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여름이었다. 평범한 인상에 희미한 주근깨. 지금 생각해보면 특출나게 예쁜 구석은 없었지만, 그녀가 내 말에 웃으며 짓는 반달 눈이 말조차 못하게 아름다웠었다. 어린 마음에, 너무도 떨리는 가슴 때문에 말 한번 제대로 붙여 보지 못하고 그렇게 첫사랑을 보냈다.

그 후 몇 번의 사랑을 더 경험하고 이름조차 머릿속에서 가물가물해질 때 즈음 아주 우연찮게 다시 그녀를 만났다. 여전히 고등학교 2학년 여름에 머물러 있던 내 추억 속과는 달리 많이 변해 있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길의 두근거림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설렌다.

게임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처음'으로 받아든 게임은 출시일을 앞두고 한참 개발 중이던 게임 '미니돔'이었다. 게이머들에게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은 신작 게임이었으니 설치할때는 약간의 흥분과 설렘마저 느껴졌다. 당시에는 조만간 게이머들과 함께 즐겨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모바일 게임 시장이 녹녹치 않다보니 출시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언제쯤 '미니돔'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드디어 연락이 왔다. 그리고 내 추억 속의 첫사랑처럼 많이도 변했다. 든든한 응원군도 업었다. '테라'라는 미스코리아급 DNA를 지닌 블루홀과 손을 잡았다. 꼬맹이라고 놀려대던 짝꿍이 어느새 8등신 모델이 돼서 "넌 나 클 때 뭐했니"라는 카운터를 날려대던 충격과 비슷했다.

블루홀의 첫 모바일 게임이니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블루홀은 이미 과거 엘린 원정대와 미니돔을 개발중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짙은 녹음과 빌딩에 반사되는 햇빛 아래, 블루홀로 가는 발걸음은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길만큼 두근거렸다. 미모의 홍보실 사원 때문에 두근거린 건 아니다. 절대로.


▲ 블루홀 스튜디오의 김효섭 사업실장




블루홀의 이름을 달고 시장에 선보이는 '첫' 모바일 게임이다. 어떻게 뛰어들게 되었나.

작년(2013년) 7월부터 모바일 시장으로 뛰어들 준비를 했다. 당시에는 자체 개발에 무게를 둔 계획을 수립했고, 우리가 잘하는 PC 게임만 고집하지 말고 유저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싶어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PC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모바일 게임도 병행한다는 사실에 근거를 둔 전략적인 접근이었다.

때마침 회사 내부에서도 모바일 게임을 원하는 개발자들의 목소리가 있어 개발 리소스의 일부분을 사용해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팀을 꾸리고 내부 개발자로 모자란 부분은 외부에서 수혈해 '엘린 원정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 에... 엘린...


첫 출시작, 미니돔을 개발한 누비 아일랜드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처음부터 블루홀의 의도는 확실했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이자 자신 있는 것이 '테라'를 잉태한 경험과 기술력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보다는 RPG의 성장 같은 핵심요소들을 활용하는 게임, 그리고 첫 도전이니만큼 RPG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신선함을 추구하는 게임을 찾았다.

우리의 의도를 이해하면서 함께 갈 수 있는 팀을 찾다 보니 '누비 아일랜드'와 만날 수 있었다. RPG의 요소가 가미되어 있지만 엘린 원정대와는 약간 다른 느낌을 줄 수 있고, 과거 '유비소프트'에 소속되어 콘솔 게임을 제작 경험도 있어 블루홀이 추구하는 방향과 부합했다.

물론 개발은 누비 아일랜드의 몫이지만, 세밀한 부분까지 함께 고민하고 기획 단계에서 RPG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일정을 진행했다.

서비스에 대한 고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퍼블리셔를 찾을지 아니면 특정 플랫폼을 고려할지 대단히 많은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다. 우리가 얻은 결론은 직접 서비스였다. 게임의 특징상 플랫폼이나 퍼블리셔의 이점을 누리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도 있었지만 직접 유저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욕구가 컸다.




미니돔을 통해 유저와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이야기인가?

