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2014의 첫째날, 소니 부스에서 반갑긴 한데 좀 뜬금없는 이름을 들었습니다. 그간 스마트폰으로 숱하게 플레이해 온 카드RPG '큐라레: 마법도서관'이 소니의 차세대 콘솔 기기, 플레이스테이션4 타이틀로 나온다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이름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3D 카드 일러스트도 그렇고, 실시간 파티 플레이도 그렇고... 기존의 카드 기반 타이틀에서는 볼 수 없던 신기한 콘텐츠로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해왔던 큐라레다 보니 웬만한 소식엔 그다지 놀라지 않았습니다만...국내에서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도 드물고, 모바일게임이 콘솔로 이식되는 경우가 흔치 않다 보니 큐라레의 PS4 버전에 대해 여러모로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큐라레의 총괄 디렉터이자 덕중지왕으로 이름을 떨친 김용하 PD를 부랴부랴 만나 궁금했던 점을 속속 질문했습니다. 차세대 콘솔 기기로 구현되는 큐라레 PS4버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 큐라레의 총괄 디렉터 김용하 PD



Q. 국내 개발사의 콘솔 게임 개발 소식도 상당히 드문 편이에요. 거기다 모바일 게임의 IP를 활용한 경우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닌데, 이런 희귀(?)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 스마일게이트 그룹 내에서 차세대 콘솔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어요. 아시다시피 콘솔 시장은 게임 사업에서 꽤 큰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특히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에 공개된 차세대 기기에서 본격적으로 F2P(Free to Play)게임이 많이 나올 거 같거든요.

이에 선제적 대비를 위해 자사 타이틀 중 콘솔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타이틀을 검토하게 되었고, 그 중 큐라레가 비주얼이나 플레이 유저 면에서 콘솔에 걸맞다고 판단했어요. 마침 소니에서도 적극적으로 서포트 해주었기에 바로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습니다.


Q. PS4버전 큐라레는 원작과 비해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안타깝지만, 영문판 기준으로 작업을 진행 중이라 한국 한정의 이벤트는 삭제하거나 수정되요. 7월의 엉덩국 작가 콜라보레이션 시즌이나 추석 시즌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일단 할로윈 버전 기준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콘텐츠가 있는 만큼, 콘솔 버전은 원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반에 접할 콘텐츠 밀도가 좀 높을 예정입니다. 이는 이유가 있는데, 모바일 게임은 시간에 따라 축적되는 스태미너 같은 자원을 소모하는 산발적인 플레이 패턴을 기준으로 디자인 되어 있습니다. 허나 콘솔 게임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앉은 자리에서 오랜 시간 플레이하는 패턴입니다. 이를 맞추려면 게임 플레이 패턴을 좀 변경할 필요성이 있죠.

일단 구체적으로 변경점을 말씀드리자면 SP(스태미너)시스템을 폐지할 예정입니다. 원하는 만큼 플레이할 수 있는 대신 시나리오의 레벨 간 격차를 좀 더 어렵고 길게 설정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레벨링하는 구간에 기존 시즌 콘텐츠를 더 투입할 계획입니다. 월드보스레이드 환서도 좀 더 긴 시간을 두고 잡을 수 있도록 변경할 예정입니다.

▲ 스태미너가 없어 무한대로 탐색은 가능하지만, 레벨링이 쉽지만은 않을 예정

▲ 그래픽은 물론, 게임의 여러 시스템이 조금씩은 변경된다

Q. PS4는 차세대 콘솔 기기답게 뛰어난 그래픽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작에 비해 어느 정도 비주얼 측면에서 발전이 있을 듯 합니다.

당초 큐라레는 모바일의 한계에 도전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델링이나 텍스쳐 등 그래픽 수준을 좀 높게 잡았던 작품이에요. 그렇지만 저사양 기기를 커버하고 다운로드 용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보니 최종단계에서는 디테일 면에서 어느 정도 타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콘솔 버전에서는 가능한 한 최고의 퀄리티를 내려 합니다. 텍스쳐 퀄리티와 광원 효과, 전체 화면 효과 및 그림자 처리, 고해상도 카드 일러스트 등...시각적으로 보다 강화된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겁니다.


