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WO는 본래 게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는 아니다. 런던과 뉴욕, 스웨덴 남부 등 3개 지역에 2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디지털 상품 취급업체다. 비록 게임 제작이 메인이 아니었지만, 아무 걱정없이 환상적인 세계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별도의 팀을 만들어 탄생한 부서가 USTWO 게임즈다.

[▲USTWO 게임즈 리드 디자이너 켄 웡]

이전에 컨셉 아티스트와 아트 디렉터,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맡았던 리드 디자이너 켄 웡(Ken Wong)은 USTWO 게임즈가 개발한 '모뉴먼트 밸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강연대에 올랐다. 강연 제목은 '모뉴먼트 밸리의 디자인: 적은 게임, 많은 경험'. '모뉴먼트 밸리'의 포스트 모템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강연은 어떤 생각을 하고 게임을 만들게 되었는가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리였다.

본격적으로 '모뉴먼트 밸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는 우선 게임 산업이 만드는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게임을 통해 전달되는 내용은 기계적인 부분(Mechanics)과 미적인 부분(Aesthetics/Semantics)으로 나뉠 수 있는데 각각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서로 다르기에 얻는 재미 또한 다르다고 덧붙였다.


게임이라는 것은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과 같은 시스템적인 면을 의미한다. 이런 기계적인 부분에서는 스킬을 향상하거나, 도전해서 극복하고, 상대를 이기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혹은 위험한 일에 도전해 보상을 얻거나 할 수 없던 것을 성공하게 되면서 성취감을 얻는 재미가 있다.

반면, 미적으로 주는 재미는 시스템과는 다르다. 좋은 스토리를 통해 감동을 얻거나, 특정 캐릭터에서 재미를 느끼거나, 감각적인 부분을 자극받아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신선한 오브젝트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재미를 얻기도 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는 몰입감 또한 이에 해당한다.


두 요소를 설명하기 위해 켄 웡은 5가지의 게임을 예로 들었다. 각 게임에서 어떤 부분의 재미를 강조했는가에 대해서는 주관적인 의견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퐁(Pong)'부터 '디어 에스더(Dear Esther)'로 구분된 5단계는 기계적인 부분과 미적인 부분을 섞는 것에 따라 게임의 재미는 달라진다는 것.

'모뉴먼트 밸리'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 했다. 결국, 누군가는 게임을 즐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고 싶었고, 새로운 사람도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다른 게임과 사용하는 툴이나 스토리 라인 방식이 같더라도 독창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신선한 경험이라는 것은 새로운 혁명의 기회이자, 색다른 가상 현실을 제공하는 것과 같았다.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무턱대고 새로운 것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던 '모뉴먼트 밸리'는 어디서 영감을 얻었을까. 그는 독특한 게임 중 하나인 벡터파크(Vectorpark)의 윈도실(Windosill)과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C.ESCHER)의 그림을 예로 들었다. 에셔의 그림에서 등장했던 오르막과 내리막, 독특했던 윈도실을 합친다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게임 컨셉을 설정하기 시작했다. 게임으로 작은 세계에서 얻을 수 있는 안락함을 표현하고 싶었고, 이와 관련해 수차례 토론했다. 켄 웡은 디자인과 관련된 문서는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모든 내용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 이야기하면서 바꿔나갔고, '모뉴먼트 밸리'에서 전하고자 했던 경험을 설정할 수 있었다.


'모뉴먼트 밸리'는 다음 요소들을 유저가 경험할 수 있도록 목표로 정했다. 직관적이면서 아름다운 비주얼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터치를 기반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 최고 수준까지 도달하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모든 레벨은 개성을 갖고 있어야 하며, 퍼즐은 게임 내 지시가 아닌 유저의 발견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했다. 대화형식의 이야기 전개가 되고, 적절한 가격을 매기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경험을 설정한 뒤로는 게임의 기본 틀을 설정할 수 있었다. USTWO 게임스에서 '모뉴먼트 밸리'는 어떤 게임으로 만들고 싶었을까. 그는 '모뉴먼트 밸리'는 불가능한 건축물과 기하학, 용서에 관한 내용을 다룬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유저는 건물을 움직이면서 공주를 최상층에 도달하도록 돕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렇게 게임의 틀이 잡히고 난 뒤에는 각 퍼즐의 레벨 디자인이 필요했다. 레벨 디자인에 관한 설명을 하면서 그는 직접 그렸던 스케치를 보여주었다. 다양한 공간에 좌표를 그려가면서 매 스테이지마다 독특함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며, 유니티 엔진을 통해 레벨 디자인을 꾸준히 테스트했다. 게임의 레벨과 시스템이 다 구성된 뒤에는 예술적인 디자인을 가미했다.

그렇다고 레벨 디자인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유저 테스트를 거쳐야 했고, 그는 테스트를 통해 지나치게 레벨을 복잡하게 디자인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뉴먼트 밸리'에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양보다 질이 중요했으며, 모든 행동에는 제한 횟수가 있어야 했고, 다른 것보다 고상함이 있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형적인 스토리와 미션, 비밀, 양이라는 요소는 '모뉴먼트 밸리'에 필요하지 않았다.


게임의 모든 부분이 완성되고 난 뒤, 그가 전하고자 했던 경험의 하나인 가격책정이 남아있었다. '모뉴먼트 밸리'의 3.99 달러라는 가격은 유저의 플레이 타임을 고려해서 책정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클리어할 때 걸리는 시간은 90분 정도였고,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가격이 있어야 했다. 그렇게 정해진 가격이 3.99 달러. 게임이 출시되고 '모뉴먼트 밸리'는 한 주 만에 개발비만큼 수익을 올렸고, 4달 뒤에는 백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켄 웡은 모든 것은 유저 경험의 일부라고 했다. '모뉴먼트 밸리'에서 추구했던 여러 요소는 유저가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USTWO 게임즈가 추구했던 목표를 이야기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그들이 원했던 목표는 마지막 PPT에 담긴 문구에 담겨있었다.


"What are we trying to achieve? To have left something in hearts and minds"

USTWO 게임스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무엇인가를 남기고 싶다"였다. '모뉴먼트 밸리'는 유저의 마음속에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게임이 되길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