부족함을 개선할 기회로 생각하며 배우는 자세로 임할 것이다. 물론 '미니돔'이 게임성이 낮거나 함부로 만든 게임은 아니다. 요즘 범람하는 게임들과는 차별화되는 신선한 재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내놓는 게임이지만, 첫 번째 게임이니 시작도 전에 거대한 성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미니돔의 CBT에서도 이런 가능성을 확인했다. 엔드 콘텐츠가 아무리 뛰어난 게임이라도 게임 초반에 유저들이 이탈해 버리면 게임으로서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말할 수 있는데, '미니돔'의 경우 초반 이탈률이 높은 편이 아니었다. 유저의 대부분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준까지 진행한 것을 확인했다.

니치 마켓을 노린 의도가 적절히 게임에 녹아들어 있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출시를 결정했다. 일정 시간마다 벌어지는 리그전 등 전투나 게임 진행 방식이 전형적인 게임들과는 약간 달라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미니돔을 기다리는 게이머들을 위해 간략한 소개를 해준다면?

미니돔은 미니와 킹덤의 합성어로, 기사단을 꾸리고 운영하면서 왕국을 발전시키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누구든 가볍게 접근할 수 있지만, 전략성도 요구되기 때문에 코어 게이머도 빠져들 요소가 많다. 다양한 유저층들이 모두 만족하는 재미를 추구했다.

기사단은 전투 외에도 교육, 탐험, 아이템 제작, 교체멤버 등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고유 기술 및 상성, 클래스를 가진 다양한 캐릭터들뿐 아니라 기사단 안에 같은 계열의 캐릭터를 배치했을 때 주어지는 보너스 '클래스 콤보' 등 게이머가 고려할 수 있는 전략의 범위도 확대했다.

전투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면서 보는 맛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싸우는 3D 전투 장면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기자기하고 흥미로울 것이다. 스킬 효과나 캐릭터 모션 등도 타격감을 눈으로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제일 큰 특징 중의 하나를 전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쿼터뷰와 사이드뷰를 모두 지원한다는 점이다.


▲쿼터뷰냐 사이드뷰냐 그것이 행복한 문제로다

▲ 돌리고 돌리고~♬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시점


물론 가장 큰 특징은 전투 그 자체다. 액션보다는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느낌을 추구해 단순히 자동전투만 눌러 놓은 게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병종마다 각각의 룰이 있고 상성이 있어 상황에 따른 유연한 판단이 필요하다. 흡사 야구단을 운영하는 느낌에 가깝다.

몇 가지의 기사단을 사전에 구성해 전투를 펼치기 때문에 조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다만 너무 느리면 흥미가 떨어지니, 시뮬레이션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15초 내외의 전투시간을 채택해 모바일 게임의 호흡을 유지했다.

모험을 통해 경험치를 얻어 기사단을 성장시키고, 각 지역을 탈환해 왕국을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여기에 탈환전과 방어전이라는 PvP 콘텐츠도 자연스레 접하게 되며 경쟁의 묘미와 전략 플레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초반은 성장 중심으로 플레이하겠지만,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타 유저와의 경쟁이 중요해진다.


▲ 많은 클래스가 등장, 전략적 요소를 풍부하게 했다.

▲ 우쭈쭈쭈~ 공부하쟈 애들아


직접 해보니 타 유저와 경쟁하는 리그 시스템이 재미는 있는데, 강제적인 참여 때문에 원활한 게임의 흐름을 방해하는 부분도 있었다.

가장 많이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이다. '미니돔'에는 PvE와 PvP 요소가 혼재하고, 리그전은 PvP의 핵심 콘텐츠가 된다. 그리고 미니돔에서는 다양한 행동에 소모되는 골드가 중요한 자원인데, 리그전을 통해 골드도 수급할 수 있다. 때문에 유저들이 리그전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일정 시간마다 참여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리그전은 패배해도 페널티가 없고 오히려 골드를 얻는다. 리그전을 열심히 하다 보면 PvE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까지 획득할 수 있다. 다만 강제로 참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게이머들이 충분히 리그전을 인지한 후에는 옵션을 두어 선택할 수 있게 만들었다.


▲ 피튀기는 리그전

▲ 순위 변동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미리 공개했던 게임이 미니돔과 엘린 원정대인데, 단 두 가지 게임만으로는 라인업이 빈약한 것 아닌가

장르별로 모든 라인업을 갖출 생각은 없다. RPG만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내부에 RPG 전문가들이 모여있으니 완전히 새로운 게임들은 쉽지 않다. 게다가 블루홀은 MMORPG가 주력이었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접근이 여전히 조심스럽다.