Q. 터치 조작이 기반인 스마트폰 게임 '큐라레'를 PS4에 이식하려면 조작법을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콘솔의 패드(컨트롤러) 조작을 어떻게 활용할 지 궁금합니다.

다행히도 액션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조작 시스템이 게임 매커니즘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부분은 없을 예정입니다. 허나 UI조작은 다르죠. 패드에 맞추면서 일관성을 유지하긴 쉽지 않기에 지속적으로 다듬어야 할 부분입니다. 일단 PS4 패드를 살린 조작법으로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한 고속 스크롤이나 메뉴 숏컷을 통한 편의성 강화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스테미너가 없어지고, PS4 패드의 조작에 맞춘 메뉴 설명이 보인다


Q. 그간 다루지 않았던 플랫폼이다보니 개발 도중 여러 에피소드가 많았을 거 같네요. 제작 단계에서 겪었던 어려움 또는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멀티플랫폼 지원에서는 정평이 나 있는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고 있긴 한데, 생각보다 이식이 간단하지만은 않더라고요. 아직 지원하지 않은 라이브러리도 있고, PC에선 없었던 버그도 있어서 해당 부분을 수정하며 진행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PS4개발은 참고할 것도 한정적이다보니 답을 전혀 모르는 경우도 종종 생겨서 시행 착오가 많았어요.

그래도 팀 프로그래머의 능력이 워낙 훌륭해서 비교적 단기간에 게임 자체의 이식은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바일 버전의 콘텐츠를 새로 설계하고 서비스 운영을 콘솔에 맞게 풀어내는 방법 고안이 출시까지 풀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Q. PS4는 국내 판매량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해외에서 더 많이 팔린 콘솔 기기에요. 글로벌 출시 또한 염두에 둬야 할 듯 한데, 언어 및 UI, 그래픽 개선 등 해외 진출을 위한 특별한 현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나요?

지금 스케쥴 상으로는 영문 버전 작업이 우선입니다. 국어를 포함한 다른 언어 버전의 개발은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것 같네요. 아까 콘솔 플레이 환경에 맞추어 시스템 변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죠? 현지와 콘솔 환경에 맞춰 과금 모델도 어느 정도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현재는 인쇄(뽑기) 방법이나 충전 방식 등의 변경을 검토 중입니다.


Q. 해외에 진출할 경우 큐라레 특유의 유머러스한 스토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우려가 있어요. 어떻게 극복할 예정인가요?

캐릭터의 개성이라던가 캐릭터 간의 관계 중 나타나는 유머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말장난 같은 부분은 아무래도 그 느낌을 다 전달하긴 힘들 것 같네요. 필요한 부분은 수정을 보며 작업 중입니다.

▲ 영문판을 기준으로 작업되는 큐라레 PS4 버전


Q. 격주 단위의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모바일 버전 라이브 작업도 있을 것이고, 동시에 PS4의 버전도 동시에 작업할 텐데요. PS4버전과 모바일 버전 간의 업데이트 일정 및 콘텐츠에 차이가 있나요?

2주 간격으로 콘텐츠 세트를 계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시즌제를 콘솔에서 유지하기는 기술적으로도, 운영으로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허나 큐라레는 8개월 이상 서비스 콘텐츠가 갖춰진 게임인 만큼, 콘솔 버전은 초반부터 콘텐츠를 넉넉히 넣어 콘솔 타이틀로서의 플레이 타임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확장팩 개념으로 모바일보다는 좀 더 텀을 두고 업데이트하는 방안을 생각해보고 있어요.


Q. 현재 어느 정도 개발되어 있나요? 그러니까...PS4버전의 큐라레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기존 게임의 기능은 대부분 정상적으로 구동되고 있어요. 지금은 기획적으로 변경 부분을 적용하고 현지화나 UI수정 등을 진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구체적인 일정을 이야기하긴 이르지만, 내년 상반기 내에는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