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통신사 라이벌전! 불꽃튀는 명경기 끝에 SK텔레콤 T1이 KT 롤스터를 3:1로 제압했다.

6월 23일, 강남 넥슨 아레나에서 펼쳐진 SK텔레콤 프로리그 4라운드 4주차 4경기에서 전통의 라이벌은 다시 맞붙었다. 정규시즌 마지막 통신사 더비가 될 이번 경기에서 양 팀은 총력전 엔트리를 구성하며 필승을 다짐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SK텔레콤 T1은 KT 롤스터를 압도했다.

원이삭은 이영호에게 다시 한 번 승리를 거두며 인간 상성을 입증했고, 정윤종은 김대엽에게 불리했던 경기를 역전승으로 뒤집으며 분위기를 잡았다. 이어서 어윤수는 전태양에게 테란을 상대하는 최고의 방법을 제시, 희대의 저축 저그 운영을 선보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다음은 원이삭의 인터뷰 전문이다.



Q. 통신사 더비에서 승리한 소감은?

대진이 나왔을 때 나만 잘하면 팀이 무조건 이기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내가 손쉽게 이겨서 다른 팀원들도 자신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내 승리가 팀의 승리로 직결된 것 같다.


Q. 경기준비는 어떻게 했나?

감독님이 엔트리를 정식으로 협회에 보내기 전에 선수들에게 자신있냐고 물어본다. 나는 테란한테는 절대 지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 테란전에 대한 자존심이 있었다. 특히 KT 테란에게는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후 엔트리가 나오고 감독님이 '믿는다'고 해주셨다. 믿으니까 꼭 이기라 하셨다.

하지만 게임이 불안하긴 했다. 상대가 (이)영호형이라서 불안했다기 보다는 요근래 내가 많이 졌기 때문에 상당한 심리적 압박이 있었다. 하지만 영호형은 나의 천적이다보니까 자신감 있게 했다.


Q. 거신 2기 타이밍에 올인 공격이 아니었는데 경기가 끝났다. 비교적 쉽게 이긴 것 같은데 당시의 상황은?

원래 겁만 주려고 했다. 영호 형이 원래 눈치가 빠르다. 병력을 조금만 진출시키면 엄청나게 겁을 먹고 벙커를 많이 짓더라. 벙커를 많이 짓게 유도한 이후 운영을 하려고 했는데 영호형이 갑자기 달려들었다. 나는 컨트롤에 항상 자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나오면 굉장히 좋았다.

역장으로 병력을 잘라먹는 순간 '이겼다'라고 생각했다. 게임이 여기서 끝날 수가 없는 운영을 준비해왔는데 영호형이 너무 공격적이라 그대로 끝난 것 같다.


Q. 이영호가 원이삭이란 상대 때문에 조바심을 낸 것은 아닐까?

듣기로는 "이영호가 원이삭만 만나면 뭔가 있다"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정확한 것은 모르겠고 플레이에서도 느껴진다. 평소와 다르게 급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그런 영호형이 편하다(웃음). 내 스타일은 급한 테란에게 좋다. 테란은 전부 좋아하지만 '급한 테란'은 더 좋아한다. 예를 들자면 조성주와 같은 스타일이 나와 잘 맞는다.


Q. 4라운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성적은 만족스럽나?

원래 시즌 시작부터 3패만 하고 다 이길 생각이었다. 시작은 4승 0패로 순조롭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프로토스전에서 굉장히 많이졌다. 홍덕 선수와의 경기도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는데 져서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그때부터 굉장히 말리더라. 숙소 들어가서 연습하는데도 잘 안되고, 그때부터 불운이 따른 것 같다. 지금은 잠도 줄여가면서 연습하고 있다. 기량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잠까지 줄여가며 연습했던 보람이 있는 것 같다.


Q. 다음 상대인 CJ를 잡으면 1위 가능성도 있다. 각오는?

다시 (정)우용이 형과 만나고 싶다. 누구를 만나도 이길 자신이 있지만 특히 우용이 형과 하고 싶은 이유가 GSL 코드S에서 강남 테란을 상대로 이겼다. 이날 경기에서 "지고 싶으면 강남 테란을 해라"라고 했다. 하지만 3라운드 플레이오프때 우용이 형의 '강남 테란'으로 져서 사람들에게 놀림거리가 됐다.

만약 해비테이션 스테이션에 나와 만난다면 '강남 테란'을 꼭 다시 해줬으면 좋겠다. 만약 내가 그때도 진다면 세상 다 잃은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들고다니지 못할 것 같다.


Q. 팀원끼리 GSL 결승이 성사되며 겹경사를 누리는 것 같다. 누가 이길까?

팀 내에서는 도우 형이 많이 이겼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를 것이다. 하지만 대회는 다르지 않나? 도우 형이 이길 것 같기도 한데 애매하다. 방송 경기에서는 윤수형이 더 잘하는 것 같다. 방송 경기고 결승전임을 감안한다면 윤수형이 유리할 것 같기도 하다. 누가 이기던 간에 4:3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 같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기 끝나고 핸드폰을 봤는데 팬들이 메세지로 '이긴 것은 축하드리지만 왜 세리머니는 하지 않았나'고 했다. 여기서 보여주기엔 아까웠다. 어차피 최종 그랜드파이널에서 KT랑 만날 것 같고, 더 높은 자리에서 좋은 세리머니를 보여드리기 위해 아꼈다. 여기서 부추김을 당하면 오히려 민망한 세리머니를 하고 만다. 이제 팬들의 관심이 잠잠해졌으니 다시 하려고 한다. 내가 경기할때마다 세리머니를 닥달하는데 그러면 좋지 않은 세리머니가 나와 서로 민망해진다.

사람들 기억에 잊혀질 쯤이면 뜬금포로 세리머니를 선보일 테니 이런 돌발적인 세리머니를 즐겨줬으면 좋겠다. 또 이번 시즌에는 인터뷰를 많이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번 인터뷰까지 포함해서 두 번밖에 못했다. 민망하기도 하다. 내 탓이다. 이제 10승 5패지만 이제부터라도 남은 두 경기 전부 출전해서 이기고 그랜드파이널에서도 팀원들과 함께 우승할 것이다. 이 자리에서 MVP선수가 되어 영광스러운 인터뷰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