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블루의 가장 큰 장점은 한타력이 아니라, 삼성 화이트를 잘 잡는다는 것이다?

삼성 갤럭시 화이트는 장점이 많고 단점이 없는 균형 잡힌 팀이다. 밴픽, 라인전, 소규모 교전, 한타, 운영까지 흠잡을 데가 없다. 어떤 경기라도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선 상대방의 도박적인 인베이드 전술에 당한 1패가 전부다.

삼성 갤럭시 블루는 단점이 꽤 있는 편이다. 적어도 삼성 갤럭시 화이트보단 많다. 초반 라인전의 불안, '다데' 배어진의 기복, '데프트' 김혁규의 멘탈 등 약간은 불안한 모습도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삼성 화이트보다 월드 챔피언십에서 더 많은 패배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모습은 예전부터 그랬다. 삼성 화이트는 롤챔스 우승을 차지했던 MVP 오존 시절부터 완벽한 팀으로 평가됐고, 이후 시즌마다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삼성 블루는 나진 실드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2014 롤챔스 스프링 시즌, 준우승을 거뒀던 2014 롤챔스 섬머 시즌에서도 삼성 화이트보단 약하지 않느냐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양 팀의 대결은 항상 삼성 블루가 승리했다. 삼성 블루는 상대방이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선수들이 있었다.

2013년 10월 14일 WCG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 - '데프트' 김혁규

'데프트' 김혁규는 솔로 랭크나 스크림에선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정작 대회 무대에서는 그리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선수였다. 대회 무대에서 상당히 많이 긴장한다는 것과 한 번 흔들리면 제자리를 쉽게 찾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대부분의 선수도 김혁규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하지 않았지만, 형제팀인 '임프' 구승빈만 김혁규의 기량을 칭찬했다.

그 '데프트' 김혁규가 WCG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기량이 만개했다. 삼성 화이트와 8강에서 만나게 됐는데, 이 경기에서 '데프트' 김혁규는 코르키와 이즈리얼로 팀의 승리를 이끌며 앞으로 '데프트' 시대가 열린다는 것을 선언했다. 이제 어느 정도 대회 무대에 적응했기 때문에 긴장감이 많이 해소됐고, 정글러였던 '하트' 이관형이 서포터로 전향하면서 김혁규의 멘탈을 많이 추스른 것이 김혁규가 활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2014년 4월 30일 2014 핫식스 롤챔스 스프링 - '스피릿' 이다윤

연습생 신화를 써내려간 '스피릿' 이다윤이 6개월 만에 성사된 형제 대결의 주인공이었다. 사실 1, 2세트에서 이다윤은 그리 좋은 활약을 하지 못했다. 1세트에선 '댄디' 최인규와 '마타' 조세형의 맵 장악에 휘둘려 소규모 교전에서 항상 패배했고, 팀이 승리한 2세트에서도 팀에서 가장 저조한 기록으로 팀에 다소 묻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3, 4세트의 주인공은 단연 '스피릿' 이다윤이었다. 이다윤은 3, 4세트를 합쳐서 한 번도 사망하지 않았다. 3세트에선 리 신, 4세트에선 카직스로 총 17킬, 19어시스트를 만들며 '원맨쇼'를 제대로 보여줬다. 삼성 화이트 입장에서는 전 세트에서 부진했던 선수가 30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완벽히 변화한 것에 당황하며 경기가 말렸고, 두 번째 완패를 맛보게 됐다.

2014년 8월 1일 2014 핫식스 롤챔스 섬머 - '에이콘' 최천주

2014 섬머 시즌은 삼성 화이트가 가장 좋은 기세를 보여줬던 시즌일 것이다. 라이벌인 SKT T1 K를 8강에서 기분 좋게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댄디' 최인규와 '마타' 조세형의 맵 장악이 가장 빛났던 시즌이기도 하다.

삼성 화이트는 또 4강에서 형제팀인 블루와 만나게 됐는데, 이번엔 '에이콘' 최천주가 변수를 만들었다. 삼성 갤럭시는 '옴므' 윤성영 코치가 선수 시절부터 탑 라이너의 가장 큰 덕목은 '희생'이나 '단단함' 같은 걸로 대표되곤 했다. 삼성 화이트 '루퍼' 장형석과 삼성 블루 '에이콘' 최천주 또한 그 플레이 스타일과 많이 닮아있었다. 캐리를 하는 탑 라이너는 아니였던 셈이다.

하지만 삼성 블루의 '에이콘' 최천주가 세 번째 내전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1세트에서 보여준 마오카이는 '삼성의 탑 라이너는 이렇게 게임을 캐리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대단한 활약을 보여줬다. 특히, 삼성 화이트가 바론 사냥을 시도하고 있을 때 혼자 상대 진영 한가운데 파고드는 장면은 아직까지 회자되곤 한다.



세 번째 내전까지 삼성 블루가 완승을 했건만, 10월 11일에 펼쳐지는 월드 챔피언십 2014 시즌 4강에서도 삼성 블루의 승리보다 삼성 화이트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이 더 많다. 삼성 화이트가 월드 챔피언십에서 보여줬던 완벽함이 역대 최고라는 평가가 기반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 블루는 예상할 수 없는 변수가 있는 팀이다. '다데' 배어진과 '데프트' 김혁규의 폭발력, '에이콘' 최천주와 '하트' 이관형의 단단함, 그 사이를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스피릿' 이다윤이 굉장한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월드 챔피언십의 첫 번째 한국팀 내전이이자 마지막 내전이다.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롤챔스 참가 팀들의 대결에 모든 세계인들이 주목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삼성 블루가 승리하든, 완벽한 모습을 그대로 이어 삼성 화이트가 승리하든, 이 대결에서 승리하는 쪽이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다 된다는 것엔 이견이 없을 것이다.


※ 선수에 대한 과도한 비방 욕설은 통보없이 삭제되며 이용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