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에는 많은 콘텐츠가 있지만, 마치 편식을 하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또는 익숙한 콘텐츠만 즐기는 유저가 많다. 기자도 몇 개월간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제대로 참여한 적 없는 콘텐츠가 있는데, 바로 구역 퀘스트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신예비무대 보상으로 얻은 보물지도를 한아름 들고 와룡을 떠돌며 보물 탐사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한창 땅을 향해 곡갱이를 휘두르고 있던 그때 옆에 등장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말을 타고 어딘가로 급하게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어디를 저렇게 몰려가는 걸까? 호기심이 발동해 땅에 떨어진 잡동사니들을 주섬주섬 챙기며 사람들을 쫓기 시작했다. 도착한 곳은 와룡 북쪽에 위치한 구천신탑! 안에는 이미 많은 몬스터를 상대로 온갖 마전 무공이 난무하고 있었다.


▲ 우연히 따라간 구역 퀘스트 구천신탑.



마전 업데이트가 실행되기 전 구역 퀘스트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금릉의 마도 산채, 그러고 보니 뭣 모르고 퀘스트 수행 때문에 들렸던 그곳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적들과 말도 안되게 강력한 보스에게 몇 번의 죽음을 격은 후 구역 퀘스트와 인연을 끊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더욱 강해졌고, 오랜 시간 함께 한 든든한 파트너 황류자가 있어서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구역 퀘스트 구역에 입장했다는 시스템 메세지와 함께 우측 퀘스트 알림에는 순위 경쟁에 열을 올리며 빠르게 공헌도를 쌓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보였다.

욕심이 났다. 저곳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싶은 욕심. 재빨리 창을 꺼내들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마전 무공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한 번 창을 휘두를 때마다 많은 몬스터가 손쉽게 쓰러졌다. 보스가 등장했지만 말의 기동성과 원거리 마전 무공 '쌍두용참'이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구역 퀘스트가 완료되자 많던 사람들이 빠르게 사라졌다. 어딜 저렇게 급하게 가는 걸까? 혼자 자리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짧은 시간 폭풍이 휩쓸고 간 듯한 주변이 자신감과 함께 승리감을 안겨줬다. 그렇게 잠시나마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비는 장수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 몬스터 군대를 상대로 화끈한 타격감을 느꼈다.



구역 퀘스트는 일정 시간마다 열리기 때문에 해당 시간에만 잘 참여해도 매번 보상을 획득할 수 있고, 좋은 보상을 받기 위해선 공헌도 순위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공헌도 순위를 높이려 경쟁하는 것과 보상으로 받은 상품 보따리에서 무엇이 나올지 기대하는 것은 구역 퀘스트의 즐거움이었다.

어쩌면 현대인들이 쳇 바퀴처럼 바쁜 일상을 반복하듯, 캐릭터 레벨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심법을 찍기 위해 오로지 경험치만 갈구하며 지내온 시간 속에 놓친 즐거움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구역 퀘스트까지 시간이 남아 마을에서 폭풍처럼 구역 퀘스트를 휩쓸고 간 한 무리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구천신탑이 완료되고 사람들이 급하게 떠났던 이유는 다른 구역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함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구역 퀘스트가 초기화되는 시간이 오면 사람들이 모여 구역 퀘스트 순회를 도는 것. 보통은 방파 단위로 행동하며 방파 소상인이 파는 비뢰부로 구역 퀘스트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방파 영지로 달려가서 가장 먼저 초기화되는 도원촌과 경홍수렵지, 하가 저택 비뢰부를 구매했다. 구역 퀘스트가 열리면 빠르게 달려가서 공헌도를 쌓으리라.


▲ 비뢰부를 이용하면 쉽게 구역 퀘스트에 참여할 수 있다.



마침내 금릉 도원촌이 개방되고 비뢰부를 사용해서 구역 퀘스트 지역으로 순간 이동을 했다. 주위에 다른 유저는 보이지 않는다. 처음으로 도착했던 것이다. 도원촌의 첫 번째 임무는 10분간 마을에 침입하는 150명의 늑대병에게서 마을을 보호하는 것이었고, 무리 없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난 도원촌 구역 퀘스트가 처음이었고 마을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숙지되지 않은 상태였다. 눈에 보이는 몬스터를 다 잡으며 바쁘게 뛰어다녔지만 화면 중앙에는 마을이 공격받았다는 메세지가 계속 올라왔다.

