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T1과 KT 롤스터. e스포츠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양 팀의 라이벌 대결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 것이다. 축구로 치면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엘클라시코처럼 여겨지는 SK텔레콤 T1과 KT 롤스터는 E스포츠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라이벌이며 역사와 전통이 있는 팀이다.

이런 두 팀의 프로리그 통합 결승 상대 전적은 2:2 박빙이다. 그리고 오는 9일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시즌 결승전에서 어느 팀이든 한 팀은 3:2로 앞서나가게 된다.

테란 카드가 부족한 것이 극명한 단점이지만 그 어느 팀보다 강력한 저그-프로토스 라인으로 최강 팀으로 불리는 SK텔레콤 T1과 저그-테란-프로토스 고른 종족 분포를 보이는 KT 롤스터의 대결에서 최후의 웃는 팀은 어디가 될 것인가?

■ 1세트 - 아웃복서에 김민철이 출전한 까닭은?



다소 의외였다. KT 롤스터에서 테란이나 프로토스의 출전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지만, SK텔레콤 T1에서 프로토스가 아닌 저그 카드인 김민철의 출전을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김민철이 아웃복서에서 4승 2패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정윤종(6승 2패), 원이삭(3승 0패)이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KT 롤스터에서는 김대엽이 아웃복서에서 4승 1패로 독보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민철과 김대엽은 초반 전략적인 승부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후반에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다. 2인용 전장인 아웃복서에서 김민철은 군단 숙주를 활용한 장기전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아웃복서의 중요 포인트인 섬 확장을 누가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저그와 프로토스의 공중 유닛 전쟁이 될 수도 있다.

■ 2세트 - 이영호, 천적 원이삭과 만나다! 변수는 결승이라는 특수성?!



이번 결승에서 가장 기대되는 매치다. 이영호는 지난 통합 포스트시즌 4강 승리 이후 인터뷰에서 "결승에서 원이삭과 만나고 싶다"라고 복수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9:4로 원이삭이 앞서고 있는 상황. 게다가 자유의 날개 시절 만났던 전적을 제외하면 6:1로 원이삭이 훨씬 압도적이다.

하지만 결승전이라는 특수성을 생각해볼 때 이영호의 승리 가능성이 그리 낮은 것은 아니다. 이영호는 수많은 큰 무대에서 경기와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결승전이라는 무대 이점을 잘 활용하는 선수다. 원이삭도 우승경험이나 큰 무대에서 경험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이영호에 비해 부족한 것 역시 사실이다.

원이삭은 이영호와 대결할 때마다 짜임새 있는 전략과 전술로 이영호를 격파해왔다. 과연 이번 결승전에서도 원이삭의 깜짝 전략이 이영호에게 통할지 여부에 따라 두 선수의 승패가 좌우될 것이다.

■ 3세트 - 팀 내 프로토스 에이스의 자존심 싸움 정윤종 VS 주성욱



3세트는 허리 역할을 하는 중요한 매치다. 1:1아니면 2:0 상황에서 이어지는 3세트는 역전의 발판 혹은 더 앞서 나갈 수 있는 중요한 대결이다.

여기서 팀의 프로토스 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정윤종과 주성욱이 만났다. 정윤종은 포스트 시즌 이후 4전 전승을 달리며 전원이 에이스급인 SK텔레콤 T1에서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고, 주성욱 역시 4강 VS 진에어와 대결에서 중요할 때 승리를 거두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프프전이라는 동족전이 빌드나 운에 의해 작용하는 요소가 큰 매치업이지만, 정윤종과 주성욱의 대결은 팽팽한 후반 운영 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종과학기지라는 맵 특성상 깜짝 빌드가 나오기 힘들뿐더러 양 선수의 눈치 또한 재빨라서 서로 안정적인 운영을 취하며 환상 불사조나 관측선을 통한 정찰로 작은곳에서 조금씩 이득을 취해가려할 것이다.

