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엑자리움 광석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개당 1골드, 한 덩이에 90골드를 호가하는 가격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당시 최고의 인기스타, 나이트메어를 길들이기 위한 하급 사냥꾼 세트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었기 때문. 당시의 엑자란 무법지대는 이를 둘러싼 길드들의 자존심 싸움이 더해져 “곡괭이만 들어도 화살이 날아온다.”고 할 정도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엑자리움 광석의 가치는 예전만 못하다. 새로운 무법지대가 등장하면 새로운 광석이 등장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엑자리움은 구시대의 유물이 될지도 모른다. 세기말의 엑자란 무법지대. 서버 개편으로 많아진 유저. 그동안 미루던 실험을 하기에 적당한 시점이다.

사냥 없이 채집만으로 얼마나 많은 광석을 캘 수 있을까. 유저가 많아진 엑자란 무법지대에서 다른 유저에게 죽지 않고 얼마나 오래 채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정해진 시간에 가장 많은 광석을 캘 수 있는 지역은 어디일까.

▲ 언제봐도 멋진 붉은 달



▣ 채광지역 선정하기

수월하고 안전하게 광석을 캐기 위해서는 비행 펠로우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필수다. 물론 아포칼립스나 고스트처럼 속도가 빠른 지상 펠로우도 있지만, 여러 곳을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는 채집의 특성상 지형에 따른 제약이 적고 이동이 편리한 비행 가능 지역을 대상으로 잡는 것이 좋다.

엑자란 무법지대에는 파이루드, 바이렛 등 레이드 보스들이 등장하는 지점을 제외하고 총 세 곳의 비행 불가 지역이 있으며, 이 지역들 역시 최근 전투가 활발히 벌어지는 지역이기 때문에 쾌적한 채집을 위해서는 가급적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 엑자란 무법지대의 비행 불가 지역


비행불가지역을 제외하고 남는 지역을 또 다시 넓이로 구분했다. 엑자란 전역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한 곳에 집중해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또한, 마을에서 너무 멀지 않은 지역이 좋다. 전투를 피해다닌다 해도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을 때를 생각하면 가급적 부활지역이 가까운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역을 구분한 것이 아래의 그림이다.

▲ 세 지역으로 구분해 채광을 진행한다.


첫 번째 지역인 망향의 숲 부근은 진리의 관문에서 그다지 멀지 않고 당시 엑자란 무법지대 퀘스트가 이 지역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무법지대 확장 이전 많은 유저들이 활동했던 추억의 장소이다. 게다가 침묵의 폐허에 등장하는 변형체 몬스터들이 각종 펠로우 징표를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침묵의 폐허를 비롯해 망향의 숲 전 지역이 전쟁터가 되기도 했다.

두 번째 지역인 달무리 호수 주변은 나이트메어가 등장하는 장소로 최근까지도 시간이 되면 수십 명, 때로는 백 명 이상의 유저들이 모여 나이트메어를 둘러싼 전투를 벌이는 곳이다. 말하자면, 시간대를 잘못 잡으면 아무것도 못하고 화살받이가 되어 사망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호수 주변과 석상 근처는 광석이 많기로 소문난 지역이고, 달무리 야영지와도 가까워 사망 시 빠르게 돌아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행히도 이 지역은 최근 퀘스트가 거의 없어 나이트메어 시간만 피한다면 충분히 기대해볼만 하다.

마지막 지역인 붉은 그림자 숲은 호수 이상으로 위험한 지역이다. 논 포세 아포칼립스의 이동경로가 포함돼있고, 40레벨에 수행 가능한 각종 퀘스트들이 이 지역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인기가 좋은 공동묘지와도 가까워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저런 상황을 분석한 후 각 지역에서 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광석을 캘 수 있는지 실험해보기 위해 시간대를 분배하고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 까딱하면 펠로우에서 떨어질수도...



