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은 매년 있는 재미난 연례행사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올해는 어떤 기발한 거짓말을 해볼까'라는 생각에 며칠씩 전전긍긍하곤 했지만, 요즘은 영 시원찮다. 해마다 몇 번씩 당하다보니 아예 4월 1일에 듣는 말들은 일단 의심하고 보는 친구들도 있고.

하지만 꼭 내가 거짓말을 해야만 만우절을 온전히 즐기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는 이상, '얼마나 기발한 거짓말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방법의 하나다. 뭐, 어차피 즐기라고 있는 날이 아닌가.

게임업계에서도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정성들여 준비한 거짓말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올해 게임사들의 '거짓말 레벨'은 과연 얼마나 상승했을까. 국내 게임사들과 몇몇 일찍 공개된 해외 업체들의 신들린 듯한 '뻥'을 맛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 해외의 경우 시차상 국내보다 만우절이 늦습니다. 오늘 밤부터 내일 사이에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여럿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 월드오브탱크 - "드신 약 브랜드가 뭔가요?" 역대 최고 수준의 만우절 센스



만우절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나 그 센스를 보고 해외 게임사들의 창의력에 감탄할 때가 많았다. 블리자드나 라이엇게임즈 역시 그간 숨겨왔던 유머감각을 만우절을 맞이해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했고.

하지만 올해 최고의 만우절 센스는 '워게이밍'이 보여줬다. 오마쥬의 궁극이다. 탱크라는 다소 한정적인 소재로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스크린샷에 모든게 담겨있다.

그들이 꺼내든 첫 번째 무기는 미로 모드, '전차장의 협곡'이다. 단어만 보고 속지 말자. '리그오브레전드' 패러디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20대 중후반 이후의 남성 게이머라면 누구나 알 만한 그 작품을 메인 디쉬로 삼았다. 탱크 하면 떠오르는 패미컴의 그 작품, '배틀 시티' 맞다. 수풀 속에 숨으면 위장률이 올라가고, 붉은 색 벽은 조금씩 깨부술 수 있는 등 나름 원작 구현도도 충실한 편이다.

워게이밍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은 또 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자주박격포였던 Karl Gustav 전차도 해당 맵에 어울리는 버전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것. 이 탱크가 지나가는 전장을 위에서 보면 그야말로 '배틀 시티' 3D 버전이 따로 없다. 8비트 사운드로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따라간 것은 덤이다.

[▲ 월드오브탱크 '전차장의 협곡' 플레이 영상]


전차장의 협곡 및 전용 전차는 4월 4일 부로 차고에서 제거된다. 현세대 최고의 탱크 게임에서 추억의 명작을 떠올리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만큼, 팬이라면 반드시 즐겨보길 바란다.

한편, 워게이밍은 4월 1일 단 하루 동안 진행되는 만우절 전용 게임도 출시했다. 게임명은 '월드오브탱크 : 가재'로, 전차에 탑승해 가재들의 침략을 막아낸다는 간단한 설정의 웹게임이다. 참고로 '가재'는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 플레이 수준이 떨어지거나 실수를 연발하는 유저를 부르는 별칭이다.

조작은 단순하지만, 의외로 사운드가 충실한 게 함정이다. 착착 감기는 타격감을 듣다 보면 10분 20분은 훌쩍 가니 주의하자. 바로 해볼 수 있도록 그냥 걸어 놓겠다. 아래 이미지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된다.

플래시 게임 '월드 오브 탱크 : 가재'


[▲스타트버튼을 누르면 플레이할 수 있다]



■ 디아블로 3, '선비' 출시...스타2 히페리온 탑승권 증정

'디아블로3'에서는 한국 유저들을 위한 신규 클래스 '선비'를 선보였다. '필력'을 자원으로 하고 붓과 회초리를 고유 장비로 다루는 등, 실제 조선시대 선비의 모습을 기반으로 한 디테일한 설정에서 블리자드의 센스가 느껴진다.

특히 회초리로 악마의 정강이를 때려 이동능력을 상실시키거나 어려운 글귀를 읽어주어 회복 불능의 정신적 피해를 입힌다는 등 실제와 판타지를 적절하게 섞은 그럴듯한 설정이 팬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이밖에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는 아제로스 주식 거래소를 오픈했으며 하스스톤에서는 신규 게임테마,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하늘 위의 크루즈 히페리온 탑승 기회를 제공해 큰 웃음을 주었다.

