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춤을 추지 않을 것 같지 않은 무엇인가를 꼽아보자면? 미국 보스턴 대학의 컴퓨터 공학부를 졸업한 이 남자가 떠올린 것은 유럽에서 주로 먹는 앤초비였다. 소금에 푹 절여진 멸치가 춤을 추지는 않을테니까. 만약 어릴때 한국에 살았다면 하X정 멸치 액젓이 먼저 떠올랐을지도 모르겠다.

앤초비조차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게 할만큼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뭉친 개발자들, 댄싱 앤초비이동원 대표가 새로운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전작 '팀 몬스터'도 독특한 느낌으로 국내 못지않게 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이번에 내놓은 신작은 아예 시작부터 글로벌이다.

이동원 대표의 비밀 병기는 스마트폰의 틸트(기울이기) 기능을 활용한 탱크 슈팅 '탑 탱크'. 겉으로 드러난 점만 보고 '탱크 나오는 흔한 슈팅 게임' 아닌가 싶었지만?! 장점이 없는 게임이었다면 출시 첫주만에 구글플레이에서 "금주의 Play 추천게임"에 선정될 수 있을 리가 없을 터. 직접 해보니 쉽고 익숙한 게임 방식을 추구하면서도 게이머들의 승부 근성을 자극하는 미묘한 밸런스를 잘 잡아냈다.



▲ 댄싱앤초비 이동원 대표


덕분에 별다른 홍보없이 입소문도 퍼지고 있다. 지금은 본격적인 마케팅이나 홍보를 하기 전인 소프트 런칭 (게임을 정식 출시하기 전에 규모가 작은 시장에 내놓아 게이머들의 반응을 보는 테스트) 기간이지만, 이미 전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접속한 게이머들이 '탑탱크'를 즐기고 있다.

소프트 런칭을 통해 수집된 전세계 유저들의 평가와 반응은 차곡차곡 쌓여 탑탱크를 개선시킬 소중한 자료가 되었다. 탱크라는 익숙한 소재에 스마트폰의 틸트 기능을 결합한 캐주얼 슈팅 게임, '탑탱크'는 앤초비를 춤추게 만들 수 있을까? 한달여의 소프트 런칭을 마치고 본격적인 출시를 준비중인 이동원 대표와 만났다.

Q. 무엇보다 왜 틸트를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스마트폰의 장점 중 하나지만 게임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최근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기능인데...

"탱크라는 소재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통쾌함이었다. 적당한 긴장감을 주면서 적을 조준하고 시원하게 한 방 날리는 전투. 그런데 내가 진짜 적을 조준하고 맞춘다는 느낌을 주기에 가장 적합한 기능은 가상의 방향 패드보다는 스마트폰의 기울이기를 활용하는 것이다. 몰입감이 훨씬 좋다.

물론 기울이는 조작을 어려워하거나 어색하게 느끼는 유저들도 있는데, 틸트의 단점을 줄이기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존의 틸트 게임들은 뒤로 기대는 등 게이머들이 편하게 느끼는 자세로 플레이를 하기 힘들고 바른 자세만 제대로 인식되기 때문에 몇 판만 해도 피로도가 심해진다. 반면 탑탱크는 내부 조절을 통해 게이머가 눕거나 움직여도 쉽게 플레이할 수 있다."


Q. 그래도 현재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것은 가상 패드 아닐까?

"콘트롤러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키보드 좋아하는 분들도 있다. 이런 기능들도 언젠가 탑탱크의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다. 다만 틸트를 활용했을 때의 몰입감과 재미를 똑같이 줄 수 있어야 하고, 각각의 콘트롤을 이용하시는 분들끼리 밸런스가 맞아야하기 때문에 쉽게 도입을 결정하기 어렵다. 여러 방향으로 연구중이다."

▲ 스마트폰의 기울이기 기능을 활용해 조준!


▲ 다양한 탱크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Q. 일단 출시되면 게이머들의 관심은 빠르게 사라진다. 최근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들은 첫날 접속하는 유저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소프트 런칭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글로벌 원빌드로 전세계의 게이머들과 함께 대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서 탑탱크는 구글의 리얼타임 멀티 서버를 사용해 매칭 시스템을 구현했다. 다행히 개발 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게임 개발이라는 것이 오픈해보면 또 다르다. 문제가 안 생기면 더 불안해진다. (웃음)

그리고 특정 국가 예를 들어 한국에서 먼저 출시하게 되면 아무래도 한국 게이머들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결국 전세계 유저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거치는 것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의 홍보로 인한 이득보다 게임의 완성도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소프트 런칭을 결심했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출시 경험이 많은 한게임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Q. 게임을 직접 해보고 느꼈는데, 스샷이나 영상만으로는 탑탱크의 재미를 설명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탑탱크의 핵심적인 재미를 설명해준다면?