■ 4세트 - 패기의 박령우 VS 위기에 강해지는 김성대



결승전이라는 특수한 무대를 감안했을 때 경험이 많은 정명훈이 출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줄곧 3저그-3프로토스 엔트리를 구성했던 SK텔레콤 T1에 만약 정명훈이 출전한다면 제외될 선수로 박령우를 1순위로 손꼽았다.

그러나 SK텔레콤 T1은 박령우를 기용했다. 박령우의 실력이야 프로리그와 개인리그를 통해 어느 정도 검증되었지만 문제는 큰 무대에서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였다. 하지만 박령우는 지난 4강 CJ 엔투스와 대결에서 두 번이나 선봉 출전했고 경기 내용도 긴장한 모습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점은 KT 김성대도 마찬가지다. KT 롤스터는 이영호-전태양 테란 라인과 주성욱-김대엽 프로토스 라인이 강력한 가운데 가장 불안요소는 저그였다. 김성대는 이번 시즌 5승 3패로 출전 경험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중요할 때마다 승리를 가져다 줬고, 4강 진에어와 대결에서 이병렬을 상대로 과감한 올인 전략으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큰 무대에서 강한 김성대와 긴장을 모르는 패기의 신인 박령우의 저그전. 어쩌면 양 팀의 우승컵은 이 두 선수에게 달려있을지도 모르겠다.

■ 5세트 - '우승' 간절한 어윤수 VS KT의 깜짝 카드 김성한



5세트 역시 4세트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SK텔레콤 T1에서는 그 누구보다 '우승'이 간절한 어윤수를 내세웠고, KT 롤스터는 김성한을 꺼내 들었다. 아마 KT 롤스터에서는 김성한의 기용에 가장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1년 동안 치러지는 프로리그 정규 시즌에서 단 2경기만 출전한 선수를 결승에 기용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KT 롤스터는 김명식이나 지난 진에어와 4강 대결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고인빈보다 김성한을 택했다. 게다가 4강에서 패배한 경험이 있던 선수였다. 그럼에도 김성한이 출전했다는 것은 그만큼 팀 내에서 많은 신뢰를 얻고 있으며 연습실에서 실력이 검증되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어윤수는 이날 결승전 무대에 오르는 12명의 선수 중 그 누구보다 '우승'에 간절할 것이다. 개인리그 3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최근 가장 많이 결승 무대에 올랐지만 우승의 기쁨은 아직 누리지 못했다.

해비테이션 스테이션에서 맞붙는 저저전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깜짝 올인이 자주 나오고, 황금 광물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객관적인 데이터에서 월등히 앞서는 어윤수지만, 김성한에게도 승산은 있다고 보여진다.

■ 6세트 - 프로스트, 테란도 할만하다?



팀의 승패가 결정 날 수도 있는 6세트에서 SK텔레콤 T1은 GSL 시즌2 우승자 김도우를, KT 롤스터는 전태양을 꺼내 들었다.

김도우의 테란전 스타일은 초반 안정적인 수비를 통해 업그레이드와 테크트리에 집중하여 후반 조합으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고, 전태양은 초반부터 프로토스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쉴새없이 몰아치는 아웃복서와 같은 견제형 테란이다.

프로스트가 거리도 멀고 견제 스타일에 특화된 맵은 아니지만 전태양이 출전했다는 것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첫 째는 맵에 상관없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견제에 자신이 있거나 두 번째는 이번 경기를 위한 필살기가 준비되어 있는 것 정도다. 김도우는 프로스트에서 대 테란전 3승 1패, 전태양은 대 프로토스전 1승 3패지만, 6일 코드S 개막전에서 충격의 탈락을 맛 본 김도우이기 때문에 전태양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 2 프로리그 2014 결승전
1세트 김민철(저) vs 김대엽(프) 아웃 복서
2세트 원이삭(프) vs 이영호(테) 회전 목마
3세트 정윤종(프) vs 주성욱(프) 세종 과학 기지
4세트 박령우(저) vs 김성대(저) 만발의 정원
5세트 어윤수(저) vs 김성한(저) 해비테이션 스테이션
6세트 김도우(프) vs 전태양(테) 프로스트
7세트 아웃 복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