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글로벌 기업, 우리 게임은 글로벌 게임?


뛰어난 온라인 인프라를 기반으로 발전을 거듭해 온 국내 게임계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를 필두로, 언더그라운드를 벗어나 국가 경제의 원동력이 되는 높은 부가가치 사업으로 인식되어 왔다.


TV, 신문, 인터넷 매체 등을 살펴보면 동남아뿐 아니라 중국, 일본, 북미와 유럽 까지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게임들이 수출되고 있고, 동시 접속자 수 몇 십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기사도 자주 접할 수 있다. 물론, 그 중에는 사실이라고 믿을 수 없는 과대포장 또한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그런 이유인지 몰라도 최근 들어 회사 명칭 앞에 "글로벌"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게임 회사들도 부쩍 늘었다. '글로벌 게임기업' 또는 '글로벌 게임포탈' 등등.




[ ▲ 화제가 되고 있는 책, 글로벌 기업의 조건 ]



같은 게이머이기도 하고 동시에 같은 국민으로써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그 분야가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라는 사실이 반가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분명 국내에서 참패를 거듭했던 게임이 해외에서 크게 성공했다거나 선전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할 때는 의아스럽기도 하다.


분명, 각 나라 마다 깊은 역사와 국민성, 게임 환경 등 정확히 규명해낼 수 없는 다양한 요소로 인해 같은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게임이 가져다 주는 본질적인 재미를 느낌에 있어서는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아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의 장벽을 극복할 수 없는 일본, 중국, 동남아 지역은 어쩔 수 없더라도,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도 어느 정도 공신력을 갖춘 북미의 두 게임매체가 어떻게 우리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강한 호기심이 생겼다.


단, 이번에 살펴볼 게임들은 북미 시장에 진출하여, 북미의 게임웹진 게임스팟(Gamespot)과 IGN이 리뷰한 것들에 한정한다. 또한, 한글화를 비롯해 북미 상황에 맞게 현지화된 한국 게임임을 감안해주길 바란다.




[ ▲ 북미 게임매체, 게임스팟과 IGN ]




WoW 9.5, 아크로드 2.7 - 게임스팟(Gamespot.com)


북미 게임스팟의 리뷰 평점 구조을 설명함과 동시에, 적절한 비교대상이 필요한 것 같아 일단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의 리뷰를 살펴본다.




[ ▲ 게임스팟, WoW 오리지날 평점 9.5 ]



WoW의 평점은 9.5점으로 MMORPG라는 장르에 상관없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게임스팟의 평점은 "게임플레이, 그래픽, 사운드, 가치, 리뷰어 평가"라는 다섯 분야에서 1점부터 10점까지 각각의 평점을 매긴 후 다시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기록된다.


이런 방식으로 WoW는 게임플레이 9점, 그래픽 9점, 사운드 9점, 가치 10점, 리뷰어 평가 10점을 받았고, 9.5점이라는 보기 드문 평점과 함께 "당신이 누구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플레이 해야 할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이 여기에 있다."라는 극찬을 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대표 MMORPG라고 불리는 리니지 시리즈는 어떨까? 게임스팟에서는 오직 북미에 진출한 "리니지II: 카오틱 크로니클"의 리뷰만이 등록되어 있다.




[ ▲ 게임스팟, 리니지II 평점 6.0 ]




평점은 6.0점으로 "보통" 수준이다. 게임플레이는 5점, 그래픽에 8점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리뷰의 한 줄 평은 "당신이 어떻게 보든지 간에, 리니지2는 반복적인 사냥 혹은 강한 도전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되어 있다. 단, 유저들이 의견을 기록한 평점에서는 7.9점을 획득한 것이 인상 깊다.


또 다른 엔씨소프트의 MMORPG 길드워는 9.2점으로 WoW와 견줄 만한 평점을 획득했다. "다양한 레벨대에 따른 보상시스템이 인상 깊고, 수많은 이유들로 인해 굉장히 매력적인 게임." 길드워는 게임플레이 9점, 그래픽 10점, 사운드 8점, 가치 10점, 리뷰어 평가 9점을 획득했다.




[ ▲ 게임스팟, 길드워 평점 9.2 ]



일본, 브라질,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 진출한 토종 MMORPG RF 온라인에 대한 북미 평가는 어떨까? RF 온라인은 게임플레이 6점, 그래픽 7점, 사운드 7점, 가치 6점, 리뷰어 평가 7점을 획득하며, 리니지2 보다 약간 높은 평점 6.6을 기록했다.




