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데' 배어진은 LOL 월드 챔피언십 시즌4(이하 롤드컵)에서 삼성 블루가 8강에 진출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작년 롤드컵에서 보였던 부진한 모습은 없었다. 하지만 8강 진출이 마냥 기쁜 상황은 아니다. 라이엇게임즈로부터 '분발이 필요한 선수'로 지목될 정도로 조별 리그에서의 모습은 '다데'라는 명성과 어울리지 않았다.



배어진의 조별 예선 성적은 훌륭하다. 35킬 16데스 34어시, KDA 총 4.3으로 비교적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배어진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한 장면이 몇 개 있었다. 프나틱의 '엑스페케'와 맞붙은 배어진은 여러 차례 더블KO 장면을 연출했으나 일방적인 솔로킬은 내지 못했다. 오히려 '엑스페케'에게 솔로킬을 당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작년 롤드컵에서 자신과 팀에게 2패를 안긴 프나틱이었기에 아쉬움은 배가 됐을 것이다.

두 번째는 OMG와의 경기에서 오리아나를 선택했을 때다. '충격파'가 여러 차례 빗나가면서 원하는 한타 구도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배어진의 활약은 뛰어났다. 5킬 1데스 4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상대의 야스오를 솔로킬 내면서 미드 라이너간 성장 격차를 크게 벌렸고 '데프트' 김혁규와 함께 게임을 휘어잡았다. '충격파'가 빗나간 것도 배어진이 스킬을 못 썼다기보다 상대가 잘 피했다고 볼 수 있다.

실수가 몇 차례 나왔으나 팀이 승리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배어진이 '엑스페케'와 치열하게 맞붙는 동안 팀원들은 상대의 타워를 철거했다. 오리아나로 충격파를 명중시키지 못했어도 전세에 영향이 없을 정도로 다른 팀원들은 충분히 성장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 미드 중 하나로 불리는 배어진 입장에서는 작은 실수들이 마음에 걸렸을 것이다.



8강에서 맞붙는 상대인 C9은 자신들이 얼마나 운영에 강한 팀인지 똑똑히 보여줬다. 전체적인 전력을 놓고 보면 삼성 블루가 확실히 우위에 있지만 C9은 손쉽게 경기를 내 줄 상대가 아니다. 만일 배어진이 솔로킬을 내 준다거나 하는 실수가 나올 경우 C9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특유의 운영을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타에 더 힘을 실어주는 편인 삼성 블루 스타일상 상대에게 크게 휘둘릴 수 있다.

삼성 블루는 롤드컵에서 우승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별 예선에서 보였던 사소한 실수들부터 전부 없애야 한다. 경기 숫자가 많은 조별 예선에서 범한 몇 차례의 실수는 복구할 수 있지만, 8강 토너먼트에서는 아니다. 한 번의 실수가 탈락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완벽한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다. 그렇기에 '다데' 배어진은 '강한 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팬들이 배어진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더 뛰어나고 압도적인 활약을 바라고 있다. 과연 배어진이 롤챔스 스프링에서 삼성 화이트(당시 삼성 오존)를 상대로 보여준 야스오 슈퍼 플레이가 롤드컵에서도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