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디게임의 역사를 말할 때마다 반드시 언급되는 게임이 있다. 2008년, 인디게임이라는 단어도 생소했던 시절, 출시된 퍼즐게임 '룸즈: 더 메인 빌딩'(Rooms: The Main Building, 이하 룸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룸즈는 국내의 독립 게임개발 스튜디오인 '핸드메이드 게임'에서 개발했으며, 해외에 상용 판매된 첫 한국 인디 게임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2012년, 국내 대형 퍼블리셔를 통해 룸즈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더 맨션: 퍼즐 오브 룸즈'가 구글 플레이스토어로 출시된다. 별다른 홍보 없이도 2주 만에 2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고 구글 올해의 게임에 선정되었다. 하지만 정작, 게임을 만든 개발자는 더 맨션을 '룸즈의 진정한 후속작이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어떤 사건들이 있었기에 개발자마저 게임에 등을 돌리게 되었을까? 핸드메이드 게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종화 디렉터는 이번 KGC2014의 강연을 통해 '한 게임의 디자인이 어떻게 망가져 왔는지'를 보여주고, 자신이 겪은 고민을 개발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 핸드메이드 게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종화


"룸즈를 안드로이드에 출시한지는 1년 정도가 지났네요. 시간이 지난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강연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특정 업체를 비난하기보다는, 퍼블리셔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을 다뤄볼까 합니다."



룸즈는 여러장치들이 되어있는 방 형태의 퍼즐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해 출구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다. 2006년 대한민국 인디게임 공모전 대상을 받고, 2010년에는 닌텐도 NDS, Wii로도 발매되었다. 전 세계 총 판매량은 약 40만 장. 인디게임인 것을 고려하면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룸즈의 성공을 경험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후속작 준비에 들어갔다. 후속작은 쿠노 인터렉티브와의 합작으로 개발됐다. IP를 가지고 있는 핸드메이드 게임에서 기획하고, 쿠노 인터렉티브가 사운드와 그래픽 부분을 담당했다.


두 회사의 협력작인 '룸즈: 풀리지 않는 퍼즐 (Rooms: The Unsolvable Puzzle)'은 2012년 11월 LG U+ 마켓에 출시됐다. 전작이 가지고 있었던 게임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발전된 그래픽과 사운드를 보여 줄 수 있었다.

후속작은 단기간에 U+ 마켓 다운로드 횟수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게임이 알려지지는 못했다. 결국, 좀 더 큰 앱마켓에 룸즈를 출시하기로 하고, 협력사인 쿠노 인터렉티브를 통해 국내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었다. 그렇게 안드로이드 버전의 룸즈, '더 맨션'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하게 된다.

더 맨션은 약 30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2012년 구글피처드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무료게임 부문에서는 8위까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순위는 503위 밖에 되지 않았다. 김종화 디렉터는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를 'BM 설계를 했던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임이 망한 이유는 결국 억지로 BM설계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페이드(paid) 게임으로 출시했던 게임에 억지로 과금 모델을 넣은거죠. 결국, 게임의 밸런스나 디자인 부분에서 부정적인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 결국 BM설계를 넣은 것 자체가 문제였다

김종화 디렉터는 퍼블리셔와 계약할 때만 해도, 무료버전과 유료버전 두 가지로 게임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유료 버전의 출시는 무산되고, 게임은 F2P 버전만 시장에 내보냈다. 이에 맞는 과금 모델들도 게임에 추가해야 했다.

수익 모델 하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게임의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남들과 경쟁하기 위한 리더보드가 추가되고, 퍼즐을 쉽게 풀어나가기 위한 아이템도 넣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과금 모델은 게임의 수익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게임에 억지로 과금 모델을 추가하면서 초기 기획 방향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출시가 달려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출시 한 달 전, 게임의 명칭마저 바꾸자는 퍼블리셔의 요구가 들어왔다.


"부끄러운 이야깁니다만, 당시에는 저는 물론, 다른 개발자들도 게임에 대해 정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름을 바꾼 것이 정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룸즈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으니까요."

김종화 디렉터는 더 맨션의 크나큰 실패에서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 번째는 '자신의 게임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면 땅바닥에 누워서라도 지키자'는 것이다.

"게임을 디자인할 때, 오직 내 생각만 주장하지 말자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맨션을 통해 내가 만든 게임에서 변할 수 있는 부분에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퍼블리셔나 투자자가 그 선을 넘어와 게임의 가치를 바꾸려 한다면, 철처하게 지켜야 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독립게임이란 없다. 개발 과정의 독립만이 있을 뿐이다'는 말을 남겼다. 투자자나 퍼블리셔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개발 과정을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만 좋은 게임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 '룸즈는 어떻게 더 맨션이 되었나?' 강연 P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