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큘러스 리프트 DK2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240만 달러 (한화 약 26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가상 현실 기기의 대명사가 된 오큘러스 리프트가 새로운 개발자 킷 버전을 선보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 2014)에서 더 나은 그래픽과 모션 인식 기술을 탑재한 오큘러스 리프트 DK2 버전(Development Kit 2)이 공개된 것. 인벤은 GDC 2014 행사 중에 열린 오큘러스의 미디어 시연 행사에 참가해 DK2 버전을 체험했다. DK2는모션 인식 등에서 이전보다 향상된 기능을 선보이고 있었다.

오큘러스 VR의 창업자이자 기술을 총괄하고 있는 팔머 리키를 만났다. 가격이 약 50$ 오른 350$로 책정된 이유, 오큘러스의 자체 가상현실 플랫폼 '오큘러스 쉐어'가 개발 중인 이야기, 존 카멕의 합류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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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큘러스 공동창업자 발머 러키


Q. 오큘러스 리프트를 처음 봤을 때, 메이저 게임도 가능하지만 독특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는 인디 게임과 특히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큰 인디게임 플랫폼 중의 하나인 '스팀(Steam)'과의 연계가 필수적일텐데, 밸브(Valve)와 커뮤니케이션이 진행 중인지 궁금하다.

실제로 스팀에 이미 가상현실(VR) 게임이 등장했고, 스팀도 자체적인 가상현실 모델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우리는 '오큘러스 쉐어'라는 별도의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오큘러스 리프트용 게임들이 오큘러스 쉐어를 통해 출시될 수 있을 것이며, 몇몇 게임은 이미 직접 퍼블리싱을 할 계획도 있다.

오큘러스 쉐어의 특징은 한 번 헤드셋을 착용하고 나면 도중에 벗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상현실 속에서 UI 등이 구현되어 있어서 이를 이용하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아예 PC가 없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자체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단계도 예상하고 있다. 물론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Q. 위치 추적(Positional tracking) 기술이 추가되면서 보다 발전된 게임 경험이 가능할 것 같다. 실제 게임에 적용될 구체적인 예로는 어떤 것들이 있겠나.

위치 추적 기능으로 보다 편안하고 쾌적한 가상 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이전에는 좌우상하로 고개를 돌리는 것만 인식했지만 이제는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는 동작도 인식하기 떄문에, 벽 뒤에 숨어서 살짝 몸을 내밀고 앞을 내다본다던가, 영화 '매트릭스'처럼 몸을 뒤로 눕혀 총알을 피하는 일도 가능하다. 벽에 난 구멍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 이전에는 마우스나 키보드를 조작해 벽 앞으로 이동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 자리에서 몸만 구멍 쪽으로 기울여도 구멍을 통해 다른 부분을 볼 수 있다.


Q. 존 카멕이 이드소프트(id soft)를 나와 오큘러스로 간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게임 기술에 있어 정점에 있는 인물이 들어온 만큼, 이후 성과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존 카멕은 CTO이고, 주로 하는 작업은 SDK 개발 쪽이다. 안드로이드 지원과 관련한 최적화, 모바일 작업 등도 진행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에서는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상현실 영화를 모바일 기기에서 구동하는 부분을 작업중이다.


Q. OLED 패널을 채택함으로써 화면 흐려짐이나 멀미 증상이 줄어들고, 시각적으로 많이 개선되었다고 들었다. 이전에 공개했던 CES 버전 이후 개선된 부분은 무엇인가.

1월에 선보였던 CES 버전은 이번 버전의 전신으로, 1월에서 3월 사이 소프트웨어가 안정화되고 겉모습이 조금 더 예뻐졌다. CES 버전은 프로토타입이지만 지금 공개하는 DK2는 양산 버전으로 개발자들에게 판매되는 모델이다. 가격은 350$로 책정되었다.



Q. 헤드셋은 머리에 쓰는 만큼 무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CES에서 공개된 다양한 신기능이 추가되며 외형이 변경되었는데 무게 및 크기에는 차이가 없나.

DK1과의 가장 큰 차이는 별도의 콘트롤 박스가 사라진 것이다. DK2는 콘트롤 박스 없이 바로 헤드셋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그 외 위치 추적 기능 등 새로운 기능이 들어가면서 약간 더 무거워진 부분은 있다. 하지만 이후 소비자 대상 제품은 더 가벼워질 것이다.


Q. 기존 가격이 299$였는데 약 50$ 가량 올랐다.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되어서인가. 앞으로도 더 많은 기능들이 추가될 텐데 그러면 더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인지.

DK2는 추가된 기능도 있지만 개발자 버전이다 보니 생산된 양이 많지 않다. 소비자 버전은 대량 생산을 하게 되므로 가격이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의 가격 상승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용 버전을 저렴하게 하겠다는 최초의 목표는 현재도 유효하다. 다만 너무 가격에 연연해 더 높은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DK1의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DK1은 이제 판매도 하지 않는다. 지난 달까지 마지막 재고가 거의 소진되었다. 전세계적으로도 재고가 없다. 특히 미국은 구하려고 해도 못 구하는 상황이다


Q. 처음에는 가성비 좋은 가상현실 헤드셋으로 보였지만,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서 점차 가상현실 종합 시스템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다양한 분야의 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건설이나 훈련, 시뮬레이션 등에도 활용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주요 타겟은 게임일 수밖에 없다. 게임만큼 정교한 가상 현실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도 게임 분야다.


Q. 오큘러스 리프트가 가상현실을 현실화시키면서, 이를 활용한 성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편이다.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힘들기도 하고, 어떠한 산업이든 미리 배제를 하고 들어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인물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추천하거나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Q. 완성도를 계속 높여나가는 과정에 있어, 출시 일정이 눈앞에 잡히지 않고 계속 밀리는 느낌을 준다. 내년에는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까.

오큘러스 리프트가 공개된 프로젝트라서 오래된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회사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를 예로 들면, 출시 몇 년 전부터 기본 스펙을 개발사들에게 보내는 사전 작업 기간이 있다. 우리는 킥스타터를 통해 5명이 시작한 회사에서 이제 70명의 직원이 있는 회사가 되었다. 1년 반의 시간 동안 제품을 개선하고 회사를 성장시켰다.

출시 일정을 확정하기에는 우리만의 일정 외에도 각 부품 파트를 공급하는 협력사의 사정이나 일정 등도 조율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가 있다.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있다. 이전까지는 소비자 버전에 어떤 기능들이 들어가야 하고 어떤 모습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단계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부분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졌다. 소비자 버전에 들어갈 몇 가지 기술적인 부분만 더 완성하면 된다. 이제는 개발자 버전이 아닌 소비자 버전이 나올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