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치독스'의 배경은 ctOS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는 시카고다. 그 속에서 주인공인 해커 '에이든 피어스'는 도시의 모든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쥐락펴락한다. 상당히 매력적인 설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지금, '에이든 피어스'처럼 천재 해커가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한 번쯤 해봄 직하다.

먼 미래가 아닌 근 미래. 지금보다 조금 더 발전된 시카고는 상상 속의 장소가 아니며, 해킹도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게 한다. 현실감 있는 오픈월드라니. 출시 전 공개된 여러 정보는 '와치독스'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다.


6월 26일. 기대했던 '와치독스'가 모습을 드러냈고, 큰 기대는 그대로 실망으로 변했다. 이는 단순히 게임이 재미없다는 말은 아니다. 게임은 분명 재미있다. 다만 크게 실망한 이유는 '와치독스'가 오픈월드를 가장한 미니게임 모음집이었기 때문이다. '와치독스'에 기대를 걸었던 부분은 해킹과 오픈월드 중심의 플레이다. 다양한 미니게임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미니게임을 모아놓은 형태의 특징은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체스나 포커도 있고, 처음 접했을 때는 적잖이 기자를 당황하게 만든 동전을 모아야 하는 미니게임 캐쉬런도 있다. 마치 형사가 된듯한 기분을 들게 만드는 범죄자 추적 퀘스트 등 다양한 세부 콘텐츠들이 있다. 메인 퀘스트만으로 부족한 콘텐츠를 서브 퀘스트와 미니 게임들이 메꿨다.

오픈월드는 개발자가 만든 콘텐츠를 늘어놓는 공간이 아니라, 개인의 이야기를 만들 소재를 찾는 공간이다. 지나가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발견한 물건이나 사람부터 시작해 새로운 스토리가 탄생하는 곳이 오픈월드다. 이런 재미는 서브 퀘스트나 미니게임에서 얻는 재미와는 다르다. 부족한 콘텐츠를 서브 퀘스트와 미니게임으로 채운 '와치독스'에서는 오픈월드에서 맛보고 싶었던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없었다.

'와치독스'는 모든 NPC의 프로파일링이 되어있다. 심지어 그들이 생각하거나 하는 행동도 서로 달라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나올 곳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굳이 서브 퀘스트를 만들고 미니게임을 추가한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브 미션이나 미니게임은 적은 공간만 활용됐고, 대부분 비슷한 형식의 퀘스트로 나왔다. 이는 반복성 플레이처럼 느껴져 게임의 재미를 떨어뜨렸다. 드넓은 공간이라는 오픈월드를 강조했지만, 정작 오픈월드는 빈 공터와 같았다.


오픈월드 시스템은 부족한 모습이었지만, 해킹 시스템은 개성있고 흥미로웠다. 해킹이란 단어를 들으면 해킹을 하는 과정을 생각하기 쉽지만, '와치독스'가 추구한 해킹은 과정이 아닌 결과다. 해킹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카메라라는 직관적인 수단으로 표현했다. 거기에 더해지는 퍼즐 요소. 해킹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문제를 제공하는 아이디어는 신선했다.

애석하게도 '와치독스'의 해킹 시스템은 반복 플레이 때문에 빛이 바랜다. 유사한 방식이 계속 반복되면서, 해킹을 통해 플레이하기보다 '돌격 앞으로'를 외치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할 때가 있다. 물론 잠입해 적을 처리해가는 재미도 있지만, '와치독스'의 핵심 시스템인 해킹이 반복 플레이로 재미가 반감되는 부분은 아쉬운 점 중 하나다. 오히려 색다른 미니게임들이 해킹에 도입됐다면 더 재밌는 해킹 상황들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70이라는 점수를 줄 수 있었던 이유는 세부 콘텐츠의 완성도 때문이다. 각종 서브 퀘스트나 다양한 미니게임들은 '다른 게임으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진행되는 서브 미션과 미니게임, 그리고 멀티플레이까지. '와치독스'의 콘텐츠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각 콘텐츠 나름의 재미는 충분하다.


특히나 모바일과 연동되는 멀티플레이는 매력있다. 경찰과 도둑 컨셉의 멀티플레이에서 모바일 유저는 경찰과 장애물을 통해 PC 유저를 막고, PC 유저는 해킹을 통해 이를 뚫어 나간다. 이 멀티플레이는 '와치독스'의 특징을 잘 살렸고, 게임이 추구해야 했던 콘텐츠의 방향이기도 하다. 오픈월드와 모바일 연동, 해킹까지 삼박자를 다 살린 이 멀티플레이와 같은 콘텐츠가 '와치독스'에 더 많이 필요했다.

궁극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많은 재료를 사용한 것은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 '와치독스'는 그저 그런 요리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현실적이다는 게임의 배경조차 잃어버렸다. 현실적이다는 게임 이미지는 각종 미니게임에서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요소들로 그 의미가 희미해졌다. 많은 재료를 사용하면서 원했던 요리의 맛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만약에 '와치독스'가 오픈월드를 채택하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 각종 서브 미션이나 미니게임들은 메인 스토리 퀘스트로 담아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잠입 수사의 경우에는 NPC를 돕는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퍼즐형 미니게임들은 해킹 퍼즐의 하나로 이용해볼 만하다. 만약 '와치독스'가 대세인 오픈월드에 집착하기보다 개성인 해킹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더라면 더욱 재밌는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스마트폰 해킹이라는 소재는 참신하고 재밌는 내용이지만, '와치독스'는 그 재미를 전부 끌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죽어있는 오픈월드를 살릴 소재가 더 필요했다. '와치독스'는 기자에게 100%의 만족감을 주는 게임이 아니다. 하지만 독특한 소재는 충분히 흥미있고 더 재밌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내려진 최종 점수는 70점. 유비소프트의 게임의 시작은 두 번째 타이틀부터라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