[ ▲ 게임스팟, RF온라인 평점 6.6 ]



게임스팟은 RF 온라인의 독특하고 역동적인 PvP 컨텐츠를 높이 칭찬했고, 아름다운 사운드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저레벨 퀘스트의 단조로움과 지겨움을 지적했고, 지역 간이 이동이 너무 느려 고통스러울 정도라고 언급했다. 또한, 개성 없는 배경과 "아이템, 퀘스트, 몬스터, 직업" 등에서 다양성이 없는 것을 단점으로 꼽았다.


"RF 온라인은 칭찬할만한 PvP 시스템을 구현했다. 그러나 게임의 다른 부분은 지루하고 큰 인상도 주지 못했다."


넥슨이 국내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전략 FPS 워록(Warlock)은 평점 5.5과 함께 "실제 판매되는 게임이라기 보다는 경제적 실험도구 느낌이 더 나는 2류 FPS"라는 안타까운 평가를 받았다.




[ ▲ 게임스팟, 워록 평점 5.5 ]



북미에 진출한 또 다른 토종 MMORPG 아크로드는 평점 2.7을 기록해 "끔찍한(Terrible)"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신은 아크로드를 플레이 해서는 안된다"라는 멘트와 함께 게임플레이 2점, 그래픽 4점, 사운드 3점, 가치 2점, 리뷰어 평가 3점을 획득했다.


아크로드의 장점으로 "누가 그것에 행복해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죽이고, 아이템을 줍고, 구입하는' 친숙한 롤플레잉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는 것"을 꼽았다. 가슴 아픈 단점들은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다.




[ ▲ 게임스팟, 아크로드 평점 2.7 ]





길드워 9.0, 프리스타일 6.8 - IGN (ign.com)



북미에서 게임스팟과 함께 거대 게임매체로 회자되는 IGN. 최근 들어 연예, 방송 등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포탈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스팟의 경우처럼 리뷰와 평점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WoW 확장팩: 불타는 성전' 리뷰를 확인해보자.


게임스팟과 마찬가지로, IGN도 총 다섯 가지 분야에서 점수를 매기고 다시 평균을 내는 방식이다. WoW의 첫 번째 확장팩은 프리젠테이션 8.5점, 그래픽 8.5점, 사운드 9점, 게임플레이 9점, 지속적인 어필가능성 9점을 획득해서 총 평점 8.8점을 획득했다.




[ ▲ IGN, WoW 확장팩 평점 8.8 ]



그렇다면 올해 가장 먼저 출시되었고, 에버퀘스트를 제작한 브래드 맥퀘이드가 개발을 총괄한 MMORPG 뱅가드는의 평점은?


IGN은 "시길소프트의 새로운 MMO가 결국 출시되었다. 이것은 혁명보다는 진화에 가깝다"라고 평가하면서 뱅가드가 보유한 방대한 컨텐츠 양에 견줄만한 텍스트의 리뷰와 함께 평점 7.7을 매겼다.


분명 칭찬할만하고 진화한 게임임에는 이견이 없지만,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는 각종 버그와 최적화 문제, 그리고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있어서 문제가 많다는 평가다.




[ ▲ IGN, 뱅가드 평점 7.7 ]




게임스팟에서 리뷰된 MMOPRG들을 IGN에서 다시 한번 만나보자.


"충성을 바쳐라....... 다른 게임에".


RF 온라인의 IGN 평점은 5.5로 게임스팟보다 RF 온라인에게 관대하지 않다. 단축키를 변경할 수 없는 불편한 UI부터 단조로운 게임플레이까지 전반적인 게임 완성도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으며, PvP 컨텐츠를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는 30레벨까지 지루한 플레이가 이어지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 ▲ IGN, RF온라인 평점 5.5 ]



리니지2는 게임스팟과 비슷한 수준의 평점 6.7을 획득했다. "죽이고 루팅하는 것을 반복하는" 이라고 평가된 리니지2는 게임플레이를 비롯한 다른 부분에서는 6점 대를 받았지만, 그래픽과 사운드 부분에서 만큼은 8.5와 7.5라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모노톤의 배경이긴 하지만 언리얼 엔진의 뛰어난 활용에 대해서 칭찬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 할만 하다.




[ ▲ IGN, 리니지2 평점 6.7 ]



길드워는 " MMO에 있는 불필요한 것들을 같이 가져가지 않으면서 어떻게 MMO처럼 보일 것인가..."라는 멘트와 함께 9.0이라는 높은 평점을 받았다.


