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팬이라면 누구나 기다리는 축제. 그들에게만큼은 지스타나 E3 이상의 가치를 지닌 축제, '블리즈컨'이 돌아온다. 장소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애너하임 컨벤션센터, 일정은 한국시간 기준으로 11월 8일 토요일 오전 4시부터 9일 오후 2시까지다.

2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한 게임사에서 나온 작품으로만 이틀을 빼곡히 채웠다는 건 분명 상징적이다. 블리자드의 IP 대부분이 게임성과 흥행성에서 이미 검증을 마쳤다는 의미, 그리고 블리즈컨 콘텐츠가 그간 보여준 재미와 가치 모두 신뢰도가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렇듯, 축제의 가치는 관람객 숫자로 증명된다.

매번 새로운 소식으로 무장해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던 '블리즈컨'. 올해에는 어떤 정보가 공개될지 지금부터 확인해보자.






우선, '스타크래프트2' 토너먼트 스테이지가 별도로 마련된 점이 눈에 띈다. 당초 '스타크래프트2' 대회 장소였던 C홀 상단은 '하스스톤' 부스와 토너먼트 스테이지로 변경되었다.

B홀은 'WOW'와 '히어로즈' 부스가 자리잡았다. 그외 별도의 토너먼트 스테이지도 마련됐다. '타이탄'이 사라진 지금, 전쟁군주 카드를 쥔 'WOW'와 따끈한 신규 IP '히어로즈'를 동시에 볼 수 있는 B홀이 올해 블리즈컨의 흥행 포인트가 되리라 예상해본다.

e스포츠 관련 산업적인 시각으로도 블리즈컨은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새로이 공개되는 정보량에 뒤지지 않는, 엄청난 수의 토너먼트가 개최되기 때문. 작년엔 '하스스톤' 토너먼트가 추가되며 콘텐츠의 질을 높였고, 올해에는 '히어로즈'의 토너먼트가 그 바톤을 이어받는다.

특히, '히어로즈'는 도타 라이크, MOBA, AOS 등 다양한 장르명으로 불리는 현 게임업계 최고 인기 장르를 채용했다. 블리자드 특유의 센스와 마감도가 입혀진 '히어로즈'가 e스포츠 종목으로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가져올지 블리즈컨 2014 현장에서 미리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MMORPG 'WOW'의 행사 일정은 토너먼트부터 시작해 향후 개발 방향성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까지 빼곡하게 채워졌다. 특히, 신규 확장팩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오는 11월 18일 정식 출시됨에 따라 '블리즈컨 2014'에서 공개되는 플레이어블 버전은 사실상 최종 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는 흥미진진한 신규 콘텐츠들이 추가될 전망이다. 플레이어들은 아제로스의 추방된 영웅들이 드레노어 지역을 탐험하는 과정을 통해, 강력한 주둔지를 건설할 수 있다. 또한, 초자연적인 드레나이 사원의 비밀을 파헤치며 적대적인 오크 종족의 영토 한가운데서 이들과 맞붙는 것도 가능하다.

블리자드 측은 "혼자 또는 다른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가득한, 거대하고 역동적인 전투 지역인 아쉬란에서 상대 진영과의 전투를 통해 해당 지역을 장악하거나 그밖에 던전, 공격대, 전장, 도전 모드 등과 같은 방대하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톰 칠튼(Tom Chilton) 블리자드 부사장은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는 역대 확장팩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확장팩이 될 것"이라 자신있게 공언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WOW'와 관련한 이야깃거리를 찾는다면, 단연 '워크래프트 영화'를 꼽을 수 있다. 평론가들에게 호평 받은 '소스코드'를 제작한 '던칸 존스'가 메가폰을 잡았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벤 포스터, '퍼시픽 림'의 로버트 카진스키 등이 배역을 맡았다는 사실도 공개된 상태. 여기에 어떤 새로운 정보가 추가될지에 대해 많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워크래프트 영화 촬영은 지난 2014년 5월 23일 완료되었으며 2016년 3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CEO와 폴 샘즈 최고운영 책임자가 영화의 총 지휘를 담당했을 정도로 각별하게 신경 쓴 프로젝트. 팬들의 관심에 어울리는 대작 판타지 영화로 탄생할지, 이번 블리즈컨 2014 현장 공개정보를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트레일러 영상






블리자드에게 '히어로즈'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새로운 장르로의 도전일뿐 만 아니라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PC 온라인 게임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WOW, 하스스톤 이후 완전한 신규 IP인 만큼, 개발진의 기대치 역시 적을 리 없다.