▣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하는 채집물 위치정보

미니맵 설정에 채집물을 선택하면 주변에 있는 채집물들이 미니맵에 표시된다. 또한, 옵션에서 사물 이름을 보기로 설정해놓으면 채집물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워 높이 날다보면 확인을 못하고 지나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원활한 작업 수행을 위해서는 채집물이 미니맵에 표시되는 조건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 미니맵 설정과 옵션 설정


이를 위해서 두 가지의 가설을 설정해봤다. 첫 번째는 “고도를 포함해 채집물에 일정 거리 이하로 접근하면 미니맵에 표시된다.”는 가정이다. 이 경우 고도가 높으면 주변의 채집물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비행고도를 잘 계산해서 이동해야 한다. 너무 낮게 날면 몬스터나 다른 유저와 부딪힐 확률이 높아지고, 너무 높이 날면 광석이 표시되지 않아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고도를 무시하고 미니맵 상에서 일정 거리 이하로 접근하면 표시된다.”는 가정이다. 즉, 얼마나 높이 날고 있냐는 상관없이 수평거리만 본다는 것이다. 이 경우 위의 가정보다는 이동이 자유롭다.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공중을 선회하다가 광석이 보이면 내려앉아 채집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가정을 확인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채집물이 미니맵에 표시되는 최대 거리에서 상승과 하강으로 최대한의 거리를 벌리는 방식이다.

▲ 엑자리움 광석과 107미터. 아직까지는 미니맵과 시야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수평거리 110미터를 넘긴 순간. 시야와 미니맵에서 전부 사라진다.


▲ 107미터 지점에서 공중으로 올라간 상황.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미니맵에는 표시된다.


실험 결과 고도는 채집물 표시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채집물의 이름과 위치가 표시되는 시점은 수평거리로 약 110미터 내에 채집물이 있을 때이다. 즉, 고도와는 관계없이 수평거리 110미터 이내에 채집물이 있다면 미니맵에 표시가 되는 것이다.


▣ 첫 번째 지역, 망향의 숲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엑자란 무법지대의 하늘을 비행하며 광석만 채집하면 된다. 첫 번째 지역인 망향의 숲에서는 11시부터 12시까지 1시간 동안 채광을 진행했다.

▲ 타겟 발견!


▲ 이 위치에 있는 이 광석은, 캘 수 없는 녀석이다.


30분 정도 아무생각 안하고 채광만 계속했고, 그러던 중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초반에는 광석의 숫자가 많고 리젠속도도 빨랐지만, 채광을 계속할수록 리젠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40분이 지난 후에는 맵을 상당히 헤집고 다닌 후에야 간신히 한 개의 광석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시간에 따라 광석의 최대 재생성 개수가 정해져있다면 한 시간을 채집하겠다는 계획이 의미가 없어진다. 시간 안에 캘 수 있는 최대 개수를 전부 채집한 이후에는 그저 날아다니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가정은 다음 지역에서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만약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본격적인 실험이 필요한 부분이다. 일단 망향의 숲 지역에서 한 시간의 채광 결과 약 80개의 엑자리움 광석을 채집할 수 있었다. 사망 횟수는 0. 다른 유저를 볼 수 없었고 몬스터 역시 레벨 차이 때문에 플레이어를 인식하지 않아 제한시간동안 정직하게 채광만 할 수 있었다.

▲ 넌 뭐니, 여드름?



▣ 두 번째 지역, 달무리 호수

달무리 호수 지역은 시간대를 잘 잡아야 한다. 자칫 나이트메어 시간과 겹치면 아무것도 못하고 패망할 가능성이 높다. 달무리 호수 지역 채집은 14시 30분부터 15시 30분까지, 역시 한 시간동안 채광을 진행했다.

▲ 호수의 그래픽이 멋지다.