[뉴스] 어김없이 찾아온 만우절, 어김없이 찾아온 블리자드식 센스

시와 소설을 읊어 피해를 주는 스킬 '문자의 파동'


■ 피파온라인3 - 흥켈메 '김흥국' 선수팩 등장... "대두모드로 감상하라"



넥슨의 만우절은 독특하다. 보통 만우절 딱 시작하자마자 "서프라이즈~!"하면서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헌데 넥슨은 1주일 쯤 전부터 힌트를 뿌린다.

지난 3월, 넥슨은 특별 이벤트로 신규 선수를 지급한다고 밝히며 축구선수라 하기에는 다소 펑퍼짐한 인물의 실루엣을 공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저들은 실루엣의 주인공이 '왕십리턴', '흥켈메'의 주인공인 가수 김흥국일 것이라 예측했다. 기자 역시 '넥슨이 만우절에 뭐 좀 웃긴거 준비하나 보네' 정도로 생각했고.

그런데 진짜 나왔다. 비록 만우절 기간 한정이기는 하나 플레이어는 호랑나비와 콧수염으로 대변되는 중년의 선수를 직접 체험하게 됐다. 대충 만든 것도 아니다. 인게임 스크린샷을 보자. 퀄리티가 보이는가.

한편, 4월 1일 단 하루 한정으로 준비한 또다른 만우절 이벤트도 공개됐다. 대부분의 게임이라면 한 번쯤 시도할 법한 그 것, 충분히 예상은 되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고는 싶은 '대두모드'가 그 주인공.

흥켈메와 조합 시 더더욱 뛰어난 시너지를 보여주는 대두모드는 리그경기 및 친선경기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F3키와 F4키를 이용해 선수 머리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니까 무조건 머리는 제일 크게 만들자. 왕십리턴을 시전하는 흥켈메의 땀방울을 위해.


■ 마비노기 영웅전 - '밀당'의 귀재들 또다시 떡밥 살포... "대체 진짜야, 아니야?"

▲ 만우절 올라온 개발자 노트

신규 캐릭터 린 출시 이후 상승 궤도를 지켜나가고 있는 '마비노기 영웅전'은 성별이 바뀐 화장 아이템과 다른 캐릭터의 춤을 출 수 있는 포션 등 다양한 만우절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임덕빈 총괄 디렉터가 직접 남긴 개발자 노트였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영웅들'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은 얼핏 평범한 캐릭터 소개 공지로 보이지만, 소위 말하는 '세로드립'을 사용하고 있다. 서두의 첫 글자만 떼어 읽으면 '만우절 믿거나 말거나'가 되는 것. 그에 이어 앞으로 시작될 메인스트림의 플레이어 캐릭터 다섯 명을 공개하면서 유저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만우절에 올라온 만큼 실제로 이렇게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방심할 수 없는 이유는 선례가 있기 때문. 2012년에도 만우절에 신규 캐릭터 '벨라'를 소개해 거짓말의 분위기를 풍겼던 개발진은 같은 해 7월 정말로 캐릭터 추가를 깜짝 발표하면서 유저들의 허를 찌른 바 있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소개된 캐릭터 중에서도 실제 등장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또 한 가지 큰 '떡밥'은 만우절 선물 이벤트에 나오는 러브레터 내용이다. 이것 역시 앞글자만 떼어 읽으면 '새 이야기 공개할지도?'라는 문장이 완성된다. 시즌2가 종료된 지 몇 달이 지난 만큼, 새로운 메인스트림인 시즌3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다. 물론, 만우절이기 때문에 그 무엇도 속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 오늘 공개된 캐릭터 중 하나, 양손 총을 쓰는 '미울'

▲ 귀여운 린에게 멋진 수염이 자랐다



■ 사이퍼즈 - 만우절이라면 성우 더빙 정도는 새로 해야 하지 않아요?

네오플은 '한 방'을 크게 터트리기로 유명하다. 센스가 필요한 시점이 오면 숨겨왔던 기운을 폭발시켜서 제대로 날뛰는 것. 이번 만우절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이퍼즈'는 캐릭터 하나하나의 성우 더빙을 통해 제대로 된 개그 기운을 선보였다.