"설명이 필요할 정도로 복잡한 게임이 아니고 그냥 해보면 되는 게임이다. 스포츠를 즐기는 느낌으로 해보시면 된다. 통쾌하고 시원하게 포를 쏘고, 탱크 업그레이드하고, 이런저런 탄도 쏴보고... 자신이 갖고 있는 탱크의 장점을 활용해 최후까지 살아남으면 이긴다. 그래서 부제도 Last Tank Standing'이다.

게임에 익숙해진 뒤에는 친구들과 함께 AI 보스전도 해보고 길드전이나 국가별 대항전도 해보고... 최후에는 친구들과 함께 상황에 맞는 탱크를 종류별로 갖고 들어가서 협력해 적들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것이다. 기울이기를 활용해 조준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으니 한번쯤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보셨으면 좋겠다."







Q. 전세계에 똑같은 버전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글로벌 원빌드를 추구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세계적인 흥행작으로 손꼽히는 게임들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탑탱크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세계의 모든 게이머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했으니 당연히 글로벌 원빌드를 선택해야 했다. 구글의 리얼타임 멀티 서버를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한국에 서버를 두면 남미나 유럽의 유저들과 원활한 플레이가 쉽지 않을테지만 구글 서버를 활용하면 전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게임 체험이 가능하다.

첫술에 배부를리는 없고, 당연히 시행착도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도전을 하고 있으니 언젠가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고, 다행히 탑 탱크의 첫 출발이 나쁘지 않다. 이제 남은 것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접속을 늘려나가는 것이고, 또 유저들이 늘어났을때 충분히 감당할만한 콘텐츠를 준비하는 것이다."



Q. 문득 궁금해진 부분인데, 구글의 리얼 타임 멀티 서버를 직접 써보니 어떤가? 다른 개발자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나 노하우를 알려준다면?

"저도 아직 배우는 중이라 노하우를 알려드릴만한 수준은 안되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게임을 만들 경우 굉장히 안정적이다. 개발 방향에 따라 기능적인 제한이 일부 있을 수는 있지만, 전세계를 대상으로 출시를 준비중인 게임이고 글로벌 매칭 시스템이 필요하다면 한번쯤 추천해드리고 싶다. 구글이 진출하지 않은 국가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점만 미리 감안하면 된다."


Q.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다보면 생각치못한 유저들의 반응도 많을 것 같다. 예상하지 못했던 피드백이 있었나?

"국가별로 라이벌격인 유저들이 만나면 전투력이 200% 상승한다. 예를 들어 한국 분들과 일본 분들이 만난다거나... (웃음) 게임과 관련된 커뮤니티에서도 현재 리그의 종합 랭킹 1위가 어디인데 우리가 이대로 지고 있을 수는 없다고 독려를 하는 분들도 많다. 이런 경쟁의 요소가 국가별 대항전과 랭킹을 빨리 준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 랭킹을 통해 전세계의 다양한 유저들과 만나게 된다.



Q. 출시 후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예상했던 반응이 많았는지 궁금하다.

"계획된 콘텐츠가 다 붙어 있지 않은 상태라서, 아직까지는 저희가 전달하고 싶었던 핵심적인 재미들만 검증받는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게임을 즐기시는 분들의 평가가 호의적인 반응이 많아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틸트로 조작하는 게임이고 소재도 희귀하니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은데, 틸트 조작이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도 여전히 있는 편이라 차츰 업데이트를 통해 보완해나갈 생각이다. "

Q. 다른 해외 국가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접속하는 국가는 대략 어느 정도나 되는지?

"본격적인 출시도 아니고 홍보도 없었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치 자체는 아직 적은 편이다. 다만 전세계 200여개의 국가에서 게이머분들이 접속하고 있다. 게임 안에서 리그 순위를 확인하면 접속한 게이머의 국기 깃발이 보이는데, 처음보는 국기가 많아서 놀랐다. 저희가 잘 모르는 국가의 게이머들이 접속하고 결제를 한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강세를 보이는 국가는 주로 탱크를 좋아하는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쪽,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국가는 예멘이나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이나 중앙 아시아 지역도 있었고... 대만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의 접속도 많은 편이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처음부터 4개 언어를 지원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



Q. 해외 국가들의 반응이 좋다면 탑 탱크의 콘텐츠와 연결하거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탑탱크의 목표 자체가 전세계의 여러 게이머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나중에 업데이트를 통해 길드전이나 국가별 리그전 외에도 국가 대항전 등 다른 나라의 유저들과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도입할 예정이다.

게이머들의 요구가 많은 스킨이나 커스터마이징쪽도 기획중이고... 현재는 SNS 지원 등 소셜 그래프와 연결하는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



Q. 소프트 런칭을 무사히 마치고 본격적인 출시를 준비중인데, 기대가 많을 것 같다.

"현재 탑탱크를 즐겨주시는 분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앞으로 마케팅과 홍보를 통해 유저분들을 만족시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탑탱크는 전세계의 게이머들과 함께 시원하고 통쾌한 포격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간단한 조작으로 스트레스도 날려버리시고,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