 축복의 이동속도 증가 효과를 이용한 로밍이 케일의 기본 운영법이다.

케일의 왕귀력은 미드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굳이 무리해서 킬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파밍만 한다면 후반에 더 좋다는 생각으로 플레이하면 된다.

템트리도 살짝 알려줄 수 있는가?

'손영은' 박도영 : 도란링을 두 개 구매하는게 초반의 포인트이다. 케일의 주력스킬인 E 스킬은 마나 소모량이 45다. 도란링 두 개면 블루가 없어도 마나 부족에 시달리는 일이 없다. 이후 첫 코어템은 내셔의 이빨이다. 공격속도, 쿨다운감소, 주문력 등 케일에게 필요한 옵션이 모두 붙어있다. 신발은 상황에 따라 다른데, 상대가 카이팅과 포킹에 능하다면 광전사의 신발을 빠르게 구매해 접근 속도를 높이는 편이 낫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마법사의 신발을 사는 편이다.

케일의 딜은 무척 강하지만 템이 갖춰지지 않았을 땐 그렇게 강하지도 않다. 내셔의 이빨과 2티어 신발이 갖춰지면 라바돈의 죽음모자와 리치베인을 구매해 알파 데미지를 올려야 한다. 케일에게 이론적으로 필요한 쿨다운 감소는 37.5%인데, 내셔의 이빨이 있다면 나머지는 블루 버프와 특성 등으로 채울 수 있다. 그 외에는 부족한 누킹을 올려줄 AP 템트리를 타면 된다.

▲ 시작은 두 개의 반지로


룬과 특성은 어떻게 사용하는가?

'손영은' 박도영 : 빨간 룬에는 공격속도, 노란 룬은 방어력을 사용한다. 파란 룬의 경우 상황에 따라 다른데, 상대에 따라 주문력이나 마법 저항력 중에서 선택한다. 정수는 초반 딜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주문력을 박는 편이다.

▲ 빨간 룬에 공격속도를 박는 것은 기본으로 한다.


특성은 극공이 좋다. 21/0/9나 21/9/0도 자주 사용하는 편이지만, 초반 라인전에서 뚜렷한 이득을 많이 보는 데는 30/0/0 특성이 의외로 좋다. 트롤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특성 트리지만, 케일은 궁극기인 중재와 신성한 축복으로 생존을 노리는 타입이기 때문에 30/0/0으로 초반 라인전에서 스노우볼링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 남자의 30/0/0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건승하길 바란다.

'손영은' 박도영 : 마찬가지로 고맙게 생각한다. 케일 굉장히 좋은 챔피언이니 많이 사용해주길 바란다.




사실 케일의 플레이 난이도는 썩 쉽지 않다. 푸시형 챔피언들의 공통된 적인 정글러의 흉포한 이빨을 예측할 감이 필요하고, S급 스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스킬 연계 자체는 조금 애매하다. 상황에 따라 강력한 스킬을 적절히 사용해 게임을 풀어나가는 것이 케일의 플레이인 것이다.

같은 챔피언, 같은 라인에서 플레이하더라도 결과는 항상 다르다. 챔피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우리의 손가락이기 때문일 거다. 사실 상기했듯 기사를 쓰기 전엔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꿀을 찾아야 하는데 꿀이 아니라 된장이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이 한켠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실제로 랭크 게임에서 플레이해본 케일은 이러한 불안을 종식시키는데 충분했다.

사람은 다양하고 취향도 다양하다. 기자가 꿀이라 해도 다른 이가 된장이라면 된장이고, 간장이라면 간장이다. 섣불리 꿀이라고 단정짓기는 힘드나, 수십만 롤인을 위해 비교적 꿀에 가까운 챔피언을 찾아가는 기획. 다음번엔 어떤 챔피언이 나올지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