마을 어딘가에서 "세탁~ 세탁~" 하는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하고, "거기 지나가는 언니 유니크 안 필요혀?" 등의 호객 멘트가 사방에서 발생하며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로딩 화면은 그동안 본 적 없던 SD 캐릭터로 나타난다. 운영자 '단호한K'가 시퍼렇게 멍이 든 채로 트루퍼로 등장하는 등 플레이어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일부 궁극기의 캐릭터 멘트가 아예 새롭게 개그 코드로 더빙된 것은 엄청난 정성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아이작은 택배 아저씨로 변신하는 성우 더빙이 적용되었다. 전기를 사용하는 캐릭터 레이튼은 궁극기 사용 순간 "피카, 피카!"를 부르짖으면서, 순간적인 피카츄 빙의를 받아들이지 못한 유저들을 쓰러지게 만들기도 했다.

새로운 업데이트 힌트도 잊지 않았다. '거너'와 '나이트' 등 던전앤파이터의 주요 여성 캐릭터 다섯 명이 소개되면서, 이중 정말로 사이퍼즈에 추가되는 인물이 누구인지 맞히는 유저에게 해당 캐릭터의 전용 부스터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다.

▲ 정말로 사이퍼즈에 등장할 '던파' 캐릭터는 누구?



■ 재치만점 캡콥의 '고양이어' 더빙


캡콤은 지난 3월 30일 유튜브를 통해 특보를 발표했다. 캡콤의 사운드팀이 게임 내 언어로 일본어와 영어, 한국어를 넘어 '고양이어' 더빙을 서비스하기로 결정한 것.

캡콤의 게임 화면을 지긋이 바라보는 고양이를 보고 개발자가 '고양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를 비즈니스적인 기회로 본 캡콤이 수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태스크 포스를 결성해 상품을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고양이어 더빙 버전으로 된 DMC데빌메이크라이와 더불어 몬스터헌터4, 록맨, 오오카미 등 캡콤의 다양한 게임 플레이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단테'가 고양이 울음 소리를 내며, 몬스터헌터4의 거대한 '다렌 모란'이 앙증맞게 울음 소리를 내는 등 기괴하지만 재밌는 장면들이 다수 담겨 있다.

고양이어 더빙으로 플레이를 해본 사람들의 99.8%가 대만족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물론 신뢰도는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해당 설문 결과를 믿느냐 안믿느냐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캡콤은 고양이어 더빙 게임을 4월 1일 한정으로 발매한다고 하니,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거나 캡콤 상품이라면 모든지 모으는 마니아라면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구글, 전세계로 떠나는 포켓몬 여행

[▲'구글 맵스:포켓몬 마스터' 영상]

구글 본사에 입사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주목할 만한 소식이 있다. 구글이 신규 직원 채용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3월 31일 선보였다. 바로 '구글 맵스(Google Maps)'를 통해 전세계 곳곳에서 포켓몬을 탐지하고 포획할 수 있는 '포켓몬 챌린지(pokemon challenge)' 시스템이다.

'구글 맵스:포켓몬 챌린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디지털 탐험 시스템이다. 구글에서는 다양한 자격을 갖춘 인재들을 토대로 해당 시스템을 구현했으며, 이를 위해 트래커(trekker), 비디오 그래퍼 그리고 다이버(diver)까지 동원됐다.

구글맵의 기술이 총집결된 '포켓몬 챌린지'는 신규 직원 채용을 위한 시스템으로 채택됐으며, 입사 희망자들은 이를 사용해 다양한 지역을 탐색하고, 야생의 포켓몬을 찾아 포획하면 된다.

기존 구글맵을 업데이트하면 검색창 부근에 '게임 스타트' 버튼이 생기며, 이를 누르면 포켓몬을 수집하기 위한 모험이 시작된다. 모든 포켓몬을 모은 사람은 구글 본사에서 파이널 테스트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최종 우승자는 9월 1일부터 구글 본사에서 '포켓몬 마스터' 직책으로 근무를 시작하게 된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파격적인 조건. 이번 기회를 통해 구글 본사에서 미래의 무지갯빛 꿈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