결국, 구역 퀘스트 실패. 어디서 몬스터가 등장했는지도 파악하지 못 한채 혼자 모든 몬스터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등장하길 바랬던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구천신탑에서 부풀어 올랐던 자신감이 거품처럼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혼자서는 약하다. 동료가 필요하다.


▲ 혼자하는 구역 퀘스트는 힘들다.



다음 구역퀘스트 지역인 천마연의 경홍수렵지는 좀 더 일찍 도착했다. 동료를 찾기 위해서다. 그리고 구역 퀘스트 시간이 되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구역 퀘스트 순회를 도는 사람들이다. 함께라면 실패하지 않을거란 생각에 미소지으며 그들과 함께 구역 퀘스트에 입장했다.

어차피 구역 퀘스트는 공헌도별 개인 순위 보상이므로 파티를 맺고 함께 싸울 필요는 없어서 자연스럽게 무리에 섞여들 수 있었다. 경홍수렵지는 군사 300명 처치로 시작해서 동백명, 노역양, 장모염, 심오한을 처치하고 마지막으로 금릉 성주로 진행됐다.

한 성의 성주라 그런지 많은 군사와 영웅을 데리고 있었지만, 그들 모두 결국 쓰러지리라. 문득 '조가성 무위, 위령탑, 구역 퀘스트까지, 왜 성주라는 권력자와 항상 싸워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해답은 얻지 못했지만, 금릉 성주를 향한 창은 왜인지 더 빨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금릉 성주에게 무지막지한 공격을 쏟아냈다.



경홍수렵지에서 금릉 성주를 쓰러트리고 향한 곳은 기암 절벽의 하가 저택. 결혼하고 싶어 안달이 난 허여언 스토커 하유재를 처치할 차례다. 와룡의 창고지기로 익숙한 그는 사실 대저택을 보유한 금융 재벌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권력자에 이어 재벌이라니 그들을 처치하는 우리가 히어로물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하가 저택은 대규모 군사는 출현하지 않지만 소수 정예들이 출현하는 구역 퀘스트다. 하지만 주위 동료들이 있기에 두려울게 없었고, 한 걸음 뒤에서 '쌍두용참'으로 다른 사람들을 지원했다. 마침 원거리 무공 '쌍두용참'을 좋아했고 후방 지원사격이 필요할 것 같아 뒤에 있었을 뿐. 절대 겁먹은 게 아니다.

등장한 하유재는 동글동글 큰 몸으로 커다란 언월도를 힘겹게 휘둘렀다. 게다가 말에 탄 유저를 쫓아 뛰어다니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노총각 신세 면하고 싶었을 뿐인데, 영웅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집까지 쳐들어와서 난장을 피니 하유재는 얼마나 속상할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공격을 멈출 순 없었다. 사실 난 창고도 조가의 안오량을 이용하거든.

비록, 순위에 오르진 못했지만 모든 구역 퀘스트가 끝나니 뭔가 하루를 열심히 보낸 느낌이 들었다. 바쁘게 돌아다녀서 그런가? 어느새 구역 퀘스트 아이콘을 수시로 살피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다음 구역 퀘스트는 두 시간 후, 처음 낯설었던 구역 퀘스트가 이젠 일일 퀘스트처럼 하루 일과가 될 것만 같다.


여기서 TIP!

1. 구역 퀘스트의 기본 정보는 게임 내 화면 우측 상단에 위치한 구역 퀘스트 아이콘을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위치, 진행 순서, 개방 상태, 진행 단계, 초기화까지 남은 시간 등)

2. 방파 영지의 방파 소상인에게 정양관, 마도 산채, 금릉 도원촌, 구천신탑, 하가 저택, 경홍수렵지, 취죽별원으로 순간이동할 수 있는 비뢰부를 각각 방파 공헌도 2로 구매할 수 있다.

3. 비뢰부를 이용하면 비슷한 시간에 열리는 여러 구역 퀘스트를 연달아 공략할 수 있다. (방파 소상인은 유저가 만든 개인 방파의 방파 영지에 있습니다. 건곤복마회 이용 불가.)

4. 구역 퀘스트는 진행 중 일정 공헌도를 달성한 유저만 순위에 등록되며 보상이 순위에 따라서 차등 지급된다. 구역 퀘스트 공헌도는 등장하는 적을 처치하면 쌓을 수 있다.

5. 구역 퀘스트는 야외 전투로 포함되므로 마전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 구역 퀘스트의 종류





▲ 노총각 하유재의 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