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프가 운영하는 e스포츠 전문 채널 ESGN TV가 재정 악화로 인해 폐지가 결정됐다.

최근 외신들은 ESGN TV가 직원 및 방송 출연진들의 임금을 체불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에 ESGN TV는 사과문과 함께 체불된 임금을 6월 말까지 해결하겠다고 약속했고, 3일 하스스톤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지만 불과 하루만에 전격적인 폐지 소식을 알렸다.

독일 베를린 인근 포츠담시의 바벨스베르크에 스튜디오를 마련한 ESGN TV는 지난해 12월 첫 시작을 알렸다. 당시 클라우프는 전 세계 기자들을 스튜디오로 초청, ESGN TV의 주요 업무와 향후 비전에 대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그야말로 화려한 출발이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ESGN TV는 적자에 허덕이다 폐지하게 됐다.

문제의 원인은 수익이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어난 재정 악화였다. 클라우프에게 있어 방송 사업은 시작 단계였지만, 독일의 헐리우드라 불리는 바벨스베르크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인력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등 지출이 과도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 ESGN TV 스튜디오 내부 모습

또한 클라우프 이종환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 따르면 'ESGN TV 시청률은 개국 이후 3개월간 계속 감소했다. 방송 제작에 소모되는 비용이 많았지만, 일일 방송 분량 및 시청률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한다. 사실상 ESGN TV는 개국 첫 달부터 적자 재정이었던 셈이다. ESGN의 투자사인 사핀다 그룹의 보고에 의하면 ESGN TV는 개국 첫 해 150만 유로(약 20억 8천만 원)의 손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종환 CEO는 직원들의 임금 체불과 관련해 e메일 말미에 '4월 15일에 체불 임금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ESGN TV 직원들은 파업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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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라우프 이종환 대표

ESGN TV의 임금 체불은 직원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선수 및 캐스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ESGN TV는 출연자들에게 약속한 출연료는 물론, 대회 상금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인벤은 ESGN TV에 출연했던 국내 한 선수와 통화를 시도했고, "출연 당시 ESGN TV의 사정이 좋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낌새가 좋지 않아 (관계자를)닥달해 지난 달 출연료를 받았으나, 다른 선수들은 제대로 출연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ESGN TV는 재정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장 먼저 구조 조정을 선택하기도 했다. 내부 제보자에 따르면 회사 측은 구조 조정을 진행하면서 직원들이 소셜 미디어로 이러한 사실을 올리지 않도록 권고했고, 이로 인해 구조 조정 작업이 큰 반향없이 조용히 진행될 수 있었다.

ESGN TV의 임금 체불 소식과 함께 직원들과의 계약 문제도 거론됐다. 다수의 직원들이 회사 측과 정식 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부 제보자에 의해 알려졌다. 회사 측에서는 직원들을 상대로 구조 조정 작업이 끝나면 정식 계약을 할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당시 직원들 사이에는 불신이 팽배해 있었다고 한다.

한편, ESGN TV는 자신들이 비용 지불을 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리그오브레전드 파이트 나이트' 프로그램 촬영을 진행했다. ESGN TV 총괄을 맡은 모간 스톤의 e메일에 따르면 '항공비, 숙박비 등의 비용을 현재 지불하기 어렵지만, 앞서 LOL 파이트 나이트를 한 번 취소한 바 있는 만큼 또 다시 방송을 취소한다면 출연자와 선수들이 우리와 일하고 싶지 않아할 것이며, 언론에도 부정적으로 비춰질 것이다'란 이유에서였다.

▲ ESGN TV 총괄 모간 스톤

임금 체불과 관련해 ESGN TV 측은 지난 1일 사과문과 함께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클라우프 이종환 CEO는 '임금 체불과 같은 문제로 우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이와 관련해 나쁜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임금 지급의 경우 당초 늦어도 6월 말까지 해결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가능한 빠르게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e메일을 외신 측에 전달했다.

이에 대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선수들 및 관계자들은 이종환 대표의 e메일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6월 말에 임금을 체불했다라는 내용의 약속이나 계약서, 구두 계약을 전혀 받은 바가 없다고 전했다. 또한 ESGN TV 측이 임금 체불 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길 원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대부분 입장을 밝혔다.

여전히 논란의 불길이 거센 가운데 ESGN TV 측은 지난 3일, 진행 중이던 25,000 달러(약 2,560만 원) 규모의 하스스톤 챔피언십을 취소했다. 체불 임금을 해결하기 위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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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클라우프는 불과 하루만에 ESGN TV를 전격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ESGN TV 측은 '가장 큰 문제인 지출을 절감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 결정을 통해 통해 우리는 체불된 임금을 6월 말까지 지불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ESGN TV의 폐지와는 별개로 e스포츠 정보 전달 및 랭킹을 집계하던 ESGN은 사업을 유지한다. ESGN TV 소속 직원 20여 명은 ESGN으로 재편성되며, 유럽의 ESL, 한국의 곰TV, 중국의 게임파이와의 콘텐츠 파트너십 역시 계속된다. 다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자신들이 제작했던 '파이트 나이트'의 진행 여부 역시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SGN의 콘텐츠 파트너인 ESL의 랄프 레이헤르트 CEO는 "무엇보다도 ESGN 측이 선수 및 직원들에게 밀린 임금을 지불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ESGN의 향후 모델에 대해 다시금 평가를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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