▲ 처음 만나는 유저에 흠칫


채광 범위는 달무리 호수와 석상주변이었다. 나이트메어 시간이 아니기에 석상 주변에 유저들이 없었고, 호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로 호숫가에 광석이 생성됐고, 중앙의 큰 섬 주변에서도 광석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석상 주변과 붉은 그림자 숲 접경지역에서도 많은 숫자의 광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원래 광석 숫자가 많은 탓일까, 이 지역에서는 한 시간 내내 채광을 해도 계속해서 새로운 광석이 생성됐고, 일정 시간에 생성되는 최대 광석 개수가 제한된 것이 아닐까 하는 가정 역시 잠시 보류해둘 필요가 있었다. 혹 채집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시간 안에 채집할 수 있는 광석의 개수를 계산해야 했기에 그 부분은 다음 기회에 다시 시도해보아야 한다.

여기서도 역시 사망 횟수는 0. 스크린샷에 표시된 1데스는 쉬는 시간에 논 포세 전투를 구경하다가 죽은 것이다. 의외로 무난하게 진행되는 채광 작업에 졸음까지 몰려온다. 적어도 한 시간에 서너 번은 죽을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고 있었다. 이 지역은 특히 광석이 많고 리젠이 빨라 1덩이 +22개, 총 121개의 엑자리움을 채집할 수 있었다.

▲ 멀리서 그림자만 봐도 덜덜


▲ 0.1초만 기다려봐......!


▲ 준수한 성과



▣ 마지막 지역, 붉은 그림자 숲

앞선 두 지역의 채광작업이 무난하게 진행되자 너무 쉽다는 생각에 지루함까지 더해졌다. 공격을 안 하는 것은 둘째 치고 다른 유저를 발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마지막 지역인 붉은 그림자 숲으로 들어갔고, 채광작업은 5시부터 6시까지 역시 한 시간 동안 진행했다.

▲ 미니맵에 표시되는 광석들. 많다.


▲ 이런 곳에도 광석이....


채광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정말 순식간에 하늘에서 날아온 화살에 맞아 사망해버린 것. 너무 갑자기 벌어진 상황인지라 스크린샷을 찍을 틈도 없었다. 앞선 두 번의 채광작업에서 너무 긴장을 풀어버린 탓일까. 다시 정신을 차리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잠깐의 평화에 젖어 이곳이 무법지대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채광 지역은 붉은 그림자 숲. 유저들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지역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 번 채광을 위해 마을을 나섰다.

▲ 순식간에 마을에서 부활.....


본격적인 도피 생활. 물론 마주치는 유저들이 전부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다행히 붉은 그림자 전쟁터를 기준으로 오른쪽, 논 포세 아포칼립스가 지나가는 길 외에는 유저들과 마주치는 일이 적었다. 그래도 공중으로 고래의 실루엣이 지나갈 때마다 깜짝 놀라 활강을 하는 바람에 기존 지역에 비해 채광한 광석의 양은 62개로 적었다.

▲ 필사의 도주


▲ 못본척 지나가 주시면 안될까요....



▣ 시간만 잘 맞추면 달무리 호수. 약간의 스릴을 원한다면 붉은 그림자 숲으로!

총 세 지역에서 채광을 해본 결과, 나이트메어 시간대만 피해간다면 달무리 호수 지역에서 시간대비 가장 많은 양의 광석을 캘 수 있었다. 광석의 숫자는 붉은 그림자 숲과 비슷했지만, 붉은 그림자 숲은 퀘스트를 수행하는 유저들이 많고 마을이 가까워 전투가 자주 일어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호수 쪽이 조금은 더 편하게 채광 작업을 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아이템이 갖춰지고 전투를 즐기는 유저라면 공동묘지에서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엑자란에 서식하는 유저들을 상대하기가 무서운 유저라면 지금은 인적이 드문 망향의 숲이나 특정 시간대를 피한 달무리 호수 주변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채광이 가능했다.

물론 유저들을 피해다니는 것이 엑자란 무법지대의 본질은 아니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한 시대를 풍미한 나이트메어쯤 가져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유저라면, 이제라도 착실하게 광석을 모아 도전 해봐도 좋지 않을까

▲ 언제쯤 이곳을 눈치 안보고 날아다닐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