그래서 억지로 문어발식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RPG의 재미가 녹아 있는 게임은 우리의 우리의 노하우가 쌓여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고 유저들의 요구를 파악하기도 수월하다. 서두르기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그리고 자신할 수 있는 게임들을 먼저 준비할 것이다. 물론 제안서는 꾸준히 받고 있다.

개발팀의 의사 결정을 존중하지만 내부에서 검증을 통해 다듬어지는 과정도 있고 또 우리가 만들어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RPG 요소가 가미된 게임들이 먼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목표는 블루홀이란 브랜드에 어울리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갖춰나가는 것이다.




모바일 시장에 부는 RPG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라 생각하는가

모바일게임 시장 자체가 계속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속단하기 힘들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방향에 따라 게임 개발에 집중할 뿐이다. 트렌드는 있을 수 있겠지만 게임의 재미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게임의 완성도가 결국 시장의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 나와도 상관없는 게임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원작 IP가 있는 게임의 경우, 모바일 게임이 원작과 연동되는 경우도 있다. 엘린 원정대도 이런 계획이 있는가?

보통 대형 IP를 가지고 있는 회사에서 선택하는 옵션은 3가지가 있다. 첫째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처럼 모바일과 PC 환경이 연동되는 작품, 두 번째는 IP를 활용해서 따로 만드는 신작, 마지막 세 번째는 완전한 신작이다.

엘린 원정대는 두 번째에 해당한다. 처음에는 테라와 연동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PC 게임을 즐길 때의 유저의 마음과 모바일 게임을 즐길 때의 유저의 마음은 모두가 다르다. 현재 테라를 즐기는 분들에게 모바일 게임을 강요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기에 제외되었다.

물론 테라가 보여준 MMORPG의 퀄리티를 모바일로 담아내는 게임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블루홀의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하고 블루홀의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언제나 최상위의 가치다.





다시 미니돔 이야기로 돌아가서, 모바일은 처음인데 마케팅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직접 서비스를 하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는 했고, 처음부터 거창하게 홍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초기에 홍보와 마케팅의 물량을 퍼부어 게임을 노출 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통해 꾸준히 유저들을 모으는 방안을 선택할 계획이다.



게임성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 미니돔의 출시를 코앞에 두고 있는데 심정이 궁금하다

게임에 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직접 서비스는 처음이기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다. 그래서 서버의 안정성이나 CS, 운영에 대한 대비를 많이 했다. 직접적으로 게이머들의 평가를 받아야 하니 조금의 빈틈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미니돔을 '초간편 전략 RPG'라고 부르는데 강화, 조합, 성장, 전투를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고민 없이 간단한 터치만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캐주얼한 게이머가 미니돔을 통해 RPG에 입문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한, 코어한 게이머에게도 파고들 요소를 충분히 많이 집어넣었다. 덱의 효율과 전투의 승리를 위한 선택의 고민을 하게 했다. 즉 캐주얼 게이머에게는 배움의 기회, 코어한 게이머에게는 도전의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흥행 여부를 떠나서 잘 만든 게임이라는 자신이 있다. 과거보다도 더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이지만 그래도 게임성이 뒷받침되기에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모바일 시장에 도전하는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하다.

작년만 해도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던 혼란기를 겪었다. 그래도 최근에는 전략이나 육성 등 심도 있는 게임으로 방향이 잡히는 추세다. 조금씩 시장의 흐름과 시대의 요구도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게임만 개발했기 때문에 신경을 덜 쓴 감이 있는데, 블루홀이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며 발전하는 방안을 늘 고민하고 있다.

이번에 미니돔을 출시하고, 또 직접 서비스를 하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의 유저들이 필요한 것이나 원하는 것들에 대해서 파악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일부 장르에 국한되는 현상을 타파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일부러 TOP 10안에 드는 게임 말고도 게임성이 있는 게임을 찾아 전파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생겼다. 시장 표준과는 다른 색의 게임에 대해서도 유저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개발해야겠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모쪼록 미니돔의 게임성을 느끼며 즐겨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