엔씨소프트의 또 다른 MMO 시티오브히어로는 8.4점을 받았다. (프리젠테이션 9, 그래픽 8.5, 사운드 8, 게임플레이 8.5, 지속적인 어필 8) 일단, 재미있고 각 부분에서 평균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미션과 전투가 반복되는 보통의 MMO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 ▲ IGN, 시티오브히어로 평점 8.4 ]




잠시, 다른 장르로 눈을 돌려 최근 북미시장에 시에라 온라인(Sierra online)을 통해 진출한 온라인 농구게임 "프리스타일"을 살펴보자.


"프리(Free)만 강조되고 스타일(Style)은 아닌". 국내시장에서 한동안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프리스타일은 리니지2와 0.1점 차이 나는 6.8점을 받았다. 프리젠테이션 4.5, 그래픽 7.5, 사운드 6.5, 게임플레이 7.5, 지속적인 어필 5. 그래도 재미있는 게임플레이와 깔끔한 그래픽은 인정받은 셈이다.


IGN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리니지1의 리뷰다. IGN의 Mike Murphy는 "온라인으로 연결된 수 백만 명의 한국 유저들을 나쁘다고 할 수 있는가? 그 답을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라며 리니지1 리뷰를 작성했고, 리니지1에게 국내에서 제작된 게임들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인, 그리고 최근에 출시된 해외 MMORPG 뱅가드 보다도 높은 평점 7.8을 부여했다.


그래픽과 사운드 부분에서 5점 대를 받았지만, 게임플레이를 비롯한 다른 부분은 8점과 9점으로 해외 명작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수준이다.






그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 엔씨소프트는 리니지1에서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리니지는 경쟁하는 수많은 게이머 그룹들의 에너지에 의해 이루어지며, 클랜 경쟁을 위한 탄탄한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 게임은 어렵게 얻은 승리를 즐기고 힘든 승리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이다. 만약 당신이 피 터지는 전투에 자신 있고 생생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영웅을 키워나갈 시간이 있다면 이 게임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의 감각적인 면이 부족하다. 에니메이션은 단순하고 게임 내의 끊기는 움직임은 보완해야 될 요소이다. 사운드 수준도 낮다. 리니지는 사운드에 열광하는 게이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적다. 만약 당신이 굉장한 그래픽과 사운드에 매력을 느끼는 게이머라면 이 게임은 실망을 안겨줄 것이다.





[ ▲ IGN, 리니지 평점 7.8 ]




온라인 강국과 본질적인 게임성에 대한 괴리


사실 해외 매체들의 리뷰들을 차근차근 읽어보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 게임들에 대한 평점뿐 아니라 오랫동안 패키지와 콘솔게임이 군림해온 북미 시장에 최적화된 평점 시스템에도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들도 리뷰 및 평가에 있어서 MMO 게임의 특성을 감안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매겨지는 평점에서는 온라인 게임이 보유한 커뮤니티성과 탄탄한 온라인 인프라에서 발생되는 추가적인 컨텐츠와 재미 요소들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게임의 특징인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한 가능성 까지도.


그래서 더욱 IGN의 리니지1 리뷰가 온라인 게임에서의 커뮤니티와 게이머가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눈여겨 봤다는 점에서 기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거의 처음 발을 내딛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북미 시장에서 평균 이상의 평점을 받은 것만으로도 어떻게 보면 대단한 일이다. 그것도 수많은 고퀄리티의 패키지, 콘솔 게임을 오랜 시간 동안 개발해왔고 즐겨온 이들에게서 말이다.


우리는 탄탄한 온라인 기반의 시장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어 냈고, 온라인 게임 강국이라는 타이틀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 중국뿐 아니라 북미시장의 거대 게임기업 EA 또한 국내 게임사인 네오위즈와 온라인 게임을 공동개발 할 정도로 주위로부터 온라인 개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 세계는 넓고,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래픽과 사운드 등의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게임성에 있어서도 가혹할 정도로 비판을 받았다는 점과 그것을 차지하는 상단 부분이 반복적이고 지루한 게임플레이라는 점은 '게임'이라는 장르의 존재 가치를 생각해볼 때 반드시 자성해야 할 부분이다. 평점 2.7 은 가슴 속에 피가 끓어 오르는 국내 게임의 굴욕이자 수치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중국, 동남아 뿐 아니라 북미, 유럽 시장까지 진출하여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온라인"이라는 커다란 방패 안에 숨어 지금처럼 안이한 자세로만 일관해서는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한 "게임이 제공하는 보편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즐거움"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그 격차가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정도까지 커져 가슴 아픈 비극에 이르기 전에.






Inven Vito - 오의덕 기자
(vit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