언제나 승자 위치에 있던 블리자드조차 결과를 알 수 없는 승부. 어느 때보다도 만만찮은 상대를 만났기에 그들도 강력한 무기를 꺼내들었다. 인지도와 상품성에서 검증을 마친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세계관 내 영웅을 대거 투입한 것.

뒤틀린 정의감에 그만 몹쓸 짓을 해버린 '아서스', 상관에게 버림받고 칙칙한 올누드로 전장을 활보하는 꼴이 된 '케리건', 그녀가 옷을 입든 말든 한결같은 해바라기 '짐 레이너', 악을 위해서라면 성별 안가리고 일단 다시 태어나고 보는 '디아블로'에 "그만!" 덕후 '아즈모단'까지... 블리자드 게임 매니아라면 종합 선물세트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게임이다.

지난 10월 15일, '히어로즈'는 한국에서도 테크니컬 알파테스트를 시작했다. 기자도 체험해본 결과, 블리자드가 항상 강조하는 '진입장벽 낮추기'는 이번 작품에서도 유효했다. 다만, 팀플레이가 유독 강조된 모습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비춰졌다. 같은 장르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인벤 e-스포츠 기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스타 플레이어보다는 스타 팀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AOS 초보 유저라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플레이하는 재미만 갖곤 부족하다. 제대로 된 e스포츠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보는 재미'가 필수. 이 부분에서 '히어로즈'는 아직 제대로 된 검증을 받지 못했다. 즉, '히어로즈' 토너먼트는 이를 점검하기 위한 1차 관문에 가깝다. '블리즈컨 2014'에 관심을 가져야 될 이유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신규 트레일러





지난 2013년 2월, PAX east 현장에서 하스스톤을 처음 접했을 당시에는 '아기자기하니 재밌네' 정도였다. 블리자드의 새로운 시도 정도라고만 봤다. 당시에는 이 게임이 그들의 또 다른 캐쉬카우로 성장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기자의 방심이었다. CCG의 은근슬쩍한 과금 구조를 미리 파악했어야 됐는데. 또, 전세계에 퍼져 있는 워크래프트 팬 층의 두께도 과소평가했다. '하스스톤'은 3월 11일 북미 정식 서비스를 하기도 전에 가입 유저 수 1,000만 명을 넘어서며 블리자드의 상반기 매출에 기여했다.

지난 7월 23일, 첫 모험 모드 '낙스라마스의 저주'가 추가되며 '하스스톤'은 다시 한 번 추진력을 얻었다. 원작 'WOW'의 오리지널 시기에 있었던 최대 규모의 공격대 던전 '낙스라마스'는 '리치왕의 분노'에서 리메이크 되는 등 WOW 팬들에게는 친숙한 소재다. 모험 모드라는 이름에 맞게 'WOW'와 '디아블로3'의 시스템 특징을 적절히 버무려 탄생한 낙스라마스의 저주는 하스스톤 팬들에게 최대 관심사가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현재 결과만 놓고 보면 낙스라마스의 저주는 대성공이라 부르기 어렵다. 카드가 추가됐지만, 유저들이 가려운 곳을 구석구석 긁어주기엔 역부족이었다. AI 대전의 재미를 끌어올리리라 예상되었던 영웅 난이도는 이미 하스스톤에 익숙한 유저들에겐 여전히 쉬웠다. 한 지구 오픈 이후 1~2시간 안에 일반 난이도와 직업도전 모드, 영웅 난이도의 던전까지 모두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것엔 분명 문제가 있었다.

현재 블리즈컨 2014 '하스스톤' 파트는 각종 e스포츠 대회 및 투기장 노하우 등으로 빼곡하다. 성공적인 e스포츠 안착이라는 일차적 도전 과제를 달성하는 걸 말리고 싶진 않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낙스라마스의 저주' 이상의 대형 업데이트나 확장팩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블리즈컨은 하스스톤 개발팀에게 일종의 도전 과제일 수 있다. 그들이 유저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는지, 11월 8일 이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블으리자드 '하스스톤' 영상





올해 블리자드가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기자는 주저없이 '디아블로3' 2.0 패치와 확장팩 출시를 꼽겠다. 덕분에 이미 산으로 갔던 배가 원래 있던 바다로 돌아왔으니까.

사실 전작의 장점뿐 만 아니라 단점까지 그대로 빼다 박은 '디아블로3'의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였다. 현 세대 게이머들에게도 매력을 어필하기는 했으나 방법 자체가 세련되지는 못했던 것. 이 덕분에 확장팩은 현 세대 유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블리자드가 시대적 흐름을 어떻게 분석했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 선택이 제대로 통한 것으로 보여진다.

