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에 근무하다 창업의 꿈을 안고 스타트업을 차린 인커리지 박병림 대표

재작년 이맘때 즈음. 1인 개발자 혹은 스타트업의 모바일게임이 연이어 흥행하자 자본이 없어도 오케이, 소규모 팀원이라도 성공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업계 전반에 떠돌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창업이라는 모험을 결심하고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그야말로 '대창업시대'였다.

예년과 다르게 한층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창업 열풍의 불은 아직 활활 타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꾸리고 대표로서, 혹은 창립 멤버로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순탄치만은 않다. 수많은 스타트업 중,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 번듯한 수익을 내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성공한 스타트업은 5%, 나머지 95%는 실패한다는 말도 업계의 공식처럼 떠돌 정도다.

'왜 그럴까? 왜 실패하는 걸까?' 풀리지 않는 질문이지만, 그래도 경험자의 반성과 자조 가득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느 정도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인커리지 박병림 대표가 NDC강연 단상에 오른 이유도 이와 같다.

"연금술의 문제점이 무엇일까요? 단순히 납을 금으로 변환하는 걸 실패해서가 아니라, 연금술사들끼리 어떠한 정보도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패만 거듭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전히 생존률 희박한 95% 계층에 살고 있지만, 이런 저라도 실패 경험과 반성을 공유해드리면 다른 창업자 분들의 실패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박병림 대표는 과거 넥슨에서 개발 팀장의 직책을 맡아 '퍼즐주주 for Kakao'기획을 담당한, 나름 번듯한 직장 속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회사를 박차고 나간 이유는 조직 내에서 자신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얼마나 더 올라갈 수 있을 지 막연한 데다, 서른 중반이 지나고 나서도 정체된 상태로 계속 있는 것도 싫었다고 한다.

창업 후 1년이 지난 지금. 첫 달 매출 100만 원 이하, 그 후 계속 내려가는 매출액. 한 달에 한 번씩은 '넥슨에 돌아가고 싶다...' 고 생각하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박병림 대표는 꾸준히 자신이 선택한 이 길을 걸어갈 예정이다. 비록 인커리지의 모바일게임은 흥행도 못했고 사업적인 성과도 내지 못했지만, 지금의 실패를 밑거름 삼는다면 성공을 향해 그래도 한 발씩 내딛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박병림 대표가 경험한 실패와, 그로 인해 얻은 노하우는 무엇일까? 그는 첫 번째로 '욕구'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업종을 불문하고 모든 회사는 '훌륭한 제품'과 '고객 확보 및 유지', '수익 창출' 이라는 세 가지 목표가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목표 외에 '왜 창업하려 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

스타트업이란 불확실과 불안정이라는 위험 부담을 항상 안고 있는 기업이다. 최선의 결과를 기대하지만 최악의 결과도 예상해야 된다. 박병림 대표는 혹여나 최악의 결과가 발생했을 때도 변치 않고 충족되는 욕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 본인의 경우, 회사보다는 스스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은 욕구가 강했기에 실패를 했어도 이겨낼 수 있었다.

▲ 혹시 욕구를 확인하고 싶다면 체험할 수 있는 수단은 많으니 한 번 도전해보세요


창업에 있어 두 번째 중요한 것. 자신의 '능력'을 파악하고, 부족한 점은 갖춰야 한다. 회사를 갖춰야 할 자본이나 인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일정 관리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특히 변수가 워낙 많아 당초 의도했던 일정대로 착착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는 '대인관계비용'이다. 연애나 가정에 따른 창업자의 개인적인 만남부터 시작해 내부 팀과의 소통, 비즈니스 등 개발일정 외에 드는 시간이 바로 대인관계비용이다. 스타트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인관계비용이 많이, 그것도 지속적으로 소모된다. 따라서 이런 일정 변수를 컨트롤 할 수 있을지, 컨트롤 할 수 없다면 부족한 능력을 보완해 줄 파트너를 찾으라는 것이 박병림 대표의 충고다.

▲ 스타트업의 문제는 시간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

▲ 스타트업 창업자는 대기업보다도 훨씬 많은 대인관계비용이 든다. 시간관리를 철저히 할 것!


세 번째 키워드는 '아이디어'다. 나의 아이디어는 무엇인지,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도 체크하는 동시에 같은 아이디어를 가진 경쟁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병림 대표는 구글플레이에 본인의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 하나 검색해도 엄청난 수의 게임이 검색된다며, 이 경쟁자들을 제치고 시장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이기려 들면 안된다. 박병림 대표의 경험에 따르면, 개발 과정에서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리하다보면 빠지게 되는 함정 3가지가 있다. 기존의 서비스가 가진 단점을 보완한다던가, 여러 기능을 모조리 넣는다던가, 좋은 서비스와 유사한 형태로 바꿔 내는 카피캣 행위가 바로 그 함정이다.

인커리지의 게임 중 하나가 위와 같이 함정에 빠진 사례다. 마켓에 올라와 있는 참신한 낱말퍼즐게임을 발견, 해당 게임의 형태를 좀 더 확장해 퀴즈의 종류를 다양하게 만들었으며, 소셜요소가 없는 원작을 뛰어넘으려 페이스북 연동까지 해두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원작이 가진 매력요소에 충분한 고찰 없이 부족한 기능만 보완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불러온 결과였다.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만드려는 게임이 시장에 잘 들어맞는지 조사하고 경쟁작이 무언지 파악한 후, 경쟁작이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도 많이 분석해봐야 한다는 것이 박병림 대표가 충고하는 스타트업 창업가의 자세다.

▲ 내가 가진 아이디어,검색만 해도 비슷한 경쟁자를 알 수 있습니다!

▲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발버둥치다 함정에 빠질 수 있으니, 조심! 또 조심!

▲ 직접 함정에 빠진 좋은 예


박 대표는 다시 한 번 창업자가 갖춰야 할 세 가지를 정리하며, 이 모든 덕목을 확실히 갖추고 있다면, 나이가 아무리 들었다고 해도 창업의 꿈을 가져볼 만하다고 격려했다. 다만 현재 업계 상황이 창업 열풍이라고 해서 막연하게 창업을 꿈꾸고 있는 건 아닌지 검증해 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각자에 맞는 길이 있고, 그 길로 갈 것인지 다른 길로 갈 것인지 선택하는 것도 본인에게 있습니다. 타인이 바라는 삶만 그대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한 번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