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려온 롤챔스 섬머의 16강 조별 예선이 지난 토요일 막을 내렸습니다. ‘상향평준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고, 8강 진출을 위한 선수들의 열정은 한여름의 더위를 날려버릴 만큼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약 1달 정도의 혈전 끝에 8팀은 승자로, 8팀은 패자로 남았습니다.

이미, 많은 리그오브레전드 팬들의 관심은 16일(수)에 펼쳐질 8강전을 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16강의 추억을 떠나보내기에는 왠지 모를 서운함이 몰려옵니다. 그래서 잠깐 숨 고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경기 전적 데이터로 재구성한 롤챔스 16강! 과연, 16강전 최고의 선수와 챔피언은 누구였을까요?



힘의 균형은 파괴되어야 한다? 카사딘, 밴픽률 100%를 기록하다!

‘거짓말을 하지 말자!’ 어른은 물론, 어린아이까지 옳다고 여기는 말이죠. 때문에, 일반적으로 거짓말이라는 행위는 주변 사람들의 비난에 직면하게 되죠. 그렇다면 리그오브레전드 리그에서 빈번한 거짓말로 많은 유저들의 빈축을 사고 있는 챔피언은 무엇일까요? 그 주인공은 희대의 ‘거짓말쟁이’ 카사딘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들은 각자만의 독특한 대사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룰루의 ‘맞다! 보라색 맛났어!’와 리 신의 ‘어디로 가야하오’가 있죠. 카사딘의 대표적인 대사는 ‘힘의 균형은 유지되어야 한다!’입니다. 하지만 카사딘의 최근 모습을 보았을 때, 그의 말은 좀처럼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카사딘은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 중에 손꼽히는 ‘균형 파괴자’이기 때문이죠.


▲ 뭐? 내가 거짓말쟁이라고?


이번 롤챔스 16강 전 경기에서 카사딘은 밴픽률 100%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달성합니다. 무엇보다 총 48번의 경기에서 무려 44차례나 밴을 당하며, 밴율 91.7%라는 엄청난 포스를 보여줍니다. 카사딘과 함께 밴픽률 100%를 기록한 리 신의 밴율이 39.6%에 머물렸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참으로 대단한 성적입니다. 픽보다 밴을 많이 당한다는 것은 적에게 결코 내줄 수 없는 OP 챔피언이라는 의미죠. 그렇다면 카사딘의 균형 파괴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요?


▲ 솔직히 밴율 91.7%는 아니잖아!

[HOT6 2014 롤챔스 섬머] 챔피언 전적 보러가기


카사딘의 OP성의 원인은 다양한 측면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변수’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팬들이라면 변수라는 말을 경기 중계를 통해 자주 들어 보셨을 텐데요. 수준 높은 경기일수록, 리그오브레전드에 대한 이해가 높은 유저일수록, 변수를 최대한 제거하는 선택을 보여줍니다. 즉, 자신의 계산과 예상 범위에서 경기가 진행되도록 하고, 이를 통해 경기를 전체적으로 설계하고자 하는 것이죠.

이러한 측면에서 카사딘은 ‘변수 덩어리’ 챔피언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이 변수의 핵심에는 궁극기인 균열 이동(R)이 있습니다. 균열 이동은 점멸과 같은 이동기인 동시에, 강력한 딜을 뿜어낼 수 있는 강력한 스킬이죠. 카사딘은 이 스킬을 통해 두 가지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어떤 챔피언보다 뛰어난 로밍력을 통해 6랩 이후 다른 라인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시전 할 때마다 대미지가 증가하는 메커니즘을 통해 상대의 예측 범위 밖의 딜을 뿜어 낼 수도 있죠.


▲ 하! 카사딘 이놈... 라이엇 게임즈가 공개한 4.12 패치 예보의 카사딘 파트


숨 가쁜 전투 속에서도 치열한 수 싸움이 펼쳐지는 프로레벨의 경기에서 적의 이동과 대미지를 예측하는 것은 승리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카사딘의 챔피언 설계는 이를 거부하죠. 어쩌면 카사딘은 제작단계에서부터 이미 OP 챔피언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공개된 ‘4.12 패치 예보’에서도 카사딘에 대한 라이엇 게임즈의 난감함을 파악할 수 있었죠.

아마도 카사딘의 밴픽률 100% 기록은 8강 토너먼트에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균형 유지를 외치지만, 스스로 균형을 파괴하는 그의 거짓말은 언제쯤 끝이 날까요?



남자의 로망을 완성시키다! 최다 킬 1위, ‘잭선장’ 강형우!

남자라면 한 번쯤 꿈꾸는 것이 있습니다. 총 두 자루를 양손에 들고, 수많은 적 앞에 나섭니다. 주인공이 쏜 총알 하나에 적들은 하나씩 쓰러집니다. 적의 총탄은 아슬아슬하게 주인공을 빗나가고, 설령 주인공이 맞더라도 치명상은 아닙니다. 결국, 적의 우두머리를 물리친 주인공은 불타는 악의 소굴을 뒤로 한 채, 유유히 걸어 나옵니다. 물론,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포인트는 지킨 채 말이죠. 이 영화 같은 이야기를 롤챔스에서 실현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잭선장’ 강형우 선수입니다.


▲ 한 맺힌 총잡이의 분노에 총 48명의 챔피언이 쓰러졌다!

[HOT6 2014 롤챔스 섬머] 선수 전적 보러가기


‘잭선장’ 강형우 선수는 ‘잭윤발’이라는 별명답게, 16강전에서 총 48킬을 기록하며 최다 킬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사실 강형우 선수는 팀 이적 후 펼쳐진 첫 시즌(롤챔스 2014 스프링)에서 롤챔스 본선을 밟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죠. 한때 최고의 원거리 딜러라는 평가를 받은 그에게 쉽게 잊지 못할 기억이었을 것입니다.

가슴 아픈 시련이 없다면 주인공이 될 수 없는 법. 강형우 선수는 이번 시즌, ‘한 맺힌 총잡이’가 되어 돌아옵니다. 최고의 경기,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겠다는 의지가 그가 날리는 평타 하나하나에 담긴 듯 보였죠. 결국, 그의 활약을 발판삼아 진에어 스텔스는 8강 진출에 성공합니다. 경기가 끝난 후, 강형우 선수의 기뻐하는 모습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 느낄 수 있었죠.


▲ 승리를 거둔 총잡이의 환호!


하지만 주인공의 활약 뒤에는 그 주인공을 더욱 빛나게 하는 또 다른 주인공이 있죠. 강형우 선수의 뒤를 든든히 받혀 주었던 진에어 스텔스 서포터 ‘Chei’ 최선호의 선수가 그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습니다. 6경기에서 총 85어시스트라는 엄청난 기록을 보여주며, 최다 어시스트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현재 최고의 서포터라고 평가받고 있는 삼성 갤럭시의 서포터 ‘Mata’ 조세형 선수와 ‘Heart’ 이관형 선수를 앞선 기록이라 더욱 빛이 발했죠.


▲ 주인공을 빛나게 했던 또 다른 주인공 'Chei' 최선호 선수!



삼성 화이트, 최강의 수비력으로 강팀의 면모를 보이다! 기타 16강 전적 통계 분석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에도 탄탄한 수비력은 최강팀이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 덕목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번 롤챔스 섬머 16강 전적에 근거했을 때, 가장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준 팀은 삼성 화이트였습니다. 삼성 화이트는 6경기에서 단 48데스를 기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팀 KDA 8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우승 후보 0순위의 위엄을 여지없이 보여준 것이죠.


▲ 단 48데스를 기록하며, 최강의 수비력을 보여준 삼성 화이트!

[HOT6 2014 롤챔스 섬머] 팀 전적 보러가기


밴픽률 부문에서 ‘거짓말쟁이’ 카사딘에게 밀렸지만, 다승 부분에서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챔피언은 대세 원거리 딜러 트위치였습니다. 트위치는 총 28경기에 출전해 21승 7패 기록. 무려 75%의 승률을 달성합니다. '원거리 딜러를 중요시하는 현재 메타'에 가장 어울리는 챔피언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죠.

이와 연관 지어, 최고의 KDA를 기록한 선수도 KT 애로우즈의 원거리 딜러 ‘애로우’ 노동현이었습니다. 노동현 선수는 KDA 11.3을 기록하며, 삼성 화이트 탑 솔러 ‘루퍼’ 장형석 선수와 함께 KDA 부문 1위에 올랐죠. 최고의 원거리 딜러 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자존심 대결이 8강전에서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최고의 KDA를 기록한 '애로우' 노동현 선수!

▲ 현 메타에서 내가 최강이다! 다승 1위를 기록한 트위치



이렇게 롤챔스 16강은 ‘거짓말쟁이’ 챔피언과 ‘로망을 현실로 만든 듀오’의 활약 속에서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롤챔스 8강 토너먼트가 리그오브레전드 팬 여러분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빨리 달리면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꽃을 놓치듯,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롤챔스 2014 섬머 16강전의 뜨거웠던 기억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