출시 후 약 반 년이 지난 '디아블로3'는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재시동은 '영혼을 거두는 자'로 엔진을 바꾸고 난 뒤에 걸렸다. 올해 3월 25일 출시된 확장팩은 '디아블로3'가 브레이크 없는 상승 질주를 거듭하게 만들었다. 2014년이 마무리되는 지금도 그 효과는 남았다. 게임트릭스와 인벤 순위 10위 권 유지. 성공적인 확장팩이라는 뱃지를 달 자격은 충분하다.

지난 블리즈컨 2013의 주연은 '히어로즈'와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였다. '디아블로3'는 이전 게임쇼를 통해 몇 차례 신규 정보를 공개한 바 있기에 메인스트림이 아니었다. 그래도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및 게임플레이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언급해주는 세션이 마련되는 등 아주 비중이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세션이 더 줄어들었다. 그마저도 이벤트를 제외하면 2개 뿐. 유저들의 Q&A 세션이 메인이며, 이는 블리즈컨의 가장 기본적인 세션이다. 세세한 밸런스 수정에 관련한 내용 이상의 정보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공개될 정보량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디아블로3'를 꾸준히 즐겨온 팬이라면 반드시 체크해 보길 바란다. 현재 '디아블로3'의 캐릭터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 '디아블로3' 2.1.0 패치 소개 영상





'스타크래프트2'는 e스포츠 활성화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이번 블리즈컨에서는 개발 방향을 언급하는 세션이 단 한 개만 있을 뿐, 그 외 모든 세션은 WCS로 꾸며졌다.

한국에서는 전작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지만,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e스포츠 시장에서 '스타크래프트2'의 입지는 여전히 탄탄하다. 블리자드는 이번 블리즈컨 2014 현장에 '스타크래프트2' 경기만을 위한 별도의 아레나홀을 신설했다. 또한, 블리즈컨 폐막식 직전까지도 일정이 꽉꽉 들어찬 게임은 '스타크래프트2'가 유일하다. 그들이 '스타크래프트2'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

e스포츠 분야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은 이것으로 확인했다. 게임 내 콘텐츠는 어떨까. '스타크래프트2'는 블리자드가 개발한 다른 어떤 게임보다도 방대한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 '히어로즈'가 '스타크래프트2' 유즈맵 소스를 기반으로 제작된 건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장 눈에 띄는 변화나 개선 사항은 확인하기 어렵다. 작년 블리즈컨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세션 구성 때문.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있다. WCS 진행으로 세션을 가득 채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별도의 스타크래프트 존을 마련했다는 것.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정보가 공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PC방 산업을 일으켜 세웠고 가정용 인터넷 보급에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쳤던 '스타크래프트'. 비록 후속작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스타'라는 이름만으로도 주목할 가치는 충분하다. 'C&C'도 '에이지'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금,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유일한 클래식. 여기에 다시 한 번 우리의 눈을 사로잡을 무언가가 덧대어지길 바라 본다.

▲ 스타크래프트2 : 군단의 심장 오프닝 영상




오직 팬들을 위한 축제인 만큼, 예전부터 블리즈컨에는 의외의 요소가 상당히 많았다. 사전에 공지된 일정표에는 기록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방심할 수 없는 건 올해 역시 마찬가지.

지난 10월 28일, 블리자드는 'EYE OF AZSHARA(아즈샤라의 눈)'이라는 상표를 네덜란드 지적재산권 보호기관에 등록했다. '컴퓨터 및 모바일 기기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 소프트웨어' 카테고리에 등록된 것으로 보아 관련 게임이나 확장팩일 가능성이 높다.

아즈샤라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에서 널리 알려진 고대 나이트엘프의 여왕이다. 현지 관계자들은 'WOW'의 새로운 콘텐츠이거나 이를 원작으로 하는 '하스스톤'의 콘텐츠일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와 관련한 새로운 소식을 확인해보는 것도 블리즈컨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

한편, 블리자드는 올해 4월 'OVERWATCH'란 상표를 등록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단어는 '감시'나 '엄호'를 뜻하는 군사 용어로, 만약 이와 관련한 작품이 등장한다면 밀리터리 혹은 슈팅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블리즈컨에선 볼 수 없었던 '공허의 유산'이 올해 출사표를 던질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디아블로'는 확장팩을 출시한지 1년도 되지 않아 가능성이 적은데다 'WOW'는 오는 11월 18일로 출시일을 확정지은 상태. 즉, 올해 공개될지는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순서상으론 '스타크래프트2'의 두 번째 확장팩이 나올 차례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내용은 모두 추측에 불과하며, 무엇 하나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깜짝 소식으로 팬들을 기쁘게 하는 데 누구보다 익숙한 게임사가 바로 블리자드다. 막연하지만 이번에도 기대를 걸어 본다. 꾸준히 그들의 게임을 즐겨왔던